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근대 문명은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을 계기로 본격적인 전환점을 맞았다. 1769년에 등장한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은 방직기, 직조기 등 기계 혁명, 그리고 증기기관차, 증기선 등 교통수단의 혁명을 가져오며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왜 하필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시작되었을까?
당시 이웃한 프랑스도 과학기술의 수준만 놓고 보면 영국에 결코 뒤처지지 않았다. 오히려 국가 주도로 과학기술 연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영국이 산업혁명의 주역이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과학기술이 개화할 수 있는 제도적 토양 – 특허권 확립을 통한 인센티브 부여와 영리 활동의 폭넓은 자유 보장 – 이 자리하고 있었다.
결국 과학 기술의 성공은 단지 ‘무엇을 달성하겠다’는 목표 설정에 머무르지 않고, 그것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경로 설계에 달려있는 것이다.
I 탈탄소 전환의 과제는 실행 전략과 단계별 이행 계획의 구체화
영국은 산업혁명을 계기로 신속한 자동차 시대 전환을 예견했지만, ‘적기조례(赤旗條例, Red Flag Act)’ 규제로 새로운 기술로의 전환을 가로막아 오히려 혁신과 발전을 더디게 만들었다. 반면 미국은 규제 완화와 도로 인프라 확충 등을 지원함으로써 자동차 산업과 연관 산업의 동반 성장을 이끌었다. 즉, 혁신기술의 성공은 기술 보유 자체도 중요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와 인프라 구축 등을 기반으로 실질적 이행방안을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적기조례 : 증기자동차가 도로를 달릴 때 조수가 50미터 앞에서 붉은 깃발을 들고 걷게 함으로써 자동차의 속도를 시속 3.2km(도시), 6.4km(교외)로 제한.
철강산업의 탈(脫)탄소 전환(Decarbonization Transition)도 마찬가지이다. ‘2050 탄소중립’ 선언이나 궁극적으로 달성해야 할 목표 제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마치 길찾기 내비게이션 앱처럼 정해진 목표 장소에 어떤 경로로, 어떤 수단을 이용해 도달할 것인지가 규명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탈탄소 목표 성취까지의 시기별 마일스톤*, 이를 달성할 명확한 경로 설정과 이행 전략 수립, 그리고 중단기 성과에 초점을 맞춘 실행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마일스톤(milestone) : 프로젝트나 목표 달성 과정에서 특정 중요 시점이나 이정표를 의미함. 즉 프로젝트 관리에서 중요 단계, 성과, 또는 핵심 이벤트를 의미하며,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추적하고 관리하는 데 사용함.
지금까지 글로벌 탈탄소 전환을 이끌어오던 EU가 최근 에너지와 인프라 문제로 탈탄소 추진에 주춤하는 모습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탈탄소 전환 속도 조절에 나선 아르셀로미탈
조강 기준 세계 2위 철강사인 아르셀로미탈(ArcelorMittal)은 독일에서 추진하려던 수소직접환원철(H₂-DRI)•전기로(EAF) 전환 프로젝트를 최근 공식적으로 철회했다.
독일 정부가 총 13억 유로의 보조금 지급을 약속했음에도, 열악한 시장 여건, 높은 에너지 비용, 수소 기반 기술의 상업성 부족 등을 이유로 발을 뺀 것이다.
아르셀로미탈 유럽 CEO인 블라셰크(Reiner Blaschek)는 ‘독일 정부 차원에서 에너지시장 개편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가 어느 수준으로, 언제 실현될 지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 장기적 사업계획 수립이 어려웠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앞으로는 원자력 중심으로 안정적인 에너지 정책을 펴는 프랑스 등 경쟁력 있는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나라에서만 신규 전기로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 ‘EU 경쟁력 미래 보고서’를 발표한 마리오 드라기(Mario Draghi)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모습. [사진 출처 :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 – 시청각 서비스]
글로벌 컨설팅사인 딜로이트(Deloitte)는 「철강: 탈탄소의 길(Steel: Pathways to Decarbonization)」(2023년 9월 발표) 에서 철강산업의 궁극적인 탈탄소 전환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로 다음의 여섯 가지를 지목한다.
이 중 앞선 세 가지는 민간(기업)이 기술개발과 투자를 주도하되 정부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라면, 나머지 세 가지는 정부가 인프라와 시장을 설계하고 규범을 마련해가는 가운데, 기업이 그 안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부분들이다. 다시 말해, 탈탄소 전환은 결국 정부와 기업의 상호보완적 역할 분담이 요구되는 공동의 초거대 프로젝트인 것이다.
I 전향적 민관 협업(collaboration) 체계 구축을 통한 실행력 강화
정부와 기업의 전향적 협업 구조는 데이비드 오스본 & 테드 게블러가 「정부를 혁신하라(Reinventing Government)」 (1992)에서 언급한 ‘기업가적 정부(Entrepreneurial Government)’ 모델의 현실적 사례가 될 수 있다.
경쟁의 법칙이 기업간(Company-to-Company) 경쟁에서 국가간(Country-to-Country) 경쟁으로 바뀐 지금, 정부와 기업이 한 팀이 되어 향후 5년, 10년 단위의 탈탄소 중단기 전략을 논의하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이행 수단, 지원과 보상 방안, 산학연정 역할 분담을 촘촘히 설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울러 제반 성공 조건 중 하나라도 어긋날 경우에 대비한 플랜(Plan) B 마련, 실패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고 최소화할 리스크 관리 등 마치 강도(强度, Strength)와 연성(延性, Ductility)이 잘 어우러진 고급 철강 제품처럼 실행력과 유연성을 동시에 갖춘 이행 경로(Transition Route) 설계가 필수적이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 진행 중인 일본 철강산업의 탈탄소 전환 관련 민관 협력 모델은 비전과 목표를 공동 설정하고 위험을 공유하며 역할을 분담하는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을 만하다.
일본 정부의 탈탄소 지원 노력과 민관 파트너십
일본은 2023년 GX(Green Transformation) 추진전략을 발표하여 향후 10년간 민관 협력으로 150조엔 규모(정부 20조엔)의 투자를 추진할 예정이다. 정부의 정책 수립과 조정의 중심 역할을 바탕으로, NEDO(New Energy and Industrial Technology Development Organization;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가 2조엔 규모의 GI(Green Innovation) 기금을 조성하여 탈탄소 혁신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GI 기금의 철강 분야 지원금은 1,935억엔에서 4,499억엔으로 대폭 상향된 바 있다.
또한 일본 정부는 기술개발 뿐만 아니라 그린스틸 시장 창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경제산업성은 녹색철강(green steel) 시장이 확립될 때까지 초기 단계에서 수요 촉진을 위한 인센티브 제도 활용하여 자동차 분야 등에서 강재 수요를 창출하고, 그린구매법 개정을 통해 공공 조달에서 우선적 지원을 통해 시장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그린프리미엄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높여 탄소저감에 대한 비용과 효익을 밸류체인 내에서 공동분담 하겠다는 취지이다.
일본 정부는 제도 설계단계에서 유식자(有識者) 회의 등을 통해 업계, 기관, 협회의 전문가 의견을 지속적으로 청취함으로써 실효성 있고 연속성 있는 정책 수립과 운영을 추진하고 있다.
I 포스코 : 리얼 옵션 기반 실행 중심의 탈탄소 전략
2024년 6월 26일,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실증기술개발사업이 국가연구개발사업평가 총괄위원회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것은 철강 산업의 궁극적 탈탄소 해법에 대한 제도적 인정과 함께 본격 실행을 위한 의미 있는 첫걸음으로 평가된다. 이는 단순한 기술개발을 넘어, 대규모 설비와 재정이 수반되는 산업 구조 전환의 실질적 출발점이자, 정부와 민간의 전략적 분업 체계가 시도되는 상징적 사례이다.
포스코는 실현가능성에 기반해 실질적인 탄소 감축을 가능케하는 ‘리얼 옵션(Real Option)’ 기반의 구체적인 탈탄소 전략을 이행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탄소 감축 수단별 비용 경제성과 기술 성숙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중단기 감축 추진방향을 수립하였다.
우선 2030년까지는 고로 기반 저탄소 브릿지 기술과 전기로 도입을 통해 탄소 감축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다. AI 기반의 운영 효율화 기술 도입을 비롯해 HBI(Hot Briquetted Iron), 펠렛(Pellet) 등 저탄소 원료 사용 증대와 고로 수소 취입기술 개발 등을 통해 기존 고로에서의 석탄 사용을 줄이고, 철스크랩 다량 사용을 위한 상저취 전로 기술 개발과 전로 HMR(Hot Metal Ratio)하향 운영으로 탄소배출을 줄일 예정이다.
또한 2026년 준공을 목표로 현재 연산 250만톤 규모의 대형 전기로가 광양제철소에서 건설 중에 있다. 전기로에서 생산한 쇳물은 바로 활용되거나 고로에서 생산한 쇳물과 혼합하는 용해스크랩 장입기술을 통해 탄소저감 강재를 생산할 예정이다.
포스코의 탈탄소 혁신기술인 하이렉스(HyREX)는 정부 국책과제와 연계한 실증 데모 플랜트 운영을 통해 핵심실증기술 확보로 상용화 기반을 구축하고, 2030년대 중후반 이후 청정 에너지 인프라와 경제성 있는 대량 수소 공급체계 구축을 전제로 상용 플랜트로의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 기술 개발, 설비 투자, 원료 구매, 에너지 조달 등 중장기 종합 전략이 포함된 포스코 ‘2050 탈탄소 로드맵’. [2024 포스코홀딩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中]
수소환원제철 상용화를 위해서는 1) 수소환원제철 상용기술 확보 뿐만 아니라, 2) 경제적이고 안정적인 무탄소 전력 인프라와 대규모 청정수소 공급체계 구축, 3) 탄소저감 강재 시장 창출과 그린 프리미엄 등 CO2 감축비용 분담에 대한 시장과 고객 수용성 확대, 4) R&D 실증을 포함해 상용설비 건설투자와 운영 등에 대한 정부 지원정책 등 대내외 제반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
I 환경적 가치를 경제적 가치로, 실현 가능한 정책이 핵심
기업의 탄소중립 이행 전략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는 목표 제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국가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의 컨트롤 타워로서 정부는 기업의 탈탄소 전략을 정책에 녹여 경제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상설 협의체 등을 통해 민간기업과의 소통 체계를 구축, 긴밀하고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정책 불확실성을 해소함으로써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등 목표 수립, 규제혁신, 정책지원 등에서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결국 정부의 현실적 정책 전환이 전제되어야만 기업의 탈탄소 전략은 비로소 실현가능한 옵션이 될 수 있다.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NDC) : 각 회원국이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책임과 역량을 고려해 자발적으로 얼마만큼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것인지를 유엔기후변화협약에 공식적으로 제출하는 계획.
철강산업은 대표적인 난(難)감축산업으로 꼽힌다. 현재의 고로 생산방식은 히타히트 철기 문명(기원전 1600년경)이래 가장 효율적인 철강생산방식이다. 자연 상태의 철광석에서 고품질의 쇳물을 대량 생산하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며 운영설비 역시 중후장대하다. 하루 생산량은 중형차 약 1만 5,000대에 달하는 규모이다.
전통적인 고로 생산방식의 석탄 사용을 혁신적으로 줄이더라도, 중후장대한 설비의 순차적 교체를 위한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고, 그 교체된 설비를 운영하기 위한 대체 에너지원(청정수소, 무탄소 전력)의 인프라 구축 등이 요구된다. 그러므로 저탄소 혁신기술 개발과 함께 설비전환, 인프라 구축 등을 위한 막대한 투자와 장기간의 노력이 불가피한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합리적이고 실현가능한 2035 NDC 수립이 필요하다. 수소환원제철 등 미래 혁신기술의 상용화 시점과 대규모 인프라 구축 등 전제조건을 면밀히 고려하고, 글로벌 경쟁력과 국내 철강산업 생존 전략이 함께 담긴 감축경로를 설정해야 한다. 앞으로 10년간은 저탄소 브릿지 기술과 에너지 고효율화, LNG 등을 통해 실질적 감축을 구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혁신기술 개발을 병행해야 한다. 이러한 현실적 접근이 NDC 2035 목표 수립의 핵심 기반이 되어야 할 것이다.
동시에 기업이 저탄소 철강을 생산해도 이를 수용할 시장이 충분하지 않다면 탈탄소 전략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정부는 탄소저감 철강제품의 표준화와 공공조달을 통해 선제적으로 시장을 창출하고, 시장의 수용성을 높여 그린 프리미엄 시장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한다. 또한 정부의 제도적 탄소감축 기준 설정, 세액공제 등 그린 프리미엄 보상체계 확립을 위한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환경적 가치를 경제적 가치’로 전환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감대의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은 탄소저감 철강제품의 가격경쟁력 확보와 시장 안착을 위한 전제 조건이다. 밸류체인 전반에서 비용과 효익을 모든 경제주체가 공유한다는 인식을 확립해야 하며, 생산자에게만 전가되던 ‘오염자 부담원칙’을 넘어, 밸류체인 내 모든 주체가 비용과 가치를 함께 공유하는 ‘협력적 분담원칙’으로 체계가 전환되어야 한다.
나아가 기업의 실질적 탈탄소 전환을 위해 연구개발(R&D)뿐만 아니라 설비 전환(Capex), 운영(Opex) 등 상업화를 위한 전(全)과정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탄소저감 강재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아 글로벌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가 제조업 전반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 수 있을 것이다.
I 탈탄소의 또다른 핵심, 에너지 전환
철강산업의 탈탄소는 설비 전환뿐만 아니라 청정 수소, 무탄소 에너지의 공급 등 결국 청정 에너지원의 전환과 직결된다. 그러므로, 장기적으로는 무탄소 전력과 청정 수소를 안정적이고 경제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에너지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
이미 해외 주요국들은 탈탄소화를 위한 에너지 인프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수소 공급망 구축을 위한 정부 주도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미국의 경우 연간 300만톤 이상의 청정수소 생산을 목표로 70억 달러를 투자하여 7개 지역에 청정수소 허브를 구축하고 있으며, 독일은 2030년까지 수소 생산지와 수요처를 연결하는 5,100km 길이의 대규모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GET H2’ 이니셔티브를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도 지리적 특성과 공급 여건을 고려한 현실적인 에너지원 믹스 설계가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LNG 등 기존 자원을 전환 기간 동안의 브릿지로 활용하되, 점진적으로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면서 전력의 안정성과 경제성을 모두 고려한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대규모 무탄소 전력과 청정수소의 경제적이고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서는 원전 PPA(Power Purchase Agreement, 전력구매계약) 도입과 원전 수소 활용이 긴요하다. 현재 국내 청정수소 생산비용은 약 1만~1만 4,000원/kg-H2로서 2031년까지 1kg 당 1달러를 목표로 하는 미국 등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원전 기반의 수소 생산을 현실적 대안으로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I 마치며 : 구체적 이행 전략과 민관 협업체계가 성공의 관건

▲ 장인화 한국철강협회 회장은 제26회 철의 날 기념사를 통해 “통상 환경 불확실성 확대와 탈탄소라는 시대적 요구에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하여 “철강업계 스스로의 단합을 넘어 수요업계, 정부와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지금의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출처 : 한국철강협회(포스코그룹 뉴스룸 DB)]
철강산업의 탈탄소 전환은 청정수소, 무탄소 전력 등 에너지 전환과 긴밀히 맞물려 있다. 즉, 안정적인 에너지 인프라와 경제적인 전력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탄소감축도 제대로 작동하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향후 10년은 기존 설비를 기반한 브릿지 기술과 브릿지 에너지원을 기반으로, 실질적인 탄소 감축과 경쟁력 강화를 추진해야 하며, 동시에 중장기적으로 하이렉스(HyREX)와 같은 혁신기술의 상용화를 함께 준비해야 한다.
나아가 탄소저감 강재 시장을 안정적으로 창출하고 새로운 기회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환경적 가치’를 ‘경제적 가치’로 전환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감대 조성이 중요하다. 기업과 국가, 시장, 그리고 수요•소비자 등 밸류체인 전반의 모든 주체들이 비용과 효익을 함께 공유하는 협력적 분담 체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기업은 탄소감축 이행의 주체로서 혁신 기술개발과 상용화를 선도할 것이다. 그리고 정부는 규제가 아닌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지원과 기반 인프라 조성에 적극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전향적 민관 협업체계가 조화롭게 작동될 때 비로소 탄소감축이라는 국가적 공동목표의 실질적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철강은 자동차, 조선 등 전후방 산업에 대한 연관효과가 크며, 전기차, 재생e 인프라 등 미래 저탄소 산업에도 필수불가결한 핵심 소재산업이다. 따라서 NDC 2035목표 수립 과정에서 철강산업의 이러한 국가전략적 중요성이 충분히 고려되길 기대한다. 즉, 현실적 이행 능력과 미래 탈탄소 전환비전을 함께 반영한 실현 가능하고 합리적인 NDC 목표가 수립된다면, 탄소중립은 위기가 아닌 한국 제조업의 지속가능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성장의 기회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철강산업은 미래 저탄소 사회를 여는 신(新)성장동력 산업으로서 핵심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