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에 의해 만들어져 다른 미생물의 성장을 막는 ‘항생제’는 세균감염 치료나 예방에 활용된다. 이 항생제를 ‘형광잉크’로 이용해 살아있는 세포를 3D로 촬영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팀에 의해 개발됐다.
▶ 포스텍 김기현 교수, 서울아산병원 김명준 교수, 명승재 교수(왼쪽부터) |
포스텍 기계공학과 김기현 교수·화학과 김성지 교수, 기초과학연구단 홍천표 박사, 서울아산병원 안과 김명준 교수·소화기내과 명승재 교수, 광주과학기술원 (GIST) 의생명공학과 정의헌 교수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은 항생제와 다광자현미경 (miltiphoton microscopy)을 이용해 기존 보다 10배 빠르게 생체조직 내 세포를 촬영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를 통해 발표했다.
다광자현미경은 3D 해상도를 가지는 고성능 현미경 기술로 생체 내 신경세포나 면역세포, 암세포 등의 기초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속도가 지나치게 느려 활용되기 어려웠다.
공동연구팀은 안과나 내과에서 활용하는 목시플록사신(moxifloxacin)이란 항생제가 형광 특성이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연구팀은 먼저 이 항생제를 안구에 투여한 후, 항생제가 각막에 침투하는 과정을 다광자현미경으로 영상화해 그 결과를 지난 5월 처음 학계에 발표했다.
그 후 이들은 같은 항생제를 사용해 피부와 소장, 방광 등 생체조직 내 세포를 고속 촬영하는 한편, 생체조직 내 세포의 분포뿐 아니라 실시간 움직임을 고해상도로 영상화해내는데 성공해 목시플록사신을 세포의 형광염색제로 사용하면 기존보다 10배나 빠른 고속 영상화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특히 이 연구에서 형광물질로 사용한 항생제는 촬영에 필요한 수준이라면 몸에 부담이 가지 않는 것은 물론, 염색 방법이 간단하고 소요 시간도 수 분 내에 불과해 임상에서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내다봤다.
연구를 주도한 포스텍 김기현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다광자현미경을 임상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제시했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며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안과나 피부과, 소화기내과에서 이를 이용한 진단이나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기법들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과 선도연구센터 사업, BK21플러스, 기초과학연구원 (IBS)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 살아있는 상태의 동물 모델(hairless mouse)의 피부조직에 항생제인 목시플록사신으로 염색한 후, 다광자현미경으로 표피(epidermis)부터 진피 (dermis)까지 세포 촬영한 모습. 목시플록사신을 처리하지 않고 피부조직 내 자가형광(autofluorescence)으로 촬영하였을 때(윗줄), 19 mW의 레이저 파워로 대표적인 3가지 표피층은 관찰이 잘 되었으나 진피 내 존재하는 세포들의 관찰은 어려움을 확인할 수 있다. 항생제물질을 염색 후 촬영하였을 때(아랫줄), 더 낮은 5 mW의 레이저 파워 만으로도 표피층은 물론 진피 내 존재하는 수많은 세포들을 효과적으로 관찰된다. |
▶ 위 동물 모델의 피부조직에 항생제 물질로 염색 후, 진피(dermis) 내 세포들의 움직임을 다광자현미경으로 실시간 관찰한 모습. 목시플록사신으로 피부조직을 염색하고 진피 내 존재하는 여러 세포들의 움직임을 약 25분에 걸쳐 실시간 관찰했다. 진피 내 혈관 및 림프관 등을 따라 활발하게 움직이는 다양한 세포들(neutrophil, dendritic cell 등)의 모습을 추적할 수 있다. 크고 동그란 모양으로 밝은 신호를 띄는 구조는 진피 내 위치하고 있는 모낭(follicle)이다. |
최혜영 커뮤니케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