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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패밀리의 ‘꽃보다 남미’ 여행기] 5탄. 볼리비아 대자연의 서사시

[포스코패밀리의 ‘꽃보다 남미’ 여행기] 5탄. 볼리비아 대자연의 서사시

2015/09/03

사실 우유니에 오기 전까지는 내가 알고 우리가 아는 그 소금사막의 모습이 전부인줄 알았죠. 호스텔에서 우연히 만난 신혼부부가 아니었다면 말입니다. 그 부부는 우유니 소금사막은 선셋을 위한 선셋에 의한 곳으로 선셋과 선라이즈를 봐야 어디 가서 ‘나 우유니 갔다 왔소’하고 명함을 내밀 수 있다고 했는데요.

실제로 선셋의 모습은제 인생 최고의 장면으로 남았습니다. 꽃보다 남미 5편에서는 우유니 조금사막의 진짜 매력인 선셋과 선라이즈, 그리고 2박 3일 동안 함께 한 볼리비아 대자연의 모습을 소개합니다.

우유니 소금사막의 선셋과 선라이즈!

낮에 우유니 소금사막에서 점프샷을 찍으며 튄 소금물 때문인지, 아니면 작열하는 태양 때문인지 얼굴은 따끔따끔, 정수리는 뜨끈뜨끈. 전기구이 통닭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사진은 이미 찍을 대로 찍어, 약간 지친 상태였죠.

선셋을 보기 위해서는 소금 사막 한가운데서 해가 질 때까지 기다려야 했는데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떠 있던 태양은 어느새 점점 내려와 두 개의 빛으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어라~ 근데 하늘이 심상치 않습니다. 우기 시즌답게,제 머리 위에는 먹구름으로 가득 하네요.

그런데 저 멀리 노랗게 물들어 가는 하늘이 보였습니다. “Driver, go there! Hurry up!” 당연한 거지만, 하늘은 생각보다 무지하게 넓었고, 달려도 달려도 하늘은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았습니다.

적당한 지점에서 차가 멈췄고, 노란색이던 하늘은 어느새 핑크빛이 되어있었습니다. 이때의 감동은 처음 우유니 소금사막을 봤을 때 보다 더 했죠. 워낙 석양을 좋아하기도 하고, 이런 색감과 형태는 태어나서 처음 봤기 때문이었답니다.

언제 지쳤냐는 듯, 노을을 배경으로 또다시 사진 삼매경에 빠졌습니다. 해가 무섭도록 빨리 지고 있었기 때문에 열심히 셔터를 눌러댔었죠!

태권소년들은 또다시 무한 반복 발차기를 시작했고,

어느새 붉게 물든 하늘이 마치 불꽃같아 우스꽝스럽지만 이런 연출도 해봤습니다. 마치 하늘에서 피가 나는 것 같이 빨갰던 하늘. 하늘은 1분 1초 단위로 계속 변했습니다.

저는 의자를 놓고 자리를 잡고 앉아 멍하니 해가 완전히 넘어갈 때까지 그저 바라봤습니다. 선셋 투어를 마치고 숙소에 들어가 씻고 누우니 어느새 밤 12시. 그 다음날, 선라이즈 투어의 출발 시간은 새벽 3시.해는 5시쯤 뜰 것 같은데 왜 3시부터 출발하냐는 질문에 ‘새벽 별’까지 보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새벽 별도 좋지… 좋지만 수면 부족에 당장제 눈앞에 별이 왔다 갔다 하는 기분이었죠.

1시간쯤 달렸을까요? 버스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우리를 내려줬습니다. 구름이 없는 날에는 하늘의 별이 바닥에 반사돼 우주공간 속에 있는 느낌이라고 했는데 먹구름 때문에 별은 보이지 않고, 애꿎은 달만 빛나고 있었습니다. (달이 밝으면 주위의 별은 빛나기 힘들답니다.)

실망한 사람들은 다시 버스에 올라 잠을 청했고,저는 안개에 둘러싸인 몽환적인 느낌도 그런대로 좋아서 굳이 밖에서 추위에 떨며 일출을 기다렸습니다.

어느새 어둠 속에 빛이 서서히 스며들더니 태양이 ‘내가 바로 태양이다!!!’라는 포스로 이글이글거리며모습을 드러냈습니다.빛이 어둠을 삼켜버리는 황홀한 순간이었죠!

▲ 태양이 정말로 '불'같이 느껴져 화롯불 피는 듯한 사진 연출!
▲ 태양이 정말로 ‘불’같이 느껴져 화롯불 피는 듯한 사진 연출!

밝디 밝은 태양은 손바닥으로도 도저히가려지지 않아, 아직 빛이 닿지 않은 반대쪽으로 열심히 고개를 돌리는 막을 길이 없었습니다. 어릴 적 미술시간에 햇님을 그릴 일이 있으면 늘 빨간 크레파스로 그렸는데,이날 만난 태양은 너무나도 찬란한 황금색이이었다는 사실!

▲ 밤을 걷는 선비도 아닌 ‘물을 걷는 여자’
▲ 밤을 걷는 선비도 아닌 ‘물을 걷는 여자’

노을의 모습은 일상생활에서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볼 수 있습니다. 퇴근길, 저녁 먹으러 가는 길, 야근하는 사무실 창밖, 토요일에 무한도전 보면서. 그런데 일출은 아침 일찍 종사하시는 분들이 아니면 살면서 볼 기회가 그리 많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인지전날의 일몰보다 이날 본 일출이 더 감동적이었답니다.

일몰처럼 일출도 역시 시시각각으로 변했습니다. 노랗게, 빨갛게, 하얗게, 파랗게. 새하얀 도화지와도 같은 우유니 소금사막은 그 색감을 오롯이 받아서 표현해냅니다.

▲ 저 버스는 아마도 천국으로 가는 버스일 것이라~
▲ 저 버스는 아마도 천국으로 가는 버스일 것이라~

뭔가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우유니 소금사막. 늘 부족하고, 서운하고, 후회가 남는 것이 바로 여행인 묘미인 것 같습니다. 아쉬워야지 다음에 또 올테니까요. 🙂

우유니는 이제 안녕, 광대한 볼리비아 대자연의 서사시 속으로!

광대한 볼리비아에 우유니 소금사막만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각양각색의 호수, 휴화산, 야생동물 등 꾸미지 않은 자연의 매력이 있답니다. 1박 2일, 2박 3일 코스가 있는데 우리는 어차피 볼리비아에서 칠레로 넘어가야 했기 때문에, 칠레 국경까지 데려다주는 2박 3일로 투어를 선택했습니다.

▲ 짐을 모두 지붕에 싣고 약 6명의 정원으로 출발한다. 2박 3일 동안 원동력이 되어줄 지프차.
▲ 짐을 모두 지붕에 싣고 약 6명의 정원으로 출발한다. 2박 3일 동안 원동력이 되어줄 지프차.

칠레까지 가는 여행사가 많지 않아서 선택의 폭이 별로 없었습니다. 우유니 시내의 한 여행사와 가격을 흥정을 하고 바로 출발! (* 2박 3일 투어: 85달러) 3일 동안 투어를 함께 할 사람들은 영어는 ‘Okay’와 ‘No’밖에 할 줄 모르는 볼리비안 드라이버, 영국인 3명, 중국인 1명, 그리고 한국인 2명이었습니다.

차를 타는 순간부터 “한국인 2명 =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됐죠. 절대 알아듣지 못할 영국식 영어에 우리는 그저 뻘쭘하게 창밖만 바라봤답니다. 그래도 같은 동양인이니까라고 믿었던 중국인 너마저 영어를 너무 잘해 해리포터식 대화에 끼지 못하는 건 저 뿐이었습니다. ‘아 평소에 영어공부 좀 할 걸’이라는 다짐은 매번 여행마다 하는 것 같아요.

2박 3일 투어 때 고생했다는 안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걱정했는데, 실제로는 걱정 그 이상이었습니다! 투어는보통 이런 식이었습니다.울퉁불퉁 비포장도로를 달리다가 어떤 장소에 내려주면 사진 찍고, 다시 타고, 내려서 사진 찍고, 중간중간에 차 안에서 또는 공터에서 밥 먹여주고, 그렇게 해가 지기 전에 숙소에 도착, 다음날 새벽부터 일정 시작. 편할 것 같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여정이었습니다.

볼리비아 대자연 2박 3일 투어 #1. 폐허가 놀이터로, ‘기차무덤’

첫 번째 투어 스팟은 ‘기차무덤’ 이었습니다. 우유니 마을로부터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더 이상 달리지 않는 폐기된 기차들을 모아놓은 것이 관광지가 된 것이죠.

언뜻 보면 고철 쓰레기 같아 보이지만 군데군데 낙서가 있는 기차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제법 이국적인 모습을 찍을 수 있습니다.

끝도 없이 달리는 사막, 그 요철을 온몸으로 느끼는 불편한 승차감, 그리고 입술이 다 갈라지고 코피가 터질 정도의 극심한 건조함! 이 투어가 빨리 끝나고 그나마 잘 사는 칠레에 얼른 도착하길 바랐던 저의 마음을 달래줄 풍경들이 하나 둘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볼리비아 대자연 2박 3일 투어 #2.우유를 타 놓은 듯한’소금호수’

장거리 이동이 지겨울 때 즈음 내려준 곳은 마치 음료수 ‘밀키스’같이 뽀얀 호수였습니다. 이 역시 소금에 의한 현상이라고 합니다.

▲ 이 표지판은 새들 보라고 만들어놓은 것인가? ‘새님들은 이 곳에서 비행하지 마시오??’
▲ 이 표지판은 새들 보라고 만들어놓은 것인가? ‘새님들은 이 곳에서 비행하지 마시오??’

2박 3일 투어 내내 플라밍고(홍학)를 흔히 볼 수 있다고 했지만 이 호수에서는 많이 보지도 가까이서 보지도 못 했습니다. 우연히 만난 외국 아저씨가 조금만 가면 더 많이 볼 수 있다고 귀띔해줬죠.

그 다음 우리를 내려준 곳은 하늘보다 더 눈부시게 파란 호수였습니다. 피곤함을 잊고 기막힌 절경에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아까 만난 그 외국 아저씨 말대로 이곳에는 플라밍고들이 훨씬 더 많이 서식하고 있었는데요.

사람을 경계할 법도 한데, 플라밍고들은 유유자적 본인들의 일에 충실하고 있었습니다. 운이 좋으면 플라밍고가 떼를 지어 날아가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한다는데, 돌멩이를 던져봐도 꿈적하지 않았죠.

▲ 플라밍고가 새가 아니고 육지동물이었던가. 절대 날지 않고 두 다리로 뛰어간다!
▲ 플라밍고가 새가 아니고 육지동물이었던가. 절대 날지 않고 두 다리로 뛰어간다!

티끌 하나 없이 파란 하늘과 투명한 호수. 뒤집어 보아도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호수인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가까이서 본 플라밍고는 참 아름다웠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는 않는 편이 좋습니다.호수 주변의 땅이 매우 질어 저처럼 발이 빠지는 수가 있거든요.

볼리비아 대자연 2박 3일 투어 #3.사막에서 홀로 자라난’바위나무’

다음 코스는 어떻게 보면버섯처럼, 어떻게 보면 나무처럼 생긴 바위였습니다. 오랜 세월 풍파를 겪고 희귀한 모양으로 깎여 이 모양이 되었다고하는데요. 사막에서 불어오는 거센 모래바람을 겪어보니 단번에 이해가 될 것 같았습니다. 이대로 있다가는제 몸도 곧 깎일 것만 같았기 때문이죠.

사실 이쯤 됐을 때 저의 컨디션은 저조함을 끝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버섯이고 나발이고 빨리 호텔에 가서 모래로 뒤집어쓴 몸을 뜨신 물에 씻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때 저의 수면시간은 3일 동안 총 10시간이 안됐었답니다.

그래도 언제나 서양인들은 참 밝았습니다. 어떠한 시련이 닥쳐와도 포기가 빠르고 긍정적인 서양인들. 이 곳에서 잠시 시간을 보낸 후 한 시간을 또 달리니 ‘이제 그만 나를 호텔로 데려다 주시오!’라는 말이 쏙 들어간 호텔…이라기 보다는 건물이 나왔습니다.

주위에 정말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건물이라고 하기도 뭣한 건물이 덩그러니 놓여있었습니다. 이곳이 오늘 밤을 묵을 ‘호텔’ 이랍니다.

내부는 포로수용소를 방불케 했습니다. 우리 팀 외에는 아무도 없었고, 자급자족 형식의 전기에, 돈을 내야지만 단 5분 동안 물을 쓸 수 있게 해줬습니다. 당연히 와이파이 같은 것은 될 리가 없었죠.

심란한 마음에 밖에 나와보니, 호텔 주변에 유일하게 있는 생명체는 라마뿐이었습니다. 볼리비아 라마는 페루의 그것과는 달리 귀에 털실을 매달아 놓아서 인형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위 사진은 친언니 회사 사진 공모전에 참가만 해도 상품권을 준다는 말에 심심해서 제출했다가 얼떨결에 2등 상까지 받게 된 사진인데요. 사진 제목은 ‘내가 라마다!’ 정말 라마 대장님 같은 포스였죠.

귀여운 라마들로 심란한 마음을 달래고 다시 돌아온 호텔. 벽에 붙여져 있는 실종 전단지는 우리를 더욱 섬뜩하게 했는데요. 이상한 기운이 감도는 이곳 볼리비아 허허벌판에서 투어를 잘 마칠 수 있을까요? 날이 갈수록 궁금증이 증폭되는 꽃보다 남미! 다음 편은 볼리비아 여정을 모두 마치고 칠레로 넘어갑니다!

이제 막바지로 달려가고 있는 남미 여행! 남은 여정에는 또 어떤 재미있는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끝까지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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