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의 일상과 산업을 지탱해 온 강철은 시간이 지나며 고철이 되어 쓰임을 다하기도 합니다. 포스코그룹은 이 고철의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철스크랩(Scrap)을 전기에너지로 녹여 쇳물로 생산하는 ‘전기로’를 준공하며, 탄소감축 공정 전환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 건데요. 전기로는 철강 산업의 전환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요? 시대가 원하는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는 철의 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철은 우리 일상 곳곳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습니다. 거대한 교량을 지탱하는 구조물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의 보금자리와 일터를 이루기도 하며, 출퇴근길을 함께하는 교통수단 일부가 되기도 하죠. 하지만 그중에는 시간이 흐르면서 부식되고 녹슬어 이제는 제 역할을 다한 듯 보이는 철도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런 녹슨 철을 재활용해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철을 녹여 새로운 형태로 쌓아 올리는 조각 작업처럼 말입니다.


이런 작업은 예술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산업 현장에서는 더 크고 눈부시게 철의 순환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그 현장 중 하나가 바로 광양제철소에 준공된 ‘전기로(EAF, Electric Arc Furnace)’입니다.

전기로는 전기에너지를 이용해서 스크랩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제철 공법입니다. 한 번 사용된 철을 다시 원료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자원 순환 효과가 크고, 기존 고로 공법 대비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어* 글로벌 탄소감축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죠.
포스코그룹은 전기로와 함께 석탄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해 철광석의 산소를 제거하는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하이렉스(HyREX) 기술도 개발하고 있는데요. 다만 하이렉스의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탄소감축을 위한 실천 가능한 방안 중 하나로 전기로 도입을 추진했습니다. 2024년 2월 전기로 신설에 착수했고, 지난 6월 광양제철소에 연산 250만 톤 규모의 대형 전기로를 준공하며 탄소감축 공정 전환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포스코 탄소감축률 산정 기준연도인 2017~2019년 평균 대비이며, 스크랩 수급 여건 및 전력 발전원에 따라 변동될 수 있음 (조강 기준, Scope 1&2)

광양제철소 전기로에는 연속 장입 기술과 합탕 공정이 적용됐습니다. 연속 장입 밀폐형 전기로는 스크랩을 측면으로 투입해 뚜껑을 열지 않고도 연속 용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열 손실과 비산먼지를 줄일 수 있습니다. 여기에 고로의 용선과 전기로의 용강을 함께 사용하는 합탕 공정을 통해 제품 품질 안정화와 온실가스 배출 저감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물론 이러한 전환의 과정에는 현실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도 따릅니다. 현재 철강 생산 공정에서는 쇳물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를 LNG 발전과 함께 전력 공급에 활용해 왔는데요. 그러나 전기로 체제로 전환하면 이런 부생가스 활용이 줄어들 수 있어, 그만큼의 부족한 전력을 외부에서 구매해야 합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석탄을 전기로 대체하면서 에너지 비용 부담도 커질 수 있죠. 이는 철강 생산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제품 가격 경쟁력은 물론 철을 사용하는 연관 산업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철강 산업의 탈탄소 전환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산업용 전기요금 역시 합리적인 수준에서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자원과 에너지 공급망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특히 전력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가 핵심 과제로 떠오른 지금. 이제 산업 정책은 에너지 정책과 떼어 놓고 논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GX(Green Transformation)를 위해 150조 엔 규모(정부 20조 엔)의 민관 협력 투자를 추진하며 산업 전반에 대한 적극적인 재정 지원에 나서고 있는데요. 아직은 CCUS*나 차세대 원자력처럼 탈탄소 기술 개발에 막대한 비용이 드는 만큼, 기업이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이런 글로벌 사례처럼, 포스코그룹의 전기로와 하이렉스(HyREX)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청정에너지 산업 기반도 함께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산업적 용도로 활용하거나 저장하는 기술.




이제 고철은 더 이상 수명이 다해 버려지는 생활 쓰레기가 아니라, 자원순환과 원료 안정성 측면에서 중요한 자원이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스크랩의 품질과 공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일도 중요해지고 있는데요. 원료의 품질이 곧 철강 제품의 품질로 이어지는 만큼, 전기로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스크랩을 안정적으로 회수하고 선별할 수 있는 생태계가 뒷받침돼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기반을 토대로 전기로를 비롯한 탄소감축 공정 도입이 확대된다면, 우리나라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향한 여정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철은 여전히 소중한 자원입니다. 시대가 요구하는 방향에 맞춰, 강철의 진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