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하고, 수소환원제철 상용화 기술 개발을 통한
그린스틸 생산 등 탄소중립을 향한 본격적인 여정에 나섰다.
고려대학교 신소재공학부 이준호 교수와 함께
다가오는 탄소중립시대에서의 철강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본다.
인구 증가 그리고 도시의 증가
2022년 유엔의 ‘세계 인구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인구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올해 세계인구는 약 80억 명으로, 2030년에는 85억 명, 2050년이 되면 약 97억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곳은 23억 명이 거주하는 동부·동남아시아 지역과 21억 명이 거주하는 중부·남부아시아 지역이다. 가파른 인구 성장을 보이고 있는 지역은 중부·남부아시아와 아프리카로, 2020년부터 2050년까지 각각 21억 명에서 26억 명, 12억 명에서 21억 명으로 급격한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인구 증가는 필연적으로 도시의 증가를 야기한다. ‘도시’는 인간의 사회∙경제∙정치 활동의 중심이 되는 장소로, 수천∙수만 명 이상의 인구가 집단 거주하여 가옥이 밀집되고 교통로가 집중되어 있는 곳으로 정의된다. 도시와 반대되는 개념은 ‘촌락’으로, 인간의 사회∙경제∙정치 활동이 활발해질수록 촌락에서 도시로의 인구 유입이 늘어난다. 1990년 43% 수준이었던 도시인구는 2018년 55%까지 성장했으며, 2030년 60%, 2050년 68%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도시는 국민소득과도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의 도시화율은 1990년 이미 74%를 기록했으며, 2050년에는 88%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국민소득이 낮은 나라들은 도시화율이 1990년 23%에서 2050년 50% 수준으로 전세계 평균에 한참 미치지 못한 수준이다. 도시화는 사회의 부를 창출하는 원동력이기에 현재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는 도시 개발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스마트도시’ 프로젝트이다.
스마트도시의 등장
스마트도시는 사회기반시설과 서비스를 데이터로 연결한 도시이다. 스마트도시는 1990년대 인터넷 보급과 함께 ‘디지털 시티’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다. 2000년대 고속인터넷이 확산되면서 첨단 IT인프라와 유비쿼터스 정보기술을 갖춘 도시를 추구했고, 국내에서는 ‘유시티(U-City)’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개발됐다.
유시티(U-City)에서는 모든 정보 시스템을 무선네트워크나 RFID 태그 등으로 연결하고, 행정, 교통, 방범, 방재 시스템은 물론 주거공간의 홈네트워크화가 이뤄졌다. 2010년부터는 빅데이터의 수집과 관리가 가능해지면서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도시의 경쟁력 강화, 삶의 질 향상, 친환경성 강화, 사회기반시설의 운영 등의 영역으로 확장됐다.
스마트도시에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존의 도로를 넓히거나 새로운 도로를 건설해 교통 이동 시간의 단축, 사고 감소, 공기 질 정화 등의 효과를 내기도 하고, CCTV와 모바일 앱 등을 활용하여 경찰 업무의 효율을 높여 범죄 발생률을 감소시키기도 한다. 노후한 수도관 누수 지역을 정밀 검사하여 교체함으로써 수도의 낭비를 억제하기도 하며, 쓰레기의 양을 측정해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방법으로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이기도 한다. 야간에는 도로의 통행량을 모니터하고 그에 따라 조명을 조절해 에너지 절약도 가능한 것이 스마트도시다.
일반적으로 스마트도시는 데이터와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에 관심을 갖고 있으나 실제 스마트도시를 구현하는 물질적 실체는 인프라, 곧 사회 기반시설에 있다. 기본적으로 주거시설, 상업시설과 같은 건축물, 사람과 물자의 연결 통로인 도로, 다리, 철도, 에너지를 수송하는 전력망, 정보를 연결하는 통신망, 그리고 물, 가스 등을 수송하는 파이프라인에 이르기까지 사회기반시설의 구성이 가장 밑바탕에 위치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의 급격한 인구증가와 함께 스마트도시 개발 사업으로 발생하는 막대한 철강의 수요 증대가 기대되는 이유다.
한편 스마트도시의 인프라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공유’이다. 2018년부터 활성화된 공유 오피스는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대기업은 지역 거점 오피스로 활용하기도 하며, N잡러 프리랜서와 스타트업 예비창업자가 늘면서 1인 기업을 위한 공유오피스는 새로운 업무 공간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세계적인 체인인 H 호텔은 낮시간에 호텔방을 업무용 공간으로 대여하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등 도시 인프라의 고효율화를 위한 비즈니스가 확대하고 있다.
미래형 스마트도시 속 철강의 역할
그러나 기존의 콘크리트 기반 인프라는 시대 변화에 따른 공간 변화의 요구를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 거주 공간에서는 가구 구성원의 변화, 외식이나 배달 중심의 식문화의 변화 등을 반영하기 어렵고, 사무 공간에서는 1인 기업의 활성화, 증가한 온라인 화상회의 등으로 인한 소음과 보안 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회적 구조 변화를 반영해야 하는 미래 스마트도시에서는 콘크리트가 아닌 철골 중심의 건축물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판재를 원하는 형태로 재단하고 용접해 제조하는 빌트업빔은 다양한 구조의 건축물에 맞춤형 규격으로 제작할 수 있어 건축물 자체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화하고, 자유로운 공간 설계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건축용 철강 내외장재의 발전은 공간 연출 측면에서도 획기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게 했다. 대리석은 물론, 나무의 외관과 감촉까지 구현한 컬러강판은 철강 제품이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미래형 소재이다. 이러한 철강 제품을 조합하여 제작한 모듈러 유니트 베스룸은 기능적 우수성은 물론 사용 후 리사이클링을 고려해도 가장 친환경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건물 외부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한 스마트 솔라 패널 또한 도시의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효과적인 선택지이다.
미래형 스마트도시에서 주목받고 있는 구조물은 철강 모듈 건축이다. 특히 도심 속 재건축 현장에서는 공기의 단축과 건설 중 소음 및 먼지 발생 저감, 숙련된 건설 인력 구인난 등을 극복하고자 모듈러 건축이 요구되는데, 철강 모듈 건축은 자원의 효율적 이용은 물론 온실 가스 배출 저감 부문에서도 다른 형태의 건축을 압도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미래형 스마트도시에서 철강의 역할은 각별하다. 지리적 여건으로 볼 때,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거주하며 가장 많은 도시 건설이 요구되는 아시아 지역에서 국내 철강사, 특히 포스코의 책임은 막중하다. 도시의 인프라 건설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가 바로 철강이고, 이러한 제품을 가장 효과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업이 바로 포스코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도시 관리도 중요하지만, 철강으로 처음 건설하는 도시의 에너지와 자원 효율을 극대화하는 설계가 궁극적으로는 전세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 1편 : 우리가 꿈꾸는 미래 탄소중립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