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포항에 거주하는 어느 시민의 기고로 작성되었습니다.
오늘 저녁, 바닷바람이 왠지 모르게 좋다. 바다 건너 포스코에서 비춰주는 야경도 무척 아름답다. 가족과 함께 영일대해수욕장을 산책하며 야경을 즐기는 일상이 주는 행복, 바다를 맘껏 볼 수 있는 포항에 오길 잘했다. 하지만, 이러한 우리의 소확행은 며칠 전 포항을 강타한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인해 사라져버렸다.
포항은 나와 남편이 태어난 고향은 아니지만, 포스코에 다니는 남편을 따라 포항에 터를 잡은 지 3년 되던 해에 포항은 우리 부부가 제일 사랑하는 아들의 고향이 되었다. 포항에서 산 지 올해로 10년째, 이젠 우리 가족에겐 이미 고향과 다름없는 곳이 되었다.
포스코는 포항의 심장과도 같고, 그 상징성도 대단하다. 태풍 힌남노가 지나간 후, 역동적인 포항을 대변하던 포스코의 낮은 멈췄고, 포스코가 비춰주는 야경도 사라졌다. 포스코 공장과 본사로 가는 오천읍 도로는 뿌리가 송두리째 뽑힌 가로수와 흙탕물로 덮여진 차들, 쓰러진 가드레일 등을 복구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골목을 조금만 들어가도 태풍이 휩쓸고 간 포항 주민들의 생활 터전을 만날 수 있다. 상가의 깨진 유리창, 오물을 뒤집어쓴 주인을 잃은 물건들, 젖은 가전제품과 가구들과 이를 복구하기 위해 모인 군인들, 소방차와 주변 도시들의 지원 차량 등이 뒤얽혀 포항의 예전 모습을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눈물과 이를 돕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땀이 뒤엉킨 현장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뭉클하다. 남편과 7살이 된 아들의 손을 꼭 잡고 포항의 바닷바람을 쐬며 산책하던 일상, 포스코에서 비추는 아름다운 불빛이 어우러진 바다를 바라보며 행복해하던 일상.
늘 함께 있어 잊게 되는 일상이 주는 소중함과 행복감, 편안함이 그립다. 남편의 직장이자 우리 가족을 지켜주는 포스코의 막대한 피해로 인해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포항 시민들의 불안과 걱정도 높다.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 태풍으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삶의 터전을 잃고 직장을 잃은 사람들의 슬픔과 안타까움이 남았다. 그 자리를 소확행이 가득했던 일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포스코 직원이자 포항 시민인 우리 가족은 오늘도 힘을 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