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분주하고 치열한 일상에서 에너지를 많이 소모한다. 마음처럼 되지 않는 일에 짜증이 나고, 의도치 않았던 감정적 관계에 상처받는다. 가끔은 나 스스로의 한계를 느끼고 좌절하기도 한다. 모든 것을 놓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충동도 느낀다. 미국 MIT의 존 카밧진(Jon Kabat-Zinn)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대인들의 마음건강이 위태로운 이유는 생각의 과식(過食), 생각의 과부하 때문이다. 너무 많고 복잡한 생각을 계속 떠올리기 때문에 마음이 상처를 입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마음이 힘들 때, 명상을 꾸준히 실천한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낮아지고 주의력이 상승하며, 공감능력 또한 향상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한다. 구글·페이스북 등 거대한 테크 기업들이 즐비한 실리콘밸리에서 명상 열풍이 부는 것도 이 때문. IT전문지 <와이어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내야 하고, 디지털 기기에 항상 묶여 있는 실리콘밸리 사람들이 ‘생각할 시간’을 만들어주는 명상에 열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l 포스코그룹 예비 임원들, ‘명상’ 속으로 떠나다
“눈을 감고 가장 편안한 상태로 자리에 앉아 주세요. 그리고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에 주의를 두어 봅니다. 코 점막에 스치는 시원한 공기를 느껴보세요.”
지난 10월, 명상 프로그램이 진행된 이곳은 전남 고흥에 위치하고 있는 포스코 수련원. 제법 연배가 있는 중장년층들이 한적한 풀밭에 꼿꼿하게 앉아 선생님의 지도를 따르고 있었다. 이들은 바로 포스코그룹 상무보 1년차 56명이다.
무려 10시간 동안이나 진행되는 집중 명상 프로그램. 처음 해보는 명상 수업에 참가자들은 어색해 했지만, 이내 진지한 모습으로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쉼 없이 바쁘게 살아온 일터가 아닌 전남 고흥 바닷가 옆에 위치한 한적한 수련원에서, 그동안의 생활과 자신을 반추하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포스코는 이번 포스코그룹 임원 양성과정부터 명상 수업을 새롭게 도입했다. 특히 상무보는 실무자들과 함께 일하고 업무 효율을 관리하던 ‘관리자’에서, 이제 실(室)·그룹이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면서 중요한 결정사항을 처리해야 하는 ‘비전리더(Vision Leader)’로 첫발을 뗀 조직 구성원이다.
외유내강이라는 말처럼, 이들이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강인한 내면을 갖춘 관리자로 성장하여 조직에 긍정적인 영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특별히 기획한 것이다. 마케팅, 경영전략, 재무회계, 리더십 스킬 등 지식 중심으로 구성된 일반적인 교육과는 달리, 내면의 성찰을 통해 자신을 단련시키는 명상 프로그램은 포스코에게도 참가자들에게도 파격적인 시도다.
명상 프로그램은 크게 명상의 기본 원리를 적용하여 ‘이완-집중-자각’의 단계로 구성돼 있다. 참가자들은 새벽 일출을 함께 보며 뇌를 깨우면서 미래를 다짐하고, 요가 명상을 통해 경직된 신체를 풀어 몸과 정신을 이완했다. 이어 호흡 명상을 하며 나 자신과 오감에 오롯이 집중하는 시간을 갖고, 차 한 잔과 함께 명상 소감을 나누고 서로의 행복을 기원하며 명상을 마무리했다. 긴 시간에 걸쳐 진행된 쉼 없는 프로그램이었지만, 참가자들의 얼굴에선 어딘가 모를 ‘쉼’이 느껴졌다.
이번 과정에 입과한 한 상무보는 “명상을 하면서 마음의 평화와 심신의 안정을 얻었습니다. 걷기 명상, 바디스캔 등을 통해 나를 성찰해보고 생각을 깊이 정리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일출 명상에서는 명상 도중 눈을 떴을 때 해가 떠오르는 장면을 보며 안정된 호흡 속에서 진정한 ‘마음 내려놓기’를 깨우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명상은 비단 조직의 장(長)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한 번쯤 해보면 좋은 마음수련이다. 조용한 곳에서 잠시 머리를 식히고 명상을 하다 보면, 내면의 저항력을 키우고 더 단단해진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이 복잡할 때, 무언가에 집중하기 어려울 때, 휴식이 필요하다면 ‘나 자신’이라는 여행지로 잠시 떠나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