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분야를 대표하는 전문 필진들과 함께 새로운 시각으로 철을 들여다보는 스틸캐스트의 신규 시리즈! ‘스틸 인 테크’가 6편으로 돌아왔습니다.
스틸 인 테크 시리즈를 통해 여섯 번째로 조명해 볼 주제는 바로 ‘전기차’입니다. 자동차 업계의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있는 ‘전기차’를 둘러싼 자동차 업계의 전반적인 동향과 더불어, 전기차 소재 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포스코의 이야기까지! 자동차 전문 매거진 ‘모터 그래프’의 문서우 기자님을 통해 들어봅니다.
전기차로 시작되는 본격적인 탈석유시대!
환경이 모든 것을 바꾼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내연기관차 시대는 하루가 다르게 저물고, 대신 전동화 파워트레인(엔진의 발생 동력을 전달하는 동력전달장치물)이 조용히 영향력을 넓혀간다. 화석연료에서 비롯된 환경오염이 시장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꾼 것이다. 바야흐로 탈석유의 시대다.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은 하나 둘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앞세우고, 유관 기업도 이런 변화에 발맞춰 나아간다. 업계는 변화의 속도가 예상보다 빠를 것으로 예상하고, 2050년을 기점으로 전기차 비중이 기존 내연기관차를 넘어서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불과 10년 전만해도 석유의 몰락은 가당치도 않은 얘기였다.
전기차가 대중 속에 더 빨리 녹아들 가능성도 높다. 우선 프랑스와 영국 등 서유럽 주요 국가들이 2040년을 목표로 내연기관차 판매 및 운행 금지를 발표했고, 북유럽 산유국인 노르웨이도 이보다 15년 앞선 202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법적으로 걸고 나섰다.
이뿐만 아니다. 연간 신차 판매대수가 2500만대 달하는 세계 최대 시장 중국 역시 전기차 확산을 위해 대당 약 1700만원(1만60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중국은 2025년 전기차 시장규모를 700만대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자동차 인구가 많은 인도도 2030년 전기차 100% 시대를 열고자 관련 법안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처럼 세계 여러 나라는 배출가스 제로에 빛나는 전기차 보급을 통해 오염된 환경을 개선하고자 분주히 움직인다. 국내외 여러 완성차 업체도 이런 각국 정부의 전기차 정책에 적극 동참하며, 내연기관차를 대체할 전기차 라인업 확충에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변화를 선도하고 있는 전기차!
△ 이미지 제공 – 문서우 기자 / 닛산 리프
가장 빠른 대응을 펼친 제조사는 일본의 ‘닛산’이다. 닛산은 지난 2010년 5도어 해치백 전기차 ‘리프’로 시장의 포문을 열었고, ‘세계 최초 양산형 전기차’,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란 타이틀을 획득했다. 리프의 전 세계 누적 판매량은 2017년 상반기 기준 약 30만대다.
그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았던 영역을 선점함으로써 시장의 선구자란 상징성과 함께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했다고 볼 수 있다.
닛산이 잘 닦아 놓은 터에 씨앗을 뿌리고 열매를 맺은 업체는 따로 있었다. 바로 미국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다. 이 제조사는 고성능 전기차라는 새로운 개념을 내세워 기존 내연기관 중심의 자동차 시장을 뿌리 채 흔들었다.
주력 모델은 ‘모델S’라 불리는 세단형 전기차. 고성능 전기차 시장을 개척한 모델S는 고배기량 가솔린 슈퍼카들을 압도하는 가속으로 전동화 파워트레인의 가능성을 뽐내고, 1회 충전 500km 이상의 주행가능거리를 실현함으로써 대중화를 앞당겼다.
△ 이미지 제공 – 문서우 기자 / 테슬라 모델S
2012년 3/4분기부터 판매를 시작한 모델S는 1억원이 넘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2017년 상반기까지 전 세계 누적 판매 18만대를 달성함으로써 테슬라 브랜드 인지도 향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테슬라는 모델S 성공에 힘입어 보급형 전기차 ‘모델3’와 주행가능거리 805km에 빛나는 전기트럭 ‘세미’, 0-100km/h 가속 1.9초의 슈퍼 전기차 ‘로드스터’를 연달아 선보였다. 테슬라는 현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혁신적인 완성차 업체로 꼽힌다.
테슬라의 이 같은 행보는 업계 전반의 변화를 몰고 왔다. 내연기관에 집중하던 주류 완성차 업체들은 앞다투어 전기차 생산 계획을 세우고, 양산에 온 힘을 쏟는다. 대표적으로, 독일의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는 내후년 고성능 전기차 ‘미션E’로 테슬라 모델S를 정조준 할 예정이다.
미션E는 프론트와 리어 액슬에 각각 하나씩 장착된 전기모터로 최고 600마력을 발휘하고,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을 3.5초 만에 끝낸다. 배터리는 리튬이온을 사용하며,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최장 480km다.
일부에서는 미션E 성능이 모델S 대비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모델S는 0-100km/h 도달 시간이 미션E 대비 0.8초 빠르고, 주행가능거리도 20km가량 더 간다. 이에 대해 포르쉐 측은 전동화 파워트레인 라인업을 세분화하고, 최상위 트림에 경쟁 모델을 압도하고도 남을 유닛을 탑재할 것이라고 전했다.
△ 이미지 제공 – 문서우 기자 / 볼트EV
‘GM’이 내놓은 ‘볼트EV’도 주목할 만하다. 이 전기차는 2016년 미국 출시 당시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 383km를 뽐내며, 비슷한 가격대에서 가장 먼 거리를 갈 수 있는 전기차로 등극했다.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한다고 가정할 경우, 450km의 주행가능거리를 자랑한다.
성능도 준수하다. 전기모터는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6.7kg.m를 내고,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을 6.9초에 마무리 짓는다. 이처럼 긴 주행가능거리와 부족함 없는 퍼포먼스를 발휘하는 볼트EV의 파워트레인은 최근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워즈오토가 선정한 ‘2018 세계 10대 엔진’에 이름을 올렸다.
워즈오토 선임 콘텐츠 디렉터 드류 윈터는 “볼트EV는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워 전기차 대중화를 이끈 모델”이라며 “383km에 이르는 주행가능거리와 36.7kg.m의 풍부한 토크를 내는 볼트EV의 파워트레인은 과하거나 모자라지 않은 딱 적당한 성능을 갖췄다”고 평했다.
△ 이미지 제공 – 문서우 기자 / 혼다 스포츠 EV
최근 일본에서 열린 도쿄모터쇼의 주인공도 전기차였다.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얹은 콘셉트카를 무대 중앙에 올리며 변화하는 시장의 흐름을 보여줬다. 내연기관차가 주류였던 과거 행사와는 크게 다른 모습을 띄었다.
도요타, 닛산, 혼다 등 일본내 주류 완성차 업체는 1회 충전으로 1000km를 달릴 수 있는 수소전기차부터 인공지능 전기 스포츠카, 자율주행 전기 SUV 등 다양한 전기차를 선보이며 미래 시장을 향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드러냈다.
이 가운데 ‘혼다’는 ‘스포츠EV’, ‘어반EV’, ‘뉴V’ 등 총 3종의 전기 콘셉트카를 들고 나오며, 내연기관차의 종말을 선언했다. 회사는 3개의 콘셉트카를 토대로 2030년까지 글로벌 판매 2/3을 전기차로 전환한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전기차 주행거리를 대폭 확장하고, 동시에 주행의 편안함과 즐거움을 한 차원 높일 계획이다.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국내 전기차 시장의 행보는?
△ 이미지 출처 – 위키백과 / 현대기아차의 아이오닉 일렉트릭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특히 시장을 선도하는 ‘현대기아차’의 행보가 눈에 띈다. 이 회사는 2025년까지 전기차 라인업을 14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 미래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침으로 풀이된다.
현대기아차는 전기차를 3단계로 구분해 미래 시장을 대응한다. 이미 출시된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주행거리 200km 이하의 1단계 도심용 근거리 전기차로 구분되며, 올해 4월 등장할 ‘코나 전기차’는 주행거리 400km 이상의 2단계 장거리 전기차로 분류된다. 마지막 3단계는 주행거리 500km 이상의 고성능 장거리 전기차로, 현대차는 2021년까지 테슬라에 필적할 ‘제네시스 전기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 이미지 제공 – 문서우 기자 / 현대기아 수소전기차
올해 초에는 신형 수소전기차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 수소차는 연료전지 성능 및 수소이용률 향상, 고효율화 부품 적용 등으로 60%에 달하는 시스템 효율을 뽐낸다. 기존 ‘투싼ix 수소전기차’ 시스템 효율 55.3% 대비 9% 향상된 수치다. 연료전지시스템 압력가변제어 기술을 적용한 덕에 최고출력도 20% 상승한 163마력을 발휘한다. 수소전기차 연료전지시스템 핵심기술인 막전극접합체와 금속분리판 기술 등은 독자 기술로 개발됐다.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580km에 이른다.
포스코, 전기차 핵심소재 개발로 대중화에 기여하다!
△ 이미지 출처 – 한국GM 홈페이지 / 포스코ICT의 전기차 충전기 모습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이어지는 현 자동차 시장의 흐름은 비단 완성차 업체들만의 몫은 아니다. 시장을 둘러싼 유관 기업들의 움직임도 못지않게 적극적이다. 주목할 만한 기업은 세계 철강 업계를 선도하는 포스코.
포스코는 차체 소재인 기가스틸을 비롯해 포스코대우 구동모터용 코어, 포스코ICT 전기차 충전 인프라, 포스코ESM과 포스코켐텍의 양•음극재 등 전기차 핵심소재 개발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다. 이 가운데 포스코ICT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2017년 12월 초, 국내 완성차 업체 한국GM으로부터 전국 각지에 퍼져 있는 촘촘한 충전 인프라를 운영해 전기차 판매 확산에 기여한 바를 인정받아 우수 파트너사로 선정되었다.
포스코가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대표적인 기술은 전기차 전용 차체 PBC-EV(POSCO Body Concept-Electric Vehicle)다. PBC-EV는 기존 알루미늄, 마그네슘, 컴포지트 등 경량 소재가 해결하지 못한 생산 효율성과 생산 과정의 친환경성을 달성하기 위해 다시금 철강재로 회귀한 모델이다.
차체의 약 65%를 기가스틸로 채웠으며, 강성 확보를 위해 제작 과정에서 핫프레스포밍과 롤포밍 기법이 사용됐다. 그 결과 일반강 차체 대비 30% 향상된 경량화 비율을 달성하면서 생산 비용 상승도 5% 미만으로 억제했다. 합리적인 가격에 전기차 전용 차체를 생산 및 공급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셈이다.
△ 포스코그룹의 전기차 역량을 집대성한 전기자동차 콘셉트 모델(PBC-EV)을 살펴보고 있는 관람객
포스코는 차체 경량화와 더불어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 효율성 개선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보통 리튬은 염호 속 녹아 있는 리튬이온을 태양열로 증발시켜 추출한다. 이 같은 방법은 리튬 금속 순도가 40~50%에 불과하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회사는 이런 문제를 개선하고자 최근 ‘LiSX’공법을 개발했다. 해당 공법은 리튬 함유량이 20ppm 이상인 저농도 염호에서 99.9% 이상의 고순도 리튬을 8시간 안에 생산하는 방법이다. 생산 설비 건설 기간도 짧고 설비 가동 후 바로 리튬이 추출되는 공법이라 향후 리튬 시장 수요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제는 미래가 아닌 현실이다. 각국 정부와 국내외 완성차 업체 및 유관 기업은 변화하는 환경에 발맞춰 나아가고자 기술개발에 아낌없는 투자를 한다.
이에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할 획기적인 전기차가 속속들이 등장하고, 전기차 개발에 필요한 각종 기술도 개선에 개선을 거듭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수십 년간 내연기관차 시대에서 철강 소재 및 솔루션 기업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 포스코는 현재 부지런히 전기차 기술개발을 진행하며 기존에 없던 새로운 부품 라인업을 차근차근 넓혀 나간다.
자동차 시장을 둘러싼 정부와 완성차 업체 그리고 유관 기업간의 유기적인 움직임은 보다 나은 미래를 향한 든든한 초석으로 작용할 것이다.
* 스틸 인 테크는 해당 분야 전문가 필진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포스코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