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세월에도 변치 않는 철의 흔적을 재조명하고자 Hello, 포스코 블로그에서 마련한 ‘철의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시리즈가 드디어 2탄으로 돌아왔습니다! 1탄에서는 오래된 폐공장이 근사한 카페나 작업실로 변신한 성수동 거리를 다녀왔는데요. 이번에는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맛으로 사랑받고 있는 서울내 3대 노포 한식당을 찾아가 봤습니다. 추억의 맛집 탐방 기행, Hello, 포스코 블로그와 함께 떠나볼까요~? 😀
우리는 종종 낡은 졸업앨범 속 어린 시절의 추억처럼, 그동안 잊고 지냈던 오래된 시간의 기억을 호출하여 회상에 잠기곤는 하는데요. 드라마 <응답하라>(2012-2016) 시리즈가 불러온 1980~90년대의 풍경이나, 영화 <국제시장>(2014)이 이끌어낸 1950년대 전후(戰後)의 풍경은 개개인의 기억을 넘어 모든 세대의 공감을 얻어내고 있지요. 이러한 복고시대의 흐름을 따라 음식의 맛을 통해 당시의 기억을 찾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는데요.
‘음식은 추억으로 먹는다.’는 어른들의 말씀처럼 고전적이고 정겨운 분위기의 노포(老鋪) 한식당은 가난했던 옛 시절 마음만큼은 넉넉했던 젊은 날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곤 합니다.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운 연탄을 이용해 고기굽는 64년 전통의 연남동 서서갈비 식당부터, 서울 5대 평양냉면집(을밀대, 함흥냉면, 필동면옥, 평래옥, 봉피양)으로 불리는 47년 전통의 을밀대(마포 본점), 그리고 1939년부터 3대를 이어오며 손맛을 전하고 있는 78년 전통의 하동관(본점)까지! 음식과 공간으로 세대의 추억을 잇는 서울의 대표적인 노포(老鋪) 한식당들을 지금부터 만나볼까요?
오래된 한식당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여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된 64년 전통의 연남서식당(이하 연남서서갈비)은 마포구 노고산동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곳의 주인인 올해 74세 이대현 대표는 아직도 드럼통의 화로를 직접 갈아주고 있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 그의 부친인 이성칠 어른이 열었던 대포집이 이곳의 시작이었는데요. 노동자들이 짧은 시간내 급하게 연탄 불에 고기를 구워 먹고 가는 모습을 보고, 그들이 편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의자를 치우면서부터 ‘서서 먹는 갈비’의 전통이 탄생하였다고 합니다. 이렇게 손님을 배려한 한식당은 연남동 서서갈비라 불리면서 점차 유명해졌고, 아쉽게도 상호 등록을 하지 않아 지금은 ‘연남서식당’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영업하고 있다네요.
연남서서갈비에서는 밥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근처에 있는 연남서서갈비 전문 슈퍼에서 밥과 찬을 직접 사와야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식당 앞을 지켜보면 검은 봉지를 든 손님들이 바쁘게 안으로 들어가는 희귀한 장면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연탄 불에 고기를 구우며 피어오른 자욱한 연기가 식당 안을 가득 뒤덮고 있는데요. 거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서서 갈비를 즐기는 사람들의 표정이 무척이나 밝습니다. 청춘들부터 나이대가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철재 드럼통이 버텨낸 철의 시간 속에 머물며 오래된 추억을 담고, 나누고 있습니다.
△ 64년의 긴 시간을 버텨온 철재 드럼통이 용광로 같은 화로에서 불을 뿜어내고 있습니다.
△ 푸짐한 소갈비 (단일 메뉴, 소갈비 1대 1인분 150g 15,000원, 국내산 육우 뼈 갈비에 미국산 토시살을 섞음)
2인분에 감칠 맛나는 달달한 특제 간장소스, 달콤한 고추장, 그리고 안 매운 풋고추가 한 상 가득 차려집니다. 연탄의 화력이 어찌나 좋은지 고기가 연기를 뿜어내며 활활 타오릅니다. 고기 익는 속도가 빨라 따라갈 수 없던 찰나, 옆에 계시던 이모님이 달려와 “이렇게 태우면 쓰나, 비싼 고기 태우면 너무 아까워, 밥 먹으러 왔나 고기 먹으러 왔지!” 하시며 정겹게 고기 구이를 거들어 주십니다. 덕분에 오래된 추억과 함께 따뜻한 인심을 덤으로 챙겨 먹었답니다.
연남서식당 상세 정보
- 주소: 서울시 마포구 노고산동 109-69
- 전화: 02-716-2520
- 영업시간: 오전 12시-저녁 8시
- 주의사항: 고기가 떨어지면 일찍 문닫음. 분점이나 프랜차이즈를 운영하지 않음.
이북에 가족을 두고 내려온 실향민의 아픔을 음식으로 달래는 47년 전통의 을밀대. 1970년 평안도 출신의 월남인 고 김인주 대표가 문을 연 이래, 그의 큰아들이 을밀대 마포 본점을, 작은 아들이 강남점을 운영하며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메밀에 녹말 전분을 섞어 부드럽게 씹히는 냉면과 살얼음이 띄워진 냉면 육수는 그 은은한 맛처럼 사람들의 미각을 감돌며 대를 이어오고 있는데요. 서울 5대 평양냉면집으로 손꼽히는 한식당이지만, 정성스러운 맛과 정성을 다하는 서비스는 기다릴 만한 이유를 제공합니다. 마포세무서 근처 연남서서갈비에서 약 20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 있다고 하니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 여관, 구둣방 등 추억이 머문 장소들이 하나로 엮여있는 을밀대 마포 본점의 풍경입니다.
△ 지금은 고인이 되신 을밀대 김인주 대표의 인터뷰 사진이 초상화처럼 한식당에 걸려있습니다.
살얼음이 띄워진 부드러운 육수는 혀끝을 감돌며 소고기의 깊은 맛을 우러나게 하는데요. 메밀에 녹말 전분을 섞은 냉면 특유의 식감은 코와 혀끝을 자극하며 부드럽게 씹힙니다. 쇠 그릇에 담긴 한 그릇의 냉면이지만, 풀코스 요리를 즐기듯 오묘한 미각을 자랑하며 기품 있는 매력으로 오랜 기억의 시간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을밀대 상세 정보
- 주소:서울시 마포구 염리동 147-6
- 전화: 02-717-1922
- 영업시간:오전 11시 -오후 10시
오후 3~4시면 문을 닫는 곰탕집으로 유명한 하동관은 3대를 이어온 서울의 대표적인 곰탕집입니다. 1939년 종로구 수하동에서 시작하여 2007년 6월 1일 청계천 일대 재개발로 인해 명동 입구 외환은행 뒤편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 카운터에 있는 김희옥 부사장
하동관의 역사와 전통에 대해서 간략하게 김희옥 부사장에게 들어봤습니다.
“저희가 이사를 오면서 밥상을 바꾸려고 그랬어요. 손님들이, 할아버지들이 바꾸지 말래요. 왜 그러냐고 여쭤보니, ‘내가 여기 밥만 먹으러 오는 줄 아느냐. 추억도 먹으러 오지.’ 하시는 거예요.”
“젊을 때부터 하동관에서 곰탕을 드신 분들이세요. 포장을 원래는 안 해줬는데, ‘내가 평생 하동관 곰탕을 먹었는데, 죽기 전에 먹겠다는데 왜 안 해주느냐.’라고 하셔서 그때부터 포장 판매를 하기 시작했어요.”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명동에서 만나는 고풍스러운 고옥(古屋)의 하동관은 건축과 음식으로 우리의 전통을 기억하는 장소가 되고 있습니다. 하동관 입구 우측, 수하동에 있던 하동관의 전경 사진은 추억으로 남겨져 여전히 단골 손님들을 반기고 있죠.
전통문화를 상징하는 도자가 진열된 벽면과 문창살로 빚은 실내 디자인이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하고 있는데요. 여기에 종로구 수하동 시대의 낡고 좁은 목재 테이블을 그대로 옮겨와 사용하고 있답니다.
△ 구석구석 종로구 수하동 시대의 하동관을 기억하게 하는 낡은 사진들이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하동관의 자부심을 드러내며, 그때 그 시절의 향수를 그리게 하고 있습니다.
△ 하동관 3대 김희영 대표가 끓여낸 하동관 곰탕은 음식 장인의 손맛과 정성을 유기 장인이 빚은 놋쇠 그릇(국산 방짜 유기)에 따뜻하게 담아내며 명품으로 완성됩니다.
△ 직접 담근 김치 맛도 예술입니다.
△ 중요무형문화재인 하동관 그릇
하동관 곰탕은 따로 소금을 넣지도 않아도 부드럽게 간이 되어 있어 재료 본연의 맛과 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곰탕에 들어간 밥 또한 뜨겁지 않은 마른 밥이라 시간이 지나도 쉽게 불지 않으며 쌀알이 가진 풍성한 식감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찬이 바로 깍두기인데요. 제주산 무와 국산 꽃소금, 새우젓으로 맛을 낸 시원한 깍두기가 입안 가득 아삭한 소리를 내며 곰탕의 맛을 더욱 풍성하게 채웁니다.
하동관은 독특하게 식수대에서 보리차를 음식처럼 제공하고 있는데요. 기름진 음식을 먹고 나면 느껴지는 입안의 텁텁함을 없애고, 소화를 돕기 위해 직접 볶은 보리를 우려내고 있다고 합니다. 곰탕에서부터 보리차까지, 음식에 대한 정성이 가득한 웰빙 한식당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동관 상세 정보
- 주소:서울시 중구 명동1가 10-4
- 전화: 02-776-5656
- 영업시간:오전 7시 – 오후 4시
- 주의사항: 식재료가 떨어지면 일찍 문닫음, 하동관 직영점:명동 본점,여의도점,코엑스점
지나간 세월에 지지 않는 멋과 맛을 지켜온 서울 3대 대표 노포 한식당.
모두가 추억과 향수를 외치는 요즘,
오랜 역사 속 맛집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