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미래 진로에 대해 현실적인 정보와 진솔한 이야기를 전하는 포스코의 사회공헌활동, 친친 드림 브릿지! 지난 11월, 포스코 패밀리들이 이 친친 드림 브릿지 활동을 위해 제주시 추자도에 있는 추자중학교를 찾았습니다. 추자중학교 학생들이 꾸는 소중한 꿈과 함께한 친친 드림 브릿지 활동 이야기, Hello, 포스코 블로그에서 함께 만나볼까요?
강한 생명력의 상징, 추자도를 마주하다
오전 11시 40분. 제주항을 떠나 추자도로 향하는 쾌속선은 최대 노트로 속력을 올리며 거침없이 파도를 가로지릅니다. 배 경험이 많은 낚시꾼과 마을 주민들, 반면 첫 탑승에 현기증을 느낄까 걱정하는 관광객들의 대치된 표정으로 배 안은 상반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군 복무 당시 1년 9개월 이상 경비정을 탄 저로서는 크게 멀미에 대한 걱정이 없다 선포했건만, 우중충한 날씨에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배를 요동치게 만들어 현기증을 유발했죠.
매서운 신고식을 치른 우리 일행은 출항한지 정확히 1시간 10분이 걸려 추자항에 도착했습니다. 오래된 슈퍼 간판과 아담한 대합실의 모습에서 소박한 첫인상을 받았습니다. 마을 곳곳에는 이틀 뒤 있을 추자도 굴비 대축제 현수막이 곳곳에서 펄럭이며 우리를 격하게 환영해주고 있었습니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전교생 17명의 추자중학교
한때 4백 명에 육박하던 학생들의 수가 이촌향도 현상으로 현재 17명으로 급격히 줄게 된 이곳, 추자중학교. 교실에 들어서자 칠판, 걸상, 책꽂이, 시간표 등 학창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물건들이 가득했습니다. 2학년 교실에 배치된 책상 두 개를 보며 ‘2학년 총원이 두 명이구나’라는 생각에 마음 한편이 씁쓸했습니다. 이곳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친구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학생들을 만날 생각에 잠 못 이뤘던 어제의 기억이 스쳐 갑니다.
이번 추자도에 방문한 1차 목적은 바로 ‘친친 드림 브릿지’ 프로그램 진행이었습니다. 친친 드림 브릿지는 다양한 직업군의 직무 경험과 취미를 가진 포스코그룹 직원들이 도서, 벽지에 위치한 중학교를 찾아가 학생들에게 꿈과 진로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고 멘토링을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지난번 DMZ 지역 백학중학교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활동이죠.
포스코 사회공헌그룹 양지원 매니저, 서울YWCA 강보경 간사를 주축으로 포스코ICT 박인만 부장, 백재현 매니저, 이제은 주니어매니저, 비욘더 출신 엄지혜 양이 이번 활동에 함께 했는데요. 학생들이 동심으로 되돌아가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각자의 위치에서 고민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이번 행사에 대한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추자중학교에서 가장 먼저 우리 일행을 맞이해주신 분은 추자중학교 문성수 교장 선생님이었습니다. 선생님의 우렁찬 목소리에서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꿈을 키우는 창의적인 인재 육성’이라는 목표 아래, 학교를 이끌어 가고자 하는 의지와 열정이 느껴졌습니다.
추자도의 유일한 중학교인 추자중학교는 전교생 17명의 작은 학교입니다. 때문에 제주도 외의 지역 방문, 외부 방문객을 통한 체험 활동, 진로 교육과 같은 자유 학기제 운영에 제한이 따른다고 합니다. 교육 환경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으며 이번 친친 드림 브릿지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감과 사명감이 높아졌습니다.
<POSCO-서울 YWCA와 함께하는 꿈을 찾는 학교 만들기 : 친친 드림 브릿지 협약식>을 시작으로 2박 3일간의 서막이 열렸습니다. 프로그램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전체적인 행사 브리핑과 함께 추후 포스코 및 포스코ICT 사무실로 학생들을 초대해 체험학습을 지원하는 계획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협약식 도중 김두욱 지도교사님께서 추자도에서 직접 따서 우린 향긋한 꽃 차와 함께 보리빵을 접시에 수북이 쌓아 내어주셨는데, 따뜻한 정성에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친친 드림 브릿지 1 : 내 적성은 뭘까? 진로적성검사 애니어그램
애니어그램 진로적성검사로 학생들과의 첫 만남이 시작됐습니다. 에니어그램이란 ‘에니어(ennear, 9, 아홉)’라는 단어와 ‘그라모스(grammos,도형 ·선·점)’라는 단어의 합성어입니다. 에니어그램은 사람을 9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어떤 사람이라도 그중 하나의 유형에 속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단지 사람을 유형으로 구분해 획일화한 것이 아니라, 9가지 유형의 문을 통해 들어가는 성격의 문이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에니어그램은 기본적으로 인간 성격의 근간을 장 중심(배, 본능), 가슴 중심(감정), 머리 중심(중심)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 친친 드림 브릿지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사회공헌그룹측에서는 추자도로 떠나기 이틀 전 사전 오리엔테이션을 마련한 바 있습니다. 참여자들은 청소년에 대한 발달적 특징 및 멘토링 기본 과정, TRIZ 교육 활동, 애니어그램 진로적성검사 등을 진행하며 프로그램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나를 포함한 지도교사들도 애니어그램을 진행했는데 나는 예상대로 ‘낙천가’성향이 도출되었습니다. 이제 추자중학교 학생들의 성향을 분석해봐야겠습니다.
첫날 진행된 애니어그램 테스트에는 3학년을 제외한 10명의 학생들이 참가했습니다. 애니어그램 테스트는 81문항에 대해 스스로 답하는 과정으로, 학생들의 고민하는 표정에서 사뭇 진지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테스트지 뒷면에는 장래희망과 꿈에 대해서 별도 기술하도록 안내했습니다. 비슷한 애니어그램 유형 결과와 꿈을 지닌 학생들을 한 조로 묶기 위해서였죠.
문성수 교장 선생님을 비롯해 추자중학교 선생님들도 애니어그램 검사에 참여했는데, 테스트지를 보며 골똘히 고민하는 모습에서 영락없는 아이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들은 본인이 가르치고 있는 과목에 걸맞은 진로를 선택한 것일까?” 모두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테스트를 모두 끝내고 한 시간마다 운행하는 오후 4시 40분 마을버스에 학생들이 탑승할 수 있도록 오늘은 이만 여기에서 학생들에게 작별 인사를 고해야 했습니다.
친친 드림 브릿지 2 : 포스코 TRIZ 창의 교육 진행
포스코 임직원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TRIZ! 창의적 문제해결이론(Teoriya Resheniya Izobretatelskikh Zadach)이라는 러시아 말에서 앞 글자만 딴 것으로 문제가 발생된 근본 모순을 찾아내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방법론을 말합니다. 추자중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포스코식 TRIZ 활동 미션을 수행하기로 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재료는 달랑 홈런볼 과자 한 봉, 스파게티면 20개, 테이프. 어떻게 하면 가장 높은 탑을 쌓아 올릴 수 있을까요?
세 팀으로 나뉜 학생들은 이내 심각한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느네요. 당면을 잘라보기도 하고, 테이핑을 해보기도 하면서 하나 둘 해답을 찾아나갔습니다. 결과를 떠나 머리를 쥐어짜며 만든 설계도면을 보니 문제 해결을 위한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습니다. 프로그램 자체를 즐겨준 학생들이 참 고마운 하루였습니다. 그들이 쌓아 올린 건 어쩌면 높은 탑이 아닌 서로의 꿈과 희망이 아니었을까요?
친친 드림 브릿지 3 : 진로 교육 & 꿈 강연
수업이 없는 토요일, 진로 탐색과 강연을 진행한다? 과연 학생들에게 희소식일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일지… 걱정부터 앞섰습니다. 등교해 자리에 앉아있는 학생에게 ‘주말인데 학교 나오는 게 힘들진 않았어?’ 넌지시 물었더니 ‘프로그램이 새롭고 재밌어서 오고 싶었어요~’라고 화답을 해줍니다. 준비한 이들에게 이보다 더 뿌듯한 말이 있을까요?
애니어그램의 연장선상에서 각자 10년, 20년, 30년 후 모습을 상상하며 목표와 준비해야 할 목록을 구체적으로 작성해보도록 했습니다. 여드름이 올라오기 시작한 아이들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진로 계획은 상당히 현실적이고 실리적이었습니다. 고등학교가 없는 추자도에선 중학교 졸업 후 진학 목적으로 섬을 떠나야만 하기에, 아이들은 빠르게 자신의 길을 머릿속으로 그려둔 듯 했습니다.
로봇 공학자, 한의사, 간호사, 교사, 디자이너, 미용사 등 추자중학교 출신으로 사회를 이끌 아이들의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아이들이 기대했던 또 다른 시간은 바로 ‘포스코꿈봉사단 직업군 만남’이었습니다. 박인만 부장님, 이제은 주니어매니저 그리고 저 이렇게 세 명이 아이들이 꿈을 향해 도약할 수 있도록 안내원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아이들의 시선에 맞춰 자료를 준비했고, 현재 전담하고 있는 업무 소개와 그 길을 걸어오기까지의 과정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냈습니다.
더불어 포스코ICT가 추자도 친환경 에너지자립섬 사업자로 선정된 만큼, 이 섬에 거주중인 학생들에게도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해 줄 필요가 있었는데 포스코ICT Emerging Biz사업기획/기술팀 이제은 주니어매니저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내용을 전달했습니다.
친환경 에너지 자립섬 프로젝트는 태양광/풍력 신재생 발전, 에너지저장시스템이 통합된 안정적인 전력 공급 시스템을 구축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도서지역 발전운영비 절감과 함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까지 이어질 전망이라 큰 기대를 모으고 있죠. 아이들이 그리는 추자도의 먼 미래 모습은 어떨까요? 거대한 바람개비(풍력발전)와 큼지막한 거울들이 행렬중인 풍경이 익숙해지는 그날까지 추자도는 친환경 에너지 자립섬으로 서서히 변모할 것입니다.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위 사진은 추자중학교 박지유 학생이 그려준 30초 초상화입니다. 미술 수업과정이 없어 외부강사를 한시적으로 초빙해 특별 교육을 하고 있다는 추자중학교.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지유 학생이 그린 그림은 머리 스타일과 얼굴 점의 위치까지 디테일을 잘 살린 훌륭한 그림이었습니다. 나를 시작으로 멘토 교사와 친구들의 모습을 뚝딱 그려내는 지유의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지금의 꿈인 교사가 아닌, 먼 훗날 화가 지유로 유명세를 떨칠 수 있겠다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안녕은 헤어짐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만남을 기약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번 출장이 유독 후유증이 심하게 남았던 이유는 어쩌면 2박 3일에 대한 그리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기상 악화로 배 편이 변경되었다고 문자를 준 재섭이, 선생님들이 다시 보고 싶다고 전화한 현진이, 도덕시간 수업하다가 문득 블로그가 떠올라 찾아왔다고 댓글을 남겨준 지유 등, 섬마을에서 만난 학생들은 그 누구보다도 티 없이 순수하고 마음 따뜻한 친구들이었습니다.
친친 드림 브릿지는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내년 초 추자중학교 학생들을 포스코와 포스코ICT 사무실로 초대해 잊지 못할 체험학습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기분 좋은 기다림은 이럴 때를 두고 하는 말인가 봅니다.
추자중학교 학생들의 꿈을 미리 그려보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귀 기울였던 친친 드림 브릿지! 앞으로도 포스코 패밀리는 학생들의 다양한 꿈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