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커먼스, 큐피드를 비춰보는 프시케 (부에, 1626-29)
이번 스틸캐스트 시간에는 평소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다뤄볼까 하는데요. 다름 아닌 사랑의 신 ‘큐피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큐피드에 얽힌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부터, 큐피드의 화살에 숨겨진 비밀까지… 함께 보시죠!
△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커먼스, 나무 위의 큐피드 (바비에, 1795/1805)
우선 큐피드에 대해 전반적인 상식을 간단히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보통 큐피드, 하면 통통한 아기 천사가 화살을 들고 있는 익살스러운 모습을 떠올리실 텐데요. 이는 헬레니즘 시대가 되며 뒤늦게 나타난 양식으로, 고대 그리스 미술에서는 큐피드가 날개 달린 건장한 미청년의 모습으로 주로 그려집니다.
참고로 큐피드(Cupid)는 로마 신화 속 이름인 ‘쿠피도(Cupido)’의 영어식 발음이며, 우리가 익히 들어본 단어인 에로스(Eros), 아모르(Amor) 모두 신화 속에서 큐피드를 가리키는 말이자,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에서 욕망을 뜻하는 보통명사입니다.
큐피드는 그리스 로마 신들 중에서도 아주 오래된 신인데요. 기원전 8세기 무렵에 헤시오도스가 지은 서사시이자, 태초에 세상이 만들어지는 이야기인 ‘신통기’에서는 태초에 혼란의 신 카오스가 있었고, 대지와 지옥, 그리고 에로스가 있었다고 합니다. 즉 이 서사시에서 큐피드는 신들을 낳게 하는 원동력이자, 제우스보다도 더 이전에 있었던 최초의 신으로 그려진답니다.
다만 후대에서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아들로 널리 알려지며 고대 로마 시인들의 작품 속 사랑의 매개체 역할을 주로 맡게 됩니다.
△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커먼스, 프시케에게 키스하는 큐피드 (카노바, 1787-1793)
큐피드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사랑 이야기로는 고대 로마의 소설가 아풀레이우스의 작품 <황금 당나귀>에 등장하는 에피소드가 가장 유명합니다. 아름다운 여인 프시케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랍니다.
어느 먼 옛날 한 왕국에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공주인 프시케가 살고 있었는데요. 공주의 눈부신 아름다움 때문에 사람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프시케를 보러 갔고, 이는 곧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질투로 이어집니다. 아프로디테는 아들인 큐피드로 하여금 프시케가 세상에서 가장 흉악한 괴물과 사랑에 빠지도록 만들라 명령했고, 큐피드는 누구든 사랑에 빠지게 하는 황금 화살을 가지고 프시케를 찾아가게 되는데요. 잠든 프시케의 황홀한 모습에 놀란 큐피드는 스스로 화살에 찔려 프시케를 사랑하게 됩니다.
큐피드와 프시케는 곧 아름다운 궁전에서 함께 살아가게 되는데요. 다만 큐피드는 어두운 밤에만 프시케를 찾아들며 그녀에게 절대 그의 얼굴을 보지 말도록 경고했죠. 그러나 프시케의 질투 어린 자매들은 그녀의 남편이 흉악한 괴물일 거라 겁을 주었고, 불안해진 프시케는 잠든 큐피드의 얼굴에 몰래 등불을 비추었는데요. 그곳에는 흉한 괴물 대신 아름다운 신이 있었던 것이죠. 놀란 프시케는 등불을 떨어뜨렸고, 잠에서 깬 큐피드는 화를 내며 그녀를 떠나버리고 맙니다.
비탄에 잠긴 프시케는 큐피드를 찾아 떠돌다가, 아프로디테에게 직접 용서를 구하기로 하는데요. 분노가 풀리지 않은 아프로디테는 프시케에게 저승의 여왕 프로세르피네에게 아름다움이 든 병을 받아오라는 불가능한 미션을 내립니다. 정체 모를 목소리의 도움을 받아 결국 병을 찾아온 프시케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뚜껑을 열어보고, 그 순간 죽음의 잠에 빠져버리는데요.
이를 본 큐피드는 제우스에게 간곡히 애원했고, 제우스는 아프로디테를 설득해 결국 프시케와 큐피드는 결혼식을 올리고 영원히 함께 살아가게 된답니다.
△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커먼스, 아폴로와 다프네에게 화살을 겨누는 큐피드 (푸생, 1625)
큐피드의 화살은 총 2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황금으로 만든 것으로, 화살에 맞는 사람은 누구든 사랑에 빠져버리게 만들고, 나머지 하나는 철로 만든 것으로, 맞은 사람으로 하여금 혐오의 감정에 빠지게 합니다. 이 화살의 효과는 너무도 강력해서 인간뿐 아니라 신들도 벗어날 수 없으며, 큐피드 본인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큐피드의 화살에 얽힌 유명한 이야기로는 아폴론과 다프네의 전설이 있는데요. 아폴론이 큐피드의 활 솜씨를 놀리자, 화가 난 큐피드는 아폴론에게 황금 화살을 쏴 강의 신 페네오스의 딸 다프네와 사랑에 빠지게 하고, 다프네에게는 철 화살을 쏴 아폴론을 증오하게 하는데요. 아폴론의 구애를 피해 달아나던 다프네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가이아는 다프네를 구하기 위해 월계수로 변하게 한다는 내용이랍니다.
Hello, 포스코 블로그와 함께 알아본 큐피드의 이야기, 어떻게 보셨나요? 특히 황금과 철이라는 금속의 속성에 사랑과 혐오라는 감정을 투사한 큐피드의 화살이 정말 흥미로운데요. Hello, 포스코 블로그는 다음 시간에 더 재미있는 이야기로 돌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