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 부동의 1위. 수십년간 글로벌 톱티어의 위상을 굳건히 지켜온 포스코 경쟁력의 원천은 조직 구성원들에게 있다. 특히 최고의 기술로 최상의 품질을 책임지고 있는 현장 생산기술직 직원들의 열정은 포스코의 가장 큰 자산이다. 초일류 기업을 향한 포스코의 비상에 날개를 달아 줄 제철청년단을 소개한다.
안녕하세요. 2017년 입사해 포항제철소 STS압연정비섹션 TRM 전기정비파트에서 근무하고 있는 강흠선입니다. TRM(Tandem Rolling Mill) 공장은 두 개의 스테인리스 철판을 평평하게 풀어낸 후 그 끝을 용접하고, 고객이 원하는 두께에 맞게 연속 압연하는 곳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코일을 풀어주는 엔트리(Entry) 설비와 풀어낸 두 개의 판을 레이저 빔으로 용접하는 레이저 웰더(Laser Welder) 설비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7년간 TRM 공장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했지만, 아직 공부해야 할 것이 많은 새내기 정비인이죠.
저는 경기도 안산에서 태어나고 자라 제철소와는 큰 인연이 없었습니다. 대학교에 입학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포스코가 철을 만드는 회사라는 사실만 알았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회사인지는 잘 알지 못했어요. 그런 제가 포스코에 지원하게 된 건 친한 친구 덕분이었습니다. 취업을 준비하고 있던 저에게 그 친구는 “포스코는 한국사 책에도 나올 만큼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큰 기여를 한 기업이고 철강 쪽에서는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회사야. 무엇보다 제철소에는 엄청난 설비가 있는데, 설비에 관심이 많은 너도 도전해 보면 어때?”라며 넌지시 귀띔해 줬습니다.
포스코가 다년간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 1순위를 놓치지 않았다는 사실은 취업을 준비하면서 알게 됐습니다. 또한, 직장을 선택함에 있어 어떤 업계든 글로벌 1위라면 아무리 어려운 위기가 와도 안정적으로 헤쳐 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해 포스코 입사를 결심했습니다. 포스코에 입사하려고 전기산업기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대학 동기들과 스터디를 꾸려 면접을 준비한 결과, 극적으로 합격할 수 있었는데요. 부모님께서는 타지 생활을 시작하는 저를 걱정하시면서도 아들이 포스코 직원이라는 사실을 무척 자랑스러워하셨습니다.
포스코인재창조원에서 신입사원 교육을 받을 때부터 저는 설비를 유지, 보수하고 개선할 수 있는 정비부서에 지원하고 싶었습니다. 기본 교육을 마치고 현장 부서로 배정되기 전, 안산으로 향하는 KTX 기차 안에서 ‘STS압연정비섹션 TRM전기파트에 오게 된 걸 환영한다.’는 파트장님의 문자를 받고 설렜던 순간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회사에서 펼쳐질 새로운 나날에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운 마음도 컸는데요. 입사 첫날, 굉음을 내며 돌아가는 TRM공장 설비들을 보면서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랬던 제가 지금 이 대형 설비들을 관리하고 있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TRM 공정은 코일 형태의 스테인리스 철판 두 개를 엔트리 설비로 평평하게 풀어준 후 판 끝부분을 레이저 웰더 설비로 이어 붙이고, 4개의 압연기를 거쳐 고객이 원하는 두께로 압연하는 과정인데요. 두 스테인리스 철판의 중심을 맞추고 알맞게 용접하는 것은 TRM 공정에서 매우 중요한 과정입니다. 만약 용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판이 압연기에 들어갔을 때 용접부가 터져버리는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압연기 안쪽 설비와 찢어진 판이 충돌해 스파크가 생길 수 있고 자칫하면 불씨가 압연유에 닿아 큰 화재가 일어날 수 있는데요. 화재 발생 시 인명사고는 물론 복구작업을 하려면 오랜 기간 설비 가동을 중단해야 해 어마어마한 손실이 발생합니다. 때문에 매일 직원들의 안전, 고객과의 신뢰를 지킨다는 생각으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출근하면 운전실에 들러 지난밤 설비에 문제는 없었는지 운전자와 회의하고, 입측 설비에서 가장 중요한 용접부 판단 시스템인 QCDS(Quality Control Data System)의 화면을 검토합니다. 용접부 상태는 정상인지, 각 센서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한 후 설비가 잘 돌아가는지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데요. 혹시 평소와는 다른 진동이나 소리가 나타나면 열화상 카메라로 모터의 온도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TRM 공정에 대해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지만, 입사 초기에는 모든 것이 낯설게만 느껴졌습니다. 현장 업무는 학교에서 배운 것과는 다른 게 많아서 각종 설비와 정비 업무가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그날 배운 것들을 노트에 기록했는데요. 기억에 남는 메모는 입측 설비 #1패스라인 판의 방향을 알맞게 잡아주는 디플렉터 모터(Deflector Motor)에 관한 것입니다.
디플렉터 모터가 갑자기 작동하지 않아 모터와 연결된 롤 쪽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기계정비와 함께 점검했는데 아무런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모터 문제인가 싶어 다시 점검해 봤지만 절연저항도 정상이고 특별한 이상을 찾을 수 없었어요. 오리무중에 빠진 저는 하염없이 기계만 만지작거릴 뿐이었는데요. 늘 저에게 큰 힘이 돼주시는 조찬희 파트장님께서 그런 저를 발견하시고는 모터 케이블 저항을 함께 측정해 보자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모터 케이블 저항 측정 결과 S상 케이블에 이상이 있음을 알 수 있었고, 동료들과 함께 문제가 된 케이블을 무사히 수리할 수 있었습니다.
전기정비 업무를 하는 제게 가장 중요한 물건 중 하나는 검전기입니다. 모터와 센서에 동작 이상이 생겼을 때 패널 내부 케이블을 중점적으로 확인해야 하는데요. 전원이 차단된 상태에서 모터의 절연을 측정해야 하는데 패널 특성상 전원 차단부에서는 측정하기 어려워 패널 후면부에서 측정하고 있습니다. 기계 내부에는 무수히 많은 패널이 연달아 붙어 있기 때문에 전면부에서 전원을 차단해도 후면부에서는 내가 전원을 차단한 패널이 어떤 것인지 무척 헷갈리는데 이때 검전기를 사용하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검전기로 패널 전원이 잘 차단됐는지 확인한 후에 테스터기로 이중 점검하고 있는데요. 전원 차단 확인 과정 없이 작업할 경우 전기에 감전될 수 있고, 정확한 절연측정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검전기를 늘 소지해야 합니다.
입사 초기 때부터 조찬희 파트장님께서 늘 해주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예비품은 몇 개를 준비해도 부족하지 않다.”인데요. 제철소 특성상 한 번 설치된 설비는 최소 15년, 많게는 몇십 년까지 사용되기 때문에 설비가 고장 나기 전에 부속품이 단종돼 수리에 난항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예비품을 미리 구매해 놓지 않으면 대체품을 찾거나 현장 설비 구조를 아예 교체해야 하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이런 경험이 있습니다. 웰더 설비에는 용접 전 강판의 온도를 올려주는 히터가 있는데, 이 히터 패널 내부의 PCB 기판이 고장 나 특정 파워까지 열을 올릴 수 없어 용접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공정을 중단할 수 없었기 때문에 당장 임시 조치를 해야 했는데요. 오류가 나지 않는 선까지만 히터의 열을 올릴 수 있도록 PCB 기판을 수리해 임시로 사용했는데 혹시 전체 공정에 피해가 가지 않을까 무척 노심초사했습니다. 다행히 서둘러 새 PCB 기판을 구해 문제를 해결했지만, 그 찰나가 저에게는 영겁의 시간처럼 느껴졌습니다.
코일에 감겨있는 밴드를 제거하는 디벤더(Debander) 설비를 개선할 때의 일입니다. 디벤더 설비에는 코일이 현재 설비 앞에 놓여있는지를 감지하는 레이저 센서가 달려있는데 코일 표면에 오염물질이나 기름이 묻어있으면 정확도가 떨어졌습니다. 이를 개선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센서를 이중으로 설치하는 방법을 떠올렸는데요. 사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이중 센서를 설치한다고 정확도가 확 높아질 수 있을까, 레이저 설비 자체를 개선해야 하는 건 아닐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조찬희 파트장님께서 제 이야기를 들어보시곤 적극 지원해 주셔서 디벤더 설비에 근접 센서를 추가 설치할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두 개의 레이저 센서가 코일의 위치를 100%의 정확도로 감지해 작업이 훨씬 수월해졌죠.
조찬희 파트장님은 저에게 업무수행 방식, 문제해결 능력, 개선 방식을 알려주신 스승님입니다. 파트장님은 현장에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당황하지 않고, 항상 먼저 출동해 문제해결 방향을 알려주시는 키잡이시죠. 코일 표면의 결함을 막고자 코일 사이에 넣는 종이인 간지(間紙)를 똑바로 감아내려면 적절한 장력이 필요한데요. 이 장력이 일정 구간을 지나면 서서히 낮아지게 하는 입측 간지 텐션 프로그램 개선 작업 당시 테스트 결과가 예상과 다르게 나와 파트장님께 조언을 구한 적이 있습니다.
파트장님은 예전에 개선 작업을 하셨을 당시 만들어둔 자료를 찾아 건네주시며 “아직은 조금 어렵더라도 흠선이가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그리고 내일 테스트 결과가 다르게 나온 이유에 대해 같이 이야기해 보자.”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어려운 문제에 대해 파트장님과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하면 금방 답이 나오는 것이 아직도 신기합니다. 늘 반원들을 위해 솔선수범하시는 파트장님을 보면서 저의 부족함이 무엇인지 깨닫고 보완해 나가고 있습니다.
4년 전, QSS 개선리더 43기로 활동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당시 제가 맡은 과제는 엔트리 설비 자동화였습니다. 두 개의 코일을 용접하고 나면 입측 운전자가 육안으로 용접부를 확인한 후 운전자 판단 하에 입측 스타트를 명령하는데요. 운전자가 각기 다른 판단에 의해 입측 스타트를 명령하기 때문에 입측 스타트 조건을 통일하고 이를 자동화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저는 총 8명의 운전자를 찾아가 용접부 판단 근거들을 수집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운전자 모두가 만족할 만한 공통 조건을 구성했고, 이를 입측 자동 스타트 시스템에 적용하는 데 성공했죠. 이 시스템으로 입측 운전자들의 업무 몰입도와 생산량을 대폭 높일 수 있었는데요. 현장에서 “입측 자동 스타트합니다.”라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제가 만든 프로그램이 잘 작동하고 있는 것 같아 무척 뿌듯합니다.
개인적으로는 2022년부터 꾸준히 해오고 있는 수영에 더욱 매진할 생각입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한 시간 동안 수영을 하고 나면 하루가 무척 상쾌한데요. 평소 친구들과 어울려 운동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때로는 넓은 수영장 속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아무런 잡생각 없이 반복된 동작을 하며 물길을 헤쳐 나가는 일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더라고요. 처음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게 힘들었지만 요새는 수영을 하지 않으면 몸이 뻐근할 정도로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최근에 시작한 또 다른 취미는 골프인데요. 친구들, 혹은 회사 동료들과 자연 속에서 공을 치고 거닐다 보면 이런저런 고민들을 꺼내 서로 이야기할 수 있어 좋습니다. 공이 잘 맞아 제가 원하는 궤적을 그리며 날아가면 스트레스도 풀리는 기분이 듭니다. 앞으로도 수영과 골프 등 새로운 스포츠에 도전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가꿔나가려고 합니다.
아직은 부족함이 많은 8년 차 사원이지만, 저 또한 조찬희 파트장님을 비롯한 많은 선배들처럼 동료들에게 도움을 주는 설비 전문가가 되고 싶습니다. TRM 공정의 설비뿐만 아니라 전기기사, 기능장 등 다양한 정비역량을 높일 수 있는 자격증 공부를 꾸준히 하고, 선배님들이 현장에서 전수해 주시는 노하우들을 열심히 배워 정비 분야 포스코명장으로 성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