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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이름 김성남 포스코명장] “행복을 전하는 기계음··· 내 심장을 뛰게 했다”

[위대한 이름 김성남 포스코명장] “행복을 전하는 기계음··· 내 심장을 뛰게 했다”

2016/07/21

김성남 명장은 전기수리 진단기술에 있어 제철소 최고 전문가다. 특히 전력계통 보호계전 시스템, 계전기 특성시험 분야에서는 그를 빼고 이야기할 수 없다. 전기설비 정비에 38년을 매진해 온 그는 제철소 고압 모터 권선방법을 개선해 설비 수명을 대폭 연장하는 등 다양한 성과를 거둬왔다. 고압 회전기 절연열화진단 및 판정기술을 비롯한 제안 7건, 고압 회전기 절연 열화 시스템 개발 등 3건의 특허 및 노하우가 그의 한결 같은 노력을 증명한다.

포스코가 6월 16일 포스코 현장 기술인 최고의 영예인 2016 포스코명장(名匠)을 선발하고 임명패를 수여했다.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현장의 창의적 개선활동과 회사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는 포스코명장 3인을 차례로 만나보자.

 

 

[김성남 명장은…]

 

김성남 명장은 전기수리 진단기술에 있어 제철소 최고 전문가다. 특히 전력계통 보호계전 시스템, 계전기 특성시험 분야에서는 그를 빼고 이야기할 수 없다.

 

전기설비 정비에 38년을 매진해 온 그는
제철소 고압 모터 권선방법을 개선해 설비 수명을 대폭 연장하는 등 다양한 성과를 거둬왔다. 고압 회전기 절연열화진단 및 판정기술을 비롯한 제안 7건, 고압 회전기 절연 열화 시스템 개발 등 3건의 특허 및 노하우가 그의 한결 같은 노력을 증명한다.

 

김성남 명장은 꾸준한 자기계발을 통해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현장의 기술지원 요청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궂은 일에 누구보다도 먼저 나서는 솔선수범의 자세로 많은 직원들로부터 귀감이 되고 있다.

 

새로운 업무를 받았을 때 그는 막힘이 없다. 기획부터 대응방안 수립까지 자기완결형으로 업무를 추진, 성공적으로 수행해내는 리더십을 발휘한다. 일상(routine)업무가 아닌 돌발상황에서 그의 능력은 더욱 빛난다. 2013년에는 광양 2제강공장 복구에 기여한 공로로 표창을 받기도 했다.

 

김성남 명장은 자기계발과 부서 내 학습 분위기 조성에도 열심이다. 전기기능장, 소방설비기사, 전력기술 특급기술자 등 각종 국가기술자격을 취득하는 것은 물론, 후배들도 기능장 자격을 딸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그의 열정적인 마인드는 저근속 직원들에 대한 기술 전수활동에서도 엿볼 수 있다. 중간계층 부재로 인한 현장의 기술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이 김성남 명장의 바람이다. 후배들이 문제에 봉착했을 때 조력을 아끼지 않고, 평소에도 각종 노하우 전수에 힘쓰는 인물로 입을 모아 말한다.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TV 드라마 <꽃피는 팔도강산>, 포스코 입사 열정 불당기다

 

광양제철소 EIC기술부 김성남 명장은 고교 졸업하던 해 바로 포스코에 들어왔다. 올해로 입사 만 38년이니 이제 그의 나이도 낼모레가 이순(耳順)이다. 하지만 처음 마주한 그의 인상은 놀라울 정도로 젊었다. 주름없는 얼굴이 10년은 젊어 보였고, 몸의 작은 움직임에도 활력이 넘쳤다. 뿔테 안경 뒤의 또렷한 눈매에 총기가 묻어났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그가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이 바로 끊임없는 호기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최고의 현장 기술인에게만 주어지는 포스코명장의 반열에 오르기까지 김성남 명장, 그가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한결같은 성실함으로 설비진단이라는 소임을 다하게 한 원동력은 단연 ‘호기심’과 ‘열정’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그에게 세월까지 비켜가는 젊음을 준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김성남 명장은 서울의 11평 남짓한 방에서 대가족 12명과 함께 살았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던가. 어려서부터 장난꾸러기였던 그는 무엇이든 궁금해하고 주의깊게 살펴보는 아이였다. 그래서 라디오 같은 전자제품이나 기계장치를 늘 망가뜨리고 뜯어보느라 부모님께 많이 혼났다. 어렸을 때부터 그가 가진 호기심과 열정을 보면 기술인은 그에게 천직이자 운명이었다.

 

결코 넉넉지 않은 가정형편에 형제도 많았던 김성남 명장은 자연스럽게 공업고등학교로 진학했다. 당시 기계공고 육성화 정책이 시행되면서 공업계가 우대받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정부에서는 국운(國運)을 걸고 기능인과 기술인을 양성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어릴 때 봤던 드라마 중에 <꽃피는 팔도강산>이 있었습니다. 거기서 주인공 고(故) 김희갑 씨의 다섯째 딸 윤소정 씨가 포스코 직원의 부인이었죠. 드라마 장면에 포항제철소 정문이 나왔는데, 그것을 보면서 막연하게 포스코 입사의 꿈을 키웠습니다. 당시 특례보충역 같은 혜택도 있었고요. 물론 포스코인으로의 삶을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전기와 기계에 대한 호기심이었지요. 포스코는 제가 가진 관심사와 적성,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최고의 회사라고 생각했습니다. 날짜도 정확히 기억해요. 1978년 1월 20일, 고등학교 졸업 후 이틀만에 입사했죠."

 

 

첫 출근에 들은 화두 ‘끊임없이 공부하라’··· 직업관을 확립하다

 

유례 없는 단기간에 세계적인 철강사로 성장한 포스코이기에 지금과 비교도 할 수 없는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젊음을 불태운 명장의 신입사원 시절 이야기는 지금 젊은 사원들에게는 전설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새내기 정비인 김성남에게도 전설로 느껴지는 멘토가 있었다. 아침 일찍 출근해 직원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열정적인 최휘철 전기수리과장이었다.

 

"부서 배정을 받고 전기수리과장께 인사를 드리러 갔던 때가 생생해요. 과장님께서는 서랍에서 전기공학 서적을 꺼내면서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로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아직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있다. 자네도 앞으로 이렇게 되었으면 한다.’ 제가 상상했던 직장인은 근무시간에 일하고, 일 끝나면 여유롭게 취미활동이나 여흥을 즐기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과장님의 한마디는 제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날의 첫 대면은 김성남 명장에게 평생 가슴에 안고 살아갈 기술인의 자세를 심어줬다. 김성남 명장은 산하에 직원 100여 명을 이끌면서도 끊임없이 치열하게 공부하는 최휘철 과장의 모습에 존경심을 갖고, 그를 닮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저와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직원들은 1977년 제강사고 복구과정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 교육을 들었습니다. 포스코 역사상 최초이자 최대의 사고인 ‘제강사고’였죠. 비상을 선포하고 전 직원이 철야 강행군을 펼친 끝에 일본 기술진의 3~4개월 예상을 뒤엎고 34일 만에 복구하는 기적을 만들었습니다. 제가 직접 참여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를 극복한 과정을 들으면서 정비의 중요성과 정비인으로서 자부심을 강하게 느꼈어요."

 

이렇게 의지를 불태우며 포스코 생활을 시작했지만, 업무는 결코 녹록지 않았다. 공고에서 전기를 전공했지만 실전은 또 달랐다. 모든 설비가 생소했고, 공구마저도 어디에 써야 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중앙정비 업무 특성상 제철소 공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일해야 하는데 어떻게 공장을 찾아가야 하는지 길 찾는 것도 일이었다.

 

때마침 그가 입사한 1978년은 포항 3기 설비 준공 막바지에 이르러 건설 지원업무가 한창이어서 3소결공장으로 지원을 나가 소결설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전력계통을 공부했다. 처음엔 공장 이름도 잘 몰랐지만, 원리를 알아야 직성이 풀리는 그에게 3소결 지원 경험은 큰 자산이 됐다.

 

여기서 자신감을 얻은 김성남 명장은 제철소 곳곳을 누비며 설비를 만지고 진단하고 정비하면서 실력을 쌓아갔다.

 

 

설비 가동음은 정비인의 심장을 뛰게 한다

 

김성남 명장의 이야기는 1980년 12월 15일로 흘러왔다. 포항제철소 1냉연공장 연속냉간압연기(TCM; Tandem Cold Mill)에서 화재사고가 발생한 때다.

 

정비작업 도중 갑자기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에 놀라 밖으로 나와보니 그의 팀이 있던 곳 옆에서 사고가 난 것이었다. 스탠드(stand)에 불이 붙어 활활 타고 있었다. 그는 물론 팀원들도 어찌할 바를 몰라 발만 동동 구르며 보고 있었다. 그 때 운전담당자가 울면서 소방호스를 끌고 들어가는 모습에 정신을 차리고 다같이 합세해 화재 진압에 나섰다.

 

긴급조치를 마치고 난 뒤에는 정비인으로서 복구작업에 투입됐다. 20일간 2교대로 복구에 매달린 끝에 1981년 1월 3일, 공장이 다시 정상 가동에 들어갔다.

 

"그을음으로 시커멓던 공장, 조용하던 공장에서 설비 가동 소리가 울리기 시작하던 그 순간… 가슴이 정말 뭉클해왔습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정비 직원은 모두 같은 느낌을 받았을 거에요. 막혀있던 수문(水門)이 열려 물이 콸콸 쏟아질 때처럼 시원했죠. 정지해 있다가 ‘우우웅’ 하고 돌아가는 설비 가동음은 정비인에게 그 어떤 것보다도 달콤한 보람입니다."

 

김성남 명장은 정비업무에 있어서 정상 가동 중인 설비를 잘 보살피는 예방정비가 필수적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장난 설비를 다시 움직이게 만드는 데 있다고 했다. 설비라고 해서 언제나 예상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비는 생산만큼이나 중요하며, 고장난 설비는 끊임없이 매달려서 정상 가동하게 만드는 것이 정비인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불가능에 가까운 설비 장애를 해결할 때마다 포스코의 정비 및 복구 능력은 세계 최고라는 것을 느낍니다. 정비인은 설비 장애나 사고가 일어났을 때 가장 먼저 뛰어들어 이를 해결해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어야 하고, 어떤 설비장애도 복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설비가 정상 가동되면서 내는 기계음을 늘 들을 수 있게 예방정비를 철저히 해야 하지요. 설비 가동소리, 즉 기계음을 듣고 희열을 느끼는 것은 정비인으로서 최고의 명예입니다."

 

기술인의 최고 긍지는 김성남 명장처럼 자신의 기술과 역량을 스스로 믿을 수 있을 때 나오는 것이 아닐까. 자신의 머리 속 아이디어를 몸을 이용해 실천하고 기술이 가치 있게 쓰인다는 것을 증명할 때의 보람은 그의 발걸음을 기계음이 멈추지 않는 현장으로 이끄는 원동력이다.

 

 

정비에 王道는 없다··· 숲을 보고 돌파구 찾아야

 

그는 정비업무를 하다가 잘 모르는 것이 생기면 끝없이 파고드는 사람이다. 설비를 더 완벽하게 이해하려고 전기기능장·소방설비기사·전력기술 특급기술자·사무자동화산업기사 등 국가기술자격만 6개를 취득했다. 이러한 그의 열정은 포스코가 보증한다. 회장 표창과 제철소장 표창을 7회나 받았고 우수제안 7건과 특허·노하우 3건을 등록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의 이름에 붙은 타이틀 ‘포스코명장’이 되어 기술인으로서 방점을 찍었다.

 

그의 동료들은 ‘설비가 있는 곳엔 언제나 김성남 명장이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그는 설비 장애가 발생하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다. 최일선에 서서 신속하고 정확하게 설비를 진단하고 조치를 내리는 그의 스피드와 결단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김성장 명장을 이렇게 단련시킨 것은 다름 아닌 ‘사고’들이었다. 지금은 모두의 존경을 받는 포스코명장이지만, 그에게도 초보 시절은 있었다.

 

"신입사원 때는 크게 활약하진 못했지만, 복구하는 선배님들을 옆에서 보면서 많이 배웠죠. 설비 장애가 있는 곳은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녔어요. 전기 화재, 변압기 소손, 메인모터 고장··· 설비를 다 꿰뚫은 것 같아도 다시 보면 항상 새롭더라고요. 크고 작은 사고와 고장상황을 해결하면서 성장한 것이죠."

 

김성남 명장은 몇 가지 기억나는 사건 사고들을 들려줬다. 설비 장애를 빨리 원상복구하는 데 왕도(王道)가 있는가 하는 질문에 그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사고나 고장이 나면 모두 복구하는 데만 급급합니다. 1초라도 복구시간을 단축해야 조업에 차질을 줄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여기에 너무 함몰되면 진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울 때가 많아요. 이럴 때일수록 좀 더 크고 넓은 시야에서 사태를 바라보고 돌파구를 찾아야 합니다. 저도 처음엔 사고 현장에서 우왕좌왕했지만, 계속 업무를 하다보니 급한 불을 끄는 것보단 큰 숲을 보는 연습이 많은 도움이 되더군요. 복구과정에서 안전 저해요인은 없는지 확인하고, 다른 실수로 인해 2차 사고로 이어지지 않게 노력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보듯이 문제 현장을 한발 물러서서 바라보면 해결방안은 반드시 나오게 되어 있어요."

 

 

38년 현장경험으로 쌓은 ‘살아있는 지식’

 

김성남 명장이 첫 출근날 만난 최휘철 과장에게서 평생 잊을 수 없는 교훈을 얻은 것처럼 그 역시 젊은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되고자 늘 솔선수범하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실제로 그의 후배들은 언제 어디서든 지식과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오는 김성남 명장에게서 경탄을 금치 못한다. 인터뷰 직전 현장에서 만난 한 신입사원은 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분명히 같은 장면을 보고 있는데, 명장님 머리 속에서는 모든 퍼즐조각이 그림처럼 맞춰지는 것 같아요. 어디서 그런 아이디어가 나오는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이 고민하고 공부하는 명장님을 보면서 저도 제 스스로 다잡습니다. 업무에 있어 항상 힘이 되고 이정표가 되는 분입니다."

 

만인의 멘토인 김성남 명장이 생각하는 기술인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일까. 그는 이론보다는 ‘현장경험’을 강조했다. 특허나 우수제안 같은 것도 중요하지만 현장의 작은 개선활동을 계속 축적할수록 설비가 안정화된다는 것이 김성남 명장의 지론이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회피하려는 마음 대신 호기심을 갖고 접근하다 보면 해결방안도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마련인데, 이를 반복하면서 쌓은 경험이야말로 그 어떤 이론보다도 쓸모 있는 살아있는 지식이라는 것이다.

 

"현장 일이라는 것이 기술적 이론도 중요하지만 경험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자산입니다. 저는 지금 전기설비 진단과 점검을 주로 하고 있는데, 이러한 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궁극적으로 케이블이나 설비의 수명을 판단하는 일입니다. 수치적으로 이론에 맞게 확인하는 것도 있지만, 경험으로 판단해야 하는 상황도 매우 많습니다. 즉 진단 경험이 판단능력으로 이어지는 것이죠. 따라서 제가 가진 기술의 가장 큰 노하우는 기술 그 자체라기보단 38년간 쌓아온 ‘경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가르치고 전수하는 것이 선배들이 해야 할 가장 큰 숙제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공장 한 쪽에 교육장을 별도로 만들었다. 후배사원들을 데리고 수시로 이곳을 찾아 실제 설비들을 직접 만져보면서 현장 중심의 노하우 전수를 실천하고 있다.

 

"현재 우리 부서 인력 구조를 보면 21년차 직원 바로 다음이 2년차 직원입니다. 20년만큼의 경험이 비어 있어요. 이는 비단 우리 부서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빠른 시일 내에 기술 레벨업을 하지 않으면 몇 년 후 커다란 기술 공백이 생기게 되니 마음이 조급합니다. 고근속 직원 모두 노하우 전수에 힘써야 해요."

 

회사와 후배의 미래를 생각하는 포스코명장의 마음은 누구보다 컸다.

 

 

항상 물음표 가지면 누구나 ‘최고 전문의’ 될 수 있다

 

"제 좌우명이자 철칙은 정해진 규칙은 반드시 지키고, 남에게 절대 피해를 주지 않는 것입니다. 장점이자 단점이에요. 아마 제 주변 사람들 대다수가 저를 까탈스럽고 고집 센 사람으로 생각할 거에요. 인상도 그렇고 말수도 적은 편이라 더 그렇지요."

 

김성남 명장은 실제로 자신은 여리고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는 사람이라면서 멋쩍은 듯 웃었다. 한 후배의 말처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무뚝뚝한 인상이 강했지만, 인터뷰를 하면 할수록 매사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면서도 겸손을 잃지 않는 인물이었다.

 

회사에서 승진했을 때, 심지어 포스코명장으로 임명됐을 때도 아내에게조차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내가 다른 직원 부인에게서 남편 소식을 전해듣고 물어보면 "별 일 아니야" 하고 아무렇지 않게 넘겨서 섭섭해 한다고. 이처럼 호들갑스럽지 않게 현상을 냉철하고 차분하게 진단하는 태도가 그를 포스코명장으로 만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배드민턴을 치고 등산을 하던 그에게 최근 새로 생긴 취미가 있는데, 바로 무인항공기 드론(drone)이다. 이 역시 호기심이 많아서 한 번 시도했다가 깊이 빠져든 것이다. 현재 그는 제철소 내 피뢰침 관리업무도 하고 있는데, 높은 굴뚝에 설치된 피뢰침까지 올라가기가 힘드니 드론을 활용하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 취미까지도 업무에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걸 보면 그는 확실히 포스코명장이다.

 

끝으로 그는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담히 전했다.

 

"병원에 가면 청진기를 대 보고 혈압을 측정합니다. 그래도 아픈 원인을 모르면 엑스레이나 MRI를 찍죠. 의사는 모든 검사결과를 종합해서 병명을 알아내고 치료방법을 찾습니다. 설비도 마찬가지에요. 정비인은 ‘의사’가 되어야 합니다. 항상 설비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상태를 체크해야 하죠. 이상 조짐이 보이면 시험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종합해서 설비 수명을 예지하는 일련의 진단을 합니다. 제 뒤를 이을 젊은 포스코인들은 눈 앞에 보이는 한 가지에 집착하지 말고 멀리서 전체를 파악하는 눈을 길렀으면 합니다. 항상 머리 속에 물음표를 떠올리면서 다양한 기술과 경험에 관심을 기울이면 누구나 설비 전문의가, 포스코명장이 될 수 있습니다."

 

김성남 명장은 기술교육센터로 설비관리 전문가 강의를 하러 가야 한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선배로서 가진 지식과 경험을 퇴직하기 전 하루 빨리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그의 뒷모습에서 명장다운 열정이 느껴졌다.

 

글=남세현 커뮤니케이터, 사진=황일문 광양 행정섭외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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