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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혁신, 건축이 되다! ‘2019 Forge Prize’ 우승자 송진영 교수와의 만남

철의 혁신, 건축이 되다! ‘2019 Forge Prize’ 우승자 송진영 교수와의 만남

2019/07/31

건축 자재로 빼놓을 수 없는 철. 그 잠재력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건축자재로서의 철의 잠재력을 발굴하는 공모전이 탄생했다. 바로 미국의 Forge Prize. Forge Prize는 미국 강구조학회(AISC)가 설립했고, 미국 대학건축과협회(ACSA)가 주관한다. 참가 신청 접수에서 올해 6월 최종 우승자가 결정되기까지 꼬박 1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는데 1차, 2차 두 단계를 거친 최종 수상자에겐 2만 달러의 상금이 수여된다.

Forge Prize는? 2018년 미국 AISC가 개최, 미국 대학 건축과협회(AISC)가 주관하는 철강 건축 공모전 -21세기를 대표할 혁신적 철강 디자인을 발굴하는 공모전으로, 북미 지역 건축가,건축학도 참가 가능 -1단계에서 우승자 3명 선정, 2단계 경연을 통해 최종 우승자 선정 -2019년 대회 첫 우승자로 '디오이노 건축사무소' 송진영 교수 최종 선정 (상금 2만달러)

Forge의 첫 수상자가 되는 영예는 디오이노(Studio + Innovation) 건축사무소의 송진영 교수에게로 돌아갔다. 현재 미(美) 뉴욕주립대학교 버펄로 캠퍼스에서 건축 학도를 양성 중인 송진영 교수. 그가 공모전에 출품한 아이디어는 ’SIMS(Snap-Interlock Module System: 스냅 연동 모듈)’. 간단하게 조립이 가능한 SIMS는 ‘Part to whole,’ 즉 작은 모형의 반복을 통해 구조물 전체를 만드는 개념을 적용했다. 철의 어떤 특성이 SIMS에 적용됐는지, 송진영 교수의 디자인이 철강 업계와 건축 커뮤니티에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포스코 뉴스룸과 함께 알아보자.


l 스마트한 방식으로 철의 활용을 고민하다

SIMS를 활용하며 만든 구조물 아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송진영 교수

▲ SIMS를 활용하며 만든 구조물 아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송진영 교수 – 뉴욕주립대학교 버펄로 캠퍼스. (사진 출처: 2019 Forge Prize)

Q: Forge Prize의 첫 수상자로 선정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참가하시게 된 계기와 수상 소감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업계 파트너와 직접 협력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왔어요. 공모전 주최자들이 바로 협력이 가능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찾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니 특히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습니다.

건축가이면서 학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리서치를 하고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와 직접 소통하는 기회가 생산적이라 느낄 때가 많습니다. 공모전 기간 동안 여러 번의 리뷰‧피드백 세션을 거쳤는데요. 심사위원과 업계 파트너들과 소재 수급 및 시장성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토론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깨달은 점은 업계 관계자들이 철을 포함한 기존 재료를 어떻게 하면 혁신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 고심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공모전에 제출된 SIMS의 경우, 어떻게 하면 기존에 쓰이지 않았던 ‘스마트’한 방식으로 철이라는 소재를 활용할 수 있을지 생각할 거리를 제시했다고 생각합니다.

Q: 철이라는 재료가 디자인 아이디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구상 단계에서부터 철강 소재를 생각하고 있었나요? 그렇다면 철의 어떤 장점 때문인가요?
A: 현재 건설 시공의 기본 방식 중 하나는 ‘스태킹(stacking: 쌓기)’입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나 한국의 남한산성처럼 오래된 건축물도 마찬가진데요. 하지만 기존의 스태킹에 사용되는 바위, 벽돌, 콘크리트 블록 등의 재료는 구조적 견고함을 유지하는 데 많은 인력이 소요됩니다.

▲ SIMS: Snap-Interlock Module System – 스냅 연동 모듈. 다섯 개의 모듈이 하나의 단위로 구성되어 차곡차곡 쌓이는 구조(사진 출처: 디오 이노 건축 사무소).

공모전에 제출된 SIMS(Snap-Interlock Module System: 스냅 연동 모듈) 프로젝트는 ‘철을 쌓아 올리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습니다. 가벼우면서도 강한 철의 특성이 큰 장점이었는데요. 그뿐만 아니라, 건축 소재로서는 다소 부정적인 요소로 알려진 철의 탄성에도 중점을 뒀습니다. 어떻게 보면 구부러지기 때문에 불안정할 수 있는 철의 탄성이 ‘인터로킹(interlocking: 맞물림)’ 구조에 제대로 활용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철이 차곡차곡 쌓이는 맞물림 구조를 통해 철의 무게가 균형 있게 분산됩니다.

 

l 혼자서도 거뜬히 건물을 지을 수 있다?

Q. SIMS의 구체적인 아이디어 착상 계기가 궁금합니다. 현재의 모델을 선택하신 이유와 그 장점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학계에서 최근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 중 ‘buckling’이라는 현상이 있습니다. 꽃이 피는 모양이나 파리지옥풀(Venus flytrap)*의 유연한 움직임을 생각해 보시면 되겠는데요. 최근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은 파리지옥풀처럼 자연에서 관찰되는 불안정하지만 유연한 탄성 현상에서 많은 것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 파리지옥풀: 끈끈이주걱과에 속한 여러해살이풀. 개미, 파리 등이 닿으면 잎을 급히 닫아서 잡아먹는다.

SIMS 역시 미세한 탄성을 바탕으로 구조물이 맞물려 끼워 맞춰지는 snap-interlocking 원리를 활용했습니다. 구부러지는 탄성 때문에 다소 불안정하다고 여겨지는 철이라는 재료가 이 구조와 결합했을 때 어떤 일이 있을지 궁금했는데요. 현재 철을 조립하는데 가장 많이 이용되는 방식은 조이기(bolting)와 용접(welding)인데요. 많은 인력이 있어야 하는 작업이지요. SIMS는 볼팅, 웰딩과 같이 부재의 접합 방식에 대해 고민한 결과입니다. 이 구조물의 장점은 SIMS 한 상자만 있으면, 특별한 기술 없이도 혼자서 거뜬히 일 층짜리 파빌리온(간이 건물)을 지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SIMS 한 상자를 이용해 혼자서 일층 짜리 간이 건물을 지은 모습

▲ SIMS: Snap-Interlock Module System – 스냅 연동 모듈. SIMS 한 상자면, 혼자서도 거뜬히 일층 짜리 간이 건물을 지을 수 있다.(사진 출처: 2019 Forge Prize)

 

l 가방 하나에 건물 하나를 담다

Q. 오랜 준비 기간 끝에 1차 예선을 통과하셨는데요. 본선에 진출했을 때의 소감이 궁금합니다. 공유하고 싶은 에피소드가 있나요?
A: 꼭 우승해서 상금을 받아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도전적인 취미 활동에 참여한다는 느낌이 더 컸다고 볼 수 있는데요. 스태킹(Stacking) 메커니즘에 관심을 갖고 매일같이 프로토타입을 3d 프린팅으로 확인하면서 디자인을 개선해 나갔습니다.

Forge 본선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던 중, 본선이 라스베이거스 호텔에서 개최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AIA(American Institute of Architects, 미국 건축사 협회)  전국 콘퍼런스 프로그램의 일부로 진행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최종 심사장에 전시할 파빌리온의 모든 모듈을 캐리어 하나에 담아 가기로 했습니다.

막상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했을 때, 1시간 반 안에 전시물을 설치해야 한다는 주최 측의 통보를 받았습니다. 건물 하나를 짓는 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기쁘게 도전했습니다. 모든 부품을 캐리어 하나에 꾸려 넣어, 1시간 반이라는 짧은 시간에 구조물을 만들었다는 것, 바로 그 점이 중요합니다. 저희 제안의 개념을 증명(Proof of concept: PoC)하기에 적합한 상황이었죠. 이번 수상을 통해 미국 강구조학회와 대학건축과협회의 엔지니어ㆍ건축ㆍ리서처들 모두 창조적인 연구에 목말라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는데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계속 파고드는 일, 그 노력이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은 기분입니다.

캐리어 하나에 가득 담겨 있는 SIMS

▲ 캐리어 하나에 담을 수 있는 SIMS: Snap-Interlock Module System – 스냅 연동 모듈. (사진 출처: 뉴욕주립대학교 버팔로 캠퍼스)

 

l 누구에게나 친숙하고 편리한 건축 방식이 될 것

Q. SIMS의 상용화 가능성이 혹시 있는지, 상용화될 경우에 우리 건축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거라 생각하시는지 교수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A: SIMS의 원리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제품이 상용화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직접 쉽게 만들 수 있고 해체할 수 있는 건물뿐 아니라 건물 외피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수 있는 구조체, 좁은 공간에서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수직 가든 벽체, 등을 테스트해보고 있습니다. 임시로 지을 수 있는 가벽, 쉽게 설치할 수 있는 펜스 등도 좋은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철은 우리 삶을 떠받치고 있지만 우리 눈에 보이지 않고 숙련된 기술자들만 다루는 것이었죠. 하지만 SIMS의 원리를 이용한 여러 스케일의 제품이 상용화되면 소비자의 삶과 좀 더 친숙한 모습으로 철이 사용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도시는 갈수록 유연해지고, 빠르게 변하고, 각종 이벤트로 다이내믹해지고 있잖아요? 이런 다변하는 도시의 모습에 꼭 필요한 건축 소재로써 철이 각광받게 될 것 입니다.

Q. 1년 동안의 Forge 준비과정이 이제 끝났는데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A: SOM(Skidmore, Owings & Merrill LLP, 세계적 건축설계업체 스키드모어, 오잉스 앤드 메릴)의 엔지니어들과 함께 리서치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고층 건물에 철 베이스의 외피(skin)를 입히는 엠보스 타워(Emboss Tower)였는데요. 다이어그리드 시스템(Diagrid system: 수직 빗격자 형식)의 구조에 엠보스 표면을 입혀 건물에 닿는 바람의 힘을 분산시키는 게 주목적입니다. 이 엠보싱 타워야말로 건물의 외피에 사용할 수 있는 철의 잠재력을 제대로 활용할 기회라고 생각해서, 그쪽과 관련된 연구를 더 진행하고 싶습니다.

엠보스(Emboss) 타워: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으로 알려진 독일의iF 디자인 어워드 수상

▲ 엠보스(Emboss) 타워: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으로 알려진 독일의iF 디자인 어워드 수상 (사진 출처: 2018 iF Design Award)


철이라는 소재가 가진 무한한 잠재력에 비해, 실제로 소재가 활용되는 방식이 너무 제한적인 건 아닐까. 송진영 교수는 Forge Prize처럼 건축가들이 업계 종사자들과 협력하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인간-공간의 잠재력, 철이 가진 끊임없는 잠재력을 탐구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의 일원으로서 포스코는 송진영 교수와 같은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이들을 계속 지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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