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에게 창업기회를 제공하고 창조적 조직문화를 불어넣는 사내벤처 <포벤처스>, 전국의 초기 벤처기업을
발굴·육성하는 벤처기업의 등용문 <아이디어 마켓플레이스>, 그리고 벤처기업이 꿈을 펼칠 수 있는
스타트업 공간인 <체인지업 그라운드>까지. 포스코 벤처육성 프로젝트 특별기획에서는 포스코의 세 가지
벤처육성 사업을 통해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기업을 만나보고, 함께 가치를 키워가는 미래를 그려본다.
미래는 도전하는 사람의 몫이다. 포스코가 미래를 향해 도전하는 직원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직원들에게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하고 미래 성장 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 ‘포벤처스(POVENTURES)’를 도입했다. 사내벤처에 선발되면 최대 1년간 창업 인큐베이팅과 창업 후 판로개척 등 사후관리도 지원하지만, 이 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직원들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하는 ‘창업휴직제도’이다. 만약 실패하더라도 3년 이내에 회사로 복귀할 수 있다. 포벤처스를 도입한 2019년 이후 23개 팀을 선발해 12개 팀이 창업했으며, 2021년 선발한 3기 4개 팀은 인큐베이팅 중이다. 4기는 7월 말부터 모집한다. 이중 현재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벤처 세 곳을 찾아갔다.
건설 현장의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과 쿠팡을 꿈꾸는 것이 가능할까? 공사의 새로운 로드맵을 제시하는 ‘공새로(공동 창업자 남가람, 이동현)’가 그 꿈을 실현하고자 분투하고 있다.
건설 현장에는 수많은 건자재가 들어간다. 하지만 주문 방식은 아직도 전화나 이메일에 의존하고 있다. 원가는 증가하고 배송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 포스코건설에서 근무하던 젊은 직원 두 명이 시대 흐름에 뒤떨어진 이런 상황에 문제의식을 느꼈다. 이들은 건설 현장에서 배민처럼 수요처와 자재 공급처를 디지털로 촘촘하게 연결하고, 쿠팡처럼 즉시 배송하는 사업을 구상했다. 건설 현장의 건자재 조달 전 과정을 앱과 모바일 기반으로 간편하게 사용하는 솔루션을 개발하는 공새로는 이렇게 탄생했다.
남가람 대표는 포스코건설에서 사업관리자로, 이동현 이사는 자재 계약 담당자로 10년간 근무했다. 현장에서 보다 효율적인 자재 조달이 가능하겠다고 판단해 벤처 창업의 길로 나섰다. 건설 현장에 디지털 솔루션을 적용함으로써 건자재 수요 공급 생태계를 선진화한다는 소명의식도 작용했다.
2020년 포벤처스 2기에 선정된 공새로는 2021년 8월 인천 송도에 법인을 설립했다. 사내 벤처는 1년간 인큐베이팅 기간이 있는데 TIPS(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 운영사인 포스텍홀딩스로부터 2억 원의 투자를 받으면서 8개월 만에 조기 분사했다.
남 대표와 이 이사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기에 새로운 길을 나섰지만 막상 시작해 보니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 하지만 인큐베이팅 과정을 거치면서 사업에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건설 현장의 건자재 빅데이터와 분석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 공새로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품목별 건자재 공급사 데이터베이스를 비롯해 주요 건자재 속성 데이터와 포스코건설 현장의 건자재 발주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 처리·분석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공새로의 기술력은 현장에 차근차근 적용되고 있다. 작년 인천지역 현장 테스트의 피드백을 반영해 지난 4월 공새로 앱을 출시했고, 6월부터 포스코건설 현장에서 정식 서비스 설명회를 했다. 올 하반기에는 매출로도 이어질 예정이다.
공새로의 임직원은 모두 7명이다. 이들은 5년 후 국내 건설 현장 자재 조달 시장의 점유율 20%를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건설 현장의 배민과 쿠팡을 꿈꾸는 벤처가 떴다는 입소문에 여러 중소 건설회사에서 공새로의 행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날로그의 섬과 같은 건설 현장에 최신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고 있는 공새로의 앞날이 기대된다.
플라스틱 오염이 전 지구의 환경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인당 연간 88㎏의 플라스틱을 배출해 미국, 영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플라스틱을 많이 배출하고 있다. 더욱이 재활용되지 못하고 소각되거나 매립되는 폐플라스틱은 매년 310만 톤에 달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문제가 있는 곳에 해법도 있다고 했던가. 포스코의 한 연구원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냈다. 제철소에서 쇳물을 생산하고 남은 슬래그로 폐플라스틱을 쓸모 있게 만드는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이옴텍’이라는 벤처 창업으로 이어졌다.
이옴텍 박영준 대표는 “폐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를 접할 때마다 철강 기술과 접목해 해결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슬래그 기술 개발과 강건재 솔루션 마케팅 경험이 있었기에 벤처 창업이라는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건축, 토목용으로 폐플라스틱을 대량으로 사용해 폐플라스틱의 재활용률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기술력이 이옴텍의 강점이다”라고 강조했다.
2019년 11월 사내 벤처 1기로 선정된 이옴텍은 이듬해 8월 포벤처스 1호로 창업했다. 같은 해 12월 첫 매출을 올렸고, 2021년 3월 아모레퍼시픽에 친환경 외장재를 판매할 만큼 성장 속도가 빠르다. 2020년 포스코 IMP(아이디어 마켓 플레이스), 2021년 창업진흥원 TIPS에 선정됐고, 포스텍홀딩스, 미래과학기술지주, 성동구 임팩트펀드 등에서 투자를 받았다.
이옴텍의 사업 분야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슬래그 등 산업 부산물과 폐플라스틱 등을 이용한 복합소재(composite materials) 개발이고, 또 하나는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첨가제(sustainable filler)로 개발하는 것이다. 개발한 소재도 다채롭다. 플라스틱과 슬래그를 주원료로 하는 친환경 복합 소재인 슬래스틱(Slastic, slag+plastic)을 비롯해 슬래그를 고분자 복합소재의 강도를 향상시키는 용도로 개발한 충진재 이옴 필러(Iom-Filler), 건축 내외장재와 바닥재에 사용할 수 있는 데크인 슬래스틱 데크, 합판 대용의 건축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보드인 슬래스틱 보드가 있다.
이 소재들은 이옴텍의 든든한 동력이 되고 있다. 특히 슬래스틱은 공사장의 거푸집으로 사용되고 있는 나무 합판과 철도 침목을 대체할 수 있어 관련 업계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거푸집용 슬래스틱은 포스코건설과 공동 개발과 시범 적용을 마쳤고, 철도 침목용 슬래스틱은 베트남의 철도 건설에 사용하는 방안이 검토 중으로, 귀추가 주목된다.
포스코에서 17년간 근무한 박 대표는 기업의 선한 영향력을 강조했다.
“기술 개발을 통해 환경오염을 줄이고 사회에 공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 국내 성공을 발판으로 폐플라스틱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발도상국에 기술을 전파하고 싶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의 생산부터 관리까지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벤처기업이 있다. 브이피피랩(대표 차병학)이 그 주인공. 이 벤처는 가상발전소(VPP, Virtual Power Plant) 플랫폼을 통해 미래 발전량을 예측하고, 에너지 저장 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로 데이터를 보정해 더욱 정확한 발전량 예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브이피피랩은 포스코에너지에서 2011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근무한 차병학 대표가 이끌고 있다. 차 대표는 “포스코에너지에서 근무할 때 사내외에서 좋은 분을 만나며 세상 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 에너지 전환 시대에 가상발전소 사업에 기회가 있을 것 같아 2015년부터 사업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차 대표는 2019년 포스코에서 사내 벤처를 선정할 때 도전장을 던져 포벤처스 1기에 이름을 올렸다. 이듬해 8월 IMP 지원 사업에 선정됐고, 2021년 4월에는 신용보증기금이 주관하는 스타트업 넥스트 9기에 뽑히며 주목을 받았다.
브이피피랩은 포스코에너지가 든든한 배경이다. 포스코에너지의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특허를 사용할 수도 있다. 또한 작년 7월에는 포스코에너지가 전남 신안군에서 운영하는 태양광발전소(14.5㎿)의 유지보수 계약을 수주하며 사업 기반을 다졌다.
제주도는 브이피피랩에게 기회의 섬이다. 바람이 많이 불어 풍력발전을 기술적으로 실증하기에 좋고, 5만 5000여 대의 전기차가 보급돼 잉여 전력을 활용하기에도 더할 나위 없다. 브이피피랩은 제주도에 주소를 두고 사업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눈에 보이는 성과도 내고 있다.
작년 5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지역주력R&D 육성사업의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제주지역 분산 에너지 기반 개방형 전력 플랫폼 실증 및 제주형 에너지 프로슈머 모델 개발’이라는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쉽게 말해 제주도에서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잉여 전력을 ESS를 통해 전기차에 공급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드는 것이다.
브이피피랩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에게 발전량 예측부터 거래, 관리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향후 이 서비스를 가정과 공장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태양광발전소의 모니터링과 유지보수 서비스로 수익을 내고 있고, 가까운 미래는 풍력 전기생산 예측, 중장기적으로는 ESS를 통해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직원 5명으로 출발한 브이피피랩은 직원이 19명이나 된다. 포벤처스 중에는 직원이 가장 많다. 그만큼 의욕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다. 올 하반기에는 신규 투자를 통해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차 대표는 “막상 벤처를 시작해 보니 예상하지 못했던 난관도 만났다. 하지만 어려움 없는 벤처는 있을 수 없다. 에너지 시장에서 빅3가 되는 것을 목표로 전 직원이 최선을 다하고 있고, 포스코의 2050 탄소 중립 실천에 앞장서며 ‘Green with POSCO’에 기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때 국내에서 벤처를 하다가는 벤치에 앉는 신세가 된다는 말이 있었다. 벤처 환경이 과거보다 많이 개선됐지만 벤처의 기본 속성은 모험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사람들이 안정된 자리를 박차고 벤처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벤처 창업자들의 답변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똑같았다.
“벤처 환경이 많이 좋아졌고, 포스코의 사내 벤처 프로그램이 아주 괜찮은 편이다. 벤처 창업을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벤처 세 곳의 현장은 자신감과 활기로 넘쳐났다. 이 벤처들이 유니콘 기업으로, 세상의 빛이 되는 기업으로 쑥쑥 성장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