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주목해야 할 최신 글로벌 경제 및 산업 이슈는 무엇일까요? 포스코경영연구원 전문가들이 포스코그룹의 주요 사업과 관련한 글로벌 산업, 경제 동향을 심층 분석해 드립니다. 최근 트럼프 2.0 정부가 출범하면서 세계 각국의 무역 전쟁이 더욱 격화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 하 철강 25% 관세 부과와 관련해 그동안 적용 중이었던 예외(국가/품목)를 철회하고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건데요. 지난 3월 12일 철강 25% 관세 부과가 시작되면서 전세계 철강업계의 긴장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트럼프발 ‘철강 관세 전쟁’의 배경과 국내외 철강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포스코경영연구원 김지선 수석연구원과 함께 살펴봅니다.
포스코경영연구원 김지선 수석연구원
지난 2월 10일(현지시간), 집권 2기를 맞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모든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을 비롯해 철강 2차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 조치에 서명, 글로벌 관세 전쟁을 본격화했습니다.
이러한 행정조치는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발동된 무역확장법 232조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모든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법을 발효하고, 이 법은 현재까지 적용되고 있는데요. 예외적으로 미국과 안보 관계에 있는 일부 국가들에는 관세를 면제하거나, 면제하는 대신 수출 물량을 제한하는 수입할당제(쿼터제)*를 적용해 왔으나 이러한 예외 규정을 3월 12일부로 전면 철회하겠다는 것이 이번 행정조치의 골자입니다.
*수입할당제(쿼터제) : 수입할 수 있는 최대 수량을 정한 후 그 한도 내에서만 수입을 허가하는 정책

사진 출처 : The White House(www.whitehouse.gov)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관세 인상 카드를 꺼내든 배경은 기존 232조의 면제 조항이 정책의 실효성을 약화시켰다는 것인데요. 그동안 미국은 철강 232조에 따라 우방국인 캐나다, 멕시코에는 관세를 면제하고, 한국, 일본, EU, 영국, 브라질 등에는 수입할당제(쿼터제)를 적용해오고 있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간 철강 232조 시행에도 불구하고 주요 수입상대국에 대한 면제나 쿼터 부과로 오히려 수입이 증가했고, 이로 인해 자국 안보 및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 발동 이전부터 자국 철강산업 보호를 위해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 철강 수입을 대상으로 고율의 반덤핑(AD)*과 상계관세(CVD)**를 부과해 왔습니다. 이에 더해 2024년 12월에는 바이든 행정부가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중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율을 25%로 상향했는데요. 이러한 조치들로 인해 2015년 220만 톤에 이르던 미국의 중국산 철강 수입량이 2016년 60만 톤으로 감소하고, 현재는 약 50만 톤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반덤핑관세제도 (AD, Anti-Dumping Duty System) : 외국 물품이 공급국의 정상적인 국내시장 가격보다 낮게 수입되면서 국내산업이 실질적인 피해를 본 경우 정상가격과 덤핑가격의 차액 범위 내에서 추가로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
**상계관세제도(CVD, Countervailing Duty System) : 외국의 공급자가 공급국 정부로부터 보조금 또는 장려금을 지급받아 수출경쟁력이 높아진 물품이 수입되면서 국내산업이 실질적인 피해를 본 경우 당해 물품에 대해 추가로 보조금 범위 내에서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제도.
미국은 전통적으로 철강 순수입국입니다. 지난해 철강 수입은 2600만 톤, 수출은 800만 톤으로 자국 내 생산보다 수요가 훨씬 높죠. 2015년부터 수입 상대국에 고율의 반덤핑 및 상계관세를 부과하고, 2018년에 철강 232조를 발동하면서 수입이 점차 줄어드는 듯했으나, 바이든 행정부 이후 철강 수입이 다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18년 철강 232조 관세 시행 당시, 미국 철강산업의 가동률을 최소 8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2021년에는 일시적으로 이 목표를 달성했으나, 이후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철강 생산량과 판매량이 둔화되었습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 조치는 수입산 억제를 통한 자국 철강산업 보호 및 생산 확대를 위한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한국 시간으로 3월 12일 오후 1시(미국 시간 12일 오전 0시) 트럼프 대통령이 2월 10일에 서명한 행정조치에 따라 모든 수입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 부과가 시작되었습니다. 철강 232조 하 전체 혹은 특정 물량 한도 내에서 25% 관세를 면제받았던 한국을 포함한 주요 철강 수입국에 대한 예외가 철회되면서, 이제 이들 국가에도 일괄적으로 25%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습니다. 또한, 필수산업과 연관된 일부 제품에 대해 자동으로 면제되었던 조치(GAEs)*도 함께 중단되었습니다.
*GAEs (일반승인예외, General Approved Exclusions) : 무역에서 특정 제품이나 품목이 일반적으로 승인된 예외로 분류되어, 일반적인 규제나 관세의 적용을 받지 않는 경우를 의미.
또한 이번 조치로 철강 제품뿐만 아니라 철강 2차 제품도 관세 부과 대상 품목에 포함되었습니다. 지난 2월 14일에 철강 2차 제품 리스트가 발표됐고, 3월 5일에는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에서 관련 이행지침이 나왔습니다. 이 리스트에는 형강, 주강, 기타 철 구조물, 철강재 용기, 연선, 로프, 체인 등이 포함되며, 엘리베이터, 기계와 조명 부품 등은 유예되었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예외 없는 관세 부과로, 기존에 관세 면제나 쿼터 혜택을 받았던 주요 철강 수출국들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주요국들은 관세 발효에 반발하며 보복을 예고했는데요. EU는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두 단계로 계획하며 협상의 여지를 남겼고, 중국은 WTO 규칙 위반을 지적하며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본은 자국 제품이 미국 안보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미국과 긴밀한 의사소통을 지속하겠다고 밝혔으며, 캐나다와 영국도 국가 이익을 위한 대응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무관세와 쿼터제가 종료되고 철강 2차 제품까지 대상 품목이 확장되면서 한국도 큰 영향을 받게 되었습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3일 “최근 미국의 철강 관세 조치를 비롯, 철강산업의 대내외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이달 중 조속히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관련기사 ] 철강 관세 부과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와 협회, 기업 차원에서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다양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입니다.
미국의 철강산업은 현재 수요에 비해 생산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의 철강 명목소비량은 9300만 톤으로, 출하량 7800만 톤을 훨씬 앞서는 수치인데요. 이를 고려할 때, 철강산업 가동률을 현재 75%에서 목표치인 80%로 올린다고 해도, 미국은 여전히 철강 수입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미국 내 철강 생산은 전기로의 비중이 약 72%로,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습니다. 또한 건설, 자동차 부문의 철강 수요 비중이 높은 상황으로 미국 내 수요산업이 요구하는 철강재를 국내에서 충당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데요. 특히, 고품질 철강재가 필요한 자동차 산업의 경우 전기로 중심의 미국 철강 생산구조로는 충분한 국내 조달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금까지의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로 보았을 때 향후 개별 국가와의 협상을 통해 예외를 적용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상황인데요. 한국도 이러한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며, 타국가 사이에서 불리하지 않도록 예외 적용을 확보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포스코 고망간강이 적용된 광양 제2 LNG 터미널 7호기 탱크 내부. 트럼프의 행정부의 LNG 정책에 따라 포스코가 세계최초 개발한 신소재 고망간강이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LNG 수출 제한 조치를 완화하는 한편, 철강과 연관이 깊은 조선업을 부흥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다른 국가와의 협력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알래스카 프로젝트가 현실화 될 경우 LNG 플랜트 건설 및 LNG 선박과 관련된 조선업 등 철강 수요 증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포스코그룹은 포스코가 세계 최초 독자 개발한 신소재 ‘고망간강’ 기술력을 필두로 LNG 생산, 운송·저장, 활용에 이르는 LNG밸류체인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포스코그룹의 차별화된 기술력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고품질,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를 위한 전략 강화를 통해 기회를 모색할 필요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