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대학생 봉사단 비욘드(Beyond) 13기가 1월 11일부터 20일까지 인도네시아 찔레곤(Cilegon)에서 해외 봉사활동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다. 한국에서 비욘드 13기 100명이 인도네시아로 날아갔고, 현지에서 포스코청암재단의 장학생인 인도네시아 비욘드 20명이 합류해 총 120명이 봉사에 참여했다. 이들은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포스코 (PT.KRAKATAU-POSCO) 인근 마을 학생들이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학교 환경개선을 위한 활동뿐만 아니라 교육봉사, 문화교류를 위해 땀방울을 흘렸다.
* 비욘드란?
포스코가 글로벌 모범인재 양성을 위해 지난 2007년 국내 기업 최초로 창단한 대학생 봉사단이다. 매년 선발된 전국 대학생 100명은 ‘비욘더’가 되어 8개월간 국내외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활동은 포스코가 지난해 12월 기업시민 성과공유의 장에서 발표한 기업시민 6대 대표 사업중 하나인 ‘글로벌 모범시민 되기와 만들기’의 핵심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13기 단원 중 이은수 단원(20세, UNIST)과 허채원 단원(23세, 광운대)이 찔레곤에서 작성한 일일 노트를 뉴스룸이 건네받았다. 작은 노트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그들의 커다란 성장. 봉사활동을 통해 ‘찐’으로 성장하고 돌아온 이야기를 함께 나눠본다.
(DAY1)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하니까, 우리 팀 구호는 “Hati-Hati(조심해-조심해)”!]
채원 인도네시아에 도착해 현지 비욘드 단원들을 만났다. 통역을 담당하는 단원들을 배정받고, 서로 어색함을 풀기 위해 여러 가지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현지 단원 중에는 나보다 K-Pop을 더 잘 아는 단원도 있었고, 놀라울 정도로 한국어 소통이 원활한 단원도 있었다.
채원 ‘봉사’를 위해 한마음으로 만난 우리는 무엇보다 중요한 ‘안전’을 구호에 녹이기로 했다. 인도네시아어로 ‘Hati’는 ‘조심해’라는 뜻인데, 서로를 향한 마음을 넣어 “HATI-HATI, HEART”를 우리 조의 구호로 완성했다.
은수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가장 큰 차이라면 노을이 질 때의 풍경일 것 같다. 같은 하늘인데, 야자수와 핑크빛 노을을 보면 한 폭의 그림을 옮겨 놓은 것 같았다. ‘아 내가 진짜 외국에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DAY2) [나도 모르게 나온, 힘든 일에 몸을 사리는 모습..]
은수 와.. 진짜 힘들다.. 하루 종일 벽돌 나르고, 내 키보다 큰 봉으로 페인트칠을 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어깨, 목, 허리, 다리.. 정상이 없다. 내일 숟가락 들 힘은 남아있겠지? 온 몸이 쑤시도록 힘든 작업을 하는 와중에, 29℃가 훌쩍 넘고 습한 날씨는 우리를 더 힘들게 했다. 더위를 먹어서 오후를 날리기도 했다. 컨디션 조절을 못해서 오히려 조원들에게 짐이 된 것 같아 그저 미안한 마음 뿐이었다.
채원 그런 환경 탓에 힘들고 어려울 것 같은 작업에는 나도 모르게 몸을 사리게 됐는데, 막상 해보니 그리 힘들거나 어렵지 않았다. 그걸 깨닫는 순간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함께하는 누군가는 나 대신 해야하는 일인데.. 봉사를 하는 도중에 나온 내 모습에 실망했다. 그리고 나서 주위를 둘러봤다. 주위의 단원과 스태프들은 모두 궂은 일도 피하지 않고 스스로 찾아서 하고 있었다.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비욘더들을 보며 반성했다. 더 성장하고 싶다.
채원 활동하면서 놀라웠던 일 중 하나는 누구 하나 힘든 내색이나 불평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국내봉사 때보다 더 힘든 작업이었는데도 묵묵히 각자의 일을 하는 것을 보니 ‘요 몇 개월 사이에 다들 성장했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DAY3) [손등이나 이마에 입술을 댄다는 건]
은수 건축 봉사를 하는 동안 현지 학교 학생들과 자주 마주쳤는데, 아이들 표정이 정말 순수하고 맑았다. “더 좋은 환경 언니가 만들어줄게” 하는 다짐을 하게 됐고, 하나를 하더라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더라. 큰 도움이 아니더라도 쌓이고 쌓여 커지는 것처럼 이 아이들에게도 조금씩 환경이 개선되고, 좋은 교육을 받아 행복하고 밝은 지금의 모습이 계속해서 이어지기를!
채원 활동을 마치고 나서는 학생들과 같이 공기놀이, 제기차기를 하며 다 같이 놀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뽐내던 공기놀이 실력을 친구들 앞에서도 뽐낼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친구들이 잘해서 당황했다 ^^; 장소를 이동할 때 현지 학생들이 내 손등에 이마나 입술을 대줬다.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그것만으로도 기뻤다. 알고보니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하는 행동이고, 존경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생각지도 못한 감동과 사랑을 받아 참 의미있는 날이었다. 기억에 계속 남을 것 같다.
(DAY4) [눈을 본 적이 있나요?]
채원 해외봉사 전부터 준비해왔던 교육봉사! 열심히 준비한 교보재를 드디어 쓸 수 있다니! >0< 건축 봉사와는 다른 설렘과 기대감이 들었다. 준비하면서 현지 학생들이 우리의 수업을 재미있게 들을까, 의사소통은 잘 통할까 걱정이 많았다. 우리 조 인니 비욘드* 단원들이 통역도 해주고 나에게도 반복적으로 인도네시아어를 알려줘서 도움이 많이 됐다. 의사소통이 그래도 안 되는 부분은.. 바디랭귀지로 했는데 나름 잘 통했다. ^^
* 인니 비욘드란?
인도네시아 청암재단 장학생 중 지원자를 대상으로 선발한 비욘드. 인원은 총 20명으로, 활동 기간 중 한국에서 파견된 비욘드 단원들와 동일하게 봉사에 참여함은 물론, 비욘더들의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고, 현지 학생들과의 소통하며 가교 역할을 수행한다.
은수 비욘드 일정 중 Top 3안에 꼽히는 중요한 일정, 교육봉사★ 열심히 준비한 교육봉사에서 우리 조는 영양소를 설명하고, 과일에 함유된 영양소를 예로 이해를 도왔다. 담당이었던 지연 언니가 책임감있게 이끌어준 덕에 나머지 9명 모두가 완벽하게 내용을 숙지하고 가르침에 집중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 학생들이 교구로 사용했던 ‘글라스데코’를 많이 접해보지는 않았을까, 그래서 지루해하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경험해본 친구가 없어서 엄청난 집중력으로 참여해줬다.
채원 쉬는시간에 아이들과 수다를 떨었는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대화는 계절에 대한 질문이었다. 현지 친구들은 한국의 ‘겨울’이라는 계절과 ‘눈’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난 살면서 한번도 ‘한국은 몇 개의 계절을 가지고 있나’, ‘지금 어떤 계절인가’ 하는 질문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래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계절을 궁금해할 수도 있겠구나..
(DAY4) [우리나라를 이렇게 좋아해주다니..!]
채원 준비했던 교육봉사를 마치고 나서는 연예인 체험을 했다. 아이들이 계속 손하트를 날리고, 줄을 서면서까지 사진을 찍자고 하고.. 인기 대폭발이었다. (^^ 짜식들) 인도네시아 학생들이 한국을 이렇게 좋아할 줄 몰랐다. 나를 오늘 처음 보는 것일텐데도 많은 사랑과 관심을 주고, 나와 내 나라를 (긍정적으로) 궁금해해주어 참 감사했다. 내가 뭐라고.. 오늘 새로운 경험을 정말 많이 했다. 현지 아이들과 소통하며 나의 편견이 부서지고 좁았던 생각의 스펙트럼이 넓어진 경험이었다. 오늘을 꼭 기억해야겠다.
(DAY5) [서로 예민해지는 날도 있었다 TT]
은수 문화공연이 뭔가 잘 안 풀렸다. 처음이었다. 척척 해내고, 서로 잘하자 말하기 일수였던 우리조가 오늘은 분위기가 싸했다. 괜히 서로를 탓하는 듯, 말이 세게 나가고 전반적으로 모두의 행동이 성급했다. 잘 지내던 우리 사이가 틀어질까봐 사실 좀 무서웠다. 그렇지만 모두가 잘 알듯, 비온뒤에 땅이 더 단단하게 굳을 거라 생각한다. 오늘 서로 힘들었으니, 내일은 더 서로를 다독여줄 거라고 믿는다. 내가 먼저 칭찬하고, 더 응원하고, 더 잘해야지!
채원 내가 힘든 일이면 모두가 힘든 일이고, 내가 예민하면 다른 사람도 예민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겠다.
(DAY6) [비욘더가 되어 맞이한 21번째 생일♥]
은수 그날도 어김없이 문화공연 연습이 한창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단원들이 나 몰래 초코파이로 케이크를 만들어 등장하더니, 내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뒤에서 깜짝 놀라게 해주려던 단원들의 노력과 마음이 느껴져서 감동이 눈물이 터졌다. 인도네시아에서 스무 살 생일을 맞이한 그날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다♥ 우리 단원들과 함께여서 영광이었다.
(DAY7) [춤, 노래, 단합력 뭐 하나 빠지지 않는 비욘드!]
은수 대망의 문화공연 날이 밝자, 6~7개월간 열심히 준비했던 그간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부채 잡는 법도 몰라 버벅대고, 가끔은 힘들고 지쳐서 서로에게 예민하게 굴기도 했지만, 멋지게 공연을 마무리해서 엄청 뿌듯했다. 준비하는 동안 정말 힘들었지만 그만큼 재미있는 활동이었다. 우리의 이 마음을 관객들도 알아준 것만 같다! >_<
채원 리허설 할 때는 떨렸는데 본 무대 섰을 땐 생각보다 긴장하지 않아 거의 마지막 부분에서 크게 틀려버렸다..^^;; 그래도 무대는 무사히 마쳤다. 마지막에 엔딩 포즈를 딱! 하고 무대를 후다닥 내려와 조원들과 서로 마주봤다. 그리고 수고했다는 말을 하는데,‘7개월동안 우리가 모여서 연습한 것들이 오늘 끝났구나.’ 하는 감동과, 공연을 마쳤다는 성취감, 그리고 왜인지 모를 뭉클함 등 여러 감정이 뒤섞여서 들었다.
은수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실력파 가수와 춤 신 춤 왕이 숨어있는 비욘드 13기! 실력은 물론이고 미친 단합력도 갖춘 우리 단원들♥ 이렇게 활동이 끝나는 게 아쉬웠다. 이제 막 서로 정도 들고 알아가기 시작한 것 같은데, 활동을 마치게 되어 많이 아쉽지만, 박수칠 때 떠나야 멋있는 법이라고 위안해본다. ㅠ_ㅠ 내일 인도네시아 친구들이랑 헤어질 때 안 울어야지!
전혀 모르는 사이였던 120명의 청년들이 비욘드를 통해 인연을 맺고, 동고동락하며 함께 울고 웃었다. 무더운 날씨, 고된 일정 속에서도 서로를 배려하고 희생하며 ‘글로벌 모범시민’이 되어 돌아온 비욘더들. 다가오는 2월, 지난 8개월을 돌아보는 활동발표회를 끝으로 비욘드 13기의 대장정은 막을 내리게 된다. 할 것도, 하고픈 것도 많을 20대의 두 계절을 ‘봉사’로 채운 그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 탄생할 14기, 15기의 활동을 더욱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