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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는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것” –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장 인터뷰

“장애는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것” –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장 인터뷰

2018/04/20

장애인 체육 활동만큼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에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없다. 얼마 전 평창 동계패럴림픽만 떠올려 봐도 비장애인 못지않은 에너지와 끈기로 경기에 임하는 출전 선수들 하나하나가 큰 울림을 줬었다. 올해로 38회째를 맞는 장애인의 날을 기념해 포스코 뉴스룸에서는 아주 특별한 사람을 만나고 왔다. 바로 장애인 체육 활동 활성화를 위해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장을 만나 국내 장애인체육의 현주소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장.

 

예상치 못한 사고,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다

정진완 원장은 어린 시절부터 운동선수가 꿈이었을 정도로 활동적이었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시련이 닥친 건 그가 22살 되던 해,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되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 사고는 그에게 새로운 꿈을 심어준 전환점이 됐다. 당시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던 그는 1988년 열린 서울 하계패럴림픽을 보면서 패럴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겠다는 막연한 목표를 세웠다. 피나는 노력의 결과 꿈을 이뤘고, 선수 생활 이후에도 후배들을 위한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2000년 시드니 패럴림픽 때 사격 종목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수상했습니다.
이후 용인대 특수체육교육과에 입학해 장애인 체육과 관련된 행정을 해보겠다는 두 번째 꿈을 펼치게 됐죠.”

정 원장은 장애인 체육 활동 관련 일을 하면서 수없이 많은 보람을 느껴왔다. 그중에서도 이번 평창 동계패럴림픽은 그에게 더 각별하다.

“우리나라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된 패럴림픽에 대한민국 선수단 총감독으로 참여한 경험은 정말 짜릿했습니다.
스포츠를 통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선수들에 국민들이 감동하는 모습을 보며 대회 내내 가슴이 벅차올랐죠.”

정진원 원장이 지난 2000년 시드니 패럴림픽에서 딴 금메달과 동메달의 모습.
▲정 원장은 지난 2000년 시드니 패럴림픽 사격 종목에서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그는 당시 획득한 금메달과 동메달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평창 동계패럴림픽이 남긴 것

이번 평창 동계패럴림픽은 그 어느 때보다 국가적 지원과 관심이 높았다. 경기장에 턱 없는 출입구를 설치하고 점자 안내판과 수화 안내 서비스를 제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경기를 즐길 수 있었다. 과거 경기 시설 대부분이 비장애인에 맞춰져 있어 장애인들이 이용하기 어려웠던 때를 생각하면 큰 발전이다. 물론 아직도 개선해야 할 부분들이 산적해 있지만.

“출입구 턱을 없애는 일은 장애인의 시선으로 바라봤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파라 장애인아이스하키 경기 모습 .

직접 경기를 뛴 선수들도 특별한 경험을 했다. 포스코가 자체 기술력을 통해 개발한 장비를 착용하고 경기에 참여한 것이다. 외국에선 종종 있는 일이지만 국내에선 최초였다. 철강업계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자랑하는 기업이 장애인선수단을 위한 썰매를 만들어준 것에 대해 선수들이 느낀 자부심은 대단했다.

“선수들이 뿌듯해하는 모습을 보니 훈련을 책임지고 있는 입장에서 썰매를 만들어 준 포스코가 정말 고마웠죠.”

 

“지금의 관심과 후원, 도미노처럼 확대되길”

신의현 선수가 한국 동계 패럴림픽 사상 첫 금메달을 따고 난 뒤 신 선수의 고향인 공주에 사는 한 어린이는 방송 인터뷰에서 “신의현 선수처럼 되고 싶다”고 했다. 편견이 없는 어린아이의 순수한 시각에서는 신 선수가 장애인이 아닌 자신의 한계를 이겨낸 스포츠 선수로 비쳤기 때문이다.

“흔히 ‘장애를 극복했다’는 표현을 많이 쓰던데 제 생각은 다릅니다.
장애는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것이죠.”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장.

평창 패럴림픽이 끝난 이후에도 정 원장은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선수들이 맘껏 기량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선수 생활 은퇴 후에도 자리를 잡고 살아갈 수 있도록 패러다임을 바꿔나가기 위한 노력은 계속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장애인 체육을 통해 장애인들을 밖으로 끌어내는 것이 대한장애인체육회의 설립 이유이자 사명이다. 정 원장은 체육활동을 통해 신체를 단련하고 건강해진 몸과 마음으로 학업과 사회활동을 하며 사회 구성원으로서 비장애인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통합사회를 이뤄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선수들에겐 금전적 도움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은퇴 후에도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가는 게 더 절실하죠.
포스코와 같은 기업에서 보여주는 관심과 후원이 도미노처럼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파라 장애인아이스하키 경기 모습 .

이번 평창 동계패럴림픽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벽이 조금이나마 허물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정 원장의 생각처럼 단발성 대형 이벤트에 대한 관심만으로는 벽을 허물기 쉽지 않다. 기업의 지속적인 후원도 필요하지만,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인식이 개선되기까지 국민적 관심이 더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장 원장은 일부러 장애인 경기를 보러 와주시는 팬들에게 특별히 감사의 말을 전했다.

“국민이 성원하지 않는 스포츠는 살아있는 것이 아닙니다.
장애인 체육에 관심을 갖고 가족과 함께 1년에 단 한 번이라도 경기장을 찾아주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경기를 보고 자란 아이들이 커서도 자연스럽게 장애인 체육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게 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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