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이 글로벌 철강공급과잉과 경제블록화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를 돌파하기 위해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그룹 시너지를 통한 <미래를 여는 소재, 초일류를 향한 혁신>의 비전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이번 특집기획의 첫 번째 시리즈로 포스코그룹이 글로벌 철강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그룹 시너지를 활용한 에너지 인프라시장에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모습을 소개한다. 포스코그룹은 글로벌 에너지 정책과 연계해 절대적 기술 우위와 그룹 시너지로 미래시장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 포스코가 세계 최초 개발한 고망간강과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글로벌 LNG 밸류체인을 강화하고 있다.
1편에서는 글로벌 철강 경쟁력 1위 포스코가 세계 최초 개발한 신소재 고망간강에 대해 소개한다.
최근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나 수소로 에너지를 전환하는 과정에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기술과 경제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석탄 등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인 ‘브릿지 에너지’로 각광 받고 있는 것이 LNG(액화천연가스 : Liquefied Natural Gas)다.
특히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제한 조치를 완화하고, 관세와 연계해 통상 협상 카드로 활발히 활용함에 따라 LNG생산, 저장 및 운송, 활용 등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시장의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이에 포스코그룹은 그룹 내 시너지를 모아 LNG 관련 생산-운송-저장/판매-건설에 이르는 글로벌 밸류체인 확장에 힘쓰고 있다. 특히 LNG 시장에서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신소재인 LNG 저장탱크용 극저온 고망간강과 이 소재를 세계 최초로 적용해 포스코이앤씨가 건설한 포스코인터내셔널의 LNG 터미널이 대표 사례다.
포스코그룹 장인화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그룹 경쟁력 핵심은 기술의 절대적 우위 확보이며, 이를 통해 미래시장 변화를 주도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 에너지 정책 기조 변화에 발맞추어 밸류체인 간 연계 강화를 통해 수익성 제고의 기회를 찾기 위해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고망간강 후판 생산공정.
LNG는 천연가스에서 암모니아, 황화수소, 이산화탄소 등 불순물을 제거하고 대량수송을 위해 -163℃에서 약 1/600로 압축 및 액화해 선박으로 운반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이에 LNG를 대량운반 및 저장하기 위한 인프라는 극저온성과 함께 고강도와 내마모성 등 특별한 물질적 특성이 요구된다.
우선, 매우 낮은 온도에서 액체 상태를 유지해야 하므로 극저온인성(매우 낮은 온도에서도 충격이나 하중에 견디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또한, 저장 탱크나 운반 중 강한 압력과 외부 충격을 견딜 수 있어야 하므로 고강도(높은 인장 강도와 탄성)와 내마모성(마모와 부식에 대한 저항성)을 갖춘 재료가 사용되어야 한다.
기존 LNG 탱크용으로는 주로 고가 원료인 니켈·알루미늄 등의 합금소재가 사용되고 있었으나 니켈은 일부 국가에서만 생산되어 공급이 불안정하고, 수급 상황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큰 문제가 있다. 이 외에도 까다로운 작업공정, 낮은 강도 등의 단점을 지녔다.
포스코는 2008년 국제 환경규제 강화에 따라 LNG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LNG 저장 및 운송을 위한 소재시장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신소재 개발의 필요성을 느껴 망간 합금강을 주목하며 고망간강 개발에 착수했다.
당시 망간 합금 시장에서 고망간강은 기술력 측면에서 구현이 어려운 제품이었다. 강철에 망간을 첨가하면 내마모성과 강도가 높아지지만, 소재 특성상 밀도가 높아 단단하나 부서지기 쉽다. 하지만 포스코는 수십 년간 철강분야에서 축적한 기술 노하우의 산물인 제어압연과 냉각기술로 망간을 포함하면서도 강도가 우수한 제품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고망간강 후판공장 제품 적치.
포스코가 독자 개발한 고망간강은 철에 다량의 망간(Mn, 22.5~25.5%)을 첨가해 -196℃의 극저온에서도 우수한 기계적 특성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고강도, 내마모성, 비자성(非磁性, 철의 전자기적 성질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성질) 등 다양한 성능을 특화한 철강소재다.
포스코의 고망간강은 LNG 운송, 저장용 소재로서 모든 조건을 만족할 뿐만 아니라 기존 적용하던 소재보다 비교우위의 장점을 지니고 있다. 포스코의 고망간강은 소재 성질과 가공성에서는 강도가 높으면서 연신율(강재가 끊어지지 않고 늘어나는 비율) 또한 우수하다. 특히 고망간강에 첨가하는 망간은 전 세계적으로 매장량이 풍부하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기존 소재로 쓰이던 9%니켈강 대비 약 30% 저렴하다.
신소재인 고망간강은 물질적 장점이 다양하고 원가 경쟁력도 뛰어나지만 기존 소재가 장악하고 있는 시장을 뚫고 진입하거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면 소재의 안전과 기능성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가 있었다. 이에 포스코는 고망간강의 개발과 상업생산 프로세스 개선은 물론 용도별 국제 규격과 표준기술 등록에도 적극적이었다.
LNG용 소재 관련 국제 기술표준은 크게 미국재료시험협회, 국제해사기구, 미국석유협회 등에서 관리하고 있는데, 포스코는 지난 2015년부터 해양수산부, 한국선급, 한화오션 등 학계·전문기관과 협업하여 극저온용 고망간강의 국제 기술표준 등재를 위해 노력해 왔다.
2017년에는 금속·비금속 등 모든 재료의 시험 연구 및 규격 입안·제정을 관장하는 기구인 미국재료시험협회(ASTM, American Society for Testing and Materials International) 표준 기술로 등재됐다. ASTM에 등재된 기술들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기술자들의 표준 규정으로 사용되고 있어, 포스코의 극저온용 고망간강이 세계적으로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소재로 인정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8년에는 국제해사기구(IMO)*로부터 선박 LNG 탱크용 극저온용 고망간강 적용에 관한 국제 기술표준을 임시승인 받는 성과가 있었다. 당시, 포스코가 개발한 극저온용 고망간강이 선박의 LNG탱크의 소재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국제 기술표준 등재가 필요한 상황이었으며 이를 통해 선박의 기국(선박의 등록 국가)이 승인하는 조건 하에 LNG탱크 등으로 고망간강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국제해사기구(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선박안전, 보안 및 해양오염 방지 등에 관한 60여 개 국제협약의 제‧개정과 관련 결의서 1,950여 종을 관장하는 UN 산하 전문기구
이어 2022년에는 고망간강의 적용에 관한 국제 기술표준이 정식으로 채택되어 기국의 승인 없이도 선박의 극저온 화물이나 연료탱크 등으로 활용될 수 있게 되었다. 2024년에는 LNG뿐만 아니라 암모니아에 공통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화물 및 연료탱크 소재로 정식 규격 등록됐다. 암모니아는 수소의 저장 운송 매체로도 활용될 수 있다.
2023년에는 미국석유협회(API, American Petroleum Institute)로부터 육상 저장탱크 국제코드인 API 620 등록을 승인받았다. 국내 독자 개발 소재가 API 620코드에 등재된 것은 고망간강이 최초이며 이로써 글로벌 LNG 터미널 프로젝트에 포스코가 개발한 고망간강을 적용할 수 있게 됐다.

▲광양 제2 LNG 터미널 7호기 탱크 내부.
포스코의 고망간강은 10년간 다양한 글로벌 인증기관에서 제품의 신뢰성을 입증하며 표준 인증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LNG인프라 등 실제 산업 분야에서도 꾸준히 트랙 레코드를 달성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석유와 LNG를 포함하는 천연가스를 통칭하는 유가스 밸류체인은 일반적으로 탐사와 생산 분야인 업스트림(Upstream)과 운송과 저장 분야인 미드스트림(Midstream), 발전소와 충전소 등 LNG를 소비하는 다운스트림(Downstream)으로 분류된다. 포스코의 고망간강은 탐사/생산을 제외한 미드스트림과 다운스트림 전 과정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고망간강이 저장과 운송 분야에서 활용된 대표적인 사례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광양 LNG 터미널 5, 6호기를 들 수 있다. 이는 현재 공사 중인 7, 8호기에도 적용하고 있다. 고망간강은 LNG 터미널 내조 탱크(Inner Tank)에 적용되는데 이는 영하 163℃의 LNG를 직접 담아두는 곳이다.
포스코는 산업통상자원부 및 한국가스안전공사와의 협력을 통해 극저온 저장탱크로서의 안정성 검증을 위해 고망간강 실증탱크를 제작하여 약 1천 회 이상의 LNG 채움 및 비움 시험을 비롯한 다양한 성능 시험을 시행했고, 이를 바탕으로 광양 LNG 터미널 내 20만㎥ 규모의 5호기 저장 탱크 내조에 고망간강을 적용함으로써 안정성을 재입증했다. 이 외에도 LNG운송차량의 저장탱크나 파이프라인에도 사용될 수 있다.
다운스트림 분야에서는 포스코가 2017년 세계 최초로 LNG추진선 ‘그린아이리스’호(재화중량톤수 5만 톤급 벌크선) 연료탱크에 고망간강을 적용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이어 지난 2022년에는 양산화와 가공성 검증을 마친 끝에 세계 최초로 LNG연료탱크를 한화오션의 초대형 원유운반선에 탑재시켰으며, 2024년에는 컨테이너선에도 LNG연료탱크에 고망간강을 적용했다.
한편 국제해사기구(IMO)가 2020년부터 선박의 황산화물 배출량을 3.5%에서 0.5% 낮추는 규제를 시행한 이후 선사들은 황산화물 배출이 거의 없는 LNG추진선을 속속 도입하고 있어, LNG 연료탱크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진공흡착식 크레인으로 이송되고 있는 고망간강.
LNG 밸류체인 외에도 포스코는 고망간강의 내마모성, 비자성 특성 등을 적극 활용해 신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2016년에는 세계 최초로 개발한 슬러리파이프용 고망간강을 엑손모빌의 컬 오일샌드 프로젝트*에 성공적으로 공급해 2017년 북미 지적재산협회 연례총회에서 화학·에너지·환경·소재 분야 ‘올해의 우수계약상’을 수상한 바 있다. 슬러리파이프는 원유를 함유한 모래인 오일샌드 이송에 특화된 강관으로, 고망간강을 적용하면 기존 소재 대비 내마모성이 좋아지고, 설비 수명과 파이프 교환 주기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어 플랜트 가동 효율이 높아진다.
*컬 오일샌드 프로젝트(Kearl Oil Sand Project) : 포스코가 고망간강 및 용접기술로 약 1.2㎞ 길이의 슬러리파이프를 제작하여 엑손모빌의 캐나다 컬 오일샌드 프로젝트에 약 1년간 시범 설치했는데, 실제 가동 조건에서 성능을 시험한 결과 마모 성능이 기존 파이프 대비 우수함을 확인했다.
또한 심한 변형 후에도 비자성 특성이 저하되지 않아 가공이 많은 비자성 구조물(초대형 변압기), 중전기기(산업용 모터, 선박용 발전기), 전자유도장치(자기부상열차), 초전도핵융합 발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최적의 소재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고망간강은 자성을 띄지 않아 잠수함, 함정, 군수용 전차에 적용할 경우 스텔스(은폐) 성능도 향상시킬 수 있어 방위산업 소재로 수요처를 확대하는 중이다.
포스코가 독자 개발한 고망간강으로 소재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더 나아가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극대화 하고 있는 포스코그룹. 2편에서는 광양 LNG 터미널을 중심으로 한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에너지 밸류체인에 대해 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