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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 싹 다 잡는 경량방음터널, PosLST 공법 개발기

INNOVILT LAB 4

소음 싹 다 잡는 경량방음터널, PosLST 공법 개발기

2020/11/24

뜨거운 열정과 차가운 판단력으로 최고의 INNOVILT 제품을 탄생시키는 곳, 여기는 INNOVILT LAB입니다. 포스코와 고객사가 차세대 INNOVILT 후보 제품을 공동으로 연구하고 개발하는 일종의 전진기지죠.

오늘 여러분께 소개할 INNOVILT 제품은 ‘경량방음터널, PosLST(POSCO Lightweight Soundproof Tunnel)’입니다. 고객사 ㈜테크스퀘어, ㈜유진철강산업과 함께 방음터널 신공법 개발에 나선 포스코 연구원의 연구개발 스토리, 여러분께 공개합니다!


l ‘시끄러워 못 살겠네!’ 교통 소음, 방음 터널로 잡는다!

요즘은 동네 뒷산에 올라도 귀가 평온하지 않다. 저 멀리 도로에서 들려오는 차량 소음이 끊임없이 귓속을 파고들기 때문이다. 창문을 굳게 닫은 연구실에서도 마찬가지다. 시끄럽게 울려대는 경적과 대형 화물차의 엔진 소리가 마음을 어지럽힌다.

아 참, 내 소개가 늦었다. 나는 포스코 기술연구원 철강솔루션연구소의 노명현 수석연구원이다. 내 귀가 교통 소음에 이토록 민감한 이유는 소음 저감을 위한 새로운 방음터널 연구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국민권익위에 접수된 도로 교통 소음 피해 민원은 2017년 3만 9,326건, 2018년 6만3,011건, 지난해 11만 3,073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주목할 대목은 이런 민원의 약 98%가 도로 인근 공동주택 거주자들의 소음 피해라는 점이다. 공동주택 입주민들은 창문을 열고 생활하기 어려울 정도로 소음으로 인한 불편이 크다고 호소한다.

그렇다고 해서 자동차를 다 없앨 수도 없는 노릇. 때문에 곳곳에 세워지기 시작한 게 ‘방음벽’이다. 하지만 저층 건물 거주자의 조망권을 해치면서 빛 반사로 실내 온도를 상승시키고, 마냥 높게 세울 수도 없어 고층 건물에 대한 소음 저감 효과도 크지 않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런 방음벽의 대안으로 급부상한 것이 오늘 이야기할 ‘방음터널’이다. 방음터널은 발생한 소음이 높이 올라가지 못하도록 직접 차단하기 때문에 초고층 건물에 대한 방음 효과가 탁월하다. 또 기존 방음벽에서 발생하는 반사 소음도 최소화할 수 있기에 도심지 도로 교통 소음 저감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도심에 설치된 방음터널의 모습

▲도심에 설치된 방음터널 모습

하지만 방음터널 역시 안전성, 사용성, 경제성, 심미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아 개선의 여지가 많다. 별도의 표준화된 설계 방법이 없어 획일적으로 설계가 이뤄지고 있고, 주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단순한 형태가 대다수다. 복잡한 도심에서는 교량, 고가 등 기존 구조물에 방음터널을 추가로 설치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과도한 중량과 바람 등에 의한 추가 하중이 발생해 설계 하중을 초과하는 문제도 있다.

우리 구조연구그룹이 방음터널 개발에 나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포스코 강재를 활용한 최적의 설계로 구조물을 경량화하고, 객관적인 성능평가를 바탕으로 신뢰성 있는 방음터널 제품과 공법을 개발하면 교통 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 것이다. 우리에겐 고강도 프리미엄 강재가 있으니 못할 이유도 없었다. 새로운 방음터널 연구개발은 그렇게 시작됐다.

l 척하면 착! 든든한 개발 파트너를 소개합니다

좋은 연구개발은 협업을 통해 완성되는 법. 우리 프로젝트 역시 이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연구개발에 힘을 보태줄 고객사가 등장했다. 바로 경량방음터널 분야의 특허를 보유할 만큼 경험과 역량이 우수한 ㈜테크스퀘어가 그 주인공. 테크스퀘어는 2013년 당시 새로운 방음터널 개발을 고민 중이던 우리에게 기존 방음터널의 주요 구조재인 H형강 대신 원형 강관 여러 개를 삼각형 형태로 배열한 ‘트러스 지붕 형식의 방음 터널 공법’을 제안해 왔다.

H형강 방식의 획일적 프레임 구조는 도로 폭이 넓은 방음터널 설계 시, 구조물의 처짐이 과도하게 발생했다. 처짐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H형강 사이즈를 키우면 중량이 무거워져 공사비가 늘어났다. 이러한 H형강 대신, 고강도 강관을 사용한 트러스 구조로 경량화와 경제성, 안전성을 달성하자는 게 테크스퀘어의 아이디어였다. 형강을 생산하지 않는 우리로서는 언제나 형강을 대체할 수 있는 강재 이용기술에 목마른데, 강관으로 형강을 대체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매우 반가운 이야기였다.

강관을 이용한 트러스형 경량 방음터벌 신공법 개발을 위한 연구 보고서 1. 과제명: 강관을 이용한 트러스형 경량 방음터널 신공법 개발. 제목: 트러스형 방음터널 개요. 과제번호: INNOVILT-003. 연구 내용: 방음터널 구조 부재를 일반적인 H형강 형식에서 강관 트러스형식으로 변경한다. 트러스 구조란 직선으로 연결된 여러 개의 뼈대 재료를 삼각형이나 오각형으로 구성해 지붕이나 교량 등에 사용하는 구조이다.

테크스퀘어와 더불어 이번 프로젝트에 파트너로 참여하게 된 고객사가 하나 더 있다. 바로 강관 생산 전문 기업 ㈜유진철강산업이다. H형강을 강관으로 대체하려면 고강도 강판을 강관으로 가공해 줄 곳이 필요한데, 조관 생산 경험이 풍부한 유진철강산업에서 이를 맡아주기로 한 것이다. 자, 최강 드림팀이 꾸려졌으니 이제 시작할 일만 남았다. 우리의 목표는 기존 H형강 공법 대비 획기적인 경량화와 비용 절감! 그렇게 2014년 1월, 이를 위한 본격적인 연구개발에 돌입했다.

l 가볍고 튼튼한 방음터널 개발을 향한 여정

방음터널이라면 응당 갖춰야 할 조건이 있다. 이름에 걸맞게, 무엇보다 소음 저감 성능이 뛰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 방음터널에는 방음판을 설치하는데, 방음판은 크게 소음을 흡수하는 기능이 있는 ‘흡음판(불투명)’과 소음의 경로를 반사하는 ‘반사판(투명 혹은 불투명)’으로 나눌 수 있다. 대부분의 방음터널은 터널의 측면에 불투명한 흡음판을 설치하고, 또 입출구에서 소음이 크게 발생한다는 점 때문에 방음터널을 필요구간보다 더 연장해서 설치하거나 입출구에 방음벽을 추가로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비용, 심미성 등 다양한 문제의 원인이 된다. 우리 기술은 이런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우리는 터널 지붕 부분의 강관 트러스 내부에 흡음판을 설치하기로 했다. 터널 측변에서 불투명하게 시야를 가리는 흡음판을 지붕의 트러스 안으로 넣으면, 운전자에게도 도움이 되고 심미적으로도 탁월할 거라는 기대가 생겼다. 이 흡음판의 기능을 검증하기 위해 소음 해석 전용 프로그램으로 분석한 결과, 우리가 설계한 터널은 강관 내부에 삽입된 흡음판의 영향으로 평균 1.0dB의 소음이 저감되는 것으로 평가됐다.

우리가 목표로 한 방음터널의 두 번째 조건은 가벼워야 한다는 점이다. 앞서 설명한 대로 방음터널은 기존 구조물에 추가적인 고정하중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무거우면 구조 안전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또한 방음터널은 실제 사용되는 도로를 두고 건설해야 하다 보니 다른 구조물에 비해 빠른 시공이 중요하다. 도로 공사가 길어지면 무엇보다 사용자의 큰 불편을 초래하기 때문. 시공성 확보를 위해서 자재는 가벼울수록 유리하고, 이를 위한 솔루션으로 우리는 가볍지만 단단한 포스코의 고강도 강재 SHT460(Structural High strength Tube 460, 인장강도 590MPa급 열연코일)과 PosH690(POSCO High strength 690, 인장강도 690MPa급 열연코일)을 강관 소재로 채용했다.

조건 마지막은 구조가 튼튼해야 한다는 것. 방음터널 골조와 방음판 자체의 중량은 물론이고 눈, 비바람 등 외부 자극에도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설계 과정에서도 이는 중요한 고려 대상에 속하므로 다양한 실험을 통해 구조물의 안전성을 확인했다. 그중 하나가 ‘실물 하중 재하 실험’이다. 실험체를 제작해 설계 하중의 몇 배까지 견디는지 살펴봤다. 그 결과, 바람에 의해 발생하는 ‘풍하중(風荷重)’은 설계 하중의 3배가량까지, 눈이 쌓여서 받는 하중인 ‘설하중(雪荷重)’의 경우 설계 하중의 5배 이상을 견딜 수 있었다.

강관을 이용한 트러스형 경량 방음터벌 신공법 개발을 위한 연구 보고서 2. 과제명: 강관을 이용한 트러스형 경량 방음터널 신공법 개발.. 제목: 방음터널 실물 하중 재하 실험. 과제번호: INNOVILT-003. 연구 내용: 풍하중 하중-변위관계 그래프를 통해 풍하중은 설계하중 2배까지 탄성거동을 보이며 설계하중의 3배 이상부터 소성거동을 보임을 확인했다. 설하중 하중-변위관계 그래프를 통해 설하중은 설계하중 5배까지 탄성거동을 보임을 확인했다.

위와 같이 세 가지 포인트에 주안을 두고 실험과 검증을 거듭, 17개월간의 연구가 이어졌다. 소음 저감, 경량화, 구조적 안전성 모든 부분에서 기존 터널 대비 우수하다는 결과를 손에 넣었고 마침내 우리 소재를 적용한 신개념 경량방음터널 기술을 완성했다. 공법의 이름은 PosLST(POSCO Lightweight Soundproof Tunnel)라고 붙였다!

l 연구개발의 결정체, 건설신기술 지정에 도전하다!

기술 개발로 끝일까? 언젠가 고객사 기술개발 책임자분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객관적으로 검증된 좋은 기술은 편법을 동원해 기술 영업을 하지 않아도 언젠가 진가를 발휘한다고. 순간 ‘우리가 개발한 기술도 객관적으로 입증받으면 좋을 텐데… 그래, 건설신기술* 지정을 받자!라는 새로운 도전 의식이 퍼뜩 머리를 스쳤다.

*건설신기술(New Excellent Technology, NET)
국내에서 최초로 개발한 건설기술 또는 기존 건설기술을 개량한 것으로 국내에서 신규성, 진보성 및 현장 적용성 등이 있다고 판단되는 건설기술

돌이켜보면 참 도전적인 일이었다. 낮은 지정률이나 높은 심사 난이도 때문이 아니다. 신기술 신청부터 지정·고시까지 심사에 투입되는 노력과 시간이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장 실사와 품질 검증 등 장장 9개월여간을 신기술 심사에 힘을 쏟았다. 그리고 마침내 2016년 9월 12일, 국토교통부 건설신기술 제795호(파이프 트러스 빔과 횡방향 탈부착 측면 방음판 및 직각흡음체를 이용한 터널형 방음시설 (PosLST공법))로 당당히 지정받았다, 국토교통부의 객관적 검증을 받은 국내 최초 방음터널 공법 기술이었다.

국토교통부 건설신기술 제795로 당당히 지정받은 신기술지정증서(좌). 건설신기술 제 795호는 방음 터널 천정부에 직각 흡음체를 이용한 터널형 방음시설로, 측면 전체에 투명판을 설치한다.

사실 한 단계, 한 단계 공법 개발에 완성도가 더해지면서 ‘혹시나 시장 반응이 미미하진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엄습해왔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가볍고 튼튼하고 저렴할지라도 보수적인 산업 분위기상, 신규 공법과 제품에 대한 초기 수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2017년, 제2경인 안양-성남 민자고속도로 방음터널 공사에 초도 적용되는 성과를 이룬 것이다. 이후 위례신도시 북측도로 방음터널, 용인도시계획도로 개설공사 등 9개 프로젝트에 지속적으로 확대 적용되며 PosLST 경량방음터널 공법은 그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안양-성남 고속도로 관양지구 4차선 연장공사에 강관 트러스형 신공법을 적용한 방음터널의 모습

▲안양-성남 고속도로 관양지구 4차선 연장공사에 강관 트러스형 신공법을 적용한 방음터널

l 소음만 잡는 방음터널? 경량성, 경제성, 심미성까지 다 잡았다

실제로 PosLST 공법을 적용한 방음터널, 우리의 연구 결과만큼 제대로 기능하고 있을까? 현장에서 들려오는 PosLST 방음터널의 장점을 꼽아보니, 우리 기대가 딱 들어맞은 것 같다.

첫 번째 특장점은 당연히 소음 저감 효과다. 방음터널 지붕 부위 강관 트러스 내에 설치된 흡음판은 방음터널 입출구에서 발생하는 배출소음을 줄이는 데 탁월하다. 또한 지붕 쪽에 설치한 흠음판으로 방음터널 벽면의 불투명 흡음판을 생략해 채광이 우수함은 물론 운전자의 시인성 또한 향상할 수 있다.

그다음으로 경량성을 이야기해야겠다. 이 터널은 포스코 고강도 구조용강인 SHT460과 PosH690을 소재로 해서, 구조물의 중압감을 최소화한다. 기존 H형강 방음터널 프레임 대비 약 53%까지 무게를 줄일 수 있어 설계 하중을 만족하면서 경량화와 경제성도 모두 달성할 수 있다. 또한 트러스 구조는 터널의 구조적 강성을 향상해 구조물 처짐을 줄이는 데도 효과적이다.

신공법 구성 및 특징 설명 이미지. 강관트러스는 처짐 감소를 돕고, 지붕방음판을 통해 시공이 용이하며, 직각흡음체는 토출소음을 저감시키고, 벽면방음판으로 탈부착이 용이하다.

장점 셋째는 뛰어난 시공성과 경제성이다. 앞서 말했듯 PosLST 방음터널은 핵심 기능재인 흡음판을 지붕 쪽 강관 트러스에 삽입하기 때문에, 측면에는 불투명한 흡음판 대신 투명한 반사판을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이는 탈부착하는 방식으로 제작해서 손상된 부분만 부분적 교체가 가능하다. 기존 방음터널은 측면 흡읍판 교체가 어려워서 유지보수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이 또한 기존 H형강 프레임 공법과 차별화된 점이라고 볼 수 있다. 더불어 지붕에 올리는 방음판 역시 기존에는 H형강에 설치하다 보니 4개 변을 지지하기 위한 별도의 프레임을 설치해야 했지만, PosLST는 동그란 강관에 설치하기 때문에 프레임 없이 앵글을 이용해서 볼트 체결만 하면 끝! 덕분에 포스코 고성능강을 기반으로 최적 설계를 할 경우, 기존 공법 대비 약 15%의 공사비를 줄일 수 있고, 손상 방음판 교체에 필요한 유지보수비는 31%가량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게 우수한 심미성이다. 미려한 원형 강관을 적용해 기존 터널 대비 구조물의 디자인이 우수하다. 다양한 비정형 구조물을 구현할 수 있어 도심 경관에 어울리는 조화로운 디자인도 가능하다.

기존 터널 대비 구조물의 디자인이 우수한 신공법 방음터널의 설계 이미지

PosLST에 대한 업계 반응도 호의적이다. 방음터널 제작과 설치를 맡은 시공사 관계자들은 “포스코 강재로 만든 부재가 무엇보다 가볍고, 볼트 체결 부위가 적어 기존 강재를 사용했을 때보다 시공이 빠르고 용이하다”고 말한다. 이어 “설치 완료 후 미관 또한 수려하여 향후 포스코의 신공법이 널리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함께 내비쳤다.


서울시가 ‘2025 서울시 도시주거환경 정비기본계획’의 일환으로 자동차전용도로 소음피해지역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방음 시설물 설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향후 신공법을 적용한 방음터널용 강재 수요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노빌트랩에서 탄생한 세상에 없던 기술이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널리 쓰이는 것, 이것이야말로 연구원으로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보람 아닐까. 크고 작은 솔루션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아질수록 이노빌트랩 연구원들의 열정 또한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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