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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작한 상자가 비틀어져 포개진 국회의 새 건물, 국회 소통관

INNOVILT FANTASIA 4

납작한 상자가 비틀어져 포개진 국회의 새 건물, 국회 소통관

2020/06/25

INNOVILT FANTASIA, 국회 소통관
국회 소통관 외관의 모습. 연한 갈색 빛의 건물이다.

초록 돔 지붕의 국회 본관 서측, 사무와 취재를 위해 마련된 국회 소통관

작년 12월 23일 준공식을 가진 국회 소통관은 최근 화제가 된 몇몇 기자회견으로 대중에 알려지기 시작한 곳이다. 2015년 설계공모를 내걸 때부터 공사를 진행하는 동안 꽤 오랜 시간 해당 프로젝트는 ‘국회 스마트워크센터 및 프레스센터’라는 쉬이 와닿지 않는 이름으로 불렸다. 정부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한 이후 행정부 직원이 국회의사당에 와서 대기하거나 업무할 공간이 필요하고(스마트워크센터) 기자와 언론사가 계속 늘어나 기자실이 부족해(프레스센터) 이를 위한 해결책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한국개발연구원의 2014년도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행정부 대기실 역할을 하는 공간이 확보되므로 국회와 정부 간 업무효율성이 증대되고 기자실 확대로 국회 관련 보도와 취재의 편의가 늘어난다는 기대가 있었다.

여의도동 1번지 국회는 약 33만m2 넓이의 부지에 본관을 비롯해 의원회관, 도서관, 의정관 등의 건물 12개가 들어서 있다. 모두가 아는 본관은 지하 1층, 지상 7층 건물로 1975년 문을 열었다. 초록빛의 반구를 덮어쓴 본관의 건축은 권위적인 외관과 설계과정의 이슈로 그간 비판을 받아왔다. 준공 당시 국내에서 가장 큰 건물이던 국회의사당은 안영배, 이광노 등 당시 건축계를 이끌던 건축가들 여럿에게 공동 설계를 맡겼고, 설계안을 본 정치인들이 미국과 유럽의 국회 건물처럼 돔을 올리라고 주문해 마지막에 돔을 올려 완성됐다. 정문을 통과해 잔디광장을 가로질러 걸어가야 마주하는, 거대한 열주(列柱)로 둘러싸인 건물은 1,000톤에 달하는 육중한 철골 돔이 아니더라도 위압적이고 웅장한 것이 사실이다.

층별로 각기 다른 성격의 상자가 틀어지며 쌓인 설계

한 세대가 넘는 시간이 흘러 국회와 국회 건물의 위상과 이미지도 예전과 같지 않다.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신문고를 울리는 모바일과 인터넷의 시대. 그렇다면 낡은 후생관을 철거하고 새로 들어설 건물의 개념은 어때야 할까? 이름부터 ‘소통’을 내세운 이번 건축물은 설계공모 당시 ‘스마트업무시설 및 언론시설로서 상징성’을 갖추면서도 ‘급변하는 사회 여건 변화에 반응할 수 있도록 가변적이고 융통성 있는 공간’을 지침으로 내걸었다. ‘커뮤니케이션’, ‘유연’, ‘가변’과 같은 키워드를 받아들면 축과 직선이라고는 없는 비정형 건축이 으레 따라오곤 하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당선작의 안은 다행히 일차원적이지 않았다.

국회 소통관 내외부 모습. 각각의 층이 약간씩 틀어져 포개져 있는 지상 4층 건물인 외부와, 건물 내 존재하는 테라스의 전경을 보여주고 있다.

‘현 국회의사당 단지의 정형적 기념비성(formal monumentality)을 존중’하기로 했다는 건축가의 선택은 간결한 정방형이었다. 이제껏 자리를 지켜온 기존 단지의 질서를 받아들인 현명한 해법으로 보인다. 지상 4층, 연면적 2만 4732m2의 규모의 낮고 넓은 이 건물은 사무공간과 기자실이라는 두 개의 확실한 프로그램이 처음부터 주어졌고 특별한 설비가 필요한 시설이 아니기에 구성 또한 단순하다. 2층이 프레스센터, 3층이 스마트워크센터다. 지하 1층은 주차장, 1층은 식당과 상점이 들어와있고 4층은 사무실이다. 층별로 기능을 나눈 것에 대해 ‘독립성을 유지해 공간 활용도와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상자가 그대로 올라가기만 했다면 답답했을 텐데, 각각의 층이 약간씩 틀어져 포개져 있다. 넓적한 성냥갑 모양 상자를 비틀어가며 쌓아올린 모양새다. 자연스레 생긴 외부공간에 테라스를 만들어서 드나들기 좋게 했다. 이곳의 유리난간과 나무 데크의 재료와 시공이 모두 우수하고 깔끔한데 이 밖에도 창호와 겉면의 테라코타 패널 등 건물이 세련되게 마감된 점이 인상 깊다. 곳곳에 대화와 휴식이 가능한 공용공간이 크고 작게 있다. 건물 중앙으로 큰 중정을 두어 자연을 안으로 들였다. 이 중정 주변 4개의 코어가 기자, 행정부 직원, 일반 시민 등 사용자별 동선을 나눈다. 건물 어디서든 높은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Architect’s Pick : AU Beam, D-Deck, ES-Column]

넓적한 성냥갑 모양 상자를 비틀어가며 쌓아올린 모양새의 국회 소통관 외부.

평면과 공간 구성이 간단하고 넓은 국회소통관에는 포스코 이노빌트 AU Beam이 쓰였다. A자 모양의 상부 덮개 앵커와 하부 U자 모양 강판을 조립하고 내부에 콘크리트를 충전하는 방식의 합성보다. 구조가 슬림해 일반적인 콘크리트 보에 비해 강재보 춤이 두껍지 않고 결과적으로 높은 실내 층고 확보가 가능한 것이 큰 장점이다. ‘민주주의에 걸맞은 열린 장소’를 목표로 한 국회 소통관은 처음부터 공간적 융통성과 확장성을 염두에 둔, 시대와 사람들의 요구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할 가능성이 높은 건물이다. 특정한 기능에 집중하기보다 오히려 별다른 개성 없는 잠재적인 공간을 표방한 것이다. 기둥과 벽이 적을수록 좋은 장스팬 설계에서 우려되는 것은 휨과 처짐인데 강성이 확보되는 AU Beam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AU Beam은 또한 슬래브와 강재보 경계면에 스터드볼트를 현장 시공해야 하는 기존 방식에 비해 덮개형 강재앵커가 연결 역할을 하므로 시공이 훨씬 쉽기도 하다.

또 국회 소통관 건물 시공에서 최신기술 중 하나인 포스코의 D-Deck 공법(더블 리브 골형 강판과 역삼각형 래티스 거더를 이용한 장경간 데크 플레이트 공법)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1월 건설 신기술로 지정된 최신 공법으로 2개의 리브가 있는 거푸집용 데크와 2개의 상부 철선과 1개의 하부 철선으로 이루어진 역삼각형 거더가 사용된다. 골형 강판의 리브 사이 골에 거더가 거치되고, 하중을 이 거더와 추가로 배근하는 보강 철근이 지지하는 구조다. 용접 없이 래티스 거더를 리브 사이 턱 위에 올리기만 하는 간단한 시공으로 작업이 단순하고 장경간(長徑間, 보와 보 사이 간격을 넓게) 공사가 가능하다. 기존 후생관 옆 지상에 차가 많아 번잡하고 위험했는데 낡은 구건물을 철거하고 이번 소통관을 지으면서 넓고 쾌적한 지하주차장을 확보했다.

기존 H형강이나 RC(Reinforced Concrete, 철근콘크리트) 기둥에 비해 시공성과 내진성이 탁월한 ES-Column을 사용한 것도 특기할 만하다. 포스코 프리미엄 내진강인 SN강으로 제작된 ES-Column는, 각형 강관의 내부에 구멍이 있는 원형 강관을 삽입하고 그 구멍 안에 콘크리트를 채우는 합성기둥시스템으로 소요 강재량이 적은데 내진성능과 내화성능은 더 높다. 요컨대 국회소통관은 합성보를 비롯한 포스코 이노빌트 강건재를 전체적으로 적용해 현장 시공을 최소화하고 안정성과 완성도를 높이고 공기와 비용을 줄였다.

관공서 건물이 새로 지어지면 언제나 불거지는 비용 문제는 그다지 불거지지 않았다는 면에서 공사비를 꽤 절감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외부로 열리고 뚫린 공간에서 코로나가 잠잠해진 이후 앞으로 일반 시민들의 활발한 이용도 기대해본다. 우리의 70년대를 담고 있는 국회 본관의 건축적 질서를 수용하면서도 ‘틈’이 있는, 성긴 공간을 만들어낸 국회 소통관의 건축은 최신 시공 기술을 만나 수려하게 완성됐다. <글=김나래 사진=송유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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