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뜨거워지면서 사막화, 해수면 상승, 생태계 변화 등 전 세계적 기후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2018년에 개최된 IPCC 총회에서 채택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도로 제한해야 인류 생존의 마지막 위협 상황을 막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IPCC : 전지구적 위기인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1988년 공동으로 설립한 국제기구
지구온난화의 마지노선이라 볼 수 있는 ‘1.5도’ 기후목표 달성을 위해 탄소중립을 선언·지지한 나라가 136개국(’21.10월 기준)에 이르며, 대부분의 나라들이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이전보다 대폭 상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30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기준 목표인 2018년 대비 26.3% 보다 상향된 2018년 대비 40% 산정해 탄소중립 의지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억 3,660만 톤으로 줄여야 한다.
l 온실가스 다량 배출 기업 탈피를 위한 대전환 준비
우리나라가 2030년까지 매년 4.17%씩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산업 부문에서 효과적인 감축전략을 내세워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철강산업은 국내 산업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의 39%를 차지할 만큼 탄소배출이 많은 대표적인 산업군이다. 철은 1톤 생산할 때마다 1.8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대표적인 탄소 집약적 제품이란 이유로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자원이면서 지구온난화의 주범 중 하나로 여겨지는 이중적인 존재가 되었다. 이러한 ‘철의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철강업계는 친환경 경영을 목표로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포스코는 2020년 아시아 철강사 최초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1.5℃ 시나리오를 연계해 ‘친환경 미래소재 대표기업’으로 사업구조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의 2017~2019년 평균 탄소 배출량인 총 78.8백만 톤으로 사업장감축과 사회적감축 수단을 병행해 2030년에는 10%, 2040년에는 50% 감축하고, 궁극적으로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하고자 한다.
l 전 세계가 주목하는 탄소가격세
포스코가 친환경 사업을 확대한 이유 중 하나가 유럽을 중심으로 ‘탄소국경조정제도’가 추진되었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수입자가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등 품목별 탄소 함유량에 상응하는 양의 ‘인증서’를 의무적으로 구매하는 것을 뜻하며, 탄소배출량이 많을수록 수입 시 비용 부담이 가중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오는 2026년에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어, 대유럽 철강제품 수출국 중 5위를 차지하는 우리나라가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EU에서는 2005년 세계 최초로 ‘EU 탄소배출권 거래제(ETS : Emissions Trading Scheme)’를 도입해 산업부문 온실가스 감축에 핵심 정책수단으로 운영되고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국가별로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을 할당받고 허용량보다 적게 배출할 경우 남은 배출권을 팔아 이익을 누릴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이를 통해 각국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이도록 유도해 탄소 배출이 불가피한 철강산업에 있어 온실가스 저감 기술 개발이 미래 생존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점차 강화되고 있는 탄소감축 규제에 대응하고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친환경 생산·판매 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1단계에서는 에너지효율 향상과 경제적 저탄소 연·원료 대체 추진, 2단계에서는 스크랩 활용 고도화와 CCUS(탄소포집저장 활용)기술을 적용하고, 3단계에서는 기존 파이넥스(FINEX) 기반의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개발해 궁극적으로 철강 공정에서 CO2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목표이다.
기존 제철기술은 고로에 석탄을 투입해 발생한 일산화탄소를 철광석의 환원제로 활용해 철을 얻어내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해 온실가스 문제가 지적돼 왔다. 이에 반해 수소환원제철 공정은 석탄 대신 철광석과 수소가 반응해 순수한 물이 발생하기 때문에 철강업계 탄소중립을 위한 솔루션으로 꼽힌다.다시 말해 수소환원제철은 100% 수소를 사용해 직접환원철(DRI)을 만들고 이를 전기로에서 녹여 쇳물을 생산하는 기술로, 그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없기 때문에 탄소중립 대응을 위한 핵심 경쟁요소라 할 수 있다.
l 포스코, 대규모 그린수소 생산체제 구축
포스코는 현재 수소가 25% 포함된 환원가스를 사용하는 파이넥스의 유동환원로 기술을 발전시켜 2030년까지 포스코형 수소환원제철 모델 ‘하이렉스(HyREX)’ 기술을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저품위의 분철광석으로 사용하는 하이렉스에서 생산된 DRI 품질은 상대적으로 낮을 전망이다. 이에 포스코는 저품위 DRI를 용해하는데 적합한 전기로인 ESF(Electric Smelting Furnace) 기술을 개발해 최적의 수소환원제철 체계를 갖춰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미래의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고 있다.
지난 2021년 클라이밋 액션 100+와 IIGCC는 철강산업 넷제로(Net Zero) 전략보고서를 통해 포스코가 수소 매출 30조 원을 목표로 대규모 그린수소 생산체제를 구축 중인 유일한 주요 철강사라고 평가한 바 있다. 탄소중립 대표 사례로서 포스코가 소개된 만큼 그린스틸로의 생산체제 전환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석탄 사용 저감 기술과 신규 전기로 도입 등을 통해 저탄소 제품 수요에 대응하고, 수소환원제철 데모플랜트를 조기 구축하기 위한 기술개발에도 나서는 등 친환경 브랜드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한 수익성 개선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철강 탈탄소화 노력에서 한발 더 나아가 그룹 차원에서 이차전지 소재, 수소 등 순환경제 시대에 필수적인 소재를 공급하는 신사업 기회를 발굴해나갈 포스코의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