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총 4회에 걸쳐 양과장의 ‘내가 그린, 그린 빌딩’ 칼럼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내가 그린, 그린 빌딩’ 칼럼을 통해 인간과 자연 그리고 건축물과의 관계, 포스코A&C의 친환경 건축 기술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
피부로 느껴지는 이상기후의 징후, 이런 경험이 있다면 우리는 이미 환경문제의 피해자이자 가해자입니다. 기후변화의 가장 큰 문제는 건물이며, 그 해답도 건물에 있다는 사실, 혹시 알고 계셨나요?
열대야
지난해 여름, 더 더워질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죠? 한 낮의 기온이 30℃ 이상인건 기본이고, 지구가 식어야 할 밤의 기온마져 25℃ 이상인 열대야가 한 달여간 지속됐습니다. 숨이 턱 막히는 열대지방처럼 잠을 청하기 어려운 여름밤, 집집마다 에어컨(air conditioner)을 틀었고 전력 당국은 예비전력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파했는데요. 그럼에도 전력수급이 좋지 않은 오래된 아파트에는 정전 사태가 있었고, 주민간의 마찰이 생겼다는 소식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가족 또한 예외는 아니었는데요. 아직 에어컨이 없는 우리 집은 저녁 무렵 한강에 나가 자연바람을 맞으며 더위를 식히곤 했습니다. 허나 그 순간뿐이었죠. 집에 들어서자마자 샤워를 하고, 선풍기 3대로 어찌어찌 밤을 보낼 심산(心算)이었지만, 아랫집에서 올라오는 에어컨 실외기 열기를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입니다.
잠도 오지 않는 밤에 내가 사용하는 전기는 얼마나 되는지 유심히 전원(電源)의 개수를 세어봤습니다. 더우니까 선풍기 3개, 밤을 밝히는 조명등, 충전중인 청소기와 핸드폰, 턴테이블과 스피커, TV, 오디오, 가정용 게임기, 전화기, 인터넷 셋톱박스(Set-top box), 디지털액자, 노트북, 수족관, 냉장고, 정수기, 전기밥솥, 세탁기, 오븐, 전자레인지, 화장실에 비데까지 참 많이도 꽂아 두고 살고 있었습니다. 전력은 비상이지만 플러그를 뽑는 데는 무심했던 거죠.
사용이 편리한 만큼 수 많은 전기제품과 그곳에서 나오는 폐열, 그리고 사용자만 편리한 에어컨, 자동차에서 나오는 열기는 더운 여름을 더욱 덥게 만들고 있습니다. 열대야 현상이 지속되면 잠을 설치게 되고 무기력증으로 이어지게 되죠. 이런 경험이 있다면 우리는 이미 환경문제의 피해자이자 가해자인 것입니다.
도시가 사용하는 에너지
피부로 느껴지는 이상기후를 이야기 할 때 사람들은 공장 굴뚝을 먼저 떠올립니다. 그러나 이상기후의 주범은 공장이 아니라 도시입니다. 오늘날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며 전체 에너지의 70% 가량을 소비하고 있답니다. 한 경제연구원은 도시에 세워진 건물이 세계 에너지 소비의 36%를 차지한다고 보고하기도 했습니다. 이 내용은 에너지 과소비가 산업보다 도시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는데요. 도시건축의 석학 김석철 교수는 ‘세계 인구의 5%가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25%를 쓰는 서양 도시의 길을 따라가면 인류는 공멸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도시, 그 중에서도 건물이 중요한 열쇠가 되는 것이죠.
건물이 기후변화의 원인임을 알고 나면 우리가 가야할 방향은 보다 뚜렷해집니다. 늘 그렇듯 문제가 있는 곳에 해결책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독일 등의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그 답을 건물에서 찾으려고 노력해 왔는데요. 옥상녹화,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 바람 길이 있는 도시, 태양열 주택 등, 자연과 조화되며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한 건강한 건물들입니다. 무엇보다 건물에 유입되는 에너지와 자원을 최소화하는데 중점을 두었고요. 에너지의 96%를 수입에 의존하는 반면 소비량은 세계 10위인 우리가 더욱 주목해야할 부분입니다.
자연
스스로 ‘자(自)’, 그러할 ‘연(然)’
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아니하고 스스로 존재하는 상태라는 뜻이죠. 즉, 사람의 의도적인 행위 없이 저절로 생성된 순수한 환경을 말하는데요. 이 정의대로라면 사람의 힘으로 지어지는 도시는 태생적으로 자연에 반하는 활동입니다. 근대 이후 콘크리트와 유리로 지어지는 건물은 도시화의 상징으로 전 세계에 건설되었죠. 주요 대도시의 건물은 위치만 다를 뿐 모양새가 같습니다. 천혜의 자연환경이 있었던 서울 또한 여기에 속하고요. 대부분이 자연에 대한 배려보다는 자본과 형태를 고려했기 때문입니다. 인구 천만의 대도시에서 자연과 공생하는 건축물은 얼마나 찾을 수 있을까요?
그렇다고 먹을 만큼 수렵하고 자연에 순응하는 자연계 그대로의 삶으로 돌아가는 게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새의 날개 짓을 모방하여 비행기를 만들듯이 인류는 자연환경을 활용할 줄 아는 지혜가 있습니다. 자연에너지를 살펴보면, 지구가 사용가능한 태양광에너지는 86,000TW(tera watt, 테라와트)로 추산되는데요. 지구에 부는 바람을 전기에너지로 계산하면 약 1,700~3,500TW 수준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세계 인구가 소비하는 전력이 약 14TW임을 감안하면 자연에너지만으로도 인류가 사용하고 남는다는 얘기입니다. 흥미로운 이야기죠.
우리 옛 건축을 들여다보면, 슬기롭게 햇빛과 바람과 비를 일상의 풍경으로 받아들였습니다. 풍부한 일조량은 거실을 밝게 만들었으며, 배산임수(背山臨水) 배치로 아침에는 들바람이, 저녁에는 산바람이 자연스레 들어왔습니다. 대기의 흐름을 이용하여 실내를 쾌적하게 하는 것입니다. 내리는 비는 흙바닥 아래로 스며들고, 모여진 빗물로 텃밭을 가꾸었고, 비라도 오는 날은 오롯한 풍경을 만들어 생활에 운치를 더했답니다. 인류 역사 이래로 건축의 답은 자연에 있었습니다.
그린빌딩의 시작
개발과 자연에 관한 문제가 우리시대에 꼭 풀어야할 숙제임을 인지했다면 이제는 실천이 남았습니다. 실천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을 때 친환경기술은 의미를 가지는데요. 건축가뿐만 아니라 수많은 기술자, 연구자들은 끊임없이 그린 빌딩을 연구하고 있답니다. 분야는 다를지언정 목표는 같다고 할 수 있는데요. 앞으로 소개할 그린 빌딩에 적용된 기술은 100여 가지가 넘는답니다. 대지의 효율적 활용과 물, 빛, 바람을 이용하는 기술, 이산화탄소 발생이 없는 냉난방 기술, 재사용하는 구조체, 재생에너지, IT와 접목한 에너지관리시스템 등, 이미 상용화된 기술 외에 새로운 기술을 개발 적용했습니다. 이 실험은 완공 후 3년간의 모니터링을 통하여 성능을 확인하고, 일반건물에 적용될 예정이랍니다.
에너지 과소비를 부추기는 건물이 난무하는 도시에서, 우리는 건축을 통해 자연과 공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도시문명의 침투로 생태계가 무너지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을텐데요. 매년 경기도 면적의 크기가 사라지는 아마존의 현실과 무분별한 개발에 따른 환경파괴의 짐은 누가 지게 될까요?
친환경은 새로운 인식의 변화에서 시작된답니다. 지금의 친환경 건축은 ‘아이들에게서 미래를 빌려 쓴다.’는 생각에서 시작됐습니다. ‘언젠가 후손에게 돌려줄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건축은 무엇인가?’ 포스코의 그린 빌딩은 이 질문에서 시작됐습니다. 그린 빌딩은 환경적 측면에서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초석이 될 것입니다. 자연환경에 이로운 것이 인간에게 해로울리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