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출근길 타고 온 자동차. 지난 주말 가족들과 멀리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던 고마운 차다. 생뚱맞지만 질문 하나를 던져본다. 문명의 산물, 자동차는 어디서 온 것일까? 이 질문은 마치 ‘나는 어디서 온 것일까’하는 것처럼 철학적 물음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머리를 복잡하게 하려고 한 것이 아니니 쉽게 생각해 보자.
l 자동차는 어디서 온 것일까?
자동차 안팎을 찬찬히 뜯어보자. 자동차를 구성하는 부품은 2만 개가 넘는데, 주요 부품들은 철강 같은 금속 소재, 그리고 플라스틱 같은 화학소재로 만들어져 있다. 다시 말하면, 자동차를 구성하는 부품은 수만 개일지라도, 이들의 고향은 포스코 같은 철강사나, SK에너지·GS칼텍스 같은 정유사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가면, 철강소재는 천연자원인 철광석(Iron Ore)에서, 석유화학 소재는 천연자원인 원유(Crude Oil)를 가공하여 뽑아낸 것이다. 과장을 조금 보탠다면 자동차의 최초의 고향은 천연자원이 아닐까?
비단 자동차뿐만이 아니다. 우리 손안의 휴대폰이나 집 안의 냉장고 등 오늘날 우리가 소비하는 첨단기기는 거의 모두가 금속 소재나 화학소재의 결합물이다. 기왕 과장하는 김에 조금만 더한다면, 지구상에 자연 상태로 존재하는 각종 금속과 원유 자원이 이들 기기의 현존하는 조상(祖上)이라고 해도 좋을 법하다. 다만, 과학기술이 천연자원을 물리·화학적으로 형태와 성질이 다른 문명의 이기(利器)로 변환해 놓은 것일 뿐.
철강과 정유·석유화학 산업이 현대 문명에서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거의 모든 것의 소재, 원형(原型)이 되기 때문이다. 아래 산업간 가치사슬 구조를 단순화한 도식을 보면 철강과 정유·석유화학 산업은 ‘산업의 산업의 산업’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래서 제조업 중심의 경제발전에 성공한 국가들을 보면, 철강과 정유·석유화학 산업은 전략적인 육성 정책을 통해 전체 산업을 일으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기초소재를 생산하는 기간산업인 만큼, 이들 산업이 세계 및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전후방 영향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l 문명 발달이 가져온 환경적 부담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처럼, 인류의 삶에 절대적으로 기여한 두 산업군은 ‘환경적 부담’이라는 숙명을 안고 있다.
이는 이들 산업의 생산 프로세스 때문인데, 두 산업은 ‘자원 채굴→정련·정제→소재 가공’으로 이어지는 매우 유사한 공정을 갖고 있다. 철강은 철광석과 석탄을, 정유는 원유나 천연가스를, 화학은 석유·석탄·천연가스 등 자연 상태에서 존재하는 자원을 채굴하고, 이를 정제하거나 제련하여 전후방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소재를 공급한다.
문제는 자원을 채굴하고 가공하는 과정에서 환경에 부담을 주는 탄소 등의 물질을 배출하게 되는데, 이는 자연의 물리적 섭리가, 그리고 현존하는 과학 기술의 한계가 그러하기 때문이다. 철광석을 용광로에서 녹여 쇳물을 만드는 철강사, 원유를 가열하여 정제하는 정유사 모두 환경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숙명을 갖고 있다.
광물이나 화석연료의 개발, 생산 과정도 마찬가지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ARAMCO)는 오는 12월 있을 기업공개(IPO)에서 기업가치가 1조5,000억 달러(1,74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조명받고 있는 ‘세계 최대 석유회사’이지만, 이와 동시에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 사업자’라는 오명이 따라다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자원을 물리·화학적으로 변환 시켜 진일보한 에너지와 소재를 발명하면서 문명을 한 단계씩 발전 시켜 왔다. 대표적인 것이 정유·석유화학 산업에 의한 에너지 혁명, 그리고 철강 산업이 일군 소재 혁명이라 할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기술적 진보와 산업 발전의 과정에서 인류는 환경적 대가를 치러야 하는 책임을 지게 된 것이다.
l 포스코 역사에서 단 한 번도 빠지지 않은 환경투자
돈이냐 환경이냐, 일각에서는 이런 프레임으로 기업의 환경 이슈를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업의 활동을 이익과 환경으로 나누는 흑백논리로는 기업의 경영을 총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한다. 이익과 환경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될 수 없다. 기업은 환경적 부담이라는 제약을 감수하면서도 적절한 이익을 추구하며 경영해야 한다. 어느 한쪽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사회와 시장에서 도태되는 게 기업의 운명이기 때문이다.
앞서 살펴봤듯이, 철강 산업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환경적 숙명을 갖고 태어난 산업이다. 그러나 철강 산업은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조선·전자·건설 등 경제를 이끄는 제조업들과 거대한 가치사슬을 형성하면서 ‘대한민국 함대’를 이끌고 있다. 어쩌면 오늘날 글로벌 리더로 우뚝 선 우리나라의 전자·자동차·조선 산업군들을 위해 기간산업으로서 환경적 부담을 먼저 감당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포스코의 환경투자는 여느 산업군보다 투자비 규모가 엄청났다. 환경에 대한 기본 개념조차 없었던 1970년 포항제철소 1기 건설 때부터 포스코는 총투자비의 10% 이상을 환경관리에 집행해왔다.
창업 이래 지난해까지 포스코의 환경투자 규모는 총 6조9,630억 원. 최근 10년간은 3조3,015억 원으로, 회사 전체 투자비의 약 17%를 환경투자에 사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래 표를 보면, 포스코는 영업이익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환경투자를 해왔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최근 삶의 질과 관련하여 점점 높아지는 국민의 눈높이에 부응하고, 국가적으로도 타이트하게 관리하는 환경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포스코는 어려운 경영 여건에서도 환경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올해 초 포스코가 발표한 3년간 1조 700억 원의 환경투자는 같은 기간 총 영업이익의 10%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투자는 그 성격상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것도, 재무적인 경영성과로 보이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렇게 투자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철강인들이 ‘철강 산업=국가 기간산업’이라는 사명감, 그리고 ‘철강업=환경업’이라는 시민 정신으로 무장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l 끝나지 않은 환경적 숙명과의 싸움, 포스코를 응원해 주세요
원래, 처음 태어날 때부터 철강의 운명은 환경적 책임과 떼려야 뗄 수 없었다. 비약적인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철강 공정 기술은 환경 이슈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포스코는 철강 1톤 생산 시 배출되는 탄소를 2톤 미만으로 낮추는 수준까지 기술을 발전시켰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최신예 설비를 계속 증설하는 것은 물론, 수자원과 부생가스, 부산물도 100%에 근접하게 재활용하는 등 양 제철소에서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적 숙명과의 싸움은 포스코의 50년 역사와 함께 있어 왔고,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것이다.
올여름 고로 안전밸브(블리더)를 두고 사회 일각에서는 경제가치와 환경 가치 중 무엇이 우선인지에 대한 양자택일적 갑론을박이 있었다.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업계는 오해 해소와 문제 해결을 위해 중앙정부, 지역사회, 지자체, 사회단체 등과 함께 머리를 맞댔으며, 다행히 원만하게 해결되어 철강업계는 더 큰 책임감을 갖고 환경투자 확대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환경 이슈는 비단 철강이나 정유산업만이 갖고 있는 문제는 아니다. 환경 영향의 크기와 경중을 떠나 모든 산업은 환경적 부담을 갖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산업들은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 완전히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를 풀어나갈 과학적 해법을 찾는 R&D 역시 산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일 것이다. 따라서 철강 산업 또는 여느 제조업을 둘러싼 환경 문제는 OX 퀴즈처럼 양자택일의 관점이 아니라, 균형과 조화의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꽃 피운 정유산업, 그리고 해외 자원을 이용해 이 땅에 산업의 쌀을 일군 철강 산업. 이들 산업군이 오늘날 우리가 영위하고 있는 물질문명을 가능케 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굴뚝산업’이라는 프레임으로 무조건적인 비난을 던지기보다는, 숙명을 이겨내려는 이들 산업군의 노력에 응원과 격려도 필요할 것이다.
* 포스코 뉴스룸이 <포스코 에코 리포트>를 연재합니다. 포스코 환경경영의 참모습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