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막한 도시에 한 줄기 푸르름을 전해주는 존재가 있다. 바로 가로수다. 가로수는 산림청의 ‘도시숲경관’ 사업에 포함돼 지자체별로 관리되고 있는데, 도시의 경관을 아름답게 하면서 쾌적한 보행환경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도심의 미세먼지 흡착, 열섬현상 완화 등 꽤 많은 기능을 갖고 있다.
그러나 무심코 길을 걷다 보면 가로수 주변으로 보도블록이 울퉁불퉁하게 올라와 있거나 심지어 깨진 경우를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이번에 들이닥친 ‘링링’과 같이 강력한 태풍이 오면 기골이 장대한 가로수들이 뿌리째 뽑혀 쓰러지기도 한다. “불휘 기픈 남간 바라매 아니 뮐쌔”, 용비어천가에 등장하는 구절처럼 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법. 포스코가 고객사 마이즈텍과 함께 가로수 뿌리를 건강하게 지키는 생육의 솔루션, ‘포스맥 배리어(PosMAC Barrier)’를 선보인다.
l 가로수 유지보수의 핵심은 ‘수분 공급’
1988년을 기점으로 우리나라에 대대적인 가로수 조성이 이뤄졌고, 2000년대 들어서 매년 전국적으로 60만 그루의 신규 가로수가 식재되며 도시숲경관 사업이 활성화됐다. 그렇게 열심히 심고 보니, 최근 몇 년간은 가로수의 유지보수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2017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연구에 따르면 경기지역 가로수 하자 원인 중 35% 이상이 ‘물 부족’으로 인한 건조, 피소(폭염으로 나무껍질이 타들어가는 증상)다.
땅속에서 물이 부족한 뿌리는 수분을 찾아 기형적으로 커지면서 넓게 뻗쳐 나간다. 그 결과 뿌리가 지면 위까지 솟구쳐 보도블록을 부수거나 땅 밑에서도 몸집이 커져서 지면을 울퉁불퉁하게 한다. 수분을 충분히 공급받는 건강한 나무는 잔 뿌리가 많아 몸통을 지지하는 기반이 촘촘하게 구성돼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굵은 뿌리가 지표면에서만 옆으로 퍼지며 중심을 잡지 못한다. 때문에 강한 태풍을 만나면 속수무책으로 쓰러지기도 한다. 제멋대로 뻗친 뿌리들은 하수관 등 지하 유틸리티를 훼손해 싱크홀과 같은 더 큰 문제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 당연히 깨진 보도블록, 쓰러진 가로수, 망가진 유틸리티를 복구하는 데는 돈, 즉 세금이 든다. 가로수 유지보수의 핵심인 ‘수분 공급’만 제대로 이뤄져도 이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l 빗물을 저장해서 재활용하는 친환경 솔루션 ‘포스맥 배리어’
이에 대해 가장 간단하고,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이며, 영구적인 솔루션을 포스코와 고객사 마이즈텍(대표이사 김진환)이 함께 내놓았다. 가로수마다 포스코의 고강도 고내식 강재 포스맥으로 만든 빗물저장 급수탱크와 보호대를 설치하는 것. 제품명은 ‘포스맥 배리어(PosMAC Barrier)’다.
포스코의 고객사 마이즈텍은 2002년 설립된 중소기업으로 하수구커버, 가로수보호판 등 가로시설 전문 제작 업체다. 포스코와는 약 15년 전 함께 세계 최초로 악취 방지 하수구 덮개를 연구개발한 인연이 있다. 오랜 시간 친환경적인 가로수 생육 기술을 개발해오다가, 2017년 본격적으로 포스코에 다시금 문을 두드렸다.
마이즈텍의 연구에 포스코가 함께 한 이유는 까다로운 소재 선정 때문이다. 마이즈텍이 고안한 빗물저장 급수탱크는 땅속에 묻어두는 형식이기 때문에 토양의 압력을 견디면서도 부식되지 않아야 한다. 일반 도금강판을 사용할 경우 도금을 일반재보다 훨씬 두껍게 해야 해 제작이 어렵고, 스테인리스 스틸은 높은 가격 때문에 부담스러웠다. 이 문제의 솔루션은 포스코가 갖고 있었다. 포스코의 ‘녹슬 걱정 없는 철’로도 불리는 WTP(World Top Premium), 포스맥(PosMAC, POSCO Magnesium Aluminum Alloy Coating)이 바로 그 주인공.
포스맥에는 마그네슘, 아연, 알루미늄 3가지 원소를 합금화한 도금이 입혀지는데, 이는 외부에 노출될수록 매우 안정적이면서도 치밀한 부식생성물인 ‘시몬클라이트(Simonkolleite)’라는 필름 층을 만들게 된다. 일반 아연도금강판 대비 치밀한 3원소 합금막이 한 층 더 생기는 것인데, 일반재보다 최대 10배 이상 부식에 강하다. 또한 인장강도 400Mpa 이상의 고강도강이기도 하다. 염화칼슘이 많은 도로의 부식 환경과 흙 속에서도 빗물을 장시간 담아내며, 뿌리의 힘도 견딜 수 있는 강재다. 포스코는 포스맥을 이용해 최적의 디자인과 설계가 이뤄지도록 마이즈텍,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Research Institute of Industrial Science and Technology)과 함께 연구팀을 꾸려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제품 연구개발을 진행해온 포스코 강건재솔루션그룹의 고광호 과장은 “물 부족으로 인한 가로수 뿌리의 융기를 제어하고, 저장했던 빗물을 재활용하여 뿌리에 수분을 적기에 공급해줌으로써 도심의 가로수 생육을 근본적으로 도울 수 있는 친환경적 강건재 솔루션”이라며 포스맥 배리어의 특장점을 한 마디로 설명했다.
l 2년 간의 실제 테스트 결과, “포스맥 배리어가 나무를 살린다”
지면 위로는 덮개를 포함한 본체만 보이지만, 그 아래로 급수탱크가 있다. 비가 오면 이 탱크로 빗물이 고인다. 뿌리 방향으로 나와있는 관수 토출관에서 빗물이 스며나와 갈수기에 뿌리로 수분을 전달한다. 상단부에는 빗물 유입구와 함께 여과 필터가 설치돼 이물질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고, 필요시에는 추가 급수를 할 수 있도록 급수 주입구도 뚫려있다. 물탱크는 하나당 45리터의 물을 담을 수 있고, 한 면부터 네 면까지 선택적으로 설치가 가능해 1세트가 최대 180리터까지 수용할 수 있게 했다.
포스코와 마이즈텍은 포스맥 배리어의 제품 상용화와 더불어 특허 등록(특허 10-2108-0162207)도 마쳤다. 지난 2년간 포스맥 배리어가 가로수 생육에 실제로 얼마나 도움을 주는지 서울대 칠보산 학술림을 포함한 곳곳에서 테스트를 벌여왔다. 폐사 직전의 나무에도 설치해보고, 뿌리가 과도하게 자라난 나무들은 뿌리를 수술하고 포스맥 배리어를 설치해줬다. 결과는 놀라웠다. 같은 장소에서 포스맥 배리어 설치 유무에 따라 2년이 흐른 후 나무의 생육 상태는 확연히 차이가 났다. 또한 죽어가던 나무들에 포스맥 배리어를 설치해주자 불과 며칠 만에 앙상했던 가지가 새로운 싹을 틔우는가 하면, 잎의 색깔도 푸르게 돌아왔다.
l 지자체 러브콜 쇄도, 포스맥 배리어는 전국에 설치 중
지난 4월 개최된 『가로수 생육환경 및 도시환경개선을 위한 저영향 개발』 국회세미나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가로수 고사에 대응한 강재 솔루션으로 포스맥 배리어가 소개됐다. 이 세미나를 통해 물 부족으로 인한 도심 가로수 폐해와 그 해결 방안에 대한 인식 저변이 확대됐을 뿐만 아니라, 같은 문제로 고심 중이던 수많은 지자체들로부터 포스코는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그 이후 포스맥 배리어는 서울 광진구, 충남 예산군, 수원시 고색동의 약 255그루에 설치됐다. 포스코와 마이즈텍은 현재 서울시, 산림청, 전주시, 수원시 등과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전국의 지자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도심 숲 만들기 사업을 진행 중인데, 포스코는 이러한 수요에 발맞춰 고객사의 마케팅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포스맥 배리어를 설치한 지자체의 한 관계자는 “과거 가로수 경계석은 단순히 가로수를 구획하고, 보행자로부터 가로수를 보호해 사고를 예방하는 발판의 개념으로만 인식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장기적 관점에서 가로수 뿌리의 올바른 관리와 건강한 가로수 생육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고, 포스맥 배리어가 그 문제에 대한 훌륭한 솔루션이 되어줬다.”라면서 “향후 이러한 신기술들이 도심 녹지 사업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로수 급수 기능을 더하면서도 기존 보호대와 가격차이도 크지 않아 더욱 만족스럽다.”라며 설치 후기를 전했다.
포스코는 마이즈텍과 손잡고 도심 가로시설 분야에 포스맥을 포함한 포스코의 강건재 LID* 제품이 더 확장 적용될 수 있도록 친환경 마케팅을 적극 전개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공공시설 가로수와 더불어 대형 건설사의 주택단지 조경사업에도 포스맥 배리어를 설치하는 마케팅 활동을 추진 중이다. * LID : Low Impact Development, 저영향개발. 도시개발에 있어 기존의 자연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는 건설기법으로 자연친화적인 물 순환을 위한 빗물 재활용 공법들이 대표적인 사례
마이즈텍 김진환 대표는 “단단한 콘크리트 안에 갇힌 가로수 뿌리는 제대로 호흡하지 못하고 부패하여 연말마다 뿌리 자르기 공사가 이뤄지고, 이번 태풍 링링에도 전국적으로 2,000여 그루의 나무가 쓰러지는 등 안타까운 상황과 세금 낭비가 반복되고 있다.”라면서, “이런 악순환을 근본적으로 끊는데 포스맥 배리어가 효과적임을 여러 연구와 테스트로 증명해왔다. 이제 국내뿐만 아니라 포스맥 배리어의 공법으로 세계시장에도 적극 진출할 예정이며, 포스맥 배리어가 명실공히 ‘환경필수제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라며 계획을 밝혔다.
현재 서울 강남 한복판 포스코센터 옆에도 포스맥 배리어가 설치되어 있다. 일부러 말라죽어가던 나무에 설치했다고 한다. 포스맥 배리어가 살릴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 가로수는 이제 도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 중 하나다. 다만 여타 시설물과는 달리 ‘생명력’이 있는 존재이기에, 보다 친환경적이고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도시 생명에 활기를 불어넣는 포스코 스틸의 그린 솔루션, 포스맥 배리어가 그 힘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