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철’ 이라고 하면 견고하고, 쉽게 휘거나 부러지지 않는 특성만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철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의 상식을 뒤엎는 철강재도 많이 있죠. 본래 모양을 찾아주는 형상기억합금, 무거운 탱크를 들어올릴 수 있는 철사, 옷을 만들 수 있는 금속섬유 등 철은 넓게 활용되고 있답니다. 오늘은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는 철의 진화와 쓰임새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우리의 생활 속에 스며들기 시작한 ‘형상기억합금’
처음에는 군사용으로 개발된 형상기억합금은 현재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TV 광고 등을 통해 일반인, 특히 여성들에게 널리 알려진 ‘메모리 와이어’를 사용한 여성용 브래지어가 대표적인 것이죠.
‘형상기억합금’을 이용하여 만든 안경태라면, 안경이 망가질 걱정은 없겠죠?
세탁 때마다 휘고 구부러져 망가지던 브래지어의 와이어의 단점을 보완한 형상기억합금 와이어는 보통 합금보다 신축성이 10배 이상 크고, 세탁시 와이어가 늘어나더라도 36.5℃의 피부 표면과 접촉하면 원래 상태로 되돌아 온답니다.
형상기억합금은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형상기억합금은 1938년 미국 하버드대와 MIT 교수들에 의해 처음 규명되었지만, 실용적으로 사용할만한 합금이 발견된 것은 1964년 미 해군무기연구소에 의해서였습니다. 연구원들은 즉각 보수가 가능한 새로운 잠수함 소재를 개발하던 중 니켈-티타늄 합금에서 우연히 형상기억 효과를 발견했죠. 이렇게 발견된 합금을 두 원소의 이름을 따 ‘나타놀’이라 명명했고, 현재는 자동차, 안경태, 치아 교정용 와이어 등 우리 생활 속에서 폭 넓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탱크도 들어올릴 수 있는 1cm의 철사 ‘고강도 철사’
보통 탱크 1대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요? 통상 60톤 전후가 탱크의 무게인데요. 60톤은 아프리카 사바나 지역의 거대한 코끼리 10마리 중량에 해당하고, 성인 약 1,000명의 몸무게를 합친 것과 같은 무게랍니다. 그런데 이 무게를 불과 1cm 두께의 철사로 들어 올릴 수 있다면 과연 믿을 수 있을까요?
△ 1cm의 고강도 철사가 번쩍 들어올릴 수 있는 무게, 엄청나죠?
물론 일반 철사로는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비정질 합금’으로 된 ‘고강도 철사’라면 이야기가 다르죠. 철에 크롬을 섞어 비정질 합금이 된 1cm의 고강도 철사는 탱크도 거뜬히 들어올릴 수 있습니다. 또 부식에도 강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각종 화학물질을 보관하는 화학 연료탱크, 염료 저장탱크 등에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죠.
△ 비정질 합금으로 된 연료탱크는 화학탱크로도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앞에 말씀드렸던 ‘고강도 철사’의 원료 ‘비정질 합금’은 마모에 강하고, 자기적 성질이 뛰어나기 때문에 오디오나 비디오 헤드에도 널리 쓰였습니다. 부식이나 마모가 없어 오래 사용하여도 잡음이 없고, 매우 민감한 소리도 감지할 수 있죠. 때문에 우리는 아주 선명한 화면으로 비디오를 시청 할 수 있는 것이랍니다.
고강도 철사와 비정질 합금이란?
비정질 합금, 조금 어려운말인데요. 지금부터 쉽게 풀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비정질 합금은 용융(녹아서 섞는 일)상태에 있는 합금을 극히 짧은 시간에 급속 냉각하여 결정 상태를 바꿔준 합금을 말합니다. 이 비정질 금속은 결정질 금속에 비해 강도가 몇 십 배나 되며, 뛰어난 내마모성(마모를 견디는 성질)과 자기적 특성을 갖게 됩니다. 다시 이야기하면, 동일한 합금을 가지고도 제조방법에 따라 비정질이 되기도 결정질이 되기도 한다라고 말할 수 있죠.
나노기술로 만들어진 머리카락보다 얇은 ‘금속섬유’
금속으로 옷을 만드는 것이 가능할까요? 갑옷? 아니죠~ 갑옷이 아니더라도 금속으로 옷을 만드는 것은 가능합니다. 내구성·흡수성·흡습성·착용감 모두를 만족 시키는 신비의 섬유, ‘금속섬유’를 소개합니다.
현대의 금속섬유는 1960년대 우주개발 목적으로 우주복에 사용할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면서 시작되었는데요. 지구와는 다른 높은 온도와 강한 빛들에 노출된 우주공간에서 인체를 보호해줄 우주복의 개발 필요성에 의해 시작되었지요.
물론 금속섬유는 일반 섬유에 비해 무겁고, 열전도율이 매우 높아 아직까지 일반적인 의류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750~1250℃의 고열에서도 견딜 수 있는 강력한 내열성과 악취, 멸균에 효과적이기 때문에 군복, 방독면과 같은 특수 목적의 의류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2001년에 방사능 차단이 가능한 금속섬유 임부복이 나오기도 했죠.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습니다. 언젠간 일반 의류처럼 편하게 입을 수 있으면서 불에 타지 않고, 몸에 해로운 것들을 모두 막아주는 철강 의상이 나오겠지요. 금속섬유로 된 의류, 상상만해도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
금속섬유, 더 자세히 알아보자.
금속섬유는 금이나 은, 철, 알루미늄 등 금속을 특수 가공하여 만든 섬유를 일컫습니다. 지름의 크기에 따라 극세사와 초극세사로 구분할 수 있죠. 보통 머리카락의 굵기는 100㎛ (100 Micrometre – 마이크로미터) 내외인데요. 금속섬유는 이보다 더 얇습니다. 상상이 가시나요?
대형 컬러TV의 선명도 UP! ‘섀도 마스크’
얼마 전 우리의 안방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2014 브라질월드컵! 안방에서 시청하는데도 마치 현장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것처럼 생생한 화질로 축구 경기를 시청할 수 있었죠. 나날이 발전하는 입체적이면서도 선명한 화질의 대형 컬러TV. 여기에는 어떤 ‘철’이 들어가는 것일까요?
△ 2014 브라질월드컵을 생생하게 시청함으로써 즐거움이 배가 되었죠.
우리가 보는 화면(컬러 브라운관)은 빨강·녹색·파랑 등 3색의 전자광선이 섀도 마스크(shadow mask)를 통과하여 형상 스크린에 투사된 화상입니다. 섀도 마스크는 형상 스크린 안쪽에 있는 금속판을 말하는 것으로 미세한 구멍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얇은 철판이죠. 이 철판(섀도 마스크)은 전자총에서 나온 RGB 컬러(빨강·녹색·파랑) 빛이 각각의 형광판에 도달하도록 스크린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섀도 마스크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색 번짐이 일어나 선명한 색상을 기대 할 수 없습니다. 또 전자총 광선의 열로 인해 열팽창을 하게 되면 섀도 마스크의 구멍 위치가 변해 색이 엉망으로 섞이게 되죠.
디스플레이의 섀도마스크를 확대한 이미지입니다. (우측 사진)
TV의 화면이 커지면 커질수록 섀도 마스크의 역할은 중요해집니다. 대형 화면임에도 불구하고, 더욱 선명한 화질을 자랑하는 것은 우수한 섀도 마스크용 ‘철’이 지속적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이죠. 이렇듯 상상할 수 없는 곳에서 ‘철’은 세상을 바꾸기 위해 계속 진화하고 있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철의 쓰임새는 더욱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영역은 점점 더 넓어지고 있죠. ‘철’의 진화로 바뀌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 앞으로 상식을 뛰어넘는 철의 진화가 어디까지 발전할지 상상만해도 가슴이 설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