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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로 만든 바다 위의 섬? 그곳에도 포스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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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로 만든 바다 위의 섬? 그곳에도 포스코가 있다

2020/03/06

조선소에서 선박을 건조할 때 첫 번째로 하는 세리머니가 있다. 바로 ‘스틸 커팅(Steel Cutting)식’. 배를 짓는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 소재인 후판(厚板, 일반적으로 두께가 6㎜ 이상인 스틸 판재)을 절단하며 건조의 시작을 기념하는 건데, 그만큼 조선사에게 철강재의 역할은 남다르다.

그래서 조선사가 강재 공급사를 선정하는 기준은 꽤나 까다롭다. 그들이 찾는 것은 자신들의 설계를 실현할 프리미엄 철강재, 추가적인 원가절감과 공기단축을 가능케하는 솔루션, 신뢰도 높은 납기 적중률, 믿을 수 있는 애프터서비스 능력까지 두루 갖춘 ‘파트너’다.

물론 월드클래스 조선사는 월드 클래스 철강사를 파트너로 택하기 마련이다.

l 세계 FLNG 선두주자가 선택한 파트너는? 포스코

“배가 아니다. 기름 나는 섬이다.” 생긴 것은 영락없는 배지만 실은 바다 위에 떠 있는 에너지 플랜트, FPSO(Floating Production Storage and Off-loading)를 두고 하는 말이다. FPSO는 한 곳에 20~30년간 머물면서 해저의 원유를 생산하고 저장, 하역한다. 같은 용도이지만 원유가 아닌 가스를 생산하는 설비는 LNG-FPSO, 줄여서 FLNG(Floating LNG)이라고 부른다.

FPSO는 자기 힘으로 항해하지 않고, 최초 유전이 있는 장소로 이동할 때도 예인선에 이끌려 이동을 한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이를 선박보다는 플랜트로 구분하며, 최첨단 과학을 총 집결한 해상 복합 구조물로 평가한다. 세계 곳곳에서 발주되는 FLNG를 독점하고 있는 나라는 다름 아닌 조선 강대국 대한민국. 그중에서도 삼성중공업은 2010년 이래 전 세계에 발주된 4기의 초대형 FLNG 중 3기를 수주하면서 해양 지존의 입지를 단단히 다졌다. (나머지 1기는 대우조선해양 수주했다.)

조선 강대국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해양플랜트에서도 우리나라의 삼성중공업이 수주량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FLNG 3기는 세계의 망망대해 곳곳에서 LNG를 생산한다. (PFNG DUA와 Prelude FLNG는 현지에서 가동 중, Coral Sul FLNG는 건조 중)말레이시아 PFLNG DUA 건조 2020년, 중량 13만톤급, 포스코후판 약4만톤적용, 연간생산량 LNG150만톤, 선주 Petronas. 호주Prelude FLNG 건조2017년6월, 중량26만톤급, 포스코후판 약15만톤적용, 연간생산량 LNG360만톤, 천연가스콘테세이트130만톤, LPG40만톤. 선주Shell컨소시엄. 모잠비크 Coral Sul FLNG 건조 2022년, 중량 21만톤급, 포스코후판 약14만톤적용, 연간생산량 LNG300만툰 선주 ENI컨소시엄.

▲ 조선 강대국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해양플랜트에서도 우리나라의 삼성중공업이 수주량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FLNG 3기는 세계의 망망대해 곳곳에서 LNG를 생산한다. (PFNG DUA와 Prelude FLNG는 현지에서 가동 중, Coral Sul FLNG는 건조 중)

현재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는 ‘모잠비크 코랄 술(Coral Sul) FLNG’를 한창 건조 중이다. 길이 439미터, 폭 65미터, 높이 38.5미터로 자체 중량 21만 톤 급의 초대형 해양 설비. 정규 축구장(길이 105미터, 폭 68미터) 4개가 나란히 들어갈 정도라고 하니, 그 크기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이 될 것이다. 사업규모는 어떤가. 삼성중공업이 수행하는 공사 금액만 2조 8,534억 원(약 25억 달러) 정도다. 모든 면에서 ‘초대형’ 프로젝트인 셈. 이 프로젝트 이전에 건조한 로열더치쉘社의 ‘프렐류드(Prelude) FLNG’는 세계에서 가장 큰 FLNG로도 기록됐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이 어마어마한 플랜트에 들어가는 후판 전량을 이례적으로 단일 철강사가 공급했다는 사실!

조선사는 주로 대형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철강재의 공급사를 다원화하는 전략을 펼친다. 원가 절감도 꾀하고, 앞서 언급한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도 더 안전하다고 믿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중공업은 프렐류드 FLNG의 후판 15만 톤 그리고 현재 건조 중인 코랄 FLNG의 후판 14만 톤까지 전량을 포스코에 맡겼다.

l 국산 기술과 소재로 세계 FLNG를 만드는 비법은 남다른 ‘파트너십’

일반 상선과는 완전히 다른 설계와 기술이 필요하다는 FLNG. 때문에 어떤 강재를 적용해야 하는지도 긴 시간 연구되었다. 삼성중공업이 고심 끝에 거대 FLNG 프로젝트의 강재 공급사로 포스코를 선택한 이유에는 남다른 ‘파트너십’이 있었다.

포스코는 삼성중공업에 매 프로젝트마다 최고의 솔루션을 내놓기 위해 특별한 협업을 제안한다. 이름하여 ‘Alliance TFT’라는 건데, 양사의 프로젝트 유관부서가 정례적으로 교류하면서 서로의 원가를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솔루션을 함께 찾는 것이다.

조(兆) 단위가 오가는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해양프로젝트의 성공요인 중 핵심을 꼽으라면, ‘건조일정단축’이다. 건조 일정이 단축되면 그만큼 조선사의 원가가 절감된다. 그리고 조선사가 납기를 단축하기 위해서는 주요 소재인 철강재를 빨리 받아보는 것이 필수적이다.

프렐류드 프로젝트 당시, 포스코는 삼성중공업에 통상 5개월이 걸리는 강종을 3개월 만에 공급했다. 무조건 서둘러 빨리 만들었을까? 오히려 단납기의 비결은 긴 시간에 걸친 협력 작업에 있었다.

▲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세상에서 가장 큰 배’ 프렐류드 FLNG. 로열터치쉘(Royal Dutch Shell)로부터 2011년 수주해 2012년 스틸 커팅식을 가진 후 약 5년간 거제조선소에서 건조, 2017년 6월 29일 성공적으로 출항했다. 이 플랜트에는 포스코 후판이 15만 톤 들어갔다. (영상 출처=Shell 유튜브 공식 채널)

일반적으로 조선해양용 후판의 주문을 넣을 때 고객이 주문서를 작성해 포스코로 전송하면, 포스코는 주문서에 맞춰 순서대로 강재 생산을 설계한다. 포스코와 삼성중공업은 이 루틴을 과감히 뒤집었다. 우선 정식 주문서를 발주하기 전, 삼성중공업이 필요한 강재의 규격과 사이즈를 포스코로 먼저 보냈다. 포스코는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설계-마케팅-생산 부서가 함께 ‘가장 단기간에 최적의 효율로 생산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을 짰다.

그렇게 만들어진 주문서를 시작으로 주문-설계-생산-출하 프로세스를 가동했더니, 삼성중공업은 초고강도 해양구조용 강재를 종전보다 두 달 빨리 받아보게 됐다. 포스코 역시 제품 생산성을 눈에 띄게 높였다. 양쪽의 설계, 생산 방식은 전혀 건들이지 않으면서 삼성중공업의 니즈를 충족시키며 양사가 윈윈(Win-Win)하는 결과를 낳았다. 영리한 협업이었다.

코랄 프로젝트에서도 협업 스킬이 빛을 발했다. 최초 설계 당시 삼성중공업은 LNG 저장탱크의 외벽용으로 극저온용 1.5% 니켈 강재 사용을 검토했다. 그러나 1.5% 니켈강은 원료 수급 변동성과 가격, 긴 생산 기간 때문에 조선사 입장에서는 부담일 수밖에 없는 강재. 새로운 솔루션이 필요했다.

이에 포스코는 기존 니켈강을 극저온용으로 개발된 일반 탄소강종으로 대체하기를 제안했다. 선주를 설득하며 설계를 변경해야 하는 꽤 도전적인 이 시도는, 결국 두 회사의 긴밀한 협업 덕분에 관철됐다. 삼성중공업은 원가와 납기를 모두 줄이며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포스코도 포항제철소에서만 양산하던 이 극저온용강을 광양제철소에서도 양산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회사의 WTP(World Top Premium) 제품인 극저온용강의 신수요를 개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l 세계 망망대해 위, 삼성중공업 X 포스코 합작품이 떴다

프렐류드 FLNG는 2017년 출항했다. 현재 호주 북서부 브룸(Broom)에서 약 475km 떨어진 프렐류드 가스전(Prelude Gas Field) 인근 해상에 계류(mooring)하면서 해저시스템과 연결되어 가동 중이다. 25년간 1년에 360만 톤의 LNG를 생산해낸다. 이는 우리나라 연간 LNG 소비량의 10%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페트로나스社 PFLNG DUA가 지난 2월 건조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본격적인 LNG 생산을 위해 해상 가스전 필드로 출항(Sail-away)했다.

▲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페트로나스社 PFLNG DUA가 지난 2월 건조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본격적인 LNG 생산을 위해 해상 가스전 필드로 출항(Sail-away)했다. (이미지 출처)

페트로나스社 FLNG의 경우 PFLNG DUA으로 명명식을 가지고 지난 2월 18일 출항했다. PFLNG DUA는 말레이시아 동부 코타키나발루 해안에서 140km 떨어진 로탄 가스전 위에 계류한다. 앞으로 20년간 매년 LNG 150만 톤을 생산할 예정이다. 현재 건조 중인 모잠비크 코랄 FLNG도 건조가 완료되면 아프리카 대륙까지 건너가 2020년부터 연간 300만 톤의 LNG를 생산해낼 것이다.

대한민국의 조선, 철강 합작품이 세상 곳곳에서 에너지를 만들어 지구촌의 불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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