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를 한 번쯤 두드려본 적이 있다면, 열심히 연습한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주했을 때의 쾌감을 기억할 것이다. 여러 세션이 모여 한 곡을 연주하는 밴드는 더욱 그렇다. 서로 다른 음색과 멜로디들이 한데 어우러져 한 곡을 조화롭게 완성하고 있다는 것, 이것이 합주가 주는 또 다른 매력이자 감동이다.
지난달, 인천 남동구에서는 포스코가 만든 감동의 하모니가 울려 퍼졌다. 제21회 이웃사랑 열린음악회에서 포스코 음악재능봉사단 ‘두드림 밴드’가 공연을 펼친 것. 남동구사랑나누기운동추진위원회가 주관한 이날 음악회는 수익금 전액을 어려운 이웃 돕기에 사용하는 것이어서 재능봉사단의 공연은 특히 더 따뜻한 울림을 줬다.
두드림 밴드는 2018년 3월에 결성되어 이제 막 두 번째 공연을 마친 새내기 밴드. 인천 송도에서 근무하는 포스코 기술연구원과 협력사 직원 등 20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직장 내에서 음악으로 소통했으면 좋겠다 생각하던 직원 몇 명이 뭉쳐 먼지 앉은 악기를 꺼내들고 합주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밴드를 결성하게 됐다.
같은 건물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서로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회사에서 맡은 업무가 서로 다르듯 두드림 밴드는 20인 20색의 매력을 갖추고 있다. 음악 장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30~40대가 주를 이룬 염전밴드는 비트가 빠른 음악을 선호하고, 연령대를 밝힐 수 없는 형님밴드는 7080 스타일의 잔잔한 곡을 좋아한다고.
나이도 음악 취향도 연주 경험도 제각기지만, 음악을 향한 열정 하나는 한마음이다. 자신의 소리를 내기보단 모두가 어우러진 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가끔은 걸음이 느린 동료를 위해 다같이 템포를 늦춰준다. 알려주고 배우면서 더욱 하나된 곡을 만들어 나간다. 악기의 현(絃)을 조율하듯, 음악을 통해 업무적으로 나누지 못했던 끈끈한 소통을 잇는 것은 덤이다. 일하랴 가족 챙기랴 합주 연습하랴 몸이 열 개라도 바쁘지만, 짬을 내서 연습실에 모인 직원들의 마음은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업무가 우선이고 각자 가정이 있다 보니 합주 시간을 맞추는 것부터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기타를 연주하는 강대규 씨는 “어린이나 학생 자녀가 있는 직원들은 주말에 가족을 집에 두고 합주하러 가겠다는 이야기를 꺼내기가 굉장히 망설여져요. 다행히 자녀들 나이대가 비슷비슷해서 아이들도 데리고 함께 연습실에 모이기도 해요. 자녀들 동반 조건을 걸면 주말 연습 허락을 잘 구할 수 있거든요. 아이들도 아빠가 연주하는 걸 좋아라 합니다”라며 웃었다.
“누가 뭐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이 모든 외로움 이겨낸 바로 그 사람 누가 뭐래도 그대는 꽃보다 아름다워.” 두드림 밴드의 대표곡으로 꼽을 수 있는 가수 안치환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의 후렴구다. 때로는 좌절하고 힘들어서 손을 놓아버리고 싶은 순간도 있지만,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을 예찬하는 명곡이다.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두드림 밴드에게도 위기가 있었다. 베이스 연주자가 공연 당일 해외 출장이 잡혀 공연을 할 수가 없게 된 것. 공연이 2주 남짓 남은 시점에서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었다. 열심히 수소문한 끝에 연구소 내 훌륭한 베이스 연주자를 찾아 무사히 공연을 마쳤고, 지금은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에피소드가 됐다.
이런 우여곡절은 비록 두드림 밴드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우리의 삶과도 왠지 비슷한 구석이 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모여서 소통하고 교감하며 공명한다. 때로는 갈등이 생기고 예상치 못한 난관을 맞기도 하지만, 이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삶을 배우며 한 단계씩 성장한다.
어딘가 서투르고 이따금 틀리기도 하지만, 두드림 밴드는 음악의 꿈을 이루고(Do Dream), 세상에 따뜻한 울림을 주고 있다. 더불어 하나된 감동을 연주하기 위해 이들은 오늘도 내일도 서로의 마음을 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