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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스마트 혁신상 수상자 김병인 교수가 말하는 ‘철강 공정 최적화’

포스코 스마트 혁신상 수상자 김병인 교수가 말하는 ‘철강 공정 최적화’

2018/10/19

우리 자력으로 현업 만족도 높은 국산 설계 엔진을 개발하자

김병인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김병인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포스코경영연구원(POSRI)에 따르면 올해 연간 조선 수주량은 전년 대비 7.7%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처럼 최근 조선업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임에 따라 철강 시장에서 후판이 다시 재조명되고 있다.

늘어나는 주문 물량에 안정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공정 최적화가 필수다. 포스코 뉴스룸은 김병인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를 만나 후판 재료 설계 및 제품 운송경로 알고리즘 개발을 통한 공정 최적화 기술에 대해 들어봤다. 김병인 교수는 지난 8월 열린 제30회 포스코 기술 컨퍼런스에서 관련 주제로 ‘포스코 스마트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 편의 논문에서 시작된 공정 최적화 과정

후판 재료 설계는 고객 주문 후판을 생산하기 위해 편성해야 하는 일련의 중간재를 설계하는 것을 말한다. 중간재에는 같은 강종, 같은 두께의 후판 제품 몇 개를 모아서 편성하는 날판, 날판의 압연 전 단계인 슬래브, 2~3개의 슬래브가 모인 주편, 같은 강종 주편 300톤을 모아 편성하는 차지, 여러 차지를 보아 편성하는 연연주 캐스트 등이 있다.

“후판 재료 설계 방식에 따라 슬래브 단중, 연연주수 등의 생산성 지표와 주문 실수율 등의 비용 지표가 크게 바뀔 수 있습니다. 철강 전문가들은 후판 재료 설계 공정 계획 업무가 철강 제품 중 가장 복잡하고 난해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김병인 교수가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것은 예전에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해당 논문은 날판 설계를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을 제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병인 교수 논문: Simple 설계, Multi 설계, Mosaic 설계
날판 설계에는 한 줄로 단순하게 설계하는 심플 설계와 멀티 날판 설계, 보다 복잡한 형태의 날판을 설계하는 모자이크 설계 등이 있다. 소품종 대량생산 시대에는 심플 설계로 대부분의 주문을 소화할 수 있었지만,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시황이 변화함에 따라 복잡한 날판 설계가 요구되고 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날판 설계도 중요하지만, 후판 제품을 어떤 연주기, 어떤 후판 공장을 통해 생산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행선결정과 슬래브, 차지, 캐스트 편성에 핵심이 되는 슬래브 폭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의 문제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날판 설계 업무 중 행선결정이나 슬래브 폭 결정 문제는 현업에서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학계에 잘 알려져 않아 연구가 많이 진행되지 않았다.

자력 개발한 엔진으로 시간 단축 성공!

재료설계 업무 프로세스: 주문, 제품 조합(Bin Packing) 날판 설계(폭/길이 여유치 부여), Cast 편성(동일강종/이강종 연연주), Charge 편성(동일 강종), Slab 설계(Slab 두께/폭/길이)
이번 최적화 기술과 기존 재료 설계의 가장 큰 차이는 재료 설계 엔진을 국산화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현재의 엔진은 2005년 IBM이 개발한 것으로, 시황의 변화로 인해 최근 업그레이드된 주요 기능을 현업에서 적용하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많은 기능 중 심플 날판 설계 모듈만 사용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추가로 수작업이 요청되어 재료 설계에 많은 인원과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생산성과 비용 측면에서 개선의 여지가 있었기 때문에 김병인 교수의 설계 결과를 활용하게 된 것이다.

“이번에 개발한 엔진을 통해 여러 기능을 업그레이드하고 자동편성률을 증대시키고자 노력했습니다. 새 엔진에는 기존 시스템에 없던 기능들도 추가되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제품을 어떤 연주기, 어떤 후판공장에서 생산할지 결정하는 행선결정 모듈과 복잡한 형태의 날판을 설계하는 멀티 날판 설계 모듈, 포스코 신(新) 기술인 배폭슬래브, 회전슬래브 등의 특수 슬래브 설계 모듈, 효과적인 슬래브 폭 결정 모듈, 멀티 날판 설계를 지원하는 충당 모듈 등이 있습니다.”

후판 재료 설계 엔진의 자력 개발은 향후 발전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예전 엔진은 내부 구조 및 로직을 모르는 상태, 즉 블랙박스인 데 비해 새로운 엔진은 전체 알고리즘을 자력으로 개발해 화이트박스화되었기 때문이다. 환경의 변화에 맞게 엔진의 기능을 조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가능해졌다.
“새로운 엔진은 예전 엔진에 비해 계산 시간을 현저하게 단축했습니다. 설계자들이 다양한 시나리오 테스트를 통해 효과적인 재료 설계를 하기 위해서는 빠른 계산 시간은 필수 요소입니다.”

기술연구원과 학생들 포함, 모두의 열정으로 이뤄낸 성과

후판 재료 설계 공정을 위해 논의 중인 모습.
후판 재료 설계 공정은 워낙 복잡하고 전체 과정이 서로 유기적으로 영향을 미치다 보니 문제를 이해하고 본질을 파악하는 데에 어려움이 존재했다. 현업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은 논문 작성을 위한 연구와는 다른 차원의 노력과 인내가 요구됐다.

“핵심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소프트웨어로 구현하는 일은 주로 대학원생들이 담당했습니다. 이들이 학업과 병행하며 연구를 진행해야 했기 때문에 학기 중에는 이 프로젝트에만 전념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주어진 시간 내에 개발을 완료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었고요. 현업 적용을 위해서는 현업의 기준 조건들을 모두 만족시켜야 했고, 포스코 내부 시스템에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함수들을 활용해 검증하는 단계를 거쳐야 했는데 이를 위한 인터페이스 작업도 예상하지 못했었습니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 현업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가장 큰 도전 과제였다고 말했다. 또한 서울과 포항의 물리적인 거리 때문에 영상회의나 전화, 이메일로 의사전달은 가능했지만, 개발속도가 더디고 현업의 즉각적 니즈를 반영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서울에 근무하는 수주공정그룹과 포스코ICT 직원이 포항으로 파견을 나가 연구소 및 포스텍과 협업을 진행했다.

대략적인 한국 지도, 현업 장소와 연구원 포스텍 사이의 거리를 나타냄
담당 임원들의 관심과 지원, 적용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하겠다는 현업의 의지, 기술연구원, 포스코ICT 직원들의 적극적인 협력과 포스텍 교수, 학생들의 열정으로 난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김 교수는 회상했다.

“특히 학생들과 교수들을 배려해 포항으로 파견 근무를 해주신 현업 분들과 포스코ICT 인원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현업과 포스코는 후판 재료 설계 및 시스템에 대한 충분한 경험과 지식, 시스템 개선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고 포스텍과 기술연구원의 연구원들은 심도 있는 최적화 기법 및 구현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관련 임원들의 아낌없는 지원이 있었는데요. 후판 재료 설계 시스템에 구축에 있어서 현재 구성된 팀은 세계 최강 팀이라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내년부터는 현장에서 활용되는 모습 보게 될 것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후판 재료 설계 공정은 워낙 복잡하고 전체 과정이 서로 유기적으로 영향을 미치다 보니 최적화가 매우 어렵다. 학계에서는 날판 설계 문제 하나만 해도 최적화를 실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할 정도다.

인터뷰 TV 화면. 김병인 포스텍 산업공학과 교수, 사실 프로젝트 기간이 굉장히 타이트하긴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가 생각했을 때는 구성된 팀이 감히 조심스럽지만 세계 최강 팀이라고 볼 수 있는 게
“현업 적용을 위해 주어진 시간에 꼭 필요한 기능들을 완성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전체 시스템 관점에서 충분한 최적화를 이루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지금 개발된 엔진은 많은 기능을 담고 있지만 최적화 입장에서 보면 기본적인 플랫폼을 구축하여 이제 막 시작한 단계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김 교수는 향후 단기적으로는 엔진 개발 과정에서 발견한 주요 문제들에 대해 좀 더 심도 있는 연구를 진행해 현 엔진의 성능을 개선하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차지, 캐스트 편성 및 후판의 생산성을 결정짓는 슬래브 폭 결정 문제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리고 다른 제품 군의 공정 설계의 최적화 문제들도 도전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후판 재료 설계에서 사용되는 많은 모듈은 박판 재료 설계 등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새로운 후판 재료 설계 엔진은 2017년 파일럿 개발을 마치고 올해 현업 적용을 위한 고도화를 진행했다. 현재는 연말 협업 적용을 목표로 포스코 내부 시스템화가 진행 중이다. 현업 테스트 및 안정화 단계를 거쳐 2019년에는 현업에 적용돼 매일매일의 설계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포스코 Smart 혁신상을 수상하는 김병인 교수
이외에도 포스코에는 수많은 최적화 이슈들이 있다. 김 교수는 포스코 스마트 혁신상이 포스코의 Smartization을 위해 더욱 노력해달라는 격려로 이해하고 힘이 닿는 대로 포스코의 최적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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