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포스코 제선부 코크스공장에서 한국어 통역을 담당하고 있는 메티 아디안티 수바르자입니다. 저는 2018년에 입사해 올해로 입사 6년 차에 접어들었는데요. 입사 초기에는 낯선 환경이 두렵기도 했지만 리더님들과 동료들의 응원 덕분에 잘 적응했고, 지난해에는 해외현지법인 모범사원으로 선정돼 글로벌 P.A.L.* 프로그램으로 꿈에만 그리던 한국에 처음으로 다녀왔습니다. 매사에 ‘나는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나가는 크라카타우포스코(이하 PT.KP)에서의 생활을 소개해 드릴게요.
*글로벌 P.A.L. : 전 세계 사업 국가의 우수한 인재를 대상으로 자부심(Pride), 감사함(Appreciation), 애사심(Loyalty)을 향상하기 위한 포스코그룹의 특별 교육프로그램.
2019년 9월 16일 금요일, 제 인생에서 절대 잊을 수 없는 날입니다. 제가 PT.KP 정규 직원이 된 날이거든요. 업무를 하고 있는데 인사부서에서 제일 좋은 펜을 가지고 와달라고 하더라고요. 무슨 일이지 싶어 일단 평소 애용하는 펜을 들고 찾아갔더니 정식 직원 근로계약서를 건네셨고, 가져온 펜으로 멋지게 사인을 해달라고 하셨습니다. 너무 기뻐 눈물이 쏟아지려는 것을 꾹 참고 제 인생 첫 정규직 근로계약서를 작성했습니다.
태어나서 한 번도 해외에 나가본 적 없는 제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나라의 언어를 배워 세계적인 기업에 입사하다니, 그야말로 기적이 일어난 것이죠. 무엇보다도 어려운 가정 형편에서 자란 만큼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해 불안한 생활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웠습니다. 계약서를 작성하고 사무실에서 나오자마자 어머니께 소식을 전했는데 기뻐하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으니 참고 있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지금 이 이야기를 하면서 그때를 생각하니 또 눈물이 나오려고 하네요. 그야말로 제 인생을 바꿔준 기적 같은 순간이었던 만큼 그날 이후 어려움이 있을 때면 그때 그 순간을 기억하며 마음을 다잡고 있습니다.
한편 입사 후 가장 기뻤던 순간은 지난해 11월 한국에 처음 방문했을 때예요. 해외현지법인 모범사원으로 뽑혀 포스코그룹 글로벌 P.A.L.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을 찾았습니다. 제가 최우수 직원으로 뽑히리라고는 생각해 본적도 없고, 그저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일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면서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에 감사하며 회사 생활을 했을 뿐인데 그 모습을 좋게 봐주셔서 정말 기뻤습니다. 게다가 늘 꿈에 그리던 한국에도 갈 수 있다고 하니 실감이 나지 않더라고요. 비행기 티켓을 예약할 때까지도 꿈을 꾸는 것 같았고, 비행기에 탑승할 때가 돼서야 실감이 났습니다.
5일간 한국에 머무르면서 포항제철소를 둘러보고, 다양한 한국 문화를 체험하며 동료들과 행복하고 특별한 추억을 많이 쌓았는데요. 포항제철소에 방문했을 때는 거대한 설비 규모와 제철 역사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특히 힌남노 태풍 피해를 135일 만에 정상화한 이야기는 포스코투데이(사내소통채널)를 통해 접하기는 했지만 현장에서 복구 현장 사진을 직접 보니 더욱 감동적이었습니다.
또 한국을 입고 경복궁에 방문하기도 했는데요. 마치 한국의 역사 속 주인공이 된 느낌이었어요. 하하. 제가 봤던 첫 사극 드라마인 <대장금>도 생각나고, 정말 즐거웠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한국에 다녀온 기억은 아직도 선명한데요. 이 자리를 빌려 제 꿈이기도 했던 한국 방문이라는 소중한 기회를 주신 포스코그룹에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한국에서 실제로 포항제철소, 퓨처엠사업장도 방문해보니 아무것도 없던 맨 땅에서 이렇게 큰 기업을 일궈낸 여러 한국 선후배분들의 헌신과 노력을 생생히 느낄 수 있어 더 감명깊었습니다. 이 감정을 소중히 기억해 저도 앞으로도 제가 맡은 통역 업무를 더 잘해낼 뿐만 아니라 PT.KP가 눈에 띄는 성과를 낼 수 있게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는 현장 통역사로서 한국 직원과 현장 직원 사이에 언어적 차이로 발생하는 오해를 줄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현지법인 특성상 주재원은 인니어로 소통하기에 어려움이 있고, 현지 직원 또한 한국어나 영어 실력이 뛰어난 편이 아니다 보니 직접 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와 같은 통역 직원이 필요하죠. 이때 통역사는 단순히 언어만 통역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상황과 배경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정확한 소통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적인 이해는 물론 전문용어도 정확하게 숙지해야 하죠.
특히 전문용어의 경우 조업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가끔 어려운 조업과정에 대해 소통해야 할 때면 제 부족함을 깨닫곤 해서 조업과정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답니다. 통역 업무 초창기에 한번은 공장장님께서 ‘연주’에 가자고 하시더라고요. 공장장님을 따라 도착한 곳에서 저는 ‘왜 가수나 댄서가 없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공연 ‘연주’인 줄 알았거든요. 하하. 궁금해서 여쭤보니 제강부 연주공장의 ‘연주(Continuous casting)’더라고요.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굉장히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2009년 한국어를 처음 배우기 시작해 벌써 15년이 되어가는데요. 보다 더 정확하고 원활한 소통을 위해 지금도 꾸준히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어요. 물론 트렌드도 놓칠 수 없죠! 꾸준히 SNS 등으로 트렌드를 살펴보거나 넷플릭스로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한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신조어나 유행어를 누구보다 빨리 익히고 있어요.
저희 PT.KP에서는 한국 유행어와 인도네시아 유행어를 혼합해 쓰는 일이 많거든요. 예를 들어 점심시간에 인니 글로벌 스태프에게 “맛점해(점심 맛있게 먹어)!”라고 하거나, 금요일 오전 미팅 때 “공장장님, 오늘 불금(불타는, 즐거운 금요일) 계획 있으신가요?”라고 묻기도 하고요. 반대로 공장장님께서는 저희에게 “semuanya markipul, samjube” 라고 하시는데요. 인도네시아어로 “여러분(semuanya) 집에 갑시다(markipul :Mari Kita Pulang의 줄임말), 내일 봐요(samjube: sampai jumpa besok의 줄임말)!”의 줄임말이에요. 저희 공장장님 센스 있으시죠?^^ 이런 표현들 덕분에 사무실 분위기가 아주 화목하답니다.
제가 5년 동안 통역사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성장한 데에는 코크스 설비팀 동료들과 리더들의 도움이 정말 컸습니다. 제강용어나 사무, 인사 업무에 익숙하지 않았던 입사 초기, 마치 미로에 들어온 것 같이 매일매일 헤매기 일쑤였는데요. 그런 제가 답답할 만도 한데 재촉하지 않고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주고, 응원과 격려를 해주신 덕분에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코크스 설비팀의 모든 리더님들께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리더님들의 멘토십과 지혜를 곁에서 지켜보면서 저 또한 리더십과 멘토십에 대한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리더님들께 배운 값진 지혜와 노하우를 저도 다른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나누겠습니다. 리더님들, 감사합니다!
저는 MBTI로 따지면 ENFP로, 사람들과 어울리며 에너지를 얻는 편이에요. 하지만 놀랍게도 취미는 이러한 성향과 정반대랍니다. 요리, 비디오 편집, 그림 그리기와 같이 혼자 할 수 있는 활동에 몰두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대접할 요리를 만들고, 테이블 세팅을 하고, 함께 모여 맛있게 먹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나 행복하답니다. 또 다른 취미인 비디오 편집은 순간 순간을 합쳐 시각적인 이야기를 완성하는 창의적인 작업인데요. 작업을 하는 동안 제 시간과 경험을 되돌아볼 수 있다는 점이 즐겁습니다. 또 제가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지 상기시켜줘서 일상에 감사함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해준답니다.
이것만은 꼭 이루고 싶습니다!
가장 가까운 미래에 이루고 싶은 것은 한국어능력시험 5급 합격입니다. 통역사로 일하면서 통역도 꾸준히 스킬을 갈고 닦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올해로 5년차지만 여전히 어려운 점이 많아 종종 좌절하기도 하는데요. 앞으로도 꾸준한 자기개발로 한국어 능력과 통번역 역량을 높여 PT.KP직원들이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또록 기여하겠습니다.
제 최종 목표는 스스로가 더 나은 단계로 도약할 수 있도록 성장하는 것인데요. 업무에 임할 때는 집중력을 발휘하고 핵심에 파고들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익혀나갈 것입니다. 동시에 다른 사람들도 배려하면서 좀 더 나은 버전의 나로 성장하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유지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