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 이후 약 260년간 오늘날 경제는 천연자원을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고, 해당 제품을 소비한 후 매립이나 소각을 통해 단순 폐기하는 선형 경제 구조였다. 이러한 시스템은 자원 고갈, 환경오염, 폐기물 발생 지구온난화 문제를 야기했다. 지금 지구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에 시달리고 있다. 2019년 9월에 시작된 호주 산불은 대표적인 기상 이변 피해 사례다. 기상학자들이 기후변화로 인한 온도 상승이 산불의 장기화에 기여했다고 분석한 바 있다. 기록적인 고온 현상과 유례없는 가뭄이 땅을 건조하게 하고, 곧 유례없는 산불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한 ‘2020 세계 위험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를 비롯한 환경 문제들이 2020년대에 인류가 맞닥뜨릴 가능성 높은 위협 요인 TOP 5를 독차지했다. 가장 큰 위협으로 ‘기상이변’이 선정되었으며, 이어 2~5위로는 기후변화 대응 실패, 자연재해, 생물다양성 손실, 인간 유발 환경재난 순으로 꼽혔다.
이와 같이 전 세계가 직면한 환경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순환경제 개념이 부상하고 있다. 전지구적인 자원 낭비와 환경 파괴 문제를 해결하는 효율적인 접근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 모델은 ‘생산-소비-폐기’에 이르는 일방통행식 과정을 벗어나 천연자원 사용 최소화 및 자원 순환이용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즉, 순환경제는 제품의 전 생애주기에 잠재된 재활용성을 극대화해 지속가능성과 이익창출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시스템이다.
자원순환 시스템은 자원고갈, 토양·해양 환경오염, 온실가스 감축 등의 문제를 해소해 전 지구적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최적의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에 업계는 시대적 과제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2050 전자·전기·전지 탄소중립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전지업계는 이차전지의 성능개선, 안정성 확보와 함께 생산·재활용·폐기 등 전지 제품 전 과정에서의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병행할 계획이다.
전기차도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유럽연합은 ‘24년부터 역내 판매되는 이차전지의 탄소발자국 공개를 의무화하고, ‘27년에는 기준을 초과하는 제품의 판매를 금지하는 규제를 더 강화할 예정이다. 다시 말해, 자동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소모되고 배출되는 에너지부터 자동차를 운행하면서 사용하는 연료와 전기, 부품 교체, 폐기·재활용까지 자동차 전과정평가*를 도입해 규제하는 것이다.
*전과정평가(LCA, Life Cycle Analysis) : 제품 및 서비스를 포함한 모든 산업활동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매연이 없는 전기차는 주행 중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지만, 제조단계에서는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전기차가 연료 생산 단계부터 차량 운행까지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량 전 과정 평가(LCA)에서 내연기관차 대비 절반 이하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만, 전기차 전체 생애주기 탄소발자국의 30%가 이차전지에서 발생하고 있다 는 점이 주목할 포인트다.
이차전지 단독 기준으로는 전체 CO2 배출량 중 약 20%가 셀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양/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등 주요 소재는 이미 원료 단계에서 상당량의 탄소발자국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배터리 셀 제조 업체뿐 아니라 소재 생산 기업들도 제조와 생산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재생에너지를 이용하는 등 온실가스 저감에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순환경제 측면에서 제조단계에서 재생자원의 사용량을 높이고, 사용단계에서는 공유경제 시스템을 도입해 사용 빈도가 낮은 제품의 재활용성을 높이며, 폐기단계에서는 사용 후 제품의 성능을 복원해 수명을 연장하거나 유가자원을 회수, 재생원료로 재활용함으로써 탄소저감을 실천할 수 있다.
탄소발자국은 ‘탄소가 지구에 발자국처럼 남는다’는 의미로, 2006년 영국의회 과학기술처(POST)에서 최초로 사용한 개념으로, 제품을 생산할 때 발생되는 이산화탄소의 총량을 탄소 발자국으로 표시한 것에서 유래되었다. 우리가 배출한 탄소의 흔적을 알고 줄이기 위해 노력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탄소발자국의 영향력은 점차 확장되어 제품에 탄소발자국을 표시하는 라벨링 제도를 시행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결국 이차전지 산업에서도 탄소 배출 관리가 핵심 경쟁요소임에 틀림없다. 이에 포스코케미칼은 2035년까지 배터리소재 부문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 하에 국내외 경쟁사 대비 소재 생산 과정에서의 환경영향을 측정 및 공개하면서 글로벌 환경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ESG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21년 1월 천연흑연 음극재의 환경영향을 투명하게 공개해 환경성적표지* 인증을 획득하고, 10월에는 PN6(니켈 함량 60% 이상) · PN8(니켈 함량 80% 이상) 양극재의 환경성적도 공식 인증을 받은 바 있다.
*환경성적표지 : 제품의 원료 채굴부터 생산, 사용 및 폐기 등 전체 제품 주기에 대한 환경영향을 환경부가 평가해 표시하는 국가공인 인증제도를 말한다.
순환경제의 구현은 환경오염 억제와 신규 일자리 창출 등 사회·경제적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기업인 액센츄어(Accenture)와 맥킨지(McKinsey)에 따르면, 순환경제 구축으로 2030년까지 4조 5000억 달러의 경제적 가치 창출과 함께 글로벌 탄소 배출량 48%, EU의 에너지 소비 37% 감축을 전망했다. 포스코케미칼을 포함한 배터리소재 기업들은 향후 △광물 · 원료 공급망 다변화 △보호무역주의 및 환경규제 대응을 위한 현지 투자 확대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인프라 구축 △재생에너지 전력망 확보 등 국내 소재산업의 생태계 강건화를 위해 계속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