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모있는 스틸 잡학사전을 통해 철과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를 알아본다.
자장면 시키신 분!
‘자장면 시키신 분!’ 언제 들어도 귀가 쫑긋해지는 정겨운 외침.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멘트일 것이다. 특히, 이삿날이면 이 집 저 집에서 짐짝들 사이를 비집고 시키던 자장면을 기억하는가? 은색의 가방에서 꺼내져 나오는 자장면과 짬뽕, 탕수육···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우리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추억이다. 여기서 의문점! 왜 중국 음식점의 음식들은 은색의 철가방에 담겨왔던 것일까?
철가방은 나무가방의 가벼운 후배!
오래 전 일제시대 우리나라 중국 음식점은 철가방이 아니라 나무로 된 가방을 사용했다. 하지만 나무가방은 너무 무거운 데다 쏟아지거나 넘치는 음식물들이 나무에 스며들어 생기는 위생문제로 인해 오래 사용되지 못하였다. 또한 중화요리 특성상 그릇이 크고 넓기 때문에 나무를 대체할 무언가가 필요했다. 이를 보완하고자 플라스틱 철가방이 만들어졌으나, 금형 비용이 비싸 일반화되지 못하였다.
철가방*이 시중에 등장한 것은 1970년대 후반이다. 동네 철공소에서도 판금으로 철가방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야금 기술이 발달하고 물자가 넉넉해졌다. 당시 서울 모처의 철공소에서 주문받아 만들기 시작하던 것이 점점 입소문을 타고 전국으로 퍼지면서 철가방 유행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양은으로 만들어졌으나, 나중에는 알루미늄판과 함석판 같은 값싼 재료의 등장으로 더욱 가볍게 제작할 수 있었으며, 배달부에게는 일등공신 배달가방이 되었다.
*철가방 : 중국집 배달부들이 사용하는 가방처럼 생긴 배달용 컨테이너로 이름은 철가방이지만 주로 양철 또는 함석판, 알루미늄으로 만든다
‘철가방’ 실용성과 디자인까지 10만점에 10점!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디자인문화재단은 지난 반세기 한국인의 일상을 대표할 수 있는 생활 속 디자인 가운데 하나로 중국 음식점의 철가방을 선정했다. 철가방이 명품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심미성은 물론 구조적인 기능까지 뛰어난 알루미늄의 특성 때문이다. 밝고 깨끗한 이미지를 주면서 쉽게 열리지 않는 뚜껑 구조를 비롯해 음식물을 쉽게 닦아낼 수 있는 편의성, 찌그러져도 원상 복구가 쉬운 가변성이 철가방의 실용도를 높였다. 이와 같은 장점들로 인해 후세에 물려줄 우리 시대의 생활문화유산이 되어 배달 도구인 철가방의 명성은 빛을 잃지 않을 것이다.
최근 배달 플랫폼의 등장은 배달문화를 확 바꾸어 놓았지만, 중국 음식점 철가방은 단순한 배달용품이 아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 아직도 우리 마음속 한켠에 남아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