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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미술관 특별 기고] 1편. 사군자란 무엇인가?

[포스코미술관 특별 기고] 1편. 사군자란 무엇인가?

2016/04/15

 

사군자, 다시피우다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식물들이 있지만, 유난히 옛 선비들이 좋아하던 식물이 있습니다. 매화, 난, 국화, 대나무가 그것인데요, 각 식물 특유의 장점을 덕(德)과 학식을 갖춘 사람의 인품에 비유하여 ‘사군자’라고도 불리웁니다.

포스코미술관에서 열리는 <사군자, 다시피우다> 전에서는 군자가 사랑한 네 가지 식물을 그림으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사군자와 사군자 그림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Hello, 포스코 블로그에서 소개해 드립니다. 🙂

군자의 품성을 닮은 식물, 사군자

이 세상 수 많은 꽃과 나무들은 제각기 특성이 있어, 때맞추어 피고 지며 자기 몫을 다 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 매화, 난, 국화, 대나무 이 네 가지 식물을 사군자라 부릅니다. 선비정신을 간직한 고결한 사람을 가리키는 군자의 의미를 사물에 적용시켜, 생태적 특성이 군자를 닮은 식물도 군자라 일컬은 것이죠. 각각의 식물은 여러 장점이 있는데요.

매화의 모습

매화는 겨우내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꽃망울을 맺고 있다가 새 봄이 오는 것을 알려주듯 이른 봄에 꽃을 피웁니다. 또한 마른 나무에서 핀 작은 꽃망울은 봄밤을 밝히며 은은한 향을 선사하죠. 추위를 이기며 피어나는 특성 때문에 매화는 어려운 조건에서도 자신을 지키는 군자나 지사(志士), 세속에 초월한 은자, 또는 지조 있고 고상한 여인에 비유되기도 합니다.

겨울의 난

난은 산중에서 비와 이슬을 받아 살면서도 빼어난 잎에 고운 꽃을 피우며 은은한 향기를 멀리까지 보내죠. 본성은 바람과 물을 좋아하지만 이 또한 지나친 것을 꺼리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난의 생태적 특성에서 옛 문인들은 중용의 도를 지키는 군자의 품성을 보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산속에 홀로 피어 있으면서도, 스스로 절제하며 강한 생명력을 지닌 난은 외유내강의 전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국화

국화는 가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꽃인데요. 모든 꽃이 피었다 지고 없는 늦가을, 그때서야 조용히 서리를 맞으며 피어 있는 모습에서 어려움 속에서도 고고한 기품과 절개를 지키는 군자의 모습을 발견하였습니다. 뭍 꽃이 피는 봄여름을 다투지 않고, 찬 서리가 내려도 아랑곳하지 않는 꿋꿋함은 늘 남들보다 뒤에 자리하면서도 더욱 향기롭게 빛나는 군자의 모습이죠.

곧은 대나무의 모습

대나무는 곧게 자라 휘어질지언정, 쉽게 부러지지 않는 강직함이 있는데요. 속은 비어 넉넉하면서도 한 겨울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푸른 잎들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늘 푸른 잎과 곧게 뻗은 줄기의 늠름한 모습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럽지 않은 군자의 넉넉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비슷한 의미를 가진 사물을 묶는 전통

해애제, <세한삼우도>, 고려 14세기, 비단에 수묵, 131.6X98.8cm, 일본 묘만사 소장
해애제, <세한삼우도>, 고려 14세기, 비단에 수묵, 131.6X98.8cm, 일본 묘만사 소장

각 식물의 독특한 특성은 군자를 지향하는 문인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하였는데요. 군자를 상징하는 식물은 매·란·국·죽 이외에도 사철 푸른 기상을 자랑하는 소나무, 진흙탕 속에서도 맑은 꽃을 피워내는 연꽃, 고아한 모습의 수선화 등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특별히 이들을 사군자로 정한 것은 가장 적절한 식물이기도 하거니와 봄.여름.가을.겨울이라는 사계절에 맞추려는 의도가 담겨있죠.

조선시대 문인 윤선도가 <오우가(五友歌)>에서 물, 바위, 소나무, 대나무, 달을 친근한 다섯 친구로 노래한 것은 유명합니다. 소나무와 대, 매화 세 가지에 대하여 추위를 견디며 뜻을 펼치는 기개가 있다 하여 세한삼우(歲寒三友)라고도 합니다. 이외에도 매화와 수선을 아취 있는 두 가지 식물이라 하여 이아(二雅), 매화와 대나무를 절개가 굳은 두 식물이라는 의미로 쌍청(雙淸)이라 하는 등, 옛 문인들은 서로 비슷한 의미를 갖는 사물을 묶어 그 유사한 특징을 도출해내거나 비교했던 전통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사군자 각각에 의미를 부여하며 시로 읊고 그림으로 그렸는데요. 그러다가 이들 네 가지 식물을 함께 그리기 시작한 것은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16세기 말에 이르러서입니다. 명나라 말기의 학자인 진계유(陳繼儒)가 「매죽난국사보(梅竹蘭菊四譜)」라는 화보(?譜)를 만들면서 이들을 네 가지 군자라 칭하고 함께 다루었습니다. 이후 사군자를 함께 다룬 화보들이 늘어나고 우리나라에도 유입되면서 이 넷을 함께 그린 사군자화 또한 널리 유행하였죠.

글씨를 쓰듯 사군자를 그리면서

강세황, <사군자>, 종이에 수묵, 39.1X304.5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강세황, <사군자>, 종이에 수묵, 39.1X304.5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사군자 그림도 처음에는 각각의 식물이 지닌 모양과 색깔을 닮게 그리는 것이 먼저였을 것입니다. 그러다 각각 식물의 특성이나 상징성이 더 강조되면서 형태의 묘사보다는 그 뜻을 잘 전달하는 데 더 힘을 쏟았죠. 그림이 잘되고 못 되고는 구도나 붓질에 개성이 있는지 여부에 달려있다고 하는데요. 때문에 그림에 숙달된 전문화가뿐 아니라 일반 선비들에 의해서도 많이 그려졌습니다.

선비들의 그림인 문인화(文人畵)는 사물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학문 경향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중국 송대에는 문인들 사이에 사물에 자신의 뜻을 의탁하여 노래하는 영물시(詠物詩)가 발달하였고, 사물에 의미를 담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크게 유행하였습니다. 뜻을 중시한 문인화는 대체로 세부를 생략하여 소략하므로 원대(元代) 이후에는 시(詩) 형식의 화제(畵題)를 곁들여 그 의미를 풍부하게 하는 경향이 생겼습니다. 이로 인해 한 폭에 시(詩)·서(書)·화(畵)가 함께 조화를 이루었으며, 문인 화가들 중에는 이 셋에 두루 뛰어나 삼절(三絶)을 이룬 경우도 많았습니다.

특별한 상징성도 있고, 수묵(水墨)으로 간결하게 그릴 수 있는 사군자는 그러한 목적에 잘 부합하는 소재였는데요. 더구나 사군자를 그리는 필획은 문인들이 늘 쓰는 글씨의 그것과 유사하기 때문에 문인화의 대표 화목이 되었습니다. 사군자화는 글씨를 쓸 때처럼 먹을 찍어 한 번에 쓱쓱 그려내기 때문에 그린다고 하지 않고 ‘친다’고도 하죠. 사군자화는 문인 각자의 학문과 교양, 그리고 글씨를 쓰는 필력을 바탕으로 대상에서 받은 감동을 자유롭게 표현해 내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한 비록 필력이 뛰어나더라도 너무 기교를 부리지 않았고 도리어 소박한 맛을 살려 그렸다고 합니다.

글씨를 쓰듯 사군자에 뜻을 담아 그려낸 것은 어찌 보면 약한 식물이지만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에게도 가르침을 주는 의젓한 면모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군자화에서는 미물에서도 배울 점을 찾았던 겸허한 자세와, 단순한 형태미로 고고한 정신을 표현하였던 선조들의 미의식을 느낄 수 있습니다.

포스코미술관 전시 안내

  • <기획전 – 四君子, 다시 피우다>
  • · 전시 장소 :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440 포스코센터 지하 1층 포스코미술관
  • · 전시 기간 : 2016.3.30(수) ~ 2016.5.25(수)
  • · 관람 시간 : 월-금 10:00~19:00, 토 12:00~17:00
  • · 전시 해설 : 12:30, 15:30(일 2회)

글 이선옥 전남대 호남학연구원 hk연구교수

군자가 사랑하는 네 가지 식물 사군자, 각각의 특성으로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죠.
포스코미술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사군자 그림을 감상하시고
심신과 지조를 도야하는 시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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