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인터내셔널 사내에 인사팀 소속 미모의 신입사원이 들어왔다는 소문이 퍼졌습니다. 많은 남자 사원들이 그녀를 보기 위해 일부러 사원증을 잃어버린다는 풍문까지 돌고 있다고 하는데요. 어여쁜데다가 생글생글 잘 웃기까지 하는 그녀는 여성 MC계의 독보적인 존재라고 불리는 김현영 사원입니다. 사무실에선 차분하고 꼼꼼한 그녀지만, 사무실 밖에선 재치 넘치는 여성 MC 순업이라고 불린답니다. 천상 여자로 보이는 김현영 사원이 순업으로 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금부터 그녀의 얘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자기 소개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만나면 상대방의 기분까지 업 시켜주는 엔도르핀 김현영이라고 합니다. 사실 할아버지께서 제게 지어주셨던 이름은 ‘김순업’이었습니다. 아버지께서 여자아이 이름이 너무 구수하다며 호적상에는 김현영으로 지어 올려주셨지만, MC활동을 하다보니 저만의 독창적인 이름이 필요해졌어요. 그때 마침 ‘순업’이가 생각나면서 어떤 곳이든 곧(Soon), 분위기 업(Up)된다는 의미로 행사 관계자 분들이 저를 MC순업으로 불러주셨지요. 제 이름은 사전적인 의미도 ‘여러 곳으로 돌아다니며 연극 따위를 흥행함.’이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처음 ‘순업’이라고 불러주신 건 갓난아이인 제게서 MC의 자질을 보셨기 때문인 건 아닐까 해요.
자신이 MC의 소질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건 언제인가요?
어릴 때부터 웃음치료 강사이신 어머니의 유쾌 상쾌 통쾌한 레크리에이션 강의를 보며 자랐어요. 어머니는 굉장히 유쾌하고 긍정적인 분인데요. 저의 소질은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시작되지 않았나 싶어요. 학창시절, 전교 임원단을 하면서 사람들 앞에 설 일이 많았어요. 고등학생 때, KBS 도전 골든벨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재능이 있다며 담당 PD께서 왕중왕전까지 섭외요청을 해주셨지요. 또한, 고등학교 MC로 이 학교 저 학교에서 축제 사회 요청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진로를 정할 나이가 됐을 땐 자연스럽게 레크리에이션 쪽으로 공부를 하고 싶어졌습니다. 하지만 교수님으로 재직 중이신 아버지께서는 취미활동으로 하면 될 일을 대학까지 가냐면서 완강하게 반대하셨지요. 그런 아버지께 인정 받기 위해서 이곳 저곳 MC활동을 하면서도 학교에서 전체 수석 졸업을 하며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둘 때 여성으로서 멋진 사람이라고 응원해 주시는 어머니의 존재만으로도 항상 감사해요. 지금은 편입해서 졸업하고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정말 좋아하는 일을 전공 삼아 공부하니까 너무 행복합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MC로 활동하셨다고 하던데 첫 행사는 어떠셨나요?
남학생들이 많은 모 대학 자동차학과 행사에서 “오늘 진행을 맡아주실 김현영씨입니다”라는 소개와 함께 무대에 올랐는데요. 남학생들이 환호성을 질러줄 때 군대에 위문 공연하러 간 걸그룹이라도 된 느낌이 들었어요. 당시에 행사다운 행사는 처음이어서 긴장을 많이 하고 있었는데, ‘와~’하는 소리를 듣자마자 레크리에이션 공부하길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MC 활동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요?
제가 접했던 행사는 대한 적십자사에서 주최하는 ‘희망나눔 기아체험 24시’, 한.아세안 문화예술포럼, 컷팅식, 창립기념식 등의 기업 공식행사 아나운서부터, 각종 모임 워크샵, 체육대회, 축제, 송년회, 결혼식, 심지어 돌잔치 등 400회 이상의 행사 진행을 맡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억에 남는 일들이 너무 많은데요.
하나만 꼽자면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아랍인 대상으로 영어 레크리에이션을 진행할 때입니다. 바로 옆 행사장에서 남편 분들의 포럼이 있었고 제가 진행하는 곳에는 아내 분들과 아이들이 있었는데요. ‘아랍인 여성’하면 떠오르는 게 부르카(Burka)잖아요. 처음 제 소개를 할 때는 모든 여성분들이 그 옷을 입고 있었는데 분위기가 업 되면서 한 명, 두 명 부르카를 벗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노래 하면서 춤을 추는데 웬만한 다큐멘터리에서도 볼 수 없는 광경이었어요. 많은 이슬람 여성들이 한데 모여 부르카를 벗고 춤 추는 모습이라니. 이슬람 여성이라고 하면 억압되고 수줍어할 것만 같았는데 한창 잘 나가는 우리나라 20대들보다 더 열정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아무리 베테랑이라도 준비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지면 당황스럽지 않나요?
당연히 당황스럽죠. 하지만 진행은 계속 해야 하니까 그러지 않은 척 해요. 만약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는다면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런 식으로 같은 질문을 되물어요. 그리고 재빨리 머리를 굴리는 거죠. 하지만 이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항상 철저하게 준비를 해야 해요.
사실 MC계에서 여성이 살아남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남성 분들이 진행한다고 하면 “잘 부탁합니다.”하면서 악수를 건네던 사람도 제가 MC라고 하면 ‘네가?’라는 눈빛으로 쳐다봐요. 여성MC를 처음 본 데다 개그맨처럼 웃긴 외모도 아니고 파이팅 넘치는 남자도 아닌데 재미있게 이끌 수 있겠냐는 노파심이시겠죠. 사실 진행 중 돌발상황보다 마이크를 잡기까지의 그 시선들이 더 당황스러운데요. 그런 때일수록 인정받으려고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제 명함에는 ‘인연의 끈으로 매듭지어질 때까지….’라는 문구가 있어요. 말 그대로 행사 시작 전에 갸우뚱 했던 분들도 모두 인연의 끈으로 매듭지어져 다음 해에 다시 앵콜 섭외가 들어올 때면 뿌듯함을 느낍니다.
사내축구대회 MC도 보셨다고 하던데 진행하는데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전사행사를 준비하신 이인형 상무님께서 사내축구대회 중계를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 하셨을 때 걱정보단 기대가 더 컸던 것 같아요. 경영기획총괄 식구들도 이번 기회에 너의 끼를 보여달라고 응원해 주셨어요. 서툰 영어로 아랍인들 앞에서 사회도 봤는데 뭐가 힘들겠냐는 생각도 있었죠.
하지만 남자 중심인 게임을 진행하다 보니 처음에는 좀 힘들더라고요. 기본적인 룰은 알고 있었지만 전문적인 용어는 전혀 모르는 상태였거든요. 그래서 더 열심히 공부했어요. 축구 영상도 몇 개씩 보면서 중계하시는 분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하기도 하고 적어보기도 했어요. 같이 MC를 맡았던 유지상 씨와 홍석남 씨가 많이 도와주셨어요. 셋이 만나 주말 아침부터 외국인들 많은 이태원 브런치 카페에 앉아서 “아~ 골이에요, 골!”하고 소리치면서 연습했죠. 애드리브라고 생각하시는 많은 부분들이 다 계획된 말이었어요. 그만큼 열심히 연습을 했어요.
이번 포스코 IF행사에 사회자로 활약하셨다는데 소감 한 말씀 해주세요.
사실 대우인터내셔널 입사 후 MC는 잠시 접어 두었는데, 전사 행사에 이어 또 한번 제게 이런 기회가 주어지네요! 작년 IF행사에서도 여성 메인 MC가 대우인터내셔널에서 나왔다고 들었어요. 오디션이 만만치 않더라구요. 각 그룹사에서 아나운서로 활동하는 대표분들만 모여서 그런지 메인MC는 기대도 못했어요. 그런데 대우인터내셔널을 대표해서 제가 2012 IF 행사 메인MC를 맡게 되었죠. 영광스럽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조청명 전무님께서 IF 사회자 오디션 한 번 보지 않겠냐고 추천해주셨는데 이 자리를 빌어 정말 감사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발표를 어려워 하는 대우인터인에게 비법을 공개해주세요.
저도 사람인데 어떻게 안떨리겠어요. 모든 행사장에서 항상 떠는 것 같아요. 그럴 땐 차분하고 천천히 ‘I can do it!’을 세 번 외치는 거예요.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건 해보신 분들은 다 아실 거예요. 그리고 이건 정말 팁인데요. 무대에 오를 때, 혹은 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그 순간! 양 발의 엄지발가락을 치켜세우는 거예요. 선배가 알려주신 방법인데 정말 효과가 있더라고요. 온몸의 피가 발끝으로 쏠리면서 긴장감이 완화된답니다.
마냥 밝고 쾌활해 보이는 사람도 어느 순간 부정적으로 변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김 사원은 힘들었던 순간이 언제였냐는 질문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좋지 않은 기억은 금방 잊는 편인 것 같아요. 웃고 살기에도 짧은 시간이잖아요.”
낮에는 따사로운 인간적인 여자, 커피 한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 있는 여자
밤이 오면 심장이 뜨거워지는 여자, 그런 반전 있는 여자 ♬♪
노래 ‘강남스타일’ 가사 속 ‘그런 반전 있는 여자’가 바로 김현영 사원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데요. 아나운서 같은 외모에 걷잡을 수 없는 유머감각을 지닌 그녀의 매력은 몇 개나 되는 것일까요? 사내축구대회 MC로서 압둘라(?) 씨를 포함한 많은 남직원들의 마음을 훔친 김현영 사원! 밝고 명랑한 모습 뒤에 끊임없이 노력하는 ‘김순업’이 있다는 걸 알아주는 분이라면 분명 그녀의 마음도 훔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