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과 함께 성장하는 스타트업을 조명합니다. 포커스온에서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당당히 꿈을 펼치고 있는 스타트업 기업인들을 만나, 그들의 성장 스토리와 비전을 들어봅니다. 1편에서 만나볼 주인공은 건설 현장에 야간 양중(揚重)* 자율주행 로봇을 도입해 스마트 건설 혁신을 선도하고 있는 고레로보틱스의 이동민 대표입니다.
*양중(揚重) : 건설 현장에서 자재를 작업위치까지 옮기는 것.
Interview 01
고레로보틱스의 시작
Q. ‘고레로보틱스’에 대해 소개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고레로보틱스 대표 이동민입니다. 고레로보틱스는 포스코그룹의 사내벤처 제도인 ‘포벤처스(POVENTURES)’의 지원을 토대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 분사한 지 어느덧 2년을 앞두고 있는데요. 자율주행 로봇 등 스마트 솔루션을 건설 현장에 도입해 자재 운반을 자동화하고, 수집한 물류 데이터를 기반으로 건설 현장의 디지털 전환을 적극 지원하는 스타트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Q. 사내벤처 창업을 결심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저는 포스코이앤씨에서 10년 넘게 엔지니어로 일하며 건설 현장에 대한 애정을 키워왔습니다.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더 큰 무대에서 제 뜻을 펼쳐 스마트 건설 혁신을 실현하고자 창업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일부 건설 현장이 마치 ‘필름카메라’ 같다고 느꼈습니다. 물론 아날로그 방식의 중요성도 매우 크지만 건설 현장에 새로운 기술과 프로세스를 도입한다면 더욱 효율적인 현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건설 현장에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여러 솔루션들을 고민했는데요. 여러 창업 아이디어를 고민한 끝에 건설 현장에 최적화된 ‘자율주행 로봇’ 개발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Q. ‘고레로보틱스’라는 사명이 독특한데요, 어떤 의미가 담겨있나요?

▲고레로보틱스 로고.
‘고레(Gole)’는 모듈러의 대명사인 ‘레고(LEGO)’를 오마주한 이름입니다. 다양한 형태의 건설 자재를 효과적으로 운반할 수 있도록 모듈러* 방식의 로봇을 설계해 스마트 건설 현장의 혁신을 이끌겠다는 뜻을 담고 있죠. 실제 건설 현장에는 관재류, 판재류, 박스류 등 자재 종류가 매우 다양하므로 이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모듈러 접근법이 필수라고 생각해 이렇게 지었습니다.
*모듈러(Modular) : 규격화된 부품을 조립해 만드는 방식.
Q. 창업 인큐베이팅 차 미국 실리콘밸리도 방문하셨다고요. 이 경험이 사업 구체화에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창업 인큐베이팅 당시, 미국 라스베이거스 인근 사막 데스벨리에서 고레로보틱스의 로봇이 자율주행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야구선수가 된다면 메이저리그를 꿈꾸듯, 창업한다면 실리콘밸리를 꿈꿔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단순한 견학에 그치지 않고, ‘실리콘밸리에서도 통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접근했죠. 현지에서 보고 듣고 직접 경험하며 글로벌 창업 환경에 대한 시야를 넓혔고, 다양한 네트워크도 쌓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회사의 시스템, 의사결정 구조, 커뮤니케이션 방식까지 실리콘밸리 스타일로 정비했고, 다행히 실리콘밸리 투자자로부터 초기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를 이룰 수 있었어요. 꿈을 크게 갖고 시야를 넓히는 관점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느낄 수 있던 경험이었습니다.
Interview 02
기술과 제품
Q. 고레로보틱스가 개발한 ‘야간 양중 자율주행 로봇’에 대해 소개부탁드려요.
시험이 다가오면 밤을 새고, 일이 밀리면 야근도 하지만, 건설 현장은 그렇지 않습니다. 야근 자체가 쉽지 않은 환경이죠. 어두운 밤, 자재를 옮기는 데는 위험이 따르고, 인력이 없으면 작업 자체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실을 지켜보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습니다. “사람이 없는 야간을 활용한다면 어떨까?”, “로봇이 야간 근로자를 대신할 수 있다면?” 이 상상은 곧 구체적인 아이디어로 이어졌습니다. 현존하는 기술만으로도 충분히 자율주행 로봇을 활용한 서비스를 상용화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어요. 이렇게 큰 꿈을 품고, 실제 건설 현장의 다양한 유형에 맞춰 자율주행 로봇 3종 시리즈를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고레로보틱스의 야간 양중 자율주행 로봇은 ‘공동주택형 GL 시리즈’와 ‘플랜트 배관 운반형 ND 시리즈’, ‘플랜트 일반형 GT 시리즈’ 3가지로 나뉩니다. GL 시리즈는 규격화된 박스나 벽돌 등 블록 형태의 대량 자재를 운반하도록 최적화되어 자율주행 및 자재 이송을 수행하는 저희의 대표 모델입니다. ND 시리즈는 배관 같은 긴 원통형 자재를 운반하는 데 특화된 로봇인데요. 크기에 따라 1~5단계로 세분화돼 로봇의 크기에 따라 다양한 크기의 자재를 나를 수 있는 게 장점입니다. 외형이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유닛인 ‘드라군’처럼 생겨서 ‘Night Dragoon(ND)’라 이름 붙였죠. 플랜트(Plant)에서 각종 자재를 운반할 수 있도록 개발된 GT 시리즈는 판재류, 박스류 등 다양한 형태의 자재 운반을 위해 모듈을 조합할 수 있는 고기능 모델입니다. 각 로봇은 건설 현장의 실질적인 니즈에 맞춰 설계되었고, 야간작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작업 생산성 향상과 안전 확보에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고레로보틱스의 야간 양중 자율주행 로봇 제품 라인업 랜더링(Rendering).
Q. 로봇 개발 시 성능이나 디자인 면에서 특히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요?
바로 ‘단순함에서 나오는 속도’였습니다. 로봇을 개발하다 보면 세계 최초의 기능이니, 트랜스포머처럼 멋진 기믹을 넣고 싶어지는 유혹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그런 기술이 꼭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어요. 오로지 건설 현장을 자동화하고 디지털화하는 데 집중한 거죠. ‘멋진 로봇’을 만들려다 보면 개발 기간이 길어지고, 결국 시장 타이밍을 놓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필요한 기능만 담은 단순한 형태로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고, 현장 피드백을 바탕으로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자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미슐랭 식당처럼 화려하기보다는 전 세계 어디서든 찾을 수 있고, 사람들이 꾸준히 찾는 맥도날드를 만들고 싶었다고 하면 좀 더 와닿을까요?
Interview 03
현장 적용과 반응
Q. 실제 건설 현장에서 국내 최초로 자율주행 로봇 자재 운반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고요. 현장의 반응은 어땠나요?

▲지난해 10월 25일 인천 송도 재미동포타운 2단계 신축공사 현장에서 고레로보틱스 로봇이 건설 자재를 양중하는 모습(왼쪽), 올해 1월 전남 광양 금호동 포스코 홍보관 교육관 신축공사 현장에 투입된 로봇이 자율 하차를 마친 모습(오른쪽).
지난해 10월에 포스코이앤씨 인천 송도 재미동포타운 2단계 조성사업 신축공사 현장에서 국내 최초로 자율주행 로봇 자재 운반 필드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무엇보다 감사했던 건, 하루하루 작업이 빠듯한 건설 현장임에도 저희 로봇이 충분히 테스트 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지원해 주셨다는 거예요. 마치 어머니가 자식을 품듯, 저희 로봇의 첫걸음을 따뜻하게 지켜봐 주셨다고 표현하고 싶네요.
당시 테스트에서는 강마루 자재를 로봇이 운반했는데, 현장 관계자분들께서 “이 정도 개발 속도라면 곧 석고보드 같은 고중량 자재도 옮길 수 있겠다”며 많은 기대와 응원을 보내주셨던 게 기억납니다. 테스트를 무사히 마친 후, 소프트뱅크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게 되었고, 저희에게는 여러모로 큰 전환점이 되었는데요.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시작한 도전이었지만, 현장의 응원과 값진 성과가 있었기에 지금도 계속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고 있습니다.
Interview 04
성과와 경쟁력
Q. ‘CES 2024’ 혁신상 수상, 57억 원 규모 ‘Pre-A 라운드’ 투자 유치 등 창업 이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데, 빠른 성장의 비결이 있다면?
포스코그룹 사내벤처만이 누릴 수 있는 ‘포벤처스’라는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정말 큰 힘이 됐습니다. 대기업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활동하던 창업자가 스타트업의 냉혹한 현실 속에서 스스로를 증명하지 못한 사례가 많습니다만 ‘포벤처스’가 제공하는 체계적인 제도와 포스코그룹의 아낌없는 지원 덕분에, 유능한 팀원들을 모으고, 단기간에 투자를 유치하면서 우리만의 가치를 증명해 보일 수 있었습니다.

▲포스코그룹 사내벤처 우수 스타트업으로서 ‘초격차 1000+’, ‘딥테크 TIPS’, ‘글로벌 TIPS’ 등 국내 최대 규모의 정부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에 모두 선정돼 총 27억 원의 연구개발 자금을 확보한 고레로보틱스.
그 덕분에 눈에 띄게 성장해 올해 2월에는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가 주관한 ‘오픈AI 빌더랩’ 비공식 행사에 초청을 받기도 했습니다. 국내 여러 건설사가 저희의 자율주행 로봇과 건설 자동화 기술에 큰 관심을 보였지만, AI의 아버지라 불리는 샘 올트먼조차 건설 현장의 문제를 이해하고 저희 솔루션에 공감해 주었다는 건, 우리가 가는 이 길이 옳다는 확신을 갖게 해주었죠. 이보다 더 뿌듯한 성과가 있을까요?
Q. 건설 로봇 시장에서 고레로보틱스만의 차별화된 강점과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저희 고레로보틱스의 가장 큰 경쟁력은 타깃팅이 명확하다는 점입니다. 많은 로봇 개발사나 연구소는 ‘범용성’을 우선 목표로 삼아, 다양한 분야에 두루 쓰일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합니다. 예를 들어 휴머노이드 로봇은 가정에서 가사를 돕거나 공장에서 자동차를 조립하는 등 여러 분야에 적용되죠. 물론 유용할 수 있지만, 범용성은 때때로 상용화를 늦추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반면 저희 로봇은 목적이 분명하고, 기능은 단순합니다. 오직 건설 현장에 최적화된 솔루션만을 고민하고 개발하죠. 실제로 물류창고나 공항 등 다른 산업 현장에서도 쓸 수 있느냐는 문의를 자주 받지만, “아니요”라는 저희의 대답은 늘 같습니다.
고레로보틱스는 오로지 건설 현장을 위한 로봇을 만든다는 초심을 지켜가고 있으며, 그것이야말로 저희의 차별화된 경쟁력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Interview 05
미래 전략과 비전
Q. 고레로보틱스의 자율주행 로봇이 건설 현장에 본격적으로 확대 적용됐을 때,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자율주행 로봇이 건설 현장에 널리 보급된다면, 건설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가로막고 있던 첫 번째 장벽을 허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첫 번째 장벽은 바로 ‘데이터(Data)’의 부재입니다.
지금의 건설 산업이 AI 자동화 흐름에 완벽하게 올라타지 못하는 이유는, 공사 상황이나 물류 정보가 담긴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아직까지는 사람의 경험과 감에 의존해 공사 기간을 예측하고 관리하는 실정이에요.
하지만 저희 고레로보틱스의 자율주행 운반 로봇을 도입하면, 물류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데이터화할 수 있습니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느 현장에서 병목 현상이 발생하는지, 어떤 공정에서 지연이 일어나는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이렇게 모인 데이터가 일정 수준 이상 쌓인다면, 건설 산업 전반의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저희 로봇이 그 변화를 만들어낼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Q. 캐나다, 미국 등의 해외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요. 글로벌 시장을 향한 고레로보틱스의 전략과 로드맵은 무엇인가요?
먼저 미국 진출을 위한 저희의 전략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국내 주요 건설사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투자사인 ‘소프트뱅크(SoftBank)’와의 공동 전략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에 안착하는 것입니다. 2025년 6월 13일에는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사 현장에서 로봇의 공개 필드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인데요. 이 실증을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 현장,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 오스틴 반도체 공장 등으로 점차 실증 범위를 넓혀갈 계획입니다.
또한, 소프트뱅크가 추진 중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같은 700조 규모의 대형 AI 인프라 사업에도 로봇 솔루션으로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Stargate Project) : 소프트뱅크 그룹과 Open AI의 합작으로 설립된 미국의 인공지능 인프라 프로젝트.

▲지난해 열린 ‘CES 2024’에서 고레로보틱스는 ‘로보틱스’ 부문 혁신상을 수상했다. 로봇의 80%를 풍선으로 구성한 AIR-AMR(Autonomous mobile robot)을 선보이며 관람객들의 이목을 끈 고레로보틱스 CES 2024 전시 부스.
가장 가까운 목표로는 내년에 열릴 ‘CES 2026’에서 로봇 부문 ‘최고 혁신상’을 수상하는 것입니다. 지난해 ‘CES 2024’에서 ‘혁신상’을 수상했을 때 정말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상의 무게를 실감했는데요. 그 무게를 잊지 않고, 이번에는 세계 최초로 ‘배관 운반이 가능한 로봇’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또, 전 세계 수많은 플랜트 건설 분야에 도움이 되는 솔루션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테슬라(Tesla)’와의 협업을 최종 목표로 가져가고 싶습니다. 테슬라의 기가팩토리(Gigafactory) 건설 현장에 고레로보틱스의 솔루션이 적용되는 날을 상상하며, 하루하루 로드맵을 구체화해 나가고 있는데요. 테슬라를 넘어 엔비디아(NVIDIA), 오픈AI 같은 글로벌 기업과도 두루 협력할 수 있는 실력과 가능성을 겸비한 팀으로 성장해 나가고 싶습니다. 세계 건설 현장을 스마트하게 변화시킬 고레로보틱스의 활약을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