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온실가스 CO2. 현재 정부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자동차 배기가스에 대한 규제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 업계에서도 전동 장치 시스템과 공기역학을 개선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등 엄격해지는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업계가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단연 차체 경량화다. 친환경적이면서도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차체 경량화, 어떻게 달성해야 할까?
현재 자동차 업계는 차체 경량화를 위해 다양한 강재를 활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미국의 철강재활용협회(SRI: Steel Recycling Institute)가 진행한 연구 결과는 매우 흥미롭다. SRI는 <차체 경량화: 라이프 사이클 온실가스 및 에너지 연구>*라는 리포트를 발표했는데, 실험을 통해 차체 경량화에 널리 이용되는 초고강도강판(AHSS)과 알루미늄 두 재질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심층적으로 연구했다.
*연구 원문: “Life Cycle Greenhouse Gas and Energy Study of Automotive Lightweighting”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해 AHSS와 알루미늄을 연구한 SRI의 결론은 무엇이며, 이 연구 결과가 자동차ㆍ철강 업계에 시사하는 점은 무엇일까? 포스코 뉴스룸에서 간략히 정리해봤다.
자동차의 에너지 효율성과 차체 경량화. 이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동차ㆍ철강업계에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기 위한 세계적인 노력에 발맞춰,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차체 경량화를 달성하고자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이 일환으로 철강업계가 개발한 AHSS(Advanced High-Strength Steel)는 기존에 사용하던 일반강보다 더 높은 강도를 가지면서도 무게는 낮춰, 차체의 안전한 경량화를 가능케한다.
차량의 전체 중량을 줄이면서 연비를 향상시키는 AHSS가 환경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 걸까? AHSS를 포함, 차체에 주로 쓰이는 다섯 가지 소재로 자동차를 경량화했을 때 예상되는 온실가스의 배출량은 아래와 같이 산출됐다.
<주요 소재별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과 각 소재로 만든 부품 무게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총량>
일반강, AHSS, 알루미늄 등 각 소재에 따라 차량의 무게와 온실가스 배출량은 어떻게 달라질까? 먼저 일반강으로 차량을 만든다고 가정하고, 이 차량의 한 부품의 무게를 100kg로 보았다. 일반강 1kg을 만들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1.9kg이기 때문에, 100kg짜리 부품 생산 과정에서 총 190kg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고 볼 수 있다. 이제 같은 부품을 AHSS로 만든다고 가정하면, AHSS의 경량화 효과로 부품의 총 무게가 75kg로 줄어든다. AHSS를 만들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양은 일반강과 마찬가지로 1kg당 1.9kg이지만, 부품 무게가 절감됐기 때문에 총 배출량은 143kg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루미늄을 사용하면 부품의 무게는 67kg으로 줄일 수 있어서 차체 경량화만 놓고 보면 알루미늄이 AHSS보다 우수하다. 하지만 알루미늄 생산 단계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1kg당 8.9kg에 달한다. AHSS의 4.7배에 달하는 수치다. 결국 알루미늄으로 차량을 경량화했을 때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596kg로, AHSS의 4배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l 다섯 차종 실험, 결과는 같았다
소재 생산 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산출한 위의 연구 결과만 놓고 봐도 AHSS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적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차체 경량화만을 위해 철을 대체하는 비철강소재를 사용하는 것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SRI는 이어서 AHSS와 알루미늄 두 소재를 비교하는 포괄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SRI는 소재 생산 단계뿐 아니라 자동차 생산 및 사용 단계(운전 단계), 그리고 차량의 수명이 종료된 시점까지 아우르는 차량 수명주기, 즉 라이프 사이클(Life Cycle) 전체를 대상으로 연구했다.
SRI는 2016년도에 출시된 일반 차량 다섯 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중형 세단, SUV, 픽업트럭, 중형 하이브리드 전기 자동차 및 소형 배터리 전기 자동차 등 크기와 연비가 다양한 다섯 가지 유형의 차량을 ‘기준 차량(baseline vehicle)’으로 설정했다. 트럭이나 밴 같은 상용 차량은 연구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후 자동차의 성능을 유지하는 선에서 위 다섯 종의 ‘기준 차량’을 AHSS와 알루미늄으로 경량화했다. 차종별로 각각 ‘AHSS 경량화 차량(이하 AHSS 차량)’ 그리고 ‘알루미늄 경량화 차량(이하 알루미늄 차량)’으로 디자인ㆍ설계한 후 각 차량의 라이프 사이클 단계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조사했다. 이에 대한 차종별, 주기별 결과를 도출했는데 그 중 한 예(SUV)가 아래 도표에 잘 나타나 있다.
<기준차량, AHSS 차량, 알루미늄 차량 1대 당 라이프 사이클 전 과정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먼저 생산 단계를 살펴보니, AHSS 차량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 사용 단계에서는 알루미늄 차량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다소 낮게 나타났으며, 수명이 끝난 폐기 및 재활용 단계에서 역시 알루미늄 차량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낮았다.
하지만 알루미늄 차량의 경우 생산 단계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워낙 크게 나타나 라이프 사이클 전 과정을 놓고 봤을 때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총량이 AHSS 차량을 웃돌았다. 이 결과는 SUV뿐만 아니라 실험 대상이었던 다섯 차종에서 모두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l 가볍지만 무거운 알루미늄
SRI는 라이프 사이클 별로 다섯 차종 모두에서 어떤 결과가 나타났는지 상세히 분석했는데, 연구를 통해 드러난 주요 결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테스트된 모든 차종에서 AHSS 차량의 라이프 사이클 온실가스 배출량이 알루미늄 차량보다 더 낮거나, 최소한 동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2) 알루미늄 경량화 차량의 경우, 생산 단계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차가 탄생하는 순간에 발생한 이 온실가스는 차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회수되지 않고 대기 중에 남아 있다.
(3) 대부분의 경우 알루미늄은 생산 단계에서 베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이 막대하다. 때문에 사용과 폐기 단계에서의 온실가스 배출양이 AHSS에 비해 적다고 해도, 라이프 사이클 전체에서 배출하는 총량은 여전히 AHSS를 상회하며, 만회되지 못한다.
l AHSS vs 알루미늄, 선택에 따라 온실가스 1,200만 톤이 좌우된다
그렇다면 SRI의 이번 연구 결과가 현실에서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앞서 SRI가 보여준 연구 결과는 차 한 대를 생산했을 때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이다. 연구진은 2016년도 미국과 멕시코에서 생산된 일반 차량 수 약 600만 대에 연구결과를 적용시켜봤다. (같은 해 전 세계 일반 자동차 생산량은 약 7,200만 대이다. 출쳐=OICA)
<기준차량, AHSS차량, 알루미늄 차량 600만 대가 라이프 사이클 전 과정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미국과 멕시코에 있는 600만 대의 차량이 AHSS로 만들어진다면,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차보다 무려 1,200만 톤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이는 51,800 평방킬로미터 면적의 숲이 정화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같은 수치로, 설악산 국립공원의 약 130배에 달하는 면적이다. 1,200만 톤의 온실가스는 또 다음과 같은 수치로도 환산될 수 있다고 한다.
<온실가스 1,200만 톤의 기타 환산 수치>
l “최상의 솔루션은 철이다”
이번 연구가 시사하는 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철은 다른 소재와 비교했을 때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어 자동차 제조에 있어 가장 친환경적인 선택이라는 것.
포스코 역시 친환경 자동차 철강재 개발을 선도하며 ‘기가스틸’을 양산 중이다. 기가스틸은 포스코가 생산하는 AHSS강의 대표주자인데, 인장강도가 1000Mpa, 즉 1 Gpa(기가 파스칼) 이상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기가스틸은 알루미늄보다 3배 이상 강하고 3배 이상 얇으면서도 가격은 3.5배, 가공비는 2.1배나 낮아 생산 비용을 효율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또한 자동차의 누적 CO2 배출량을 기존 일반강 대비 약 10% 감소시켜 환경을 보호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미국철강협회의 산하기관인 철강시장개발센터(SMDI)의 조디 홀(Jody Hall) 부사장에 따르면 점차 엄격해지는 규제로 인해 운전 중 배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운전 중에 배출되는 부분만 고려해서는 안된다. 자동차 생산 단계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까지 고려하는 라이프 사이클 평가(LCA)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어야만 한다.
조디 홀 부사장은 이렇게 덧붙인다. “자동차 소재의 생산단계를 고려한다면, 자동차가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새 자동차에 시동을 걸기 전부터 시작되는 거나 마찬가지다. 환경을 생각했을 때 최상의 솔루션은 바로 철이다.”
*SRI의 <차체 경량화: 라이프 사이클 온실가스 및 에너지 연구>는 LCA 전문가 패널의 검증을 거쳐 ISO(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 국제 표준화기구) 기준에 부합함이 확인되었습니다.
** 본 리포트는 SRI의 연구 결과로 포스코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으며, 본문의 포스코 기가스틸 관련 내용은 SRI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 철강재활용협회 SRI의 <*차체 경량화: 라이프 사이클 온실가스 및 에너지 연구> 보고서 전문은 이 링크를 통해 직접 요청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