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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명장 특별 인터뷰③] 권영국 명장, 연연속열간압연기술 세계 최초 개발

포스코명장 특별 인터뷰 ③

[포스코명장 특별 인터뷰③] 권영국 명장, 연연속열간압연기술 세계 최초 개발

2022/07/07

이미지 왼쪽상단에 포스코명장 특별 인터뷰 3 이라는 제목과 함께 그 아래에 '길' 이라는 큰 글씨 우측에 '포스코의' 와 '명장의'가 각각 써있다. 그리고 좌측엔 한자 길도가 써있다. 그 아래에 연연속열간압연기술 세계 최초 개발 권영국 명장 포항제철소 열연부라고 이어서 써있으며 이미지 오른쪽에는 안전모와 보호안경을 쓴 남성이 무전기를 들고 무언가 말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포스코 현장 기술인 최고의 영예이자 롤모델인 포스코명장(名匠).
숨 가쁘게 흘러가는 명장의 일상에서 투철한 직업관과 장인정신이 묻어난다.
세계적 기술력을 보유하고 현장의 창의적 개선활동으로 회사 발전에 기여하기까지,
명장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그들이 흘린 땀의 의미를 되새겨보자.

제철소의 모든 공정, 즉 제선, 제강, 열간압연, 냉간압연 등에서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있을까? 그러나 열간압연은 상대적으로 큰 빛을 보지는 못했다. 고로와 같은 상징적 외형도 없고 제강의 화려한 불꽃을 연출하지도 못한다. 냉간압연처럼 부가가치가 높다는 인식도 주지 못한다. 그래서 막 자리에 앉은 권영국 명장에게 물었다. ‘포항제철소에서 열연은 어떤 의미냐’고. 대답하는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떠오른다.

열간압연은 제철공정의 허리입니다. 허리가 튼튼해야 모든 게 바로 서지요. 라고 쓰여있는 글꼴박스

“열간압연은 전공정인 제선, 제강 공정과 냉연 등 후공정을 연결해주는 허리입니다. 사람은 머리, 가슴, 팔다리가 잘 움직이고 이상이 없으면 건강하다고들 하죠. 그런데 허리가 부실하면 모든 게 다 무너집니다. 다리가 건강해도 걷지 못하고, 팔로 뭘 할 수도 없습니다. 머리가 잘 돌아간들 생각한 바를 구현해내질 못합니다. 그래도 요즘은 허리가 중요하다는 걸 알고들 있습니다. 그래서 ‘코어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들을 하죠. 제철소도 마찬가지입니다. 열간압연에서 조업이면 조업, 기술혁신이면 기술혁신으로 든든히 받쳐주지 못하면 전후 공정 모두 흔들리고 맙니다.”

그는 포스코의 최종제품들이 품질 면에서 획기적으로 좋아지는 시기를 잘 살펴보라고 말을 덧붙였다. 그 시기가 열간압연 부문에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적용하고, 설비개선 등으로 조업안정을 이룬 시기와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 아마 그의 말이 맞을 것이다. 회사나 조직도 중간 관리자급, 즉 허리가 강할수록 뛰어난 회사, 뛰어난 조직이지 않는가.

안전모와 보호안경을 쓴 남자 분이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연연속열간압연으로 세계 최초, 최고의 역사를 쓰다 라고 쓰인 글꼴박스
그렇다면 포스코는 열간압연 분야에서 어떤 기술혁신을 이루어냈을까?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는 무언가를 갖고 있는 것일까?

세계 최초도 있고, 세계 최고도 있죠. 바로 '연연속열간압연 기술'입니다. 라고 쓰인 글꼴박스

본래 열간압연은 두툼한 직육면체 철강 덩어리인 슬래브(Slab)를 1차로 압연해 좀 더 얇은 바(Bar) 상태로 만든다. 그리고 이 바를 다시 압연해서 최종 열연코일이란 얇은 철판을 만든다. 물론 최종 철판은 두루마리 휴지처럼 둥글게 감은 형태 즉, 권취(捲取)코일이다. 그런데 하나의 슬래브를 열연코일로 만들면 맨 앞과 끝부분은 불규칙한 모양이 돼서 잘라내야 한다. 물론 버리지 않고 재활용하지만 아무래도 생산성은 떨어진다. 여기서 하나의 아이디어가 나왔다. 슬래브를 1차로 압연한 ‘바’ 끝부분(tail)과 뒤따라오는 선단부(front)를 연결해 붙여서 한 호흡으로 압연하면 이렇게 잘라내는 부분이 없어진다. 게다가 슬래브 하나를 압연하고, 다음 슬래브를 또 압연하다 보면 대기시간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1차 압연한 바와 바를 연결해 한 번에 압연하면 대기시간도 필요 없게 된다. 높은 품질과 최대 생산을 큰 가치로 삼는 열간압연 부문에서 참 욕심나는 기술이다. 그래서 포스코는 이 기술을 적용하기로 했다.

연연속열간압연은 세계 어디서도 하고 있는 곳이 없습니다. 우리가 도입한 게 2006년인데 아직까지도 하고 있는 데가 없습니다.라고 쓰인 글꼴박스

전례가 없는, 완전히 백지상태에서 시도하는 연연속열간압연. 철강인이라면 가슴 뛰는 시도이지만 낯설어서 두렵지 않을 수 없는 도전이기도 하다.

스스로의 기록을 넘고 또 넘으며 라고 쓰인 글꼴박스
안전모와 보호안경을 쓴 남자 남자 두명이 천장을 가리키며 무언가를 응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말이 세계 최초지, 무모하다고 할 수 있는 시도지요. 그럼에도 우리 모두에게는 정말 환상적이고 새로운 감동을 주는 일이었습니다. 과연 두꺼운 바를 순식간에 접합하고 압연기에 통과시킬 수 있을까? 정말 계획한 대로 그렇게 빠른 속도로 진행하면서 앞뒤 소재의 위치를 정확하게 제어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우주 왕복선을 개발해 화성을 탐험하는 거대한 프로젝트에 도전하는 기분이랄까요? 신일철, JFE스틸 같은 세계적 일본 철강사들도 이 연연속열간압연에 도전했다가 실패했으니까요. 그런데 후발주자인 우리 포항 2열연공장이 연연속열간압연에 과감하게 도전하고 나선 겁니다. 그때 참 설레기도 했고, 걱정도 많았습니다. 밤잠을 설칠 수밖에 없었죠.”

연연속열간압연 시험조업을 할 때는 공장, 기술팀, EIC기술부, 기술연구소, 일본 설비공급사 엔지니어 등 모두가 현장에서 소재를 따라 뛰어다녔다고 한다. 실패하면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고, 접합이 성공하는 등 한 가지 시도를 성공하면 전부 한 목소리로 기쁨의 환호성을 내지르면서. 연연속열간압연이란 초유의 도전은 이렇게 걸음마를 시작했다.

“당시 일본 설비공급사에서 ‘호리이(堀井)’라는 박사 한 분이 슈퍼바이저로 파견을 나와 있었습니다. 이 양반이 참 꼼꼼하고, 예리한 양반이었는데 테스트를 하면 그 데이터를 하나하나 분석하고 정리해 보여줬습니다. 그렇게 얻은 결과는 다음 작업에 아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권영국 명장은 이러한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 ‘새로운 기술인 연연속열간압연을 우리 것으로 만들려면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 능력이 필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그래서 그도 하루하루 작업한 내용과 기술개발 내용을 데이터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2열연공장에서 생기는 일이라면 아무리 사소한 내용이라도 엑셀 시트에 빠짐없이 기록해두고 있다.

이렇게 달성한 세계 최초의 연연속열간압연 성공. 그런데 세계 최초이자 세계 유일이다 보니 자칫하면 이 분야에서 목표를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에 포스코는 목표를 다잡았다. 연연속열간압연 기록에 대한 도전이 바로 그것이다. 차근차근 연연속열간압연으로 생산해 내는 슬래브 매수를 늘려가던 포스코는 2013년 연연속열간압연 80매라는 신기록에 도전했다. 이는 권영국 명장에게 좌절과 희열을 동시에 안겨준 잊지 못할 도전이었다.

“연연속열간압연 80매(슬래브 80개를 하나로 연결)를 생산하려고 연구소와 제철소 내 여러 부서의 도움을 받아 도전을 시작했는데요. 첫 번째 도전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문제로 고배를 마셨습니다. 연연속기술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잘라낸 최종제품 잔편(殘片)을 모아놓은 곳에서 잔편을 제때 처리하지 못하는, 말도 안 되는 부주의로 도전이 중단된 거죠. 어렵게 한 번 더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만 문제는 모여있는 잔편을 처리할 시간이 모자랐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제때 처리하지 못할 거라며 포기하려는 분위기였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다른 이들이 모두 퇴근한 뒤 외주사의 도움을 받아 비옷을 입고 냉각수가 떨어지는 공장 지하로 내려갔습니다. 거기서 어렵게 잔편들을 밀고 당기며 처리했는데요. 이렇게 가까스로 다시 80매 연연속열간압연에 도전해 결국 성공했는데 그때가 새벽 3시였습니다.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죠. 몸은 파김치가 됐지만 기분만큼은 하늘을 날 듯했습니다.”

권영국 명장은 이런 게 바로 철강인의 사명이고, 또 보람이지 않겠느냐며 회상에 잠긴다. 이렇게 써 내려간 신기록 행진은 2013년 연연속열간압연 95매라는 기록에서 정점을 찍는다. 95매 연연속열간압연에 걸린 시간은 무려 ‘2시간 8분’. 긴 시간 동안 열간압연이 끊김 없이 지속되는 것을 상상해 보라. 그렇게 해서 나온 열연코일의 길이는 자그마치 ‘98㎞’였다. 열연만큼이나 뜨거운 열연인의 열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설비 트러블에서 배우다 라고 쓰인 글꼴박스

권영국 명장이 열연이라는 평생의 벗을 만난 것은 고등학생 시절 견학을 나와서였다. 그는 열연공장이라는 곳을 처음 보자마자 어마어마한 규모에 압도당했다. 1200도가 넘는, 벌겋게 달아오른 슬래브가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지나가는 모습, 슬래브가 롤들을 지나면서 얇은 철판이 되어 나오는 모습 등이 신기하기만 했다. 롤을 지난 뒤에는 엄청난 속도로 내달리듯이 제품이 튀어나오는 것도 인상 깊었다고. 거대한 공장 안에 사람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점도 생경했다고 한다. 여기서 권영국 명장은 자신도 학교를 졸업하면 이 공장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에 휩싸였다. 그렇게 맺은 인연은 40년이 흐른 지금 더 끈끈한 인연으로 발전해 명장이라는 타이틀까지 안겨주었다. 이 분야 최고봉이라는 명예를 얻은 그는 그때 그 선택을 한 자신이 기특하다고 한다.

그렇게 입사한 포스코 열연공장. 그곳에서 마주치는 거대한 설비들은 그에게 움직이는 거대한 생명체처럼 느껴졌다. 이 생명체는 사람이 조금만 실수해도 어디로, 어떻게 튈지 모르는 존재였다.

사소한 실수가 엄청나게 큰 문제를 만들고, 엄청난 변화를 일으키는 걸 제 눈으로 수없이 봤습니다. 현장은 늘 집중해야 하는 곳이란 걸 느껴요 라고 쓰인 글꼴박스

당시 그는 수많은 사고(事故)를 경험하면서 올바른 사고처리 방식도 익혔다. “사고가 터지면 맨 처음 해야 하는 일이 안전을 확보하는 겁니다. 그러고 나서 뜨거운 소재가 냉각되기 전에 현재의 상태를 정확히 체크해서 판단해야 합니다. 그다음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방안을 선택하고 신속하게 움직여야죠. 이 모든 걸 해내야 하는 시간이 3분입니다. 골든타임이죠.”

그는 사고를 남다른 시각으로 읽는다. 사고는 나지 말아야 할 존재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사고가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기존의 방식, 현재의 상태에서 일어난 사고는 절대 생겨서는 안 되는 사고다. 다만 새로운 시도, 개선을 위한 시도 때문에 생기는 사고는 긍정적 측면도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다.

“저도 사고 많이 쳤습니다. 지금도 그렇고요.” 그는 사고를 스승으로 삼는다고 한다. 사고는 문제를 제기한다. 그리고 그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기술개발, 설비개선 등이 일어난다. 결코 바람직하지 않지만 전쟁이 일어나면 군수 관련 산업 중심으로 기술혁신이 일어나는 것과 비슷하다. 문제는 일단 일어난 사고를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장에 문제가 생기면 제일 먼저 달려갔습니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때도 많았어요. 그땐 절망도 하고, 좌절도 하죠. 하지만 해결했을 때 느끼는 즐거움은 엄청난 희열을 줍니다. 사고는 예방해야 하지만, 이미 벌어진 사고는 피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는 수밖에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그래서 저는 이 말을 아주 좋아합니다.”

실패해도 괜찮아...과정에서 교훈과 노하우 얻어내길 라고 쓰인 글꼴박스

이제 명장이 된 권영국. 권영국 명장에게 명장이라는 타이틀을 목표로 도전하는 후배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느냐고 물었다.

“일을 즐기면서 하라고, 그렇지만 일에만 매몰되지 말고 노는 것도 그만큼 열심히 하라고 하고 싶어요. 도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처음부터 거창한 것에 도전하기는 힘드니 작은 일에라도 도전해야 합니다. 작은 성과가 모이면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기 때문입니다.

긍정적인 자세도 중요합니다. 일에 임하는 태도는 결과에 막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그렇기에 긍정을 배우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배우는 데 주저할 필요가 없습니다. 멘토를 찾아 배우는 것이 으뜸이기에 주변을 돌아보고 멘토를 찾아 배우는 데 게을리하지 말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패에서 교훈을 얻으라는 것입니다. 실패했다는 것은 시도를 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모두가 완벽할 수는 없기에 조금 부족하더라도 일단 실행해야 합니다. 그런 뒤에 실패에서든 성공에서든 교훈과 노하우를 얻어내야 합니다.”

어떤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된다는 것, 금메달을 딴다는 것은 존중받아야 할 위대함이다. 한 분야에서 나름대로 잘 나간다는 존재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이 현대사회다. 그런 치열한 전장에서 최고의 자리에 선다는 것은 남다른 노력 위에 더욱 치열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므로 포항 열연공장의 연연속열간압연 세계 최초, 세계 최고, 세계 유일의 기록은 자랑할 만한, 아니 자랑해야만 할 업적이 아닐 수 없다.

그 자랑스러운 기록의 한가운데 서있는 뜨거운 열연인 권영국 명장은 오늘도 조용히 자신의 일터에서 새로운 시도를 꿈꾸고 있다.

권영국 명장은 이라는 제목 아래 남자 프로필 사진과 관련 인터뷰 내용이 담겨있다. 1963년 충북 괴산의 시골마을에서 2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1979년 포철공고에 진학하면서 포항 땅을 밟았다. 1982년 4월 포스코에 입사한 그가 첫 근무지로 만난 곳은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으로 이곳에서 열간 마무리 압연 운전을 담당하며 현장을 누볐다. 압연반장으로 근무하던 중 2005년에 2열연공장 신예화 마무리, 연연속 운전을 담당하게 되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됐다. 새로움 속에서 더 큰 발전의 기회를 찾아낸 그는 2열연 신예화 연연속과 마무리 압연에 진력하는 한편, 새로운 운전 방안을 정립하고 기술개발을 통해 열간압연 전문가로 차분히 성장해나갔다. 현재는 열연 공정관리 업무를 진행하면서 후배들에게 자신이 축적한 노하우 전수에 진력하고 있다. 
압연기능장(2003년), 금속재료기능장(2018년), 산업안전기사(2010년) 등 현업에서의 응용성이 높은 분야의 자격증 취득해온 그는 창립기념 모범사원 2회(2009년, 2014년), 산업현장교수(2018년), 우수숙련기술자(2020년) 등도 수상했는데, 특히 2018년에는 철강생산직 직원으로서는 한국철강협회 창립 이래 사상  처음으로 ‘철의 날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이 콘텐츠는 포스코그룹 통합 소통채널 ‘포스코투데이’를 토대로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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