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마진(Roll Margin)이 약화됐다’ 또는 ‘롤마진이 개선됐다’는 표현은 철강업계에서 수익성을 말할 때 자주 등장한다. 이는 일관제철업이 철광석을 원료로 쇳물을 만들고, 이를 굳혀 압연공정(Rolling Mill)을 통해 나온 철강제품을 판매해 수익을 남기는 사업모델을 갖고 있기 때문.
아프지만 금년 철강사들의 롤마진 압박이 심화되고 있다. 글로벌 철강 롤마진의 현주소, 그리고 위기를 돌파하는 포스코의 비결을 뉴스룸에서 정리했다.
l 전·후방 압박받는 철강산업 ‘롤마진’
철강업은 ‘중간소재산업’이다. 전방에는 가전,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수요산업이 포진해있고 후방으로는 원료산업 등이 있다. 전·후방 산업의 중간에 놓여있기에 외부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철강산업은 경기민감사업이다. 최근 글로벌 철강사들의 수익성 악화와 주가 하락은 이러한 구조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원료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철강업에서 수익성을 결정하는 가장 큰 변수는 단연 ‘원료가’다. 철강업계는 올해 예상치 못한 원료가의 급등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철광석을 포함한 원료의 최대 생산국인 브라질과 호주에서 잇따른 악재를 맞아 공급량이 줄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철강의 주원료인 철광석은 작년 톤 당 70달러 이하였지만, 올해 7월부터는 120달러 이상으로 오르기도 했다.
후방산업이 몰고 온 악영향을 전방산업도 만회해주지 못했다. 전 세계적인 경제 성장둔화로 거의 모든 수요산업이 침체기에 있고, 무엇보다 철강업의 ‘효자종목’이던 자동차업계도 올해 들어 부진한 상황이다. 특히 중국 자동차 시장은 최근 11개월 연속 판매 감소세를 보이며, 침체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미-중간 무역전쟁과 전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역시 철강업계의 수익성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더불어 글로벌 철강 공급량은 여전히 과잉 상태다. 세계철강협회가 집계한 올해 상반기 세계 조강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한 9억 2,506만 톤으로, 사상 최대치다. 이 가운데 50%를 차지하는 중국은 4억 9,216만 톤을 생산했다. 중국은 2016년부터 과잉생산능력을 조정하고자 철강산업 구조조정과 생산량 감축에 돌입했지만, 둔화되는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해 최근 다시 신규 제철소 투자를 벌이고 있다.
이와 같은 요인들은 모두 철강사의 경영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철강사들은 ‘손쓸 수 없는’ 외부요인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고자 저마다 ‘원가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는다. 그 노력이 얼마나 유효했는지는 결과적으로 실적과 주가로 확인할 수 있다.
l 주요 철강사 실적 들여다보니 “포스코 눈에 띄네”
세계 주요 철강사의 2019년 상반기 경영실적은 전반적으로 하락세였다. 특히 글로벌 대형 철강사인 유럽의 ArcelorMittal은 2018년 9.8%의 영업이익률이 2019년 2분기 4.1%까지 수직 하락했다. 글로벌 조강 생산량 2위 중국 Baowu(宝武) Steel의 경우 2018년에는 영업이익률을 9.4% 기록했지만, 2019년 2분기는 5.6%에 그쳤다. Nippon Steel도 마찬가지다. 지난해는 영업이익률을 4.1% 기록했지만, 올해 2분기는 2.7%까지 내려앉았다.
경영실적과 연동되는 주가 또한 하락했다. 각 철강사의 작년 8월 주가를 ‘100’으로 놓고, 올해 8월 19일 주가와 비교해보니, 기업별로 적게는 -25% 많게는 -62%까지도 감소세를 보였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철강사 주가 순위 1, 2위를 다투던 ArcelorMittal은 주가가 반 토막 나면서 현재 4위로 밀려났다.
포스코 역시 작년 대비 실적과 주가가 하락하며 항간의 우려를 낳았다. 그러나 경쟁사들과 비교해보면 다른 답이 나온다. 포스코는 ‘선방’했다. 가장 중요한 수익 창출력을 보면, 포스코의 2019년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글로벌 철강사 중 1위다. 포스코는 2019년 2분기까지 8분기 연속 1조 원 대 영업이익을 지키며 굳건한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영업이익률은 2018년 8.5%에서 올 상반기 7.0%를 기록해 1.5% 포인트 하락했다. 타 철강사들의 금년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작년 대비 평균 3.2% 포인트의 하락을 보인 것에 비해 눈에 띄는 실적이다.
포스코가 선전한 비결은 무엇일까? 최고의 기술력, 극한의 원가절감,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 등 주요 원동력을 살펴봤다.
l 롤마진 압박 극복하는 포스코, 그 비결은?
1) 기술력으로 승부한다 : 월드톱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
포스코는 기술력과 품질이 월등한 WTP(World Top Premium) 제품을 작년 1,837만 톤 판매하며 전체 판매량 중 55.1%를 달성했다. 또한 친환경 자동차용 강재, 친환경 에너지 강재 등 미래 선도 제품도 작년 57만 톤 판매했으며, 올해는 90만 톤 이상으로 확대한다. WTP 등 고급재의 양산능력을 꾸준히 확대해, 세계 최고 기술력으로 포스코만의 차별화된 솔루션 경쟁력을 발휘하겠다는 전략이다.
2) 위기 때마다 발휘되는 위기극복 DNA : 전사적 Cost Innovation 2020 전개
혹독한 외부 여건에 대한 돌파구로 내부 원가경쟁력 강화는 피해 갈 수 없는 도전 항목이다. 포스코는 올해 1월부터 ‘Cost Innovation 2020’으로 명명된 원가절감 활동을 시작했다. 전사적으로 올해 말까지 2,300억원 절감 목표를 세웠다. 도전적인 원가감축 활동이 매월 집중력 있게 펼쳐지고 있는데, 이 활동의 결과물로 상반기에만 약 1,200억원의 원가절감 성과를 거뒀다. CI 2020이 특히 의미를 갖는 것은 과거와 달리 직원 복리후생 등의 비용은 일체 손대지 않으면서도 실제 비용절감에 성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3) 유비무환(有備無患) : 선제적 자원개발 투자는 원료가 상승期 수익성 감소분 상쇄
포스코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외 원료투자를 선제적으로 추진해 왔다. 대다수의 자원 보유국들은 외국 기업의 광산 투자기회를 제한할 뿐만 아니라, 원료 투자는 그 규모가 크기 때문에 수익으로 전환시킬 때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게다가 원료시장은 시황의 변동이 잦은 리스크가 있어, 원료투자는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강사들은 원가 경쟁력 강화와 원활한 수급을 위해 원료 투자에 힘을 쏟는다. 원료가격이 철강 제조원가의 60~70%를 차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기 때문. 포스코는 현재 세계 11개국에서 탄소강 19건, 스테인리스강 4건 등 총 23건의 원료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포스코는 투자 광산의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에 적극 기여해왔는데, 그 결과 2018년 말 기준 투자비 회수율은 90%를 상회한다. 또한 최근 3년간 배당수익을 포함한 원료투자수익금액은 연간 3천억 원을 웃돌며 원료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감소분을 상쇄하고 있다.
4) 수익창출 구조는 더 균형 있게 : 글로벌인프라 · 신성장 사업구조 재편
그룹사별 특화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편한 것도 수익성 강화의 한 수(手)로 작용했다.
먼저 포스코켐텍의 음극재, 포스코ESM의 양극재 사업을 일원화한 ‘포스코케미칼’ 을 출범하고 마케팅과 생산, 연구개발을 통합함으로써 그룹의 핵심 신성장 동력을 강화했다. 포스코케미칼의 음극재분야는 천연흑연 생산을 2018년 연산 2만 4천 톤 체제에서 2021년 7만 4천 톤까지 올리고 인조흑연의 상업화도 2021년까지 추진한다. 또 양극재는 광양공장 증설과 중국 화유코발트 JV인 ‘절강포화(浙江浦華, ZPHE)’ 등을 통해 2018년 연산 1만 톤 체제를 2021년에는 5만 톤까지 성장시킬 계획이다.
또한 포스코는 그룹 차원의 LNG 미드스트림 사업 구조를 재편했다. 광양 LNG 터미널을 포스코에너지에 넘기고, 포스코에너지의 포항·광양제철소 부생가스 발전사업을 포스코로 흡수합병했다. 포스코에너지의 발전사업과 연계해 LNG터미널 사업을 강화하고,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가스전과의 시너지를 위한 계획. LNG 도입, 트레이딩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맡고, 저장·관리는 포스코에너지가 맡아 LNG사업에서 전문성을 극대화했다. 실제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가스전 판매 호조세와 LNG 트레이딩 물량 확대로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을 1,800억 원 달성해, 분기 기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그룹 건설부문 경쟁력과 운영효율 강화를 위해 EPC(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 포스코건설) 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O&M(Operation & Maintenance: 포스코O&M), A&C(Architects & Consultants: 포스코A&C)부문을 포스코건설 산하로 지배구조를 재편했다. 이를 위해 지난 2월에는 포스메이트, 블루O&M, 메가에셋을 합병한 ‘포스코O&M’을 출범하기도 했다. 이로써 포스코건설은 A&C-EPC-O&M으로 이어지는 건설 밸류체인 전반을 아우르는 사업구조를 갖게 됐으며, 안정적인 수익창출과 신규사업 추진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위기 상황을 대비한 이러한 일련의 ‘준비태세’, 그리고 전 임직원의 하나 된 대응력이 글로벌 롤마진 압박을 극복하는 포스코 저력의 원동력이었다. 포스코는 외풍을 견디는 영업실적뿐만 아니라, 지난 6월 WSD(World Steel Dynamics)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WSD’s World-Class Steelmaker Ranking)’에 10년 연속 1위로 꼽혔고, 7월에는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이 선정하는 세계 등대공장(Lighthouse factory)에 대한민국 최초로 이름을 올렸다.
최근 일시적 하락세 보이지만 여전히 고공행진하고 있는 원료가격과 수요산업의 부진 속에 철강업계의 롤마진 압박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가혹한 현실이지만, 포스코가 글로벌 리더십을 지키며 저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은 가져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