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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전문가의 꿈을 향해] ② 광양제철소 선강설비부 김전호 과장

[글로벌 전문가의 꿈을 향해] ② 광양제철소 선강설비부 김전호 과장

2019/04/23
크라카타우포스코 직원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광양제철소 선강설비부 김전호 과장

▲ 크라카타우포스코 직원들과 함께(김전호 과장, 가운데)

포스코 지역전문가로 선발돼 글로벌 전문가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두 남자의 이야기. 이번 편에서는 크라카타우포스코(PT.KRAKATAU POSCO)가 위치한 인도네시아에서 활약 중인 광양제철소 선강설비부 김전호 과장을 뉴스룸에서 만나봤다.

 

l 가능성의 도시에서 꿈을 꾸다

포스코가 해외에 최초로 설립한 일관제철소 크라카타우포스코의 나라, 인도네시아. 오늘의 주인공은 글로벌 지역전문가로 인도네시아에 첫발을 디딘 광양 선강설비부 김전호 과장이다. 1994년 입사해 줄곧 전기정비 업무를 맡아온 그는 연주공장과 제강공장을 두루 거치며 제강공정의 핵심 기술과 노하우를 익히는 값진 경험을 얻었다. 덕분에 글로벌 엔지니어링 회사의 슈퍼바이저들과 자주 만나면서 지역전문가의 꿈을 싹 틔울 수 있었다고 한다.

2017년 포스코기술대학 학위를 받은 그는 그간의 경험을 디딤돌 삼아 지역전문가에 도전했다. 글로벌 지역전문가는 6개월 동안 파견 지역의 언어를 배우고 문화를 탐구하는 것은 물론, 현지법인에서 연구과제를 수행하게 된다. 많은 해외 법인 중 이곳 크라카타우포스코를 선택한 이유를 묻자 그는 망설임 없이 ‘가능성’이라고 답했다.

포스코기술대학에서 함께 공부한 동료들과 함께 졸업식날 사진을 찍는 김전호 과장

▲ 포스코기술대학에서 함께 공부한 동료들과 (김전호 과장, 왼쪽)

“크라카타우포스코는 우리 회사가 해외에 최초로 건설한 일관제철소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인도네시아는 발전 가능성이 큰 나라입니다. 입사 후 익혀온 제강공정의 정비기술과 경험을 이곳에서 실현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진 것인지 지난해 조업요원으로 글로벌 지역전문가에 선발된 그는 오랜 꿈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지기 위해 퇴근 후 매일 광양과 순천을 오갔다. 다방면으로 노력해도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던 그때 사내 대학 강의를 맡고 있던 순천대 신향근 교수가 그에게 인도네시아 유학생 한 명을 소개해줬다. 퇴근 후 광양과 순천을 왕복해야 한다는 게 힘에 부쳤지만 새로운 언어, 또 다른 문화를 접하는 게 무척 즐거웠다고한다. 짧은 준비를 마치고 인도네시아 비행기에 오르면서 김전호 과장은 마음속으로 목표를 세웠다.

어학연수 기간 동안 주중에는 어학원에서 배우는 인도네시아어는 물론 SNS나 일상 대화에서 쓰는 유행어까지  열심히 공부하고, 주말에는 인도네시아 문화유산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족자카르타를 중심으로 현지 곳곳을 방문했다. 김전호 과장의 인도네시아에서의 일상을 좀 더 자세히 들어봤다.

 족자카르타 번화가 말리오보로 거리. 시장 상인들이 식자재들을 잔뜩 늘어놓고 판매하고 있다.

▲ 족자카르타 번화가 말리오보로 거리

 

l 족자카르타에서의 새로운 일상

김전호 과장이 머무는 숙소에서 어학연수가 이뤄지는 푸리 바하사 인도네시아 어학원까지는 약 10km 정도 떨어져 있다. 국내라면 차를 타고 20분이면 닿을 거리지만 교통체증이 심한 족자카르타에서는 최소 40분, 심할 땐 1시간 이상 걸리기도 한다. 때문에 오전 10시 수업에 맞추기 위해 새벽 5시에 기상해 등교 준비를 했다고. 차량 공유서비스 ‘그랩(Grab)’를 이용하거나 차가 많이 막힐 땐 인도네시아 오토바이 공유서비스 ‘고잭(Go-jek)’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어학원에서 수료증을 받는 김전호 과장

▲ 인도네시아 어학원에서

그렇게 교통체증을 뚫고 어학원에 도착하면 수업 전 친구들과 가벼운 아침 운동을 하고 허기진 배를 채울 아침 식사도 함께했다.

“처음에는 현지 음식이 궁금하기도 하고, 빨리 적응하려는 마음에 친구들과 같이 아침을 사 먹기 시작했는데, 저렴하고 맛도 좋아 즐겨 먹었습니다. 현지 식당의 한 끼 가격은 보통 2000원 정도 합니다.”

그중 김 과장이 즐겨 먹었던 음식은 고기와 채소를 넣어 만든 국 ‘소또(SOTO)’. 한국의 육개장쯤 될까? 인도네시아는 지역마다 음식 맛이 달라 이름 뒤에 지역 이름이 붙는 것이 특징이다. 짧은 아침 식사가 끝나면 5시간의 어학 수업이 이어졌다.

그렇게 매일 5시간 동안 수업을 듣고 집으로 귀가하면 보통 6시 즈음. 현지식이 기름을 많이 사용하는 편이라 체중관리 겸 저녁은 한식 위주로 직접 요리한다고. 처음에는 막연했지만 어느새 닭간장조림 같은 한 끼 식사부터 안줏거리인 골뱅이무침까지 손쉽게 뚝딱 만들어낸다.

가끔은 동료들과 함께하는 술 한잔이 그리울 때도 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국민의 대다수가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이고, 족자카르타는 술탄이 통치하는 도시라 외국인 식당이 아니면 술을 마시기 힘들다. 게다가 맥주 한 병이 6000원, 소주 한 병이 1만 3000원일 정도로 가격도 비싼 편. 자연히 술과 멀어지고 차와 주스를 즐겨 마시다 보니 몸이 더 건강해진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l 현장을 이끌기 위한 배움의 길

현지 어학연수를 마친 그는 현재 크라카타우포스코 연주정비 부서에서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멘토링을 해줄 선배나 동료가 없어 모든 것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이곳의 문화가 부담될 때도 있지만, 수평적인 조직문화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특히 본인이 맡은 일은 정확하게 처리하려는 현지 엔지니어들을 보며 한국에서의 생활을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었다고.

“법인에 근무하는 엔지니어와 정비인들 대부분이 20대입니다. 이곳의 젊은 직원들은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진취적이고, 자신이 맡은 일을 노련하게 처리하는데요. 아마 자율적인 근무환경에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며 쌓아온 자신감 덕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 직책이나 직위 대신 이름을 부르는 수평적인 분위기에서 서로 간의 장벽을 허물고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사무실에서 업무를 진행하는 김전호 과장

어느덧 현지 생활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그는 주어진 과제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오랫동안 쌓아온 자신의 현장 경험을 현지 엔지니어들에게 아낌없이 전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자신 역시 인도네시아 지역 문화와 언어, 생활 지식을 두루 갖춘 인재로 성장해 현장에 변화와 혁신을 만드는 전문가로 거듭나겠다는 그. 지역전문가의 꿈을 품은 후배들에게 전하는 그의 말을 마지막으로 글을 마친다.

“훌륭한 선배와 동기들이 많은데 저에게 이런 특별한 기회가 주어진 건 모든 일에 겸손하게 노력했던 지난날 덕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뭐든지 한 번에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늘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자세로 무엇이든 조금씩 해나가다 보면 어느새 주위로부터 ‘잘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겁니다. 맡겨진 소임에 최선을 다하고 이 일을 통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무얼까 끊임없이 고민해보세요.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뒤를 돌아보았을 때 훌쩍 성장해 있는 자신을 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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