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일상에서 자동차를 달리게 하고, 전기를 저장하며, 수천 도의 고열을 견디게 하는 기술의 바탕, 그 중심에는 언제나 ‘소재’*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중요한 소재를 누가 만들고 있을까요? 바로 포스코퓨처엠인데요!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는 물론, 고온의 제철 공정을 가능케 하는 내화물까지. 포스코퓨처엠이 만든 다양한 소재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삶과 미래를 바꾸는 데 쓰이고 있죠. <뿌리를 찾아서>는 포스코퓨처엠이 만든 주요 소재들이 어떻게 우리 일상과 산업 속에 스며들었는지 그 발자취를 따라가 보는 이야기입니다. 두 번째 편에서는 배터리의 충전 속도와 수명을 좌우하는 ‘음극재’의 뿌리를 따라가 봅니다.
*소재 (素材) : 어떤 것을 만드는 데 바탕이 되는 재료
음극재는 양극재와 함께 배터리를 구성하는 4대 핵심 소재 중 하나입니다. 양극에서 나오는 리튬이온을 받아들였다가 다시 방출하며 전류를 흐르도록 하는 역할을 맡고 있죠. ‘더 빠르게 충전되고, 더 오래 쓸 수 있는 배터리 소재’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요즘, 배터리의 충전 속도와 수명을 결정짓는 음극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음극재란 ‘음극을 구성하는 재료’라는 뜻인데요. 그렇다면 ‘음극’이라는 용어는 어디서 온 걸까요? 지난 시간 양극재 편(보러가기)에서 소개한 영국의 과학자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가 바로, 음극이라는 용어도 명명했습니다. ‘올라가는 길’을 뜻하는 그리스어 ‘Anodos’에서 유래되어 오늘날 ‘Anode’라고 불리게 되었죠.
여기서 또 하나 흥미로운 사실이 있습니다. 마이클 패러데이가 전기화학 용어를 정의한 것은 혼자만의 성과가 아니었는데요. 요즘 표현으로 ‘이과 감성’이 가득해 언어에는 다소 약했던 패러데이는, 전기화학 용어를 정하는 과정에서 평소 인문학에 조예가 깊었던 영국의 성직자이자 과학자 ‘윌리엄 휴얼(William Whewell)’에게 조언을 구했다고 해요. 휴얼이 패러데이의 의도에 맞는 단어를 몇 가지 제안했고, 그 결과 오늘날 우리가 쓰는 ‘Anode’와 ‘Cathode’라는 용어가 탄생한 것이죠. 패러데이와 휴얼이 어떤 방식으로 용어를 정의했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두 사람은 편지를 주고받으며 의견을 나눴다고 하는데요. 지금부터 Anode와 Cathode라는 용어를 명명하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는 편지 내용 일부를 소개합니다.
음극재의 뿌리를 따라가려면 1800년, 세계 최초의 전지인 ‘볼타(Volta) 전지’가 등장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볼타전지는 묽은 황산용액(H2SO4)에 아연(Zn)과 구리(Cu) 금속판을 넣어 만들었는데, 이 중 ‘아연 금속판’이 전자를 잘 내보낼 수 있어 ‘음극’ 역할을 했습니다. 즉, 최초의 음극재는 아연이었던 셈이죠.
하지만 볼타전지는 충전이 불가능하고 수명이 짧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이를 개선하고자 ‘납(Pb)’을 음극재로 활용한 최초의 충전식 전지인 납축전지가 개발되었는데요. 납축전지는 저렴하고 안정성이 뛰어나 자동차의 저전압 배터리 등에 널리 쓰였지만, 음극재로 사용된 납이 인체와 환경에 유해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한계가 드러났습니다. 이후 카드뮴, 수소 합금 등 다양한 소재를 음극재로 활용한 배터리들이 잇따라 등장했고, 이런 과도기를 거쳐 마침내 오늘날의 리튬이온 배터리로 발전하게 되었죠.
현대 리튬이온 배터리에 사용되는 음극재의 형태를 최초로 구현한 사람은 바로 일본의 요시노 아키라(吉野 彰, Yoshino Akira) 박사입니다. 1980년대, 요시노 박사는 탄소 소재가 리튬과 반응성이 좋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석유 코크스를 음극재로 사용한 리튬이온 배터리를 개발해 냈습니다. 이로써 오늘날 음극재의 대표 원료로 ‘흑연’이 널리 사용되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죠. 현재 음극재용 흑연은 ‘천연흑연’과 ‘인조흑연’ 두 가지가 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천연흑연 음극재는 에너지 저장용량이 크고 매장량도 풍부해 가격 경쟁력이 뛰어납니다. 인조흑연 음극재는 코크스를 가공해 제조하며, 고속 충전에 유리하고 고온 가공을 거쳐 구조적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이 외에도 최근에는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크게 늘리고 충전 속도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실리콘, 리튬메탈 등 신소재를 활용한 음극재 기술도 활발하게 연구·개발되고 있어요.
특히 ‘실리콘 음극재’는 흑연 대비 최대 10배에 달하는 용량을 제공해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고, 급속 충전 설계에도 유리합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수명과 부피 팽창 등의 기술적 과제가 남아 있어, 현재는 흑연계 음극재에 일정 비율만을 첨가하는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죠. 이러한 과제를 개선하고자 학계와 업계에서는 성능을 강화하려는 연구에 한창인데요. 머지않아 완전한 상용화를 기대해 볼 수 있겠죠?
리튬메탈 음극재는 금속 리튬을 활용한 음극재로 배터리의 무게당 에너지 밀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어 최근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에 적용될 경우, 전기차의 주행 거리를 대폭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이끌 차세대 소재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음극재의 시작과 현재, 나아가 미래까지의 발전 양상을 살펴봤습니다. 음극재는 배터리의 충전 속도와 수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핵심 소재인 만큼, 그 성능이 곧 배터리의 성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포스코퓨처엠은 국내 유일 흑연계 음극재 생산 기업으로, 인조흑연 음극재는 물론, 천연흑연 음극재의 중간 소재인 구형흑연의 국산화 추진에도 적극적으로 힘을 쏟고 있어요. 또, 특정 국가에 대한 원료 의존도를 낮추고, IRA* 등 권역별 공급망 강화 정책에 대응하려는 노력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습니다.
*IRA(Inflation Reduction Act, 인플레이션 감축법) : 미국의 경제와 사회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인플레이션 완화, 기후변화 대응, 의료비 지원, 법인세 인상 등을 주요 내용으로 2022년 미국에서 제정된 법률.
이뿐만 아니라, 포스코홀딩스의 미래기술연구원,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등 그룹사와의 협업을 통해 실리콘, 리튬메탈 음극재 등 차세대 음극재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요.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음극재 시장을 주도해 나가는 기업으로 도약해 나갈 계획입니다. 음극재 시장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갈 포스코퓨처엠의 행보에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 이 콘텐츠는 포스코퓨처엠 스토리 기사를 토대로 제작되었습니다.
1편. 양극재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