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지키는 사람은 누구? 해군? 해병대? 클린오션봉사단도 있다!
지난 3일 포스코 ‘포항 클린오션봉사단’이 올해 행정안전부가 선정한 ‘국민추천포상’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국민추천포상은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만드는 숨은 영웅을 단체나 기관이 아닌 국민이 직접 추천하고, 정부가 공적을 심사해 포상하는 표창인데, 뜻밖에도 어느 포항시민이 추천하여 ‘포항 클린오션봉사단’이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바다를 통해 원료를 들여오고 제품도 운송해야 하기 때문에 바다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맺고 있는 포스코 제철소. 그래서일까? 유독 포스코에는 바닷속을 탐험하는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는 동호회 활동이 활발한데, 포스코 동호회원들이 취미활동을 넘어 깨끗한 바다를 지키자고 2009년 ‘포스코 클린오션봉사단’으로 재능을 모았다.
포항과 광양뿐만 아니라 인천, 강릉, 울릉도 등 인근 바다에서 각종 쓰레기와 해양생태계를 교란시키는 불가사리와 같은 해적 생물을 수거해온 클린오션봉사단의 활약상을 직접 들어봤다.
Q. 먼저 클린오션봉사단 터줏대감 박종빈 고문에게 들은 클린오션봉사단의 첫 시작 이야기.
“저는 클린오션봉사단 창립멤버이면서 현재 고문을 맡고 있습니다. 우리 봉사단의 첫 바다 지키기 다이빙은 2009년 11월 포항시 남구 임곡 방파제에서 수중 정화 및 해안가 오물 수거였습니다. 포항제철소 안에 스쿠버다이빙 취미활동 중심의 동호회가 많았는데, 제가 당시 소속되어 있던 ‘해양봉사회’는 ‘클린오션봉사단’ 창단 이전인 2001년부터 포항 북구 흥해읍 칠포리 ‘전복 양식장’을 중심으로 불가사리 제거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활동이 계기가 되어 포항제철소 내에서 활동하는 스쿠버다이빙 동호회를 통합해 ‘포스코 클린오션봉사단’이 탄생했습니다.”
Q. 그럼 클린오션봉사단을 이끌고 있는 캡틴이 말하는 바닷속 풍경은 어떨까?
“넓고 푸른 바닷속을 상상하면 색색의 산호초 사이를 다양한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아름다운 풍경이 떠오르시나요? 당연히 바닷속은 아름답죠. 그러나 플라스틱, 폐그물 등 각종 쓰레기가 아름다운 바다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 것도 또 하나의 바닷속 풍경입니다. 플라스틱에서 나오는 환경호르몬이 해양생태계를 파괴하고, 폐그물은 해조류의 증식을 방해해 어족 자원의 감소에 영향을 주고, 스크류 등에 감겨 선박사고나 수중 레크리에이션 활동 중 안전사고를 야기하기도 합니다. 또, 폐목은 선박 운행에 지장을 초래하고 양식장 등에 피해를 입히고, 불가사리는 왕성한 번식력으로 어패류를 먹이로 삼아 어촌계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지요. 그래서 클린오션봉사단이 펼치고 있는 각종 쓰레기와 불가사리와 같은 해적 생물을 수거하는 활동에 대해 어촌계에서 많이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Q. 클린오션봉사단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군요!
“캄캄하고 깊은 바닷속이 무섭고, 스쿠버다이빙 라이선스가 없어서 가입을 망설이고 있다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선(先) 가입 후(後) 라이선스’라는 말씀! 봉사단 가입은 조건 없이 가능하고, 경험 많은 선배들이 도와주기 때문에 수월하게 라이선스도 딸 수 있답니다. 또, 사외강사를 초빙해 정기적으로 수중활동, 인명구조, 안전, 장비 교육 등 ‘다이버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봉사활동하며 취미생활도 즐기고 건강한 체력까지 얻을 수 있으니 1석3조네요!”
Q. 그렇다면 클린오션봉사단에 초보자도 많다는 이야기?
“저는 지난해 6월 스쿠버다이빙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클린오션봉사단에 가입했는데요, 처음에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지만 2인 1조 ‘버디 시스템’으로 활동해서 전혀 무서울 것이 없었습니다. 현재 짝꿍은 스쿠버다이빙 스승님이신 조영석 과장님인데, 다이빙을 처음 배울 때부터 쭉 같이 버디를 해와서 호흡이 잘 맞습니다. 2인 1조 ‘버디 시스템’은 장비 이상, 건강상 문제 등 위급한 상황에서 서로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는 것은 물론 해양 봉사활동 중 혼자 들기 어려운 쓰레기들을 같이 들 수 있어 참 좋습니다.”
Q. 올해 목표는?
“클린오션 봉사활동은 매주 토요일마다 진행되는데, 날씨가 안 좋으면 취소되기도 하고, 교대 근무 특성상 매주 참석이 어려워 아직까지 경험이 부족합니다. 올해는 좋아하는 다이빙도 봉사활동도 많이 해서 오픈 워터 자격증을 넘어 어드밴스 자격증을 취득하고 싶습니다.”
Q. 혹시 가족 중에 함께하는 사람도 있나요?
“저는 2011년 6월부터 해양봉사활동을 시작했고, 둘째 아들이 고등학교에서 봉사시간을 채워야 해서 클린오션봉사단 육상조로 편성되어 봉사활동을 2017년 3월에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해 5월부터 스쿠버다이빙 장비를 착용하고 수중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저희 가족은 둘째 아들뿐만 아니라, 아내와 큰 아들도 함께 클린오션봉사단 육상조로 활동에 참여를 하고 있는데, 현재 해병대 군 복무 중인 큰아들 역시 제대 후에 수중활동에 참여할 예정으로 ‘삼부자’가 같이 수중 봉사에 참여하는 그날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Q. 아버지와 함께 클린오션봉사단에서 함께 활동하게 된 계기?
“어릴 적 아빠와 같이 바다에 놀러 갔다가 크기가 아주 큰 철새 여러 마리가 해안가에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한 적이 있었는데, 죽은 철새들 주위에 많은 쓰레기를 보고 ‘이 많은 철새가 죽은 이유가 쓰레기를 먹고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빠와 같이 쓰레기를 줍고 우리라도 앞으로 쓰레기를 버리지 않도록 해서 철새가 죽는 일이 없도록 해보자고 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Q. 그룹사에서도 함께 한다는데?
“저는 포스코강판을 대표하는 클린오션봉사단원입니다. 봉사활동이 아니더라도 틈만 나면 아내와 국내외 다이빙 투어를 다녔습니다. 스쿠버다이빙을 사랑하는 부부 다이버인지라 모든 활동이 저에게는 즐겁고 활력이 되어 오히려 힐링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출산, 육아 때문에 쉬고 있지만 다이빙에 있어서 저보다 더 열정 넘치는 단원 제 아내가 함께해서 그런지 더욱 의미가 있었던 거 같습니다. 현시점 어려운 점은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생후 9개월 미래 다이버 육성 때문에 봉사활동을 참여할 수 없어 근질근질한 몸과 항상 촉촉했던 장비들이 말라가는 걸 보는 게 가장 힘드네요.”
Q. 활동 초창기에 도둑으로 몰렸다던데?
“지금은 해양봉사를 나갈 때 해경에 승선 인원을 반드시 신고해야 하는데, 클린오션봉사단 활동 초창기 때는 필수조건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해경 신고를 안 하고 배를 띄워 놓고 수중 정화활동을 하고 있으면 해경이 출동해 검문을 하곤 했습니다.”
Q. 캡틴이 전하고 싶은 바램은?
“휴일뿐 아니라 휴가까지 내서 봉사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늘 안전하게 봉사활동을 하길 부탁드립니다. 또한 단원들의 희생과 봉사로 ‘건강한 바다, 깨끗한 바다’를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어서 너무 감사드린다고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