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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가 있는 미술사’ 인간과 예술, 그리고 역사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

‘피아노가 있는 미술사’ 인간과 예술, 그리고 역사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

2012/10/24
예술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는 법, 혹시 알고 계신가요? 하나의 작품에는 그 당시의 시대상과 가치관이 반영되어 있게 마련인데요. 예술에 담긴 인간과 역사의 이야기를 알아야만 작품의 의미를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찾은 곳은 바로 포스코 센터! 지난 첫 번째 강의에 이어 ‘피아노가 있는 미술사’ 강의가 진행되는 포스코 미술관의 월요 아카데미에 다녀왔습니다.

미술사와 미술비평을 공부하시고 ‘미술품 보존복원전문가’로 계신 김겸 교수의 지난 강의를 기억하시나요? 미술사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도 많은 양의 내용과 헷갈리는 미술 작품들이 어렵게만 느껴지곤 하는데요. 김겸 교수의 재미난 입담으로 듣는 각 시대 설명과 그 시대 상황을 나타내는 피아노 연주에 어렵기만 했던 미술사가 좀 더 가깝게 느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하는 것처럼요!

미술을 보고, 듣고, 느끼는 두 번째 시간 여행

이번 강의는 18세기 로코코시대 미술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상공업이 발달하며 막대한 재력을 가진 신흥계급 ‘부르주아’가 등장하면서 돈으로 귀족 신분도 살 수 있는 시대가 왔습니다. 갑작스러운 신분 상승은 타고난 신분의 자격지심을 가리기 위해 화려한 문화를 낳기 마련입니다. 또한, 에로틱한 그림이 그려지고, 그 그림이 귀족의 집에 걸리는 등 퇴폐적인 성향도 띠게 됩니다. ‘장식’하기 위한 미술품이 생겨난 것이죠. 재치있는 입담으로 역사와 예술의 이해관계를 설명한 김겸 교수는 미술사의 관점에서 당시의 유명한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곡을 피아노로 직접 연주했습니다. 시민계층이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 시기이기도 한 로코코시대에는 귀족들만 누리던 모차르트 가곡을 돈만 있으면 누구나 얼마든지 들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와중에 수퍼스타처럼 나타난 베토벤은 시민계층의 정서를 표현한 곡들로 인기를 누렸다고 합니다. 그런 시민들이 결국 시민혁명을 일으키게 됩니다.

18세기 혁명의 시대는 더욱 복잡합니다. 계속되는 혁명때문에 세상이 어지러워진 것이죠. 이때, 권력과 힘을 이용하여 일신을 세우려는 예술가들은 신고전주의로, 조용히 낙향하여 세속적인 삶과 감정들을 표현하려는 예술가들은 낭만주의로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됩니다. 신고전주의의 대표적인 예술가는 바로 <소크라테스의 죽음>으로 유명한 다비드죠. 다비드는 덕분에 죽을 때까지 고관대작으로 높은 자리에서 호의호식했다고 하는데요. 그에 비해 낭만주의는 주로 세속적인 감성들, 울분 등을 표현했습니다. 들라크루아의 <프리데리크 쇼팽의 초상>에서 고작 25세밖에 되지 않은 쇼팽을 삶에 찌든 모습으로 표현한 것처럼요. 이렇듯 낭만주의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아름다운’ 그림이 아닌 인간의 비극과 그에 따른 감정들을 주로 표현했습니다. 김겸 교수가 연주하는 쇼팽의 <혁명연습곡>을 들으니 그 시대의 낭만주의들의 터질듯한 감정들이 느껴졌습니다.

시민 중심의 사회, ‘예술’에 대한 시각 변화 가져와

시민중심의 사회가 되면서 ‘아름다움’에 대한 시각도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드가의 <압생트>가 있습니다. 시민들이 흔히 마시던 술, 압생트에서 서민들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한 것이죠. 과거에는 시대의 중심이 되는 절대 권력이 신, 왕, 귀족 등으로 옮겨가며 예술에 큰 영향을 끼쳐왔는데요. 이렇게 시민중심의 삶이 되면서 이런 절대권력을 대신하는 또 다른 삶의 기준이 등장하게 됩니다. 바로 ‘과학’입니다. 과학 문명은 신의 비밀과 우주의 비밀까지도 이성적, 논리적 사고로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져왔습니다. 그래서 사물을 새롭게 보는 화풍이 생겨났는데요. 내가 보는 것은 ‘사물’이 아닌 ‘사물에 반사되는 빛’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화가들은 ‘빛’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이 ‘인상주의’ 화가들입니다. 쇠라의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르누아르의 <보트 파티에서의 오찬> 등, 인상주의 화가들은 똑같은 풍경화라도 빛을 표현하기 위해 물감을 섞지 않고 원색으로 그리고자 했습니다. 자연을 과학적으로 그리고자 한 것입니다. 모네의 <떠오르는 태양>도 마찬가지입니다. 느낌만을 표현한 낭만주의풍의 작품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 이 그림은 모네의 철저한 이성적 판단으로 빛을 분석하여 그린 그림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과학적 논리와 사고에 의한 예술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속을 강렬하게 표현하고자 하는 상징주의 예술도 생겨났습니다. 상징주의 화가들은 뭉크의 <절규>, 아놀드 뵈클린의 <사자의 섬>, 키르히너의 <드레스덴 거리> 등 문득 엄습하는 삶의 불안감을 표현했는데요. 낭만주의처럼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지만, 그 감정의 근본적인 이유까지 과학적으로 표현하고자 한 것입니다. 인간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는 듯한 화풍이기 때문에 상징주의 작품들은 어딘가 모르게 음침하고 어두운 ‘공포’의 코드가 존재합니다. 또한, 내면을 철저히 분석하려는 시대의 사고는 프로이트처럼 꿈을 분석하려는 시도로 나타나게 됩니다.

사상과 예술의 변화, 그리고 현재

19세기의 예술을 논하자면 고흐와 고갱을 빼놓을 수 없다는 김겸 교수는 자기만의 고유양식을 가진 ‘어느 화풍에도 분류할 수 없는 개성 강한 화가들’이라 정의했습니다. 다만 인상주의 후기에 나왔기 때문에 ‘후기 인상주의’라고 칭할 뿐이라고요. 그 후 입체주의 화가 세잔이 나타났습니다. 그림은 잘 못 그리지만 아주 열심히 그렸던 세잔은 그리고 싶은 것들을 머릿속에서 완전히 해체하여 다시 뱉어놓는 기가 막힌(?)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는 추상주의의 발단이 되었지요. 추상주의는 19세기 말 도시의 변화와도 관련이 있는데요. 도시의 한가운데에 철근으로 된 에펠탑이 세워지면서 문화충격을 주었습니다. 사람들은 이 문화적 충격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을 것이라는 김겸 교수는 우리나라의 유명한 시인 이상을 예로 들었습니다. 이상이 유학을 갔다가 큰 건물을 보고 새로운 문화충격에 지은 시 <건축무한육면각체>처럼, 미술로 문화 충격을 표현한 것이 바로 추상미술이라는 것이죠. 칸딘스키의 <노랑 빨강 파랑>이 그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사실 이런 모더니즘과 추상미술은 인간의 자만감이 깨지면서 만들어진 화풍입니다. 1, 2차 세계대전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어나가면서 그 슬픔과 분노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온몸으로 표현하는 전위예술, 행위예술이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마르셀 뒤상의 <샘>이나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들을 위한 송가>처럼 말이죠.

전쟁 등으로 인해 유럽 중심에서 미국 중심으로 세계가 재편되며 20세기 문화는 뉴욕에서 피어납니다. 대중예술과 고전예술의 경계가 없어진 팝아트와 미니멀리즘은 포스트 모더니즘으로서 미국 중심으로 재편된 세계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앤디 워홀의 <마릴린 먼로>나 <푸른 코카콜라병들>처럼 아주 약간의 변형이 들어가 계속 반복하는 작품들은 세계의 자유시장경제를 보여주기도 하지요. 마치 요즘 휴대폰들이 아주 약간의 업그레이드와 함께 반복되어 출시되는 것처럼요.

베토벤 교향곡 7번 2악장에서부터 아이유의 ‘좋은 날’까지!

김겸 교수는 알듯 모를듯한 짧은 선율을 피아노로 연주해주시며 이 곡을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모두 갸우뚱했지요. 그가 대답 대신 연주한 곡은 다름 아닌 대중가수 아이유의 ‘좋은 날’! 크게 히트했던 이 곡은 벌써 사람들에게 잊혀져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슷한 선율의 베토벤 교향곡 7번 2악장은 ‘클래식’으로 아직도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는데요. 김겸 교수는 아이유의 노래 또한 지금 현재의 문화, 바로 ‘대중문화’의 일부분이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지금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어떤 것들을 통해 보아야 하는가지나간 예술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알 수 있다는 것이지요. 수많은 예술을 통해 현재의 모습을 해석하고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김겸 교수의 강의를 통해 미술사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은 정해진 강의 시간을 훌쩍 넘었지만 모두들 자리를 뜨지 않았습니다.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과 재미있는 미술사 이야기에 흠뻑 젖어든 모습입니다. 다음 강의에는 어떤 내용일까 벌써부터 궁금해지는데요. 관심있는 분들은 포스코 미술관(02-3457-1665,1512)으로 문의하시면 됩니다. 깊어가는 가을, 포스코 미술관과 함께 즐거운 예술 여행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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