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넘어지고 깨지고, 이 바닥이 콘크리트 바닥이 아니라 모랫바닥이었으면 참 좋겠어요. 그럼 마음껏 사업할 텐데..”
드라마 스타트업 대사 中
창업은 누구에게나 낯설고 두려운 경험이다. 콘크리트 바닥처럼 딱딱한 기존 사업 생태계에 열심히 부딪혀 일명 피땀눈물이 서린 결과를 얻는 과정.
만약 내가 몸담고 있던 회사가, 이런 모랫바닥이 되어주겠다고 발벗고 나선다면 어떨까? ’19년 시작한 포스코의 사내벤처 제도 ‘포벤처스’가 바로 포스코가 사내벤처 창업자들에게 제공하는 모랫바닥이다.
어느덧 햇수로 3년 차를 맞이한 포벤처스, 지난 ‘19년 1기로 선정돼 사업을 키워오고 있는 3사 -㈜이옴텍, ㈜클라우드허브, 브이피피랩- 대표에게 사내벤처 설립 REAL 후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Q.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와 포벤처스를 통해 창업한 회사 및 사업분야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주세요!
이옴텍 박영준 대표(이하 ‘이’): 안녕하세요? ㈜이옴텍(http://iomtek.com/) 대표 박영준입니다. 저는 포스코 광양연구소에서 근무하던 중 슬래그 기술 개발과 강건재 솔루션 마케팅 활동 경험을 통해 슬래그로 폐플라스틱을 쓸모 있게 만드는 아이디어가 떠올라 벤처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저희는 폐플라스틱과 제철소 부산물인 슬래그를 융합해 건축 및 토목용 복합 재료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사내벤처 창업 1호 기업으로 창업했고, 같은 해 12월 첫 매출을 올렸죠. 현재도 산학연협력실, 강건재마케팅실과 소통하여 사업을 열심히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클라우드허브 최익규 대표(이하 ‘클’): (주)클라우드허브 대표 최익규입니다. 포스코ICT에서는 포스코의 SM업무를 담당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포벤처스를 통해 ‘컨테이너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AI 인프라 플랫폼’ 개발 중에 있습니다.
브이피피랩 차병학 대표(이하 ‘브’): 브이피피랩(https://www.vpplab.kr/#solution) 창업자 차병학입니다. 저는 포스코에너지에서 신사업으로 추진하던 VPP사업(가상발전소 운영사업)의 플랫폼기술을 개발하고 있어요. 브이피피랩은 재생에너지 생산부터 관리까지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현재 포스코의 벤처 육성프로그램인 IMP(아이디어 마켓 플레이스)에 선정되어 사업 지원을 받고 있고, 최근에는 제주지역 에너지 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Q. 포벤처스를 활용하시면서, 가장 만족스러운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브: 현재 누구나 알고 있는 IT 공룡기업들의 시작은 모두 작은 벤처였습니다.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든 시작해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훌륭한 사례들이죠. 하지만 누구나 창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실패하면 돌아갈 곳이 없다는 불안감 때문이죠. 다행히 포벤처스 제도의 가장 큰 장점, ‘다시 돌아갈 곳이 있다’라는 안정감이 있었어요. 좋은 아이디어는 있는데 도전을 할까 말까 주저하고 있을 때, 실패해도 나를 받아줄 친정이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창업의 길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험난했지만 한편으로는 포벤처스 덕분에 든든했습니다.
이: 현재 대기업의 47%가 사내벤처를 운영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는 사내벤처 제도가 비단 도전자들뿐 아니라, 기업에도 승산이 되는 제도로써 서로 윈윈하는 전략임을 의미하겠죠. 벤처 제도 활용을 통해 사업 다각화를 위한 신동력을 발굴하고, 인재들의 잠재력을 자극해 보다 창의적인 문화와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으니까요. 저 같은 경우, 포벤처스를 통해 여러 가지 교육과 멘토링으로 비즈니스 마인드를 기를 수 있었던 게 가장 만족스러운 점이라고 생각해요. 아직은 엔지니어의 습성이 남아있긴 하지만 인큐베이팅 기간 동안의 멘토링을 통해 시야도 넓어지고 비즈니스 마인드도 생겨났습니다.
클: 저는 포벤처스 제도가 훌륭한 인재들이 가진 노하우와 전문성을 십분 활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제도라고 자신합니다. 가시밭길과도 같은 창업이지만, 뜻이 있다면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어려운 길을 가는데 포스코 사내벤처 제도가 정말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클라우드허브가 포벤처스 1기 성공사례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Q. 사내벤처제도의 한계도 느끼실 것 같은데요.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이 있나요?
브: 타 기업의 사내벤처에 대해서는 잘 모르긴 하지만, 포스코의 지원 내용과 창업 환경은 초보자들을 위해 비교적 잘 구축되어 있다 생각됩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분명 있어요. 이제 막 창업한 기업들이 포스코의 그룹사와 협업할 수 있는 기회는 아직 많이 없는 것 같아요. 앞으로는 그룹사들과의 협업할 수 있는 자리가 많이 마련되고, 그렇게 성공한 사례들이 모여야 후배들도 용기를 내 도전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다고 생각합니다.
클: 보다 시장에서 빨리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저희가 개발한 아이템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지속해주었으면 합니다. 창업 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지원이 단절되는 느낌도 없지 않아 있어서요. 정글에 던져졌지만, 여전히 어미에게 케어받고 있다는 정서적 안정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부분은 개선이 되었으면 해요.
이: 슬프게도 창업한 회사 중 85%가 3년 뒤 문을 닫는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포벤처스의 경우, 제도의 취지와 스타트 과정의 지원은 아주 휼륭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창업을 유도하는 것 못지않게 시장에 안착하는 것도 중요한데, 이 부분에서도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삭을 잘 맺어 계속되는 ‘농사’가 가능해 더 많은 사람과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선순환 사이클을 만들 수 있게 지원을 지속해주었으면 좋겠어요.
Q. 마지막으로, 이것 하나 이뤄낼 수 있다면 참 보람 있겠다. 싶은 것
이: 다들 우리나라 플라스틱 소비량이 세계 1위인 거 아시나요? 평소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 이슈를 접할 때마다 이 문제점을 철강 기술과 접목해 해결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이옴텍이 단순히 한국에서의 성공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향후 폐플라스틱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발도상국에까지 기술을 전파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브: 다음 세대들이 살아갈 보다 더 나은 환경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솔루션이 관련 산업에 적극적으로 활용되었으면 합니다. 그 중심에 저희 브이피피랩의 플랫폼 기술이 공을 세울 수 있다면 더욱 보람되겠죠. 포벤처스 출신으로서, 포스코의 2050 탄소 중립 실천에 앞장서며 ‘Green with POSCO’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클: 제가 가진 AI 인프라 플랫폼 기술이 시장성이 있다는 강한 자신감에 창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저처럼 많은 벤처가 시장에서 인정받아 그것이 수익으로 이뤄지면 참 좋겠습니다. 물론, 클라우드허브가 앞으로 양성될 포벤처스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사례가 되어 사내벤처 제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일조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사내벤처 제도는 일방적 투자에 가까웠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서로를 파트너로 인식하고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점차 진화하고 있다.
‘Challenge With POSCO’
포스코 또한 ‘함께 성장하고 싶은 회사’가 되기 위해, 사내벤처 제도를 지속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포스코의 푹신한 모랫바닥에서 자라난 벤처기업들이 앞으로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더 나아가 미래 세대들에게 또 다른 모래사장을 제공해줄 수 있을 때까지! 포벤처스의 고군분투는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