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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미술관] 2023 기획전 : 화가의 아름다운 책들

[포스코미술관] 2023 기획전 : 화가의 아름다운 책들

2023/08/01

포스코미술관이 7월 24일부터 9월 17일까지 <화가의 아름다운 책들-Artists’ Mesmerizing Books>展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문학과 미술의 만남으로 탄생한 새로운 형태의 예술작품을 주제로, 1930년대부터 현재까지 약 100여 년간의 미술 사조와 다양한 예술가들의 창작혼이 결합된 독창적 예술품 ‘아티스트 북(Artists’ Book)’을 재조명한다.

<화가의 아름다운 책들-Artists’ Mesmerizing Books>展에서는 100년의 세월을 따라 제작된 아티스트 북의 가치를 탐색하고 앙리 마티스의 <재즈>, 살바도르 달리의 <실낙원>, 샤갈의 <성경> 등 대표 작품을 비롯해 쉽게 접하기 어려운 초판 희귀 한정본 도서 약 100여 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를 통해 50인 현대미술가의 영감이 깃든 작품을 만나보자.


아티스트 북은 고전 텍스트에 미술가의 원본 그림을 함께 엮어 만든 책 형식의 예술작품이다. 세계대전 이후 찾아온 경제 공황으로 상황이 어려워진 파리 미술상들이 유명 작가들에게 협업을 제안하며 1890년 ‘리브르 다티스트(미술가의 책, livre d’artiste)’라는 명칭으로 처음 등장했다.

미술계와 문학계가 합작해 제작된 아티스트 북은 예술 팬들을 새로운 경험으로 이끌며 파란을 일으켰다. 당시 파리의 저명한 판화 공방에서 고급 수제 종이로 한정본을 생산한 것이 1930년대 미국 신대륙에도 영향을 미쳤다. 나아가 1960년대에는 미술가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까지 표현의 수단으로 아티스트 북을 선택하면서 갤러리나 박물관 전시 외에도 독립적으로 제작, 판매될 정도로 시장이 커졌다.

새로운 창작물의 개념이 예술계에 등장하면서 책은 단순히 지식의 축적이나 독서를 위한 도구가 아닌, 현대미술가들의 새로운 표현 매체로 발전했다. 유수한 예술가들의 창조 이미지와 사고의 산물이 조화를 이룬 아티스트 북은, 세계적으로 그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20세기 근대 미술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앙리 마티스는 암 발병으로 몇 번의 수술을 했지만 시련을 극복하고 자신의 대표적 표현 기법을 창조한다. ‘컷-아웃(cut-out)’ 기법으로, 종이에 물감을 칠하고 그걸 가위로 잘라서 이어 붙이는 방식이다. 휠체어를 탈 수밖에 없어 스케일이 큰 대형 캔버스를 다루는 데 어려움이 있던 마티스는 침대에 누워 주어진 상황에서 무얼 할 수 있을지 찾다가 비교적 작은 사이즈에 부드러운 곡선이 돋보이는 판화 창작을 선택한다.

<재즈>는 서커스와 연극에 관한 그림 20점에 자신의 생각을 담은 글을 합쳐 묶은 책이다. 강렬한 색감의 종이로 꾸민 디자인, 투박하면서도 부드러운 도형과 서로 대비되는 색들은 모두 가위와 종이만으로 만들어낸 마티스의 신선한 발상의 결과물이다.

파블로 피카소가 그린 아티스트 북 아리스토파네스 <여자의 평화>는 피카소의 오리지널 동판화가 있는 미국 내 유일한 책이다. 미국 유명 출판사 리미티드 에디션스 클럽(Limited Editions Club)이 피카소에게 의뢰해 1934년 제작된 이 작품은 출판사의 많은 책들 중 앙리 마티스의 <율리시스> 삽화와 함께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여자의 평화>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종식할 목적으로 남편과 연인에게 잠자리 거부를 선언한 그리스 여인들의 책략을 그린 작품으로, 책에 피카소의 삽화가 더해지며 관능적인 매력이 가미된 아티스트 북이 제작됐다. 책에는 피카소의 단순한 선과 균형감 있는 표현기법으로 창작된 오리지널 동판화 6점과 흑백 드로잉 34점, 그의 사인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작업은 몇 년 후 피카소가 그리게 될 일련의 반전(反戰) 그림을 예고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실낙원은 영국 시인 존 밀턴이 1667년 발표한 장편 서사시로, 인간의 타락과 구원을 주제로 한 작품이다. 뱀으로 변장한 사탄의 유혹에 타락한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하는 모습, 하나님을 향한 사탄의 반항 등이 그 줄거리다. 실낙원을 구상하던 시점, 실명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세 딸에게 구술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완성해 낸 존 밀턴. 그의 창작 열정이 담긴 이 책은 불후의 기독교 대서사시로 불린다.

살바도르 달리는 실낙원에 10점의 동판화를 담았다. 그는 동판화에 아담과 이브의 타락, 악(惡)의 수렁으로 유혹하는 뱀의 모습 등을 격정적인 선과 사실적인 묘사로 그려냈다. 또 하얀 여백 위에 갈색, 하늘색, 노란색 세 가지 컬러를 사용해 기존의 초현실적이고 그로테스크한 자신의 화풍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표현했다.

화가들은 보통 아티스트 북의 일러스트를 제작할 때 책 말미나 1점 정도에만 사인을 한다. 그러나 달리는 이 작품의 동판화 10점에 모두 번호를 쓰고 사인을 했다. 달리가 남긴 10점의 사인은 그의 자유분방함을 엿볼 수 있을 만큼 각양각색이다. 참고로 이 책은 E.A 버전으로, 판화에 번호가 없다.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샤갈은 독실한 유대인 가정에서 자란 영향으로 한평생 성경 이야기를 그린 작품을 남겼다. 그는 1931년부터 성경 일러스트 제작 프로젝트를 시작해 25년 만인 1956년에 <성경 삽화>라는 아티스트 북을 완성했다. 이 작품은 특유의 선명한 색상과 유려한 선으로 구약의 인물들과 사건을 충실하게 묘사해 그의 걸작 중 하나로 꼽힌다. <성경 삽화>에는 흑백 동판화 105점과 샤갈 특유의 몽환적인 컬러 대비가 돋보이는 컬러 석판화 16점, 비네트(흑백 석판화) 12점이 수록됐다.

<성경 드로잉>은 <성경>의 구약 편을 실은 것으로, 일러스트 72점과 컬러 석판화 24점으로 구성됐다. 프랑스의 과학철학자이자 문학비평가인 가스통 바슐라르가 이 작품에 서문을 썼다.


세계적인 문학으로 인정받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는 모더니즘 태동의 한가운데 있던 미술가들에게 큰 충격을 안긴 작품이다. 그의 작품으로 영향을 받은 많은 미술가들이 율리시스를 자신의 작품 세계로 들여와 확장시켜 아티스트 북 제작에 참여한다.

미국 추상표현주의 선구자인 로버트 마더웰은 스무 살이던 1935년, 파리를 여행하던 중 서점에서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발견하고 모더니즘 미학의 열쇠 중 하나를 찾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는 아티스트 북은 로버트 마더웰이 <율리시스>에 나타난 ‘인간’에 중점을 두고 제작에 참여한 작품이다. 캘리그래피처럼 표현한 동판화 40점이 수록됐으며 연두, 노랑, 분홍 등의 바탕에 그려진 그림은 추상적 기호나 숫자를 연상시킨다. 책의 두께는 약 14센티로 기획 3년, 제작 기간 1년 반이 걸려 이 작품이 탄생되기까지의 고민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작품은 미국의 팝 아티스트 재스퍼 존스의 동판화와 사회 부조리극으로 명성을 얻은 사뮈엘 베케트의 에세이가 조화를 이룬 판화 산문집이다.

8개의 짧은 에세이와 재스퍼 존스의 숫자, 판석, 작은 기호 등이 어우러진 이 작품은 1977년 출간된 후 휘트니미술관과 뉴욕현대미술관을 비롯한 다수 미술관에 전시되며 독창적 예술작품으로 인정받았다. ‘20세기 후반 아티스트 북의 이정표’라 불리는 이 작품 또한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위대한 문학작품과 화가들의 작품을 작은 책 속에서 동시에 만나볼 수 있는 기회 <화가의 아름다운 책들-Artists’ Mesmerizing Books>展. 이번 여름에는 예술가들의 영감과 상상력이 가득 담긴 책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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