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L Talk에서는 STEEL(철강)은 물론 Science, Technology, Energy, Environment and Life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드립니다.
오늘은 포스코 뉴스룸에 어떤 질문이 들어왔을까요? 음력으로 9월 16일은 명량대첩(1597년)이 있던 날인데요. 이날을 기념해 전남 진도와 해남 일원에서 지난 9월 27일부터 29일까지 3일 동안 ‘명량대첩축제’가 열렸어요. 오늘 질문을 보내준 어린이는 이 축제에 다녀와서 궁금증이 생겼다고 해요. 어떤 질문인지 궁금하죠? 포스코 뉴스룸이 자세하게 답해드립니다. 그럼, 시작할게요!
임진왜란 때 “조선군이 대들보를 쏴대서 병사들이 혼란에 빠졌다.”, “조선군이 쏘는 화살은 통나무만 하다.”는 일본 기록이 있다고 해요. 왜군과의 전쟁에서 조선 수군을 승리로 이끌었던 이 ‘대들보’는 바로, 질문을 보내준 어린이가 말한 ‘조선 시대 미사일’입니다. 조선 시대에 미사일이 있었다니, 정말 놀라운 사실이죠? 지금부터 자세하게 알아볼게요.
조선 시대 미사일은 ‘대장군전(大將軍箭)’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요. 적들이 혼비백산해 팔다리도 못 움직일 만큼 사기를 떨어뜨리는 무기라 하여 ‘대장군’이라는 이름이 붙었어요. 이순신 장군은 왜선 21척을 격침한 당포해전(1592년)에서 승리한 후 왕에게 “대장군을 쏘아 배를 쳐 깨뜨렸다”고 장계를 올렸어요. 그만큼 조선에서 발사한 대포 중 가장 크고 강력한 무기였죠.
영화나 역사 시간에서 보통 쇠로 만든 ‘철환(鐵丸)’, 돌을 다듬어 만든 ‘석환(石丸)’, 철환 표면에 납을 씌운 ‘수철연의환(水鐵鉛依丸)’, 이렇게 세 가지의 동그란 포탄을 많이 봤을 텐데요. 대장군전은 이 포탄들과는 다르게, 미사일처럼 기다랗게 생겼어요. 그래서 흔히 조선 시대 미사일이라고 불리는 거죠. 조선 시대에 편찬된 <화포식언해>에 따르면 대장군전 한 개의 무게가 56근 3냥(33.7kg)이고, 사정거리는 무려 900보(1.14km)였다고 해요. 이렇게 무거운데 어떻게 멀리 날려 보낼 수 있었을까요?
조선 시대 대포인 천자총통(天字銃筒)으로 대장군전을 날려 보냈는데요. 대장군전이 멀리 날아갈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철’이에요. 화약을 많이 쓰면 멀리 날아가는 거 아니냐는 생각을 하는 어린이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화약은 방아쇠 역할만 할 뿐이에요. 그리고 강한 미사일을 만든다고 단순히 ‘강한’ 철을 사용하게 되면 대포 속에서 화약의 폭발력이 엄청나기 때문에 대포 안에서 대포도, 대포알도 모두 깨져버리게 돼요. 그 이유를 아래 이미지에서 살펴볼게요.
대장군전의 몸통은 나무로 만들어졌지만, 적을 공격하기 위해 머리 쪽에도 철촉이, 꼬리 쪽에도 화약을 견딜 수 있도록 철이 박혀있고, 또 멀리 날려 보내기 위해 철로 만든 날개도 붙어있어요. 그래서 적을 무찌를 만큼 강하지만, 화포 안에서 폭발력을 견딜 수 있는 철이 필요했는데요. 기록에 의하면 조선 시대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된 철은 ‘시우쇠’라고 불리는데, 현대적 의미로 해석하자면 불순물이 적은 쇠(저탄소강)에 해당합니다.
제철소에서 철광석을 녹이기 위해 용광로 안에 석탄을 가공한 코크스를 넣는 것처럼, 조선 시대에도 숯과 함께 철을 만들었어요. 숯 안에는 탄소가 많이 들어 있어서 숯으로 만들어진 쇳물에는 많은 양의 탄소가 녹아있었는데요. 탄소가 많이 들어있다는 것은 쇳물 안에 불순물이 많다는 뜻과도 같아요! 불순물이 많이 들어 있는 철은 단단하기도 하지만 굉장히 쉽게 깨지기 때문에 대포알로는 적합하지도 않고, 쉽게 펴지지도(연성) 않기 때문에 대장군전 같은 멋진 미사일 모양의 철촉도 만들 수 없어요. 쇳물 안에 녹아있는 불순물을 줄이는 만큼, 철은 더 쉽게 펴지고 늘어나게 돼요.
철이 적당히 강하면서 원하는 모양대로 쉽게 만들 수 있는 노하우가 이 대장군전 안에 모두 녹아있답니다!
재미있는 질문 덕분에 오늘은 역사와 철강을 함께 공부했네요. 이순신 장군이 나라를 구한 배경에는 ‘철’이라는 소재, 그리고 ‘철’을 만드는 선조들의 기술이 있었다는 걸 잊지 마세요!
* 도움말 주신 분: 포스코 기술연구원 조승현 책임연구원, 포스코역사관 채경주 학예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