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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포항제철소의 복구를 응원하며…

불빛이 사라진 포항제철소를 바라보며 ③

[기고] 포항제철소의 복구를 응원하며…

2022/09/26

※이 글은 전직 포스코 직원의 가족이 포항제철소를 바라보는 안타까운 심정을 담아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필자가 대학교 4학년 때, 아버지께서 큰 수술을 받으셨습니다. 항상 슈퍼맨 같았던 아버지이셨는데, 병원에서 수술을 앞두고 있는 모습을 마주하니 그제야 ‘아버지도 사람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미 건강이 점점 안 좋아지시던 시기에도 가족을 챙기신 아버지의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다행히 아버지께서는 수술을 잘 마치셨습니다. 몇 년이 지나고 가족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아버지께서는 당시 상황을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아버지께서는 필자가 보았던 것 이상으로 몸과 마음이 지친 상황이셨고 두려움 속에서도 가족들이 힘들까 봐 내색하지 않고 버티셨던 것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진짜 슈퍼맨이셨습니다. 이번 태풍 ‘힌남노’로 인한 포항제철소 침수 피해가 뉴스를 통해 연일 보도가 될 때 필자는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제는 퇴직하신 지 20년이 넘어가고 있지만, 필자가 어릴 적부터 청소년기까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버지께서는 포스코에서 근무하셨습니다. 등하굣길마다 보였던 포항제철소의 활기찬 풍경과, 포항에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포스코가 가장 먼저 나서서 지원하는 모습은 특별할 게 없는 일상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에게는 포스코 역시 아버지처럼 슈퍼맨의 이미지가 깊게 자리 잡았습니다. 그랬던 포항제철소가 침수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처음에는 오보라고 생각했습니다. 포항제철소가 완전히 암전된 사진을 보고 난 이후, 그때부터 현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늘 활기찼던 포항제철소의 모습만 기억 속에 남아 있었기에, 이번 태풍 피해에 대한 공포는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포항제철소도 어찌할 수 없을 때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주변이 어려울 때 어떤 상황에서도 가장 먼저 나서서 지원했던, 어릴 적부터 보아온 포스코의 모습들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포스코가 그때의 모습을 빨리 되찾았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 추석 연휴에 부모님이 계시는 포항에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먼 발치에서라도 직접 확인하고 싶어 아버지와 함께 포항제철소가 보이는 영일대해수욕장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추석 연휴에도 수많은 직원들이 복구 작업을 위해 고생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절로 숙연해졌습니다.

돌이켜 보면, 아버지에게 있어 포스코는 직장 그 이상의 무언가였던 것 같습니다. 비단 저희 아버지뿐만 아니라, 포스코에서 근무한 친구들의 아버지께서도 대부분 그러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른이 되고 나서 10년 이상 사회생활을 하며 느끼는 바로는, 결코 직원과 직장의 관계가 서로의 자부심으로 발전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포항제철소가 49년이란 기나긴 시간 동안 세계 최고 수준의 제철소로 우뚝 설 수 있었던 데는 묵묵히 땀을 흘리며 맡은 바 책임을 다해온 직원들과 포항제철소 간의 끈끈한 유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이 시간, 포항제철소의 복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든 분들께 무조건적인 응원을 보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놀라울 만큼 빠르고 완벽하게 회복해낼 거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저에게는 어릴 적부터 보아온 포스코가 오히려 아플 때도 있고 두려움도 있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함께하는 이들을 위해 내색하지 않고 늘 책임을 다하는 슈퍼맨이기 때문입니다.

▲ 추석 연휴 중 포항 앞바다에서 찍은 포항제철소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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