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 대표 사업 분야의 동향을 전문가가 직접 알기 쉽게 알려드립니다. 4편에서는 차세대 배터리로 촉망받는 ‘전고체전지’에 대한 이슈를 포스코경영연구원 박재범 수석연구원과 함께 짚어봅니다. 최근 전기차에 탑재되는 리튬이온전지의 이론적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전고체전지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포스코그룹도 차세대 전지 소재 시장 선점을 위해 전고체전지 풀 라인업 구축에 나섰는데요. 전고체전지를 중심으로 배터리 기술 현황과 시장의 미래를 살펴봅니다.
전지는 크게 일차전지(Primary Battery)와 이차전지(Secondary Battery)로 구분합니다. 일차전지는 한 번 사용하면 더 이상 충전이 불가능한 전지로, 건전지나 수은전지가 이에 해당합니다. 그에 비해 이차전지는 여러 번 충전해 사용할 수 있어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이라는 장점이 있죠. 이차전지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가장 흔히 사용하는 이차전지가 바로 리튬이온전지(LIB, Lithium-Ion Battery)입니다.
리튬이온전지는 다른 이차전지와 비교했을 때 수명, 충전 용이성, 방전율, 비용 등 모든 면에서 종합적으로 우수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에너지 밀도*가 높아 한번 충전으로 오래 주행해야 하는 전기차나 모빌리티용으로 많이 쓰입니다.
*에너지 밀도 : 단위 무게 또는 단위 부피당 에너지의 양
그런데 현재까지 상용화된 이차전지 중 가장 완벽한 전지로 꼽히는 리튬이온전지도 에너지 밀도, 가격, 안정성 측면에서 지속적인 개선과 보완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 이유를 알려면 우선 리튬이온전지의 작동 원리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리튬이온전지를 이루는 핵심 요소 4가지는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입니다. 이중 전해질은 양극과 음극 사이로 리튬 이온이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하는데요. 이 전해질의 주요 성분으로 가연성 유기 용매를 포함하고 있어 고온 환경이나 외부 충격 상황에서 화재나 폭발 위험이 크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등 소재의 성능을 개선하는 방법도 있겠으나 궁극적으로는 전지 타입 자체를 바꾸는 개선책이 필요합니다. 전고체전지, 리튬황전지, 나트륨이온전지 같은 포스트 리튬이온전지(Post-LIB) 또는 차세대 전지가 그 개선책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그중 에너지 밀도와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전고체전지가 꿈의 배터리로 불리며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전고체전지와 리튬이온전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전해질의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고체전지는 리튬이온전지 내 전해질을 액체가 아닌 분말 형태의 고체로 대체한 배터리인데요. 이렇게 되면 단순히 형태만 변화하는 것이 아닌, 리튬이온전지의 다른 소재도 크게 변화합니다. 리튬이온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양극과 음극의 직접적인 접촉을 막는 기존의 분리막이 필요 없어지고, 고체전해질이 그 자체로 분리막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죠.
안정성 향상
전고체전지가 가진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안정성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리튬이온전지 전해질은 가연성을 띠는 유기 용매(액체)로 이루어져 있어 양극과 음극의 접촉을 차단하는 분리막이 열로 녹아내리거나 다양한 이유로 손상되는 경우, 화재나 폭발 가능성이 크다는 위험이 따르지만, 전고체전지 고체전해질은 그 자체로도 분리막 역할을 하기에 리튬이온전지의 분리막보다 강성이 높아 양극과 음극의 접촉을 잘 차단해 줍니다. 따라서 화재나 폭발 위험을 줄여 주죠. 또, 온도 변화나 외부 충격에 따른 누액, 산화 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적은데요. 이는 곧 사용 편의성이 좋고 내구성이 뛰어나 유지보수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높은 에너지 밀도 구현 가능
안전성이 향상되면 배터리 외장 케이스나 냉각장치를 단순화할 수 있기에 자연스레 높은 에너지 밀도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냉각장치 등의 부품을 최소화한다면 남은 공간을 배터리 셀(Cell)로 활용할 수 있을 텐데요. 그렇게 되면 배터리 팩(Pack) 단위에서 보다 향상된 에너지 밀도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음극 소재로 사용 가능한 후보 물질 중 에너지 용량이 가장 큰 리튬을 이용해 음극재를 만든다면, 이론적으로는 기존 흑연계 음극재 대비 에너지 밀도를 10배 가까이 늘릴 수도 있는데요. 따라서 차세대 음극재 끝판왕으로 불리는 리튬메탈 음극재가 안정성 문제를 해결하고 상용화된다면 에너지 밀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으리라 예상합니다.
온도 변화에 용이
전해액이 고체로 바뀌면 온도에 대한 민감도가 낮아져 더 넓은 영역대의 온도에서 작동할 수 있다는 것도 또 하나의 큰 장점입니다. 기존 리튬이온전지는 -10°C 이하의 저온에서 이온 전도도*가 크게 감소하고, 고온에서는 열폭주 가능성이 높아져 주로 -10°C~40°C 사이에서 원활하게 작동했으나, 전고체전지는 -40°C~100°C의 넓은 온도 구간에서 문제없이 작동하는데요. 이에 따라 겨울철 배터리 방전이나 고온으로 인한 화재 위험을 개선할 수 있으며 열을 식히는 냉각장치도 대폭 줄일 수 있습니다.
*이온 전도도 : 이온이 무한 희석 상태에서 당량 전기 전도도에 기여하는 정도
공정 단순화 및 원가 절감
기존 리튬이온전지는 하나의 셀 당 전극을 하나씩만 가지는 모노폴라(Monopolar, 단극성) 전극 구조이나, 전고체전지는 셀 내 여러 전극을 직렬로 연결하는 바이폴라(Bipolar, 양극성) 구조로의 전환이 가능합니다. 바이폴라 구조는 셀 안에 전극을 여러 개 적층해 전지의 전압을 높일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출력도 증가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외장재·냉각 시스템·BMS*등의 최소화로 공정을 단순화하고 공간 활용률을 높이며 원가를 절감할 수 있죠.
*BMS (Battery Management System) : 배터리의 상태를 모니터링해 최적의 조건에서 배터리를 유지, 사용할 수 있도록 제어하는 시스템
전고체전지는 리튬이온전지에 비해 장점이 많지만 단점도 존재합니다. 바로 낮은 이온 전도성인데요. 액체전해질은 이온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높은 이온 이동성을 갖지만 고체전해질은 이온이 흐르지 않고 고체 격자 사이에서 이동해 이온 전도성과 전기 화학적 성능이 떨어집니다. 이온 전도도가 떨어지면 출력 및 충전 특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온 전도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전해질과 양 극판의 접촉을 최대화하고 접촉면의 저항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여러 기업에서 이를 고려한 활발한 연구 개발을 진행해 오고 있으며 그 결과 다양한 종류의 고체전해질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전고체전지에 쓰이는 고체전해질은 크게 유기계와 무기계로 나뉩니다. 유기계로는 고분자(Polymer, 폴리머) 전해질이 있으며 무기계로는 황화물계, 산화물계 전해질이 있습니다. 이중 전기차용으로 상용화 가능성이 가장 높으며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갖는 것이 황화물계입니다. 황화물계가 주목받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이온 전도도가 가장 뛰어나다는 점 때문인데요.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성질로, 전극과 전해질 간의 계면*을 넓게 형성해 리튬 이온 전도도가 높죠. 황화물계 내에서도 결정구조의 유무에 따라 다양한 구조가 존재하는데 특히 LGPS(Li10GeP2S12)나 아지로다이트(Argyrodite, Li6PS5CL)은과 게르마늄을 함유한 희귀 황화물 광물) 구조의 고체전해질은 일반적인 액체전해질의 이온 전도도(5~10mS/cm)와 유사하거나 그 이상의 이온 전도도를 구현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계면 : 서로 다른 물질 또는 물리적 상태의 물질이 차지하는 두 공간 영역 사이의 경계
※이온 전도도 : LGPS(Li10GeP2S12) 12~25mS/cm, Argyrodite(Li6PS5CL) 2~12mS/cm
많은 기업이 빈틈없이 더 완벽한 전고체전지를 만들어 내고자 연구 개발에 한창인데요. 기업마다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양극은 현재 가장 활발하게 사용 중인 삼원계 양극재*가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이며, 음극은 기존에 가장 많이 쓰이던 흑연계에서 실리콘계를 거쳐 리튬메탈이 사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리튬메탈 음극재는 부피당, 무게당 에너지 밀도가 높아 배터리가 사용하는 공간을 줄일 수 있고, 경량화를 통해 전기차의 전비를 향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차세대 음극재로 주목받지만, 음극 표면에 덴드라이트**가 발생해 배터리 성능과 안전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하는데요. 전고체전지의 고체전해질은 강성이 높은 분리막 역할을 해 덴드라이트로 발생하는 셀 손상 문제를 방지해 주기에 전고체전지 음극 소재로 리튬메탈이 매우 적합합니다. 따라서 삼원계 양극-황화물계 고체전해질-리튬메탈 음극재가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전고체전지의 소재 구성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삼원계 양극재 : 양극재로 주로 쓰이는 리튬코발트산화물(LCO)을 기본으로 다른 원소가 더해져 총 세 가지 원소가 들어가는 양극재. 니켈-코발트-망간(NCM)과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으로 나뉜다.
**덴드라이트 (Dendrite) : 배터리 충·방전 시 음극 표면에 맺히는 리튬 결정
물론 기업들마다 조합하는 소재 구성이 다를 수 있습니다. 산화물계나 폴리머계 고체전해질을 준비하는 기업도 있으며, 일부 기업은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에 LCO 양극재(리튬코발트산화물)와 LTO 음극재(리튬티타늄산화물) 조합을 취하기도 하고, 어떤 기업은 무음극 (은-탄소 나노 복합층이 음극 역할) 방식으로 R&D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
선도 업체들은 이미 전고체전지 2027년 상용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으며, 주요 기업들도 늦어도 2030년까지는 양산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상업화 잠재력이 높다고 판단되는 황화물계 아지로다이트 고체전해질 조성 관련 원천 특허의 만료 시점이 2028년인 것도 상용화 시기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독일 지겐대학교(University of Siegen)는 2008년 황화물계 원천 특허에 대한 PCT 특허출원을 한 바 있는데요. 이 특허가 후에 다른 기업에 이전되어 현재는 다른 기업이 권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동 특허가 출원된 시점으로부터 20년 후인 2028년, 특허 만료 시기에 맞춰 많은 기업의 고체전해질 양산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부 기업들은 반고체전지(Semi Solid State Battery)를 준비하고 있기도 합니다. 반고체전지는 액체와 고체의 중간 형태인 젤(Gel) 타입의 전해질을 사용하는 것인데, 전해액과 고체전해질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은 살리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 중입니다. 리튬이온전지의 기존 공정을 대부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전고체전지로의 전환에 앞서 징검다리 형태에 해당하는 기술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낮은 이온 전도성, 높은 계면 저항 등 기술적으로 극복해야 할 이슈도 있지만, 또 다른 중요한 극복 과제로는 리튬이온전지와 유사한 수준의 양산성 및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니켈(Ni), 코발트(Co), 망간(Mn)이 주 원료인 삼원계 전구체(Precursor)에 리튬이 혼합된 양극재를 사용하는 삼원계 배터리 셀의 경우, 현재 가격이 약 140달러/kWh인데요. NCM을 이루는 핵심 요소 중 가장 원가 비중이 높은 양극재가 30~50달러/kWh로 전체 가격의 약 30%를 차지합니다. 한편 전고체전지의 고체전해질 가격은 1000달러/kWh로, 다른 소재를 제외한 고체전해질 가격만으로도 현재 리튬이온전지 가격을 크게 상회하죠. 이는 고체전해질의 핵심인 황화리튬이 1,000달러/kg 이상으로 아직 비싸며, 고체전해질, 황화리튬 모두 랩(Lab), 파일럿(Pilot) 라인에서 제조되고 있어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평균 가격이 감소하는 규모의 경제 효과가 일어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고체전지 1Gwh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대략 황화물계 고체전해질 1000톤, 황화리튬 300톤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랩, 파일럿 제조 라인으로는 생산량이 턱없이 부족하죠.
그러나 희망적인 것은 게르마늄 등 희토류가 투입되는 일부 전해질을 제외하면 일반적인 고체전해질의 원재료 가격은 10달러/kg 내외라는 것입니다. 즉, 공정을 개선해 생산량을 늘린다면 시장 가격은 30달러/kWh 수준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고 예상되는데요. 현재 분리막과 전해액의 가격이 약 15달러/kWh임을 감안할때, 분리막과 전해액을 대체하는 고체전해질 가격이 30달러/kWh 이하로 하락한다면 전고체전지의 장점을 고려할 때 충분히 경쟁력 있는 가격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고체전해질과 황화리튬의 가격 절감이 기술적 이슈 극복과 함께 전고체전지 대중화의 중요한 전제 조건인 셈입니다.
포스코그룹은 전고체전지용 핵심 소재인 고체전해질 사업 경쟁력을 선점하고자 디스플레이 소재·부품 전문 기업인 ㈜정관에 지분 40%를 투자해 2022년 2월 포스코JK솔리드솔루션을 합작 설립하고, 연간 24톤의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을 양산할 수 있는 규모의 생산 공장을 준공했습니다. 현재는 생산량을 7200톤까지 획기적으로 늘리고자 단계적인 규모 확장을 준비하고 있으며 핵심 수요사를 대상으로 전고체전지 제품 테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해외에서는 2006년 대만에서 설립된 전고체전지 제조 기업인 프롤로지움에 지분을 투자한 후 공동연구 협약을 맺고 전고체전지 소재 공급망을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아울러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의 핵심 원료인 황화리튬(Li2S) 공급망도 확보하고자 사업 방안을 다방면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포스코그룹은 전고체전지에서 고체전해질만큼이나 중요한 리튬메탈 음극재를 양산할 수 있는 경쟁력도 갖추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에 순도가 높고 불순물이 적은 염호를 보유하고 있어 리튬을 음극재로 쓰기 위해 필요한 순도를 높이고 불순물을 제거하는 데 유리한데요. 이는 세계적인 수준의 리튬 정제 기술력이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리튬메탈 제조 시 전기차용에 이차전지에 적합하면서도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극박, 광폭 생산공정이 필요한데요. 압연, 도금 공정에서 쌓아온 포스코의 독자적인 기술력인 롤 투 롤(Roll to Roll) 공법을 적용하면 리튬음극의 두께를 얇게 만들고 폭을 넓히는 초극박화 과정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습니다. 이 공법을 리튬메탈 생산 공정에 적용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계획입니다. 현재는 전착 방식의 리튬메탈 제품에 대한 샘플 제공과 테스트도 이어 가고 있습니다.
포스코그룹은 차세대 전지의 대표 격인 전고체전지 원료와 소재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그동안 쌓아온 포스코그룹만의 차별화된 기술력을 집약해 풀 라인업(Full Line-up) 구축에 나섰는데요. 앞으로도 포스코그룹은 변화하는 글로벌 시장 환경에 대응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나가고자 노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