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6월, 미국이 한국산 철강에 부과하는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인상한 후, 대미(對美) 철강 수출이 빠르게 감소했습니다. 이에 정부는 철강업의 구조적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경쟁력 강화를 촉진하기 위해 K-스틸법을 발의하고,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을 발표하며 산업구조 재편에 나섰습니다. 철강업계의 든든한 방파제가 되어줄 K-스틸법과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에 대해 자세히 살펴봅니다.
지난 8월 여야 의원들이 공동 발의한 뒤 3개월 넘게 국회에 계류돼 있던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을 위한 특별법안)’이 11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K-스틸법은 국내 철강업계가 직면한 글로벌 수요 둔화, 저가 철강재 수입 증가, 미국 등 주요국의 관세 장벽 강화, 그리고 탈탄소 규제 부담 심화에 대응하기 위한 종합 입법 패키지입니다. 법안에는 철강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탈탄소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저탄소 인증제 도입 ▲저탄소 철강 특구 신설 ▲기업결합 사전 심사 기간 단축 ▲공정거래법상 공동행위 예외 및 정보 공유 허용 등 다양한 특례 조항이 포함됐습니다.
또한 산업 구조의 장기적 전환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5년 단위로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뒷받침할 연간 실행계획을 마련·시행하도록 의무화해 철강산업이 글로벌 경쟁 속에서도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도록 했습니다.

철강업계는 이번 K-스틸법 가결로 철강산업 정책 지원을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돼 최근 정부가 발표한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과 맞물려 지원 정책이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를 통해 국내 철강산업 구조가 고도화되고, 탈탄소 미래소재 산업으로 도약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K-스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전,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의 쌀’이자 국내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을 이루는 철강산업의 위기 징후가 점차 확산되고 있음을 인식했습니다. 이에 철강산업의 생존력을 높이고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경제관계장관회의와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관계 부처가 함께 마련한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이 방안의 핵심은 철강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탈탄소 전환을 가속하는 데 있습니다.

정부는 공급과잉 품목과 관련해 ‘철강 설비 규모 조정의 3대 원칙’을 마련했습니다. 첫 번째 원칙은 경쟁력이 약화되어 공급 과잉 문제가 심각해진 형강·강관 등 일부 품목은 해당 기업이 설비 조정 계획을 제출하면, 고용을 최대한 유지하려는 노력과 책임 있는 경영을 전제로 정부가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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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조정하기 어려운 철근처럼 수입재 침투율이 낮은 품목은 과거 석유화학 산업 구조개편 사례를 참고해 정부가 기업의 자발적인 사업 재편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반면 열연·냉연·아연도금 강판처럼 수입재 침투율이 높은 품목은 먼저 수입 대응을 진행한 뒤, 시장 상황을 살펴 가며 설비 규모 조정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것입니다. 경쟁력이 유지되고 공급과잉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전기강판과 특수강 분야에 대해서는 과감한 선제 투자를 지원할 예정입니다.
정부는 미국의 철강 50% 관세와 EU 세이프가드 TRQ 전환* 제안에 대응하기 위해, 양국과 공식·비공식 협의를 이어가며 수출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을 덜어줄 후속 조치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철강 TRQ(관세율 할당제도, Tariff Rate Quota) : 연간 면세 수입 쿼터를 기존 대비 약 47% 축소하고, 쿼터 초과 물량에 대해서는 25%에서 50%로 상향된 관세율 적용
특히 지난 9월 3일 발표한 미국 관세 협상 후속 지원 대책을 차질 없이 이행하면서, 4,000억 원 규모의 철강 수출 공급망 보증상품과 1,500억 원 규모의 철강·알루미늄·구리·파생상품 이차보전사업을 신설해 관련 기업들이 정책금융을 더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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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반덤핑 등 무역 규제 조치를 공정하게 집행하는 동시에, 관세청·산업부·철강협회 등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정보를 신속히 공유하고, 불공정 수입재를 철저히 단속할 계획입니다. 또한 수입 대응이 실제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관련 제도적 기반도 한층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한편 정부는 지난 3월 19일 발표한 철강·알루미늄 통상 리스크 대응 방안에 따라, 내년부터는 품질검사증명서 제출을 의무화해 수입 절차를 꼼꼼히 모니터링할 예정입니다. 제3국이나 보세구역을 거쳐 반덤핑 관세를 피하려는 불공정 행위를 막기 위해 기획재정부와 관세청과 협력해 관세법 시행령 개정, 원료 과세 신고 의무화, 보세구역 특허기간 단축 등을 추진하며 보세구역 관리도 강화할 계획입니다.
정부는 특수탄소강 분야를 초혁신경제 15대 선도프로젝트* 중 하나로 선정했습니다. 특수탄소강 분야의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연구개발(R&D) 로드맵을 마련하고, 2,000억 원 규모의 지원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생산 기반을 갖춰 나갈 계획입니다. 또한 기획재정부와 협력해 관련 기술을 신성장 원천기술로 지정해 세제 혜택을 줄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입니다.
*초혁신경제 15대 선도프로젝트 : 첨단 소재·부품, 기후·에너지, 미래대응 등 15개 과제를 선정해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국가 전략 프로젝트
정부는 국내 주요 사업에서 우수한 철강재가 더 많이 쓰일 수 있도록, 새로 개발된 제품의 국내 납품 실적(트랙레코드) 확보를 적극 지원할 예정입니다. 인프라 설비 입찰 과정과 시방서, 각 부처의 주요 법정 계획에도 안전성과 품질이 뛰어난 철강재를 활용하는 원칙을 단계적으로 반영하고,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와 협력해 철강 소비를 늘릴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도 추진할 예정입니다.

▲진공흡착식 크레인으로 이송되고 있는 고망간강. 포스코가 독자개발한 고망간강은 자성을 띠지 않는 비자성 특성을 가진 강재이다. 사진 출처 : 포스코그룹 뉴스룸 DB
또한, 철강산업에 AI 기술을 적극 도입해 효율성·안정성 등을 강화할 것입니다. 철강 분야에서 속도감 있는 제조AX(Manufacturing AI Transformation, M.AX)를 달성하기 위해 AI팩토리와 AI솔루션 확산에 힘쓰고, 철강 특화 제조 AI 모델 개발을 추진해 세계적인 수준의 스마트 제조 시스템을 만들어 갈 예정입니다.

▲2024 기후산업국제박람회 관람객들이 포스코형 수소환원제철 하이렉스(HyREX) 모형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 출처 : 포스코그룹 뉴스룸 DB
정부는 철강 산업의 저탄소 공정 전환을 본격적으로 지원해, 저탄소 철강 기준과 인증 제도를 마련하고 저탄소 철강재 수요를 늘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것입니다. 특히 수소환원제철 전환은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꼭 필요한 과제인 만큼, 지난 6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8,100억 원 규모의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실증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기후부 등 관계 부처와 협력해 경제성이 있는 청정수소를 확보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 제도 마련 등 다양한 지원책도 확대할 것입니다.

▲포스코는 지난해 1월 26일 포항제철소에 수소환원제철 개발센터를 개소하고, 2030년 수소환원제철 상용 기술 개발 완료를 목표로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사진 출처 : 포스코그룹 뉴스룸 DB
저탄소 공정 전환에는 많은 비용이 드는 만큼 저탄소 전환에 필수적인 법적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전기로에 꼭 필요한 원료인 철스크랩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기후부와 협력해 철스크랩 산업을 키우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입니다.
설비 규모 조정과 저탄소 전환 등 산업 구조 개편 과정에서 철강산업에 크게 의존하는 지역경제가 흔들리지 않도록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하고, 관련 지원책을 꾸준히 추진할 계획입니다.
또한 철강산업 집적지에서 단기적으로는 고용을 안정시키고, 중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철강 및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를 촉진할 예정이며 산업 구조를 다각화해 최종적으로는 지역의 철강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것입니다.
더불어 기준 미달 제품의 국내 유입을 막아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게 인증 기준을 강화하고, 시판재에 대한 공장 심사 등 사후 관리 체계도 보강해 KS 인증제도가 시장에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건설 현장에서 사용되는 비KS재 관리도 국토교통부·산업부·철강협회가 합동 점검으로 강화할 것입니다.
아울러 철강산업 내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AI 기반 사전 예방 시스템을 구축하고, 철강산단에 스마트 안전 솔루션 설치 지원, 모범사례 홍보와 사고예방 매뉴얼 배포 등을 통해 안전 인식을 높여 나갈 계획입니다. 이 밖에도 상·하공정 기업 간 소재 수급 협력 촉진, 철강사와 원료산업 간 가격·물량 안정화 협의, 철강과 수요산업 간 기술개발 지원을 통해 철강-원료-수요산업 전체가 함께 성장하는 상생 협력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정부는 K-스틸법과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을 철강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전환점으로 삼아, 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 궤도에 안착할 수 있도록 전방위적으로 지원할 계획입니다. 이에 기업은 K-스틸법이 실효성을 갖출 수 있도록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전달해 업계 현실에 맞는 조항이 반영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탈탄소 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지원책도 정부와 함께 논의하여 최적의 결과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철강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탈탄소 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발판이 될 K-스틸법.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된 후 6개월이 지난 날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인데요. 철강업계가 오랫동안 요구해 온 과제였던 만큼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과 K-스틸법, 그리고 정책 법률이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본 글의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 내용은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정책뉴스 ‘철강산업 구조 재편…과잉설비 줄이고 특수탄소강 등 경쟁력 키운다’를 토대로 작성하였으며,
공공누리 제1유형(출처표시) 조건에 따라 이용하였습니다.
① 美 철강 시장 구조로 알아보는 트럼프발 ‘철강 관세 전쟁’
② 미래의 교통수단 하이퍼루프가 철강업에 미칠 영향은?
③ ‘2025 인도 예산안’ 속 숨겨진 기회! 철강·배터리·에너지 시장을 잡아라
④ 미국 철강사의 전기로 조업 확대에 따른 시장 진출 전략
⑤ 선박에도 탄소세가 붙는다! 2028년 해운 탄소세 부과와 LNG 사업 전망
⑥ 전기화 시대가 온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전기에 주목하는 이유
⑦ 급증하는 전력 소비의 대안! 글로벌 에너지 경쟁력은 핵융합에너지에 달려 있다?
⑧ 지속가능항공유(SAF), 세계가 주목하는 신성장 사업의 기회와 과제
⑨ 자원패권시대 개막! 미래 첨단산업의 생명줄이 될 핵심 희귀광물 분석
⑩ 산업계 메가 트렌드! 인간형 로봇, 휴머노이드
⑪ 회색 도시에 생명력 ON! 도시에 역동성을 불어넣는 철
⑫ K-핵추진 잠수함이 여는 방산·조선업의 뉴 패러다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