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검색어는 최소 두 글자 이상 입력해주세요.

[포스코패밀리의 ‘꽃보다 남미’ 여행기] 6탄. 자연이 만든 초현실적 풍경, 볼리비아

[포스코패밀리의 ‘꽃보다 남미’ 여행기] 6탄. 자연이 만든 초현실적 풍경, 볼리비아

2015/09/23


우리에게 조금은 낯선 나라 볼리비아. 하지만 이 곳에는 살면서 꼭 한 번은 봐야 할 아름다운 풍경들이 가득하다고 하는데요. 보랏빛으로 물든 홍학 서식지 ‘라구나 콜로라다’,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 간헐천과 라마들의 모습까지… 비현실적이고 황홀한 풍경들로 가득한 볼리비아 여행기 마지막 편, 지금 시작합니다!

무엇을 상상하든 ‘더’ 힘들었던 2박 3일 투어

볼리비아 2박 3일 투어, 둘째 날의 일정은 극심한 건조함에 아침부터 터져 나오는 코피, 우리의 컨디션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새벽 기상과 부실한 아침식사로 시작됐습니다.

지프차는 또다시 사막을 달려 중간중간 내려주고, 알아듣지 못할 스페인어로 설명을 듣는 일정을 반복했습니다. 이쯤 되니 이제는 그 사막이 그 사막 같고, 그 호수가 그 호수 같습니다. 이때부터 나는 볼리비아에서의 남은 일정은 단지 ‘칠레로 넘어가기 위한 경유지’쯤으로 생각하고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기로 했습니다.

사막 한가운데에서 오아시스처럼 만난 색감 예쁜 레스토랑. 남미는 어딜 가나 듣도 보도 못한 컬러들이 눈을 즐겁게 해주는데, 대자연 속에만 (갇혀)있는 2박 3일 투어에서는 이런 ‘건축물’ 자체를 보는 일이 흔치 않습니다.

▲ 레스토랑 앞에서 만난 비쿠냐 새끼. 당장 죽을 것만 같이 쓰려져 있다가, 먹을 것을 꺼내니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비쿠냐는 라마의 친척뻘로 라마, 알파카와 함께 볼리비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 레스토랑 앞에서 만난 비쿠냐 새끼. 당장 죽을 것만 같이 쓰려져 있다가, 먹을 것을 꺼내니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비쿠냐는 라마의 친척뻘로 라마, 알파카와 함께 볼리비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볼리비아에서 마지막 밤을 보낼 호텔…이라기 보다는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지난번 묵었던 곳보다는 그나마 나아 보였지만, 남녀가 한방에서 함께 자야 하는 혼숙 시스템이라고 합니다. 이런 것, 이제는 놀랍지도 않습니다.

쾌쾌한 곰팡이 냄새가 가득하고 빈대가 득실댈 것 같았던 침대. 얼마나 피곤했으면…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침대와 일위 일체가 되고 말았습니다. 약간의 휴식 후 ‘그래. 여기까지 왔는데. 볼 건 보자’며 무거운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왔는데요. 다름 아닌 이곳은 볼리비아 투어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라구나 콜로라다’가 있는 라구나 국립공원이었습니다.

라구나 국립공원에서 받은 마지막 선물

공기가 좋아서 그런지 그림자가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인가 봅니다. 홍학을 종류별로 다 볼 수 있다는 ‘라구나 콜로라다’를 향해 꽤 먼 거리를 걸었습니다. 뭐 새가 거기서 거기지… 이때 나는 몸과 마음 모두가 불안정하고 불만이 가득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얼른 다녀와서 곰팡이 냄새 가득한 침대에라도 내 몸을 맡기고 싶었습니다.

▲ 어릴 적 즐겨 보던 EBS 프로그램 '그림을 그립시다' 밥 아저씨가 쓱쓱 그린 듯한
▲ 어릴 적 즐겨 보던 EBS 프로그램 ‘그림을 그립시다’ 밥 아저씨가 쓱쓱 그린 듯한

‘라구나 콜로라다’


20분쯤 걸어가니 등장한 라구나 콜로라다. 불평불만이 쏙 들어갔습니다. 호수의 붉은 톤과 청아한 하늘색이 극명히 대립된 이 장면은 현실보다는 비현실에 가까웠습니다.

날씨에 따라 붉은빛이 보이지 않는 날도 많다는데 다행히 또렷이 보였습니다. 이런 풍경을 보며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멍하니 바라보다가 정신 차리고 셔터를 미친 듯이 누르는 일 뿐이겠죠.

역시 최대의 홍학 서식지다웠습니다. 세 가지 종류의 홍학이 서식하고 있다고 들었지만 솔직히 그 홍학이 그 홍학 같았다. 평생 볼 플라밍고, 여기서 다 본 듯합니다.

라구나 콜로라다의 진짜 장관은 해가 지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석양 빛이 그대로 호수에 비치며 호수는 점점 노랗고 붉게 물들다가 결국 오색찬란한 캔버스가 되었습니다.

▲ 마치 황금빛 물감을 타놓은 듯한 호수 위를 거니는 홍학들
▲ 마치 황금빛 물감을 타놓은 듯한 호수 위를 거니는 홍학들

아름다운 절경을 뒤로 하고,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같이 여행 온 외국 친구들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볼리비아의 마지막 밤을 보내던 중!! 볼리비아는 우리에게 최고의 선물을 해주었습니다.

지치고 힘들어서 빨리 떠나고 싶은 내 마음을 별님, 달님이 눈치를 챘는지, 떠나려는 나를 붙잡아두려는지 이런 말도 안 되는, 절대로 잊지 못할 밤하늘을 보여준 것이죠.

이때 본 별은 며칠 전에 본 ‘태양의 섬’의 그것, 대학생 때 본 고비사막의 그것과는 절대적으로 비교가 안 되었습니다. 영화 <인터스텔라> 같은 곳이 진짜로 있구나… 사이언스 쇼크였습니다. 우유니 소금사막 선라이즈 투어 때 별을 못 봐서 내심 섭섭했는데, 서운한 마음이 전부 보상받는 순간이었습니다.

▲ 마치 별 벼락을 맞는 듯. 이런 모습을 담으려면 오랜 시간 꼼짝 못하고 서 있어야 하기 때문에 힘들다.
▲ 마치 별 벼락을 맞는 듯. 이런 모습을 담으려면 오랜 시간 꼼짝 못하고 서 있어야 하기 때문에 힘들다.


나에게 별 촬영은 오랜 숙원과도 같았습니다. 언젠가는 꼭 찍어봐야지 하고서는 사실 찍는 방법조차 몰랐고, 제대로 된 장비도 없었죠. 얼떨결에, 얼렁뚱땅, 어리바리 찍게 된 별 사진은 참 흥미로웠습니다. 실제로 눈으로 보는 것과, 사진으로 나오는 결과물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노출시간을 길게 설정하고 찍으면 내 눈으로는 안 보이는 빛까지 빨아들여 사진으로는 더 황홀하게 보이더라는 것이죠.

기본적으로 별 사진을 찍으려면 노출시간을 길게 잡아야 하고, 또 나는 초보였던지라 ISO를 계속 다르게 설정해서 시도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꽤 오래 걸렸습니다. 이번 여행의 풍광은 그저 마음으로만 담아 가자던 다짐과는 달리 이곳에서는 별 하나라도 다 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만 추위도, 내일 새벽에 출발해야 한다는 사실도 잊고 밤새도록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날 밤늦게까지 별을 헤다가 결국 새벽 1시가 다 돼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마지막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했는데요. 일찍 잠든 사람들에 비해 2~3시간 밖에 잠을 자지 못한 나는 멘탈이 가출한 상태였지만, 일어나자마자 이번에는 새벽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어젯밤에 본 하늘의 모습과, 새벽의 모습은 또 달랐습니다. 밤새 찍은 사진을 외국 친구들에게 보여주니, 너무 부러워합니다. 똑딱이만 가져온 그들이 불쌍해 한 장씩 찍어주니, 원래는 해리포터식 영어만 구사하던 그들이 갑자기 친절한 영어선생님 모드로 바뀌었습니다. 진작 많이 찍어줄 걸 그랬네요.^^

아쉽지만 별하늘을 뒤로하고 볼리비아 2박 3일 투어의 새로운 볼거리인 ‘간헐천’을 보기 위해 짙은 새벽을 또다시 달렸습니다. 달걀 썩은 듯한 유황냄새가 나는 걸 보니 간헐천에 도달한걸 알 수 있었습니다.


여기저기 곳곳에서 크고 작은 휴화산들이 압력밥솥 마냥 마구 수증기를 뿜어내고 있었는데요. 그 모습을 보니 새삼 지구가 살아있다는 깨달음과 함께 화산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사실에 왠지 무서웠습니다.

▲ 나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패션 테러리스트…의 모습을 하고 다녔을까. 부끄럽다.
▲ 나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패션 테러리스트…의 모습을 하고 다녔을까. 부끄럽다.


휴화산이 마구 내뿜는 수증기의 냄새는 고약하지만 뜨끈 축축하니 나쁘지 않았습니다. 건조해진 피부가 촉촉해지는 느낌적인 느낌~ 하지만 최근 이 구멍에 외국인 관광객이 빠져 죽는 사고가 있었다고 하니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간헐천의 모습을 몇 장 사진으로 담고 ‘노상 온천’이라는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볼리비아 2박 3일 투어의 진짜 마지막 일정이었죠.

신비로운 노상 온천 경험

역시 볼리비아 투어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지 않습니다. 이름만 온천이지 사실상 야외에 탕이 딱 하나 있고, 샤워시설도 구비돼 있지 않았습니다. 옷을 입고 밖에 서 있는 것이 더 춥게 느껴졌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고 우리 모두 온천으로 직행했습니다. (이것 하나를 위해 서울에서 수영복을 챙겨왔습니다)


너무 추웠던 탓인가, 아니면 온몸이 부서지는 느낌의 근육통에 시달려서 그런가. 노천탕에 들어가 앉아 있으니 온몸이 노곤 노곤, 여독이 풀리며 우리나라 어디 온천에 와 있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 해가 떠오르는 것을 바라보며 하는 노상 온천욕은, 꽤 괜찮은 기분이었죠.


가이드가 매번 빨리빨리를 외치며 서두르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다른 여행팀과 겹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조금 더 있으니 다른 팀들이 우르르 몰려와 하나뿐인 온천탕은 만원이 됐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동양인들은 모두 발만 담그고, 물 안에 들어가 있는 사람은 서양인 뿐이라는 것입니다.


뭔가 일본 노천탕에 원숭이들이 옹기종기 몰려있는 것 같은 비주얼. 다음 일정만 없었으면 오래도록 푹 쉬고 싶었으나 우리에겐 칠레로 넘어가야 하는 중요한 일정이 있기에 잠깐 몸을 담그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온천욕을 하고 나오니 저쪽에 땅 색깔과 혼연일체가 된 무언가들이 꾸물꾸물 움직입니다.


이 생명체들은 바로 귀여운 라마입니다! 생김새도 색깔도 각양각색인 볼리비아 라마들. 볼리비아 여행 중 또 하나의 볼거리는 이런 귀여운 동물들을 만나는 것이었는데요. 이제 라마도 볼 일이 없겠죠!

▲ 저 허름한 건물이 볼리비아 국경의 출입국관리소. 이곳에서 출국심사를 하고 칠레로 넘어간다.
▲ 저 허름한 건물이 볼리비아 국경의 출입국관리소. 이곳에서 출국심사를 하고 칠레로 넘어간다.


2박 3일 투어는 보통 우유니에서 시작해서 아타카마에서 끝이 납니다.(역방향도 가능) 그러나 우리 투어팀의 2명은 다시 우유니로 돌아간다고 했습니다.

▲ (좌측부터)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살고 있는 중국인 알프레드, 세계여행 하다가 한국에서 정착하겠다던 영국인 롭홉슨, 볼리비아로 봉사활동 왔다가 세계여행 중인 영국인 사라&매트 부부.
▲ (좌측부터)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살고 있는 중국인 알프레드, 세계여행 하다가 한국에서 정착하겠다던 영국인 롭홉슨, 볼리비아로 봉사활동 왔다가 세계여행 중인 영국인 사라&매트 부부.

알프레드는 안타깝게도 칠레 비자를 받지 못해 다시 우유니로 돌아가야 했고(대한민국 국민은 무비자로 칠레 방문이 가능하지만 아직 제약이 많은 중국인은 비자가 필요하다고) 롭은 다시 우유니로 돌아가서 소금사막을 즐기고 싶다고 했다. 언니 오빠들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모두 20대였던 Bolivia Friends. 그립다.

뿔뿔이 흩어질 친구들과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하고 버스를 타고 칠레 국경을 넘어갔습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 씨가 지구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이라고 말했던 ‘아타카마 사막’이 있는 곳, 남미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칠레.

‘꽃보다 남미’ 여행기 다음 편은 드디어 남미 여행의 마지막 국가, 칠레입니다!

분홍빛 홍학에서 반짝이는 별들까지, 말 그대로 ‘황홀한’ 풍경들로 가득했던 볼리비아 여행기 마지막 편!
아름다운 풍경들에 절로 눈호강을 하게 된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어질 ‘꽃보다 남미’ 여행기, 칠레 편도 많이 기대해 주세요!

관련 글 보기

URL 복사

복사 버튼을 클릭하면 클립보드에 복사됩니다.

공유하기

복사 버튼을 클릭하면 클립보드에 복사됩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