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경영연구원 진다인 RA
중국이 쥔 핵심광물 카드, 세계 산업을 흔들다
중국은 지난 30년간 구리·리튬·희토류·텅스텐 등 핵심광물의 생산과 가공을 전략적으로 육성해 왔습니다. 반면 서방 국가는 높은 비용과 환경 부담으로 정련·가공 기반을 줄였고, 그 결과 중국 의존도가 커졌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 이하 FT)는 중국이 정부 보조금과 낮은 생산비를 바탕으로 핵심광물 지배력을 키웠다고 분석했습니다.

최근 중국은 이 우위를 외교·통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2023년 8월 갈륨·게르마늄 수출통제를 시작했고, 2025년 4월에는 중희토류 7개*에 대한 수출통제도 시행했습니다. IEA(International Energy Agency,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중국의 수출통제 대상 관세코드 수는 2023년 12월부터 2025년 4월 사이 3배로 늘었습니다.
*사마륨, 가돌리늄, 테르븀, 디스프로슘, 루테튬, 스칸듐, 이트륨 등 첨단 무기와 고성능 자석 제조에 필수적인 전략 자원

중국의 수출통제로 핵심광물 공급 물량 예측이 어려워지면서 전 세계 반도체·방산·자동차 업계의 생산 차질도 확대되고 있는데요.
FT에 따르면 AI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희토류 ‘이트륨’은 중국을 대체할 공급처 확보가 특히 어려운 품목입니다. 미국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테크인사이츠(TechInsights)의 소재시장 분석 전문가 리타 숀로이(Lita Shon-Roy)는 “중국이 공급 밸브를 잠그기로 하면 세계 반도체 산업 전체를 멈춰 세울 수도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죠.
IEA는 군용 레이더 시스템에 쓰이는 갈륨과 열화상 장비에 활용되는 게르마늄을 중국 의존도가 높고 대체 공급원 확보가 어려운 대표 광물로 꼽았습니다. 미국 희토류 스타트업 피닉스 테일링스(Phoenix Tailings)의 최고경영자 닉 마이어스(Nick Myers)도 “중국의 수출 제한 이후 반도체·방산·자동차 기업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생산 중단 위기에 놓여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유럽·호주·아프리카, 공급망 다변화에 속도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각국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미국입니다. 미국은 최근 5년간 보조금·대출·세제 혜택 등을 통해 핵심광물의 자국 내 생산을 지원해 왔고, 2026년 2월까지 누적 지원 규모는 460억 달러에 달합니다. 해외 자원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DR콩고 광물자원에 대한 우선 접근권과 우크라이나 광물 프로젝트에 대한 우선 투자권을 확보하고, 로비토 회랑* 구축과 해외 프로젝트 금융 지원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로비토 회랑(Lobito Corridor): 앙골라 로비토 항과 DR콩고·잠비아 광물 지대를 잇는 물류 인프라 축으로, 아프리카 핵심광물의 대체 수출 통로로 주목받고 있다.
유럽은 자체 생산·가공 역량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속도와 지원 규모 면에서는 미국보다 뒤처진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EU는 최근 18개월간 다수의 핵심광물 프로젝트를 신속 인허가 대상으로 선정했고, 자금 지원과 함께 캐나다·아르헨티나·노르웨이·남아공 등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핵심원자재법(CRMA)은 2030년까지 각 전략 원자재*의 가공 단계별 연간 소비량 가운데 특정 단일 역외국에서 조달하는 비중이 65%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전략 원자재(strategic Raw Materials): 핵심원자재 가운데 항공우주 등 첨단산업·국방 등에 특히 중요해 정책적으로 우선 관리하는 원자재. CRMA 상에는 총 17개의 전략원자재가 지정돼 있음
호주는 자국 내 핵심광물 비축을 늘리고 일본·미국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공급 차질 시 기업 지원이 가능하도록 비축 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미국 알루미늄 기업 알코아(Alcoa)는 미국·일본·호주 정부 지원을 받아 서호주 알루미나 제련소에 갈륨 생산시설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아프리카는 채굴 중심에서 벗어나 자국 내 가공 확대와 부가가치 제고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2026년 7월 열린 ‘아프리카 핵심광물·밸류체인·고부가가치화 장관급 포럼’에서 아프리카 각국은 희토류·리튬·코발트 등의 현지 가공과 역내 가치사슬 구축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한국과 포스코그룹의 공급망 다변화 전략은?
한국도 자원외교와 양자 협력을 통해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남미 협력 벨트를 기반으로 리튬·희토류·원유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고, 캐나다와는 공동 비축, 몽골과는 광물 관세 면제에 합의했습니다.

▲ (왼쪽) 장인화 회장이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포스코그룹의 ‘트리플 코어’ 전략 및 ‘국가대표 핵심자원 공급자’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 포스코인터내셔널이 한-브라질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브라질 희토류 기업 ‘메테오릭 리소시스’社와 원료조달 및 공급망 구축 MOU를 체결했다.
포스코그룹도 이에 맞춰 자원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공급망 안정화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산업자원·전략자원·에너지자원을 3대 축으로 하는 ‘트리플 코어(Triple-core)’ 전략 아래 리튬·희토류·희귀가스 등 핵심 자원의 공급 기반을 넓히고 있는데요. 아르헨티나 염수 리튬과 호주 광석 리튬 사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했고, 최근에는 브라질 희토류 기업 메테오릭 리소시스(Meteoric Resources)와 원료 장기 구매, 지분투자, 분리정제 협력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원료 조달부터 분리·정제, 영구자석 생산까지 이어지는 희토류 밸류체인을 구축해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려는 구상입니다.
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의 병목은?
하지만 공급망 다변화에는 분명한 한계도 있습니다. 채굴 지역은 다변화되고 있지만, 정련·가공 부문에서는 중국의 높은 점유율이 상당 기간 유지될 전망이기 때문입니다.
FT는 갈륨 정련·가공 부문에서 중국의 공급 비중이 2030년에도 95%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황산망간·LFP 양극재·텅스텐도 약 90% 수준이 예상됩니다. 희토류는 약 77%, 리튬은 약 52%로 낮아지더라도 글로벌 정련·가공의 절반 이상을 중국이 차지할 가능성이 큽니다.
또 다른 변수는 공급과잉입니다. 각국이 개별적으로 생산 확대에 나설 경우 희소금속 분야에서는 중복투자와 수익성 악화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중국이 다시 수출을 늘리면 가격이 급락해 비중국권 프로젝트의 사업성이 흔들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중 간 해외 광산 투자 경쟁이 심해지면서 자원보유국이나 기업이 특정 진영 공급망 선택을 요구받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 비중국계 기업 6곳이 발표한 갈륨 생산계획이 모두 실행될 경우, 연간 300톤 이상의 신규 공급능력이 추가될 수 있는데, 이는 현재 세계 연간 수요의 약 절반에 해당합니다.
공급망 위기 대응, 장기 정책과 국제 협력에 달렸다
하지만 비중국권 핵심광물 프로젝트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려면 정부의 장기적이고 일관된 정책 지원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광산 개발에는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장기 자금 지원과 최저가격 보장 등으로 사업 지속 가능성을 뒷받침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권 변화와 관계없이 기업이 신뢰할 수 있는 지원 체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합니다.
결국 공급망 다변화의 목표는 중국의 생산량을 넘어서는 데 있지 않습니다. 특정 국가의 공급이 흔들려도 반도체·방산·자동차 같은 핵심 산업이 중단되지 않는 회복력 있는 공급망 체계를 만드는 데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FT는 각국이 중국과 완전히 담을 쌓기보다는 다자간 협력을 통해 멈추지 않는 핵심광물 공급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자원개발부터 정련·가공, 비축, 수요처까지 연결된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참고 자료
– FT, ‘26.7.15., China and the new era of critical minerals diplomacy
– IEA, ‘26.7.16., Global Critical Minerals Outlook 2026
– WSJ, ‘26.7.16., The U.S. Is Trampling Allies in the Global Hunt for Rare Earths
– African Development Bank Group, ‘26.7.10., Africa Wants to Make Its Critical Minerals a Lever for Industrialisation and Economic Transformation
– 한-아프리카재단, ‘26.5.22., 글로벌 핵심광물 경쟁과 한국의 아프리카 협력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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